Cerebellar ataxia, neuropathy, and vestibular areflexia syndrome (CANVAS)은 replication factor C subunit 1 (RFC1)유전자의 반복적인 5염기 확장(pentanucleotide)이 양쪽 대립 유전자에서 발생하여 유발되는 신경퇴행질환이다[1]. 이전 연구에 따르면 후기발병실조 환자의 최대 22%에서 RFC1 유전자의 병적인 반복 확장이 확인되었다[2]. 이처럼 CANVAS는 비교적 높은 유병률에도 불구하고 질환이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실제 임상 진료에서는 유전자 검사가 수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진단이 지연되거나 놓치기 쉽다. 저자들은 유전자 검사로 확진된, 전형적인 임상 증상을 보이는 CANVAS 환자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71세 여자가 5년 이상 점진적으로 악화하는 보행 이상으로 내원하였다. 보행장애의 가족력은 없었고 10대 때 폐렴을 앓은 이후로 만성적인 마른 기침이 있는데 타 병원에서 호흡기능평가 및 기관지내시경 등을 한 적이 있으나 원인을 찾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과거력상 당뇨는 없었으나 고혈압을 진단받고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이었고 2년 전에 4-5번 요추협착증에 대하여 감압 수술을 받았다. 감압수술 이후 허리 통증은 호전되었으나 보행 장애는 호전 없이 악화되었고 잦은 낙상으로 낙상 예방을 위하여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고 하였다. 동반 증상으로는 오래 서 있거나 샤워 후에 양 하지가 붉어진다고 하였다.
신경계진찰에서 자발안진은 관찰되지 않았고 신속눈운동(saccadic eye movement) 시 양측 수평 및 수직 측정과대(hypermetria)가 확인되었다. 원활추종운동(smooth pursuit) 시 불연속적인 안구운동이 관찰되었으며 두부충동 검사(head impulse test) 시 양측에서 따라잡기 신속눈운동(catch-up saccade)이 보였다. 근력은 정상이었으나 양 하지에서 통각 및 진동감각이 저하되어 있었고 롬버그 검사(Romberg test) 시 환자는 눈을 감거나 뜬 상태 모두에서 균형을 잘 잡지 못하였으나 눈을 감았을 때 흔들림이 더 심하였다. 사지 실조는 뚜렷하지 않았으나 일자보행(tandem gait)은 수행하지 못하였다. 심부건반사는 상하지에서 모두 저하되어 있었다. 또한 운동 완만(bradykinesia)이나 경축(rigidity), 떨림(tremor)과 같은 파킨슨증은 관찰되지 않았다.
비디오안구운동 검사(video-oculography) 시 자발안진 및 주시유발안진은 보이지 않았고 양측 수평 및 수직 원활추종운동이 손상되어 있었다(Fig. 1-A). 신속눈운동 시에는 수평에서 우측 측정과대(hypermetria)와 수직에서 상하 측정과소(hypometria)가 관찰되었다. 환자의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비디오머리충동 검사는 시행하지 못하였고 온도안진 검사(caloric test)에서는 양측 전정신경병증이 확인되었다(Fig. 1-B). 신경전도 검사에서 운동신경은 정상이었으나 여러 상하지 감각신경의 진폭이 측정되지 않는 감각다발신경병이 확인되었다. 자율신경 검사에서는 땀분비 검사인 정량땀분비축삭반사 검사(quantitative sudomotor axon reflex test) 결과 하지에서 감소된 소견을 보였고(Fig. 1-C) 발살바비 감소 및 발살바수기 시에 이상 혈압 반응을 보였으나 기립저혈압은 확인되지 않았다(Fig. 1-D). 감각 및 자율신경병의 원인을 찾기 위하여 시행한 당화혈색소, 비타민B12, 신생물딸림증후군항체패널(paraneoplastic antibody panel),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 항호중구세포질항체(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항Ro항체, 항La항체, 혈청단백질전기영동, 뼈스캔(bone scan) 검사는 모두 정상이었다. 뇌 및 척수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는 뚜렷한 소뇌 및 척수 위축이 확인되었다(Fig. 2).
만성적인 기침의 과거력이 있는 후기발병실조 환자에서 소뇌, 감각신경, 전정기능 이상이 모두 확인되어 CANVAS를 의심하였고 연구 목적으로 시행한 전장유전체 검사(whole genome sequencing; RareVision, San Diego, CA, USA)에서 AAGGG 반복 확장이 의심되는 soft-clipped reads가 확인되었다(Fig. 3-A). 확진을 위하여 RFC1유전자에 대한 repeated primed-polymerase chain reaction (RP-PCR) 검사를 시행하였을 때 양측 대립 유전자에서 AAGGG 반복 확장이 확인되었다(Fig. 3-B). 제3형 척수소뇌실조 및 Friedreich 실조 유전자 검사도 모두 음성으로 확인되어 최종적으로 환자를 CANVAS로 진단하였다. 재활의학과 협진을 통해 보행 및 전정 재활 치료를 진행하였으며 진단 후 16개월째 외래 추적 관찰에서 뚜렷한 악화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고 찰
CANVAS는 서서히 진행하는 소뇌실조, 신경병증, 전정무반사증의 임상적 특징을 가지는 질병으로 RFC1유전자의 동형 접합성 펜타뉴클레오타이드 반복 확장으로 발생한다[1]. RFC1유전자는 DNA 복제 및 수선에 관여하는 DNA중합효소보조단백질의 큰 소단위(subunit)를 암호화하는 유전자이다. 최근 RFC1 유전자의 인트론2에서 이배체 AAGGG 반복 확장이 소뇌실조, 신경병증, 전정무반사증후군을 포함하는 표현형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밝혀졌다[3]. 또한 여러 연구에서 후기발병소뇌실조를 가진 집단의 최대 22%에서 이배체 AAGGG 반복 확장을 확인하였다[2,4]. 이러한 결과는 소뇌실조 환자의 일부에서 RFC1 유전자 이상이 있을 수 있으며 현재 임상에서 해당 유전자 검사가 상용화되어 있지 않아 진단율이 낮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재 RFC1유전자 반복 확장의 분자 진단은 모티프특이프라이머(motif-specific primer)를 이용한 RP-PCR로 시행한다[2]. 초기 연구에서는 AAGGG가 약 400회 이상 반복될 경우 병원성이 있다고 밝혀졌고 그 외 (AAAGG)10-25(AAGGG)exp (AAAGG)4-6과 ACAGGexp이 최근 확인되었다[2,5,6].
RFC1 확장으로 인한 병리 기전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배체 AAGGG 확장을 가진 환자들의 부검 결과에서 주로 소뇌의 벌레엽에서 심한 푸르키네세포(Purkinje cell)의 현저한 감소와 함께 뒤뿌리(dorsal root)와 삼차신경, 안면신경, 전정신경의 신경절에서 감각신경세포의 손실이 확인되었다[7]. 다만 달팽이신경(cochlear nerve)과 달팽이신경절(spiral ganglia)은 침범하지 않는 것이 확인되기도 하였다[8]. CANVAS 환자의 말초신경 생검에서는 크고 작은 말이집신경(myelinated nerve)의 심한 만성적인 소실이 관찰되었으며 활동적인 축삭 퇴화나 재생의 증거는 없었다.
CANVAS의 특징적인 3가지 증상 중 소뇌실조는 신속눈운동에서 이상을 보이거나 주시유발안진(gaze-evoked nystagmus), 소뇌성 구음장애, 사지실조증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인된다[1]. 뇌MRI에서 소뇌위축증은 주로 앞쪽 및 등쪽 벌레엽(vermis)에 두드러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소뇌실조의 특징과 더불어 자율신경 이상도 흔하기 때문에 CANVAS는 특히 소뇌형 다계통위축증(multiple system atrophy-cerebellar type, MSA-C)으로 잘못 진단될 수 있다. 병력 청취에서 만성적인 마른 기침이 있거나 신경계진찰에서 전정기능 및 감각신경 이상을 보일 경우 CANVAS를 의심해야 하고 MSA-C에서 특징적이라고 알려진 hot cross-bun sign과 같은 뇌MRI에서의 차이점을 통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분자영상을 통한 감별 진단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9]. 이전 연구에 따르면 다계통위축증 환자의 부검 결과 단지 62%에서 다계통위축증에 만족하는 병리 결과가 확인되는 만큼 CANVAS 환자가 과소 진단(underdiagnosis)되어 왔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겠다[10]. 다계통위축증 외에도 보행실조와 감각 이상을 보일 수 있는 척수소뇌실조 및 Friedreich실조에 대한 감별 진단도 필요하다. 전정병증으로 인한 소견으로는 전정안구반사 이득의 감소가 머리충동 검사에서 확인되며 시각 전정안반사(visually enhanced vestibulo-ocular reflex, VVOR)의 손상이 동반될 수 있다. 신경병증은 주로 감각신경절병증(sensory ganglionopathy)으로 뒤뿌리신경절의 손실이 두드러진다. 임상적으로는 고유감각 및 통각 저하, 신경병증 통증 등이 확인된다.
이에 따라 CANVAS를 진단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4가지 기준(clinically definite CANVAS)이 제시되었다. 첫째, 고속 비디오안구운동 검사(high-speed video-oculography), 회전의자 검사(rotational chair testing) 등에서 비정상적인 VVOR을 보인다. 둘째, 뇌MRI에서 소뇌의 앞쪽 및 등쪽 벌레엽(VI, VIIA, VIIB)의 위축과 측면 반구의 위축을 보인다. 셋째, 신경생리 검사에서 신경세포병증이 확인된다. 넷째,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제3형 척수소뇌실조 및 Friedreich실조가 배제되어야 한다[1]. 본 증례는 환자의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비정상 VVOR이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양측 전정신경 이상, 특징적인 소뇌위축, 감각신경절병증과 함께 RFC1유전자에서 AAGGG 확장이 확인되어 CANVAS로 진단할 수 있었다.
CANVAS는 유전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중년기에 발병한다는 특징이 있고 상대적으로 높은 발병률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과소 진단되어 왔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현재 임상에서 유전자 검사가 상용화되어 있지 않은 점도 과소 진단의 원인으로 생각된다. 보행실조로 내원한 중장년의 환자에서 소뇌실조, 감각신경병 및 전정기능 이상의 특징적인 표현형과 함께 만성 기침의 과거력을 보일 경우 CANVAS를 의심하여 RFC1유전자 검사를 고려해 보는 것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