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기억 상실을 보일 수 있는 두 가지 주된 질환인 일과성 전체기억상실(transient global amnesia, TGA)과 일과성 뇌전증기억상실(transient epileptic amnesia, TEA)은 감별 진단하기 어렵고 임상적, 검사 소견이 비슷한 점이 많아 혼동하기 쉽다. TGA는 다른 신경계 이상 없이 갑자기 발생한 기억장애가 4-6시간 지속되나 길어도 24시간 이내 호전을 보이는 증후군이다[1]. TEA는 드물지만 과소 진단되기 쉬운 신경계 상태로 내측두엽발작의 한 유형으로 설명된다[2]. 본 증례는 반복적인 일시적 기억 상실을 경험한 측두엽 부위 뇌병변이 있는 57세 여자 환자를 보고하고 TEA와 TGA의 감별점과 추가 검사를 고려하여야 하는 상황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증 례
57세 여자가 내원 7시간 전 갑자기 발생한 기억 상실로 보호자와 함께 왔다. 내원 당일 오전까지는 이상이 없었으나 오후부터 오늘이 며칠인지,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최근 이사 계획 중인데 관련한 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도 기억하지 못하였다. 응급실에 도착하였을 때 환자의 기억 상실은 거의 회복된 상태로 보호자 기술에 의하면 평소와 같은 상태였다. 병력 상 심방세동이 있으나 저위험군으로 항응고제는 복용하지 않았으며 이상지혈증(dyslipidemia)으로 순환기내과에서 카르베딜롤(carvedilol) 8 mg, 로수바스타틴(rosuvastatin) 5 mg을 복용 중이었다. 과거력상 뇌경색이나 뇌출혈, 외상, 발작 등 의식 소실의 병력은 없었고 최근 새로운 약제를 복용하거나 음주와 흡연은 하지 않았다. 응급실 내원 시 수축기혈압 138 mmHg, 이완기혈압 100 mmHg, 심박수 91회/분, 체온 36.3℃였고 신체진찰에서 이상이 없었으며 신경계진찰에서 의식 및 뇌신경 검사 등의 특이 소견은 없었다. 학력은 15년이며 간이정신상태 검사(mini-mental state examination Korea, MMSE-K)는 30점으로 정상이었다.
발병 24시간 후 시행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왼쪽 해마 체부에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e) B 2000에서 고신호강도이며 겉보기확산계수(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지도에서 왼쪽 해마 부위에 저신호강도를 보이는 점상 병변이 있었다.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FLAIR)에서 우측 후대뇌동맥 영역에 직경 1.5 cm의 허혈 병변이 있었다. 뇌자기공명혈관조영에서 뇌혈관의 유의미한 협착은 없었다(Fig. 1). 증상 발생 1일 후 30분 동안 진행한 뇌파 검사에서 극파(spike wave), 예파(slow wave)와 같은 뇌전증모양방전(epileptiform discharges)은 보이지 않았다. 심장초음파에서 심방세동이 있고 심장 내 혈전 등은 없었다. 허혈뇌병변에 대하여 심방세동 외의 색전 원인 감별을 위해 두개경유초음파 감시하에 공기와 혼합된 생리식염수 주입 검사에서 미세색전은 없었다. 환자는 TGA로 진단받고 기저질환 및 뇌자기공명영상에서 확인된 무증상 뇌경색으로 점수 2점이 추가되어 CHA2DS2VASc score 3점으로 항응고제인 에독사반(edoxaban)을 복용하고 퇴원하였다.
환자는 2년 6개월 후 증상 재발로 응급실에 재내원하였다. 환자는 내원 당일 지인과 언쟁을 한 후 내원 1시간 전부터 최근 일을 기억하지 못하였고 횡설수설하는 증상이 발생하여 보호자와 함께 내원하였다. 응급실에서 시행한 환자의 신경계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으나 사건 전후의 전체 기억 상실이 있었고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는 상태로 시간에 대한 지남력이 떨어져 있었으며 가벼운 혼돈 증상을 보였으나 이상 행동이나 환취 등은 보이지 않았다. 처방받은 항응고제인 에독사반은 꾸준히 복용해 왔다고 하였다. 응급실에서 시행한 MMSE-K는 세 가지 기억 회상 실패로 27점이었고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오른쪽 해마 체부에 확산강조영상에서 고신호강도이며 겉보기확산계수 지도에서 저신호강도를 보이는 점 병변이 있었다. FLAIR에서 30개월 전 영상에서 보인 우측 후대뇌동맥 영역에 직경 1.5 cm의 허혈 병변은 동일하였고 새로 생긴 병변은 없었으며(Fig. 2) 5시간 후 증상 회복되어 퇴원하였다. 증상 발생 12시간 후 시행한 MMSE-K는 30점이었다. 재발한 전향 기억 상실에 대해 TEA 감별을 위해 진행한 24시간 연속 뇌파감시 검사에서 평균 참조 몽타주(average reference montage)로 확인 시 우측 전두-측두엽 부근에 해당하는 F8 전극에서 비정상 뇌파 파형으로 보이는 8-9 mV 진폭(amplitude)을 가진 최대 극파(maximum of the spike)와 예파 및 서파(slowing wave)가 약 5-6초가량 2회 이상 반복적으로 관찰되었다(Fig. 3). 또한 같은 부위를 바나나 몽타주(double banana montage)로 확인 시에는 위상 반전(phase reversal)이 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측두엽뇌병변 환자에서 재발한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급속히 회복된 임상 양상과 경미한 혼돈 동반 소견, 이상 뇌파 소견을 종합할 때 우측 측두엽뇌전증으로 인한 TEA를 배제할 수 없어 항발작약인 에슬리카르바제핀(eslicarbazepine) 800 mg을 처방하였다. 환자는 6개월 뒤 시행한 뇌파 검사에서는 발작사이뇌전증모양방전(interictal epileptiform discharge)이 관찰되지 않았고 최근 22개월의 추적 기간 동안 재발은 없었다.
고 찰
본 증례는 임상 증상으로 평가 시 두 번의 전형적으로 보이는 TGA 사건으로 판단될 수 있으나 우측 측두엽을 포함한 후대뇌동맥 영역에 직경 1.5 cm의 허혈 병변이라는 구조적 이상이 있고 사건 급성기 시기에 시행한 24시간 연속 뇌파감시 검사에서 우측 전두-측두엽에 비정상 뇌파 파형이 다소 빈번하게 관찰된 점, 항발작약 복용 후 2년 가까이 재발이 없다는 점으로 TEA 역시 배제하기 어려운 혼동을 주는 증례이다.
갑자기 발생한 일시적 기억 상실에 대해 감별해야 할 질환은 TGA, TEA, 일과성 허혈발작, 해리성 기억상실 등이 있다. TGA 진단 기준에 따르면 환자의 증상에 대해 확인해 줄 목격자가 있어야하며 의식의 변화가 없어야 하고 기억 상실 이외 수반되는 국소 신경계 이상이 없어야 하며 동반되는 뇌전증의 특징이 없어야 하고 24시간 이내 모든 증상이 호전되어야 하며 최근 두부손상이나 뇌전증의 병력이 없어야 한다[1]. TGA의 기전으로 동맥 허혈, 정맥 환류장애, 뇌전증, 편두통 및 스트레스와 관련된 병인 등이 제시되고 있으나 명확하지 않다[3]. TGA는 찬물에서 수영 또는 뜨거운 물로 샤워하기, 성교, 통증, 정서적 스트레스, 혈관조영술, 발살바법, 자동차 운전이나 승마 등이 선행될 수 있다[1].
국내 건강보험 자료 연구에서 TGA 후 뇌전증 위험이 1.46배 높게 보고되어 TGA 환자에서 TEA에 대한 감별이 특히 중요하다[4]. TEA 진단 기준에 따르면 첫째, 목격된 일과성 기억장애가 반복되어야 하고 둘째, 기억장애 이외 다른 인지기능은 특이 소견이 없어야 하며 셋째, 뇌파에서 뇌전증모양방전이 나오거나 전형적인 발작의 임상 양상을 갖거나 항경련제 복용 이후에 증상이 재발하지 않는 등 뇌전증의 증거가 있어야 한다[2]. TEA는 TGA와 비교하였을 때 비교적 재발의 비율이 더 높은 편이고 TGA는 발생 시간이 국한되지 않는 반면 TEA는 아침에 깨어났을 때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TGA는 기억 소실 이외 다른 신경계 징후를 동반하지 않으나 TEA는 기억 이상 등의 사고장애뿐 아니라 자동증, 행동 정지, 환각 등을 동반할 수 있다[5].
두 질환의 진단에 혼동을 줄 수 있는 공통적 특징은 TGA 증상기에도 약간의 경미한 혼돈 증상이 있을 수 있으며 TGA에서 4주 이내 시행한 뇌파 검사에서 뇌파의 국소 서파 혹은 뇌전증모양파로 의심할 수 있는 이상파가 간혹 관찰될 수 있다[6]. 또한 재발한 TGA라고 판단될 때 임상의의 판단에 따라 항발작약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반면 측두엽뇌전증 환자에서도 TGA 소견과 유사하게 경련 직후 찍은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측두엽뇌전증 부위의 동측 혹은 양측 해마에서 확산강조영상의 고신호강도 및 겉보기 확산계수 지도에서 저신호강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7].
최근 한 연구는 epilepsy amnesia (EPIAMNE) score로 급성 기억 상실 환자를 TGA로부터 TEA를 감별하는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점수는 첫째, 표준 뇌파 검사에서 전기생리 이상을 보이고 둘째, 정량적 뇌파 분석의 전체적인 파워 스펙트럼 밀도(global power spectral density)를 통해 상대적으로 세타파의 빈도가 높으며 셋째, 기억 상실 이외에도 가벼운 혼돈, 두통, 언어장애 등을 호소한 경우를 통해 각각 1점씩 매겨지고 TGA 환자는 0점의 평균값을, TEA 환자는 2점의 평균값을 보였다[8]. 본 환자는 24시간 연속적인 뇌파 검사에서 전기생리 이상을 보이고 가벼운 혼돈을 보여 EPIAMNE score 2점으로 TEA의 완전 배제는 어려운 상태이다. 이러한 경우 이상 뇌파의 좀더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지속적 뇌파 감시 분석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뇌전증양 뇌파의 절대적인 진성 경련의 기준은 없으나 지속 뇌파 감시에서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임상적으로 경련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지속 뇌파 감시를 시행하였을 때 뇌전증모양방전이나 주기방전(periodic discharge) 등이 보일 경우 최근 경련의 증거가 높다고 볼 수 있다[9].
그 외 일시적 기억장애에서 감별해야 할 질환 중 일과성 허혈 발작은 일시적인 뇌의 혈액공급장애로 발생하는 편마비, 시야 장애, 언어장애 등 주로 신경계 증상이고 수분에서 수시간 지속될 수 있으며 적어도 24시간 이내 회복한다[10]. 상기 환자는 심방 세동 병력과 무증상 허혈뇌병변이 관찰되었고 24시간 이내 회복된 일시적인 기억 상실이 있었으나 구음장애나 편마비 등의 국소 신경계 징후를 동반하지 않았다. 해리성 기억상실(dissociative amnesia)은 직접 겪거나 목격한 외상 혹은 스트레스가 많은 경험으로 인해 기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기억 상실로 수시간에서 수년 등 기간이 다양하고 사건과 관련된 자서전적 기억을 떠올릴 수 없으며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고통을 유발하는 특징이 있다. 환자는 증상을 보이기 전 큰 외상이나 스트레스를 겪지 않았고 주로 지남력과 일상적 기억 상실을 보여 해리성 기억상실과는 차이를 보였다.
본 증례는 상기 공통된 특징으로 TGA와 TEA의 감별 진단에 혼돈을 줄 수 있고 한쪽을 배제하기 어려운 증례로 반복된 TGA 환자의 경우 기존의 뇌 병변 확인과 위험인자 조사, 지속 뇌파 감시 등을 통해 보이는 발작파의 빈도나 양상, 항발작약의 치료 시도 등을 통해 통합적인 진단적 접근과 고찰이 필요함을 나타내는 증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