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뇌에는 수직 및 회선 안구운동을 담당하는 신경핵들과 핵상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계 구조물들이 밀집되어 있다[
1]. 따라서 중뇌경색은 수직 공동주시마비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안구운동 증상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있다[
1-
5]. 그러나 한쪽의 중뇌경색으로 인해 양안의 상방 및 하방 공동주시마비가 모두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저자들은 오른쪽 등쪽 중뇌경색으로 인해 양안의 상방 및 하방 공동주시마비를 보인 중뇌경색 증례를 경험하여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5세 남자가 내원 하루 전 발생한 복시로 응급실에 왔다. 환자는 특이 병력은 없었고 15갑년의 흡연력이 있었다. 내원 시 혈압은 213/114 mmHg로 높았고 이외의 활력징후는 정상이었다. 신경계진찰에서 양안의 수직 공동주시마비 및 수직주시안진이 확인되었고(
Fig. 1-A) 눈모음장애, 전정안구반사 소실도 관찰되었다. 수직 공동주시마비는 원활추종운동(smooth pursuit) 및 신속보기(saccade) 모두 손상되어 있었고 하방보다는 상방 주시장애가 더 심하였다. 안진은 자발안진, 주시유발안진 모두 확인되었으며 형태는 시계 방향의 회선안진으로 나타났고 수평 주시 시에는 안진이 확인되지 않았다. 전정안반사는 수직 전정안반사(vertical vestibulo-ocular reflex, VOR) 소실만 확인되었으며 수직 주시 중에서도 상방 주시 시에만 전정안반사 소실이 나타났다. 수평안구운동은 정상이었으며 안구기울임반응도 정상이었다. 동공 크기와 동공반사는 정상이었고 이외의 다른 뇌신경계진찰은 정상이었다. 왼쪽 팔과 다리의 온도 감각 및 통각 저하가 확인되었고 다른 신경학적 결손은 확인되지 않았다.
뇌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 오른쪽 등쪽 중뇌에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e, DWI)에서 고강도신호, 겉보기확산계수(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에서는 저강도신호로 보이는 병변이 확인되었다(
Fig. 2-A).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에서 오른쪽 기저핵과 양쪽 부챗살관에 오래된 열공경색이 보였으며 경사에코영상(gradient echo image)에서 양쪽 기저핵과 시상에 미세출혈이 관찰되었다. 경동맥컴퓨터단층혈관조영술(carotid computed tomography angiography)과 뇌내자기공명혈관조영(intracranial 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에서 유의미한 혈관의 협착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혈액 검사에서 총 콜레스테롤 169 mg/dL, 저밀도지질단백콜레스테롤 104 mg/dL, 중성지방 200 mg/dL로 이상지질혈증 경계치를 진단할 수 있었고 당뇨는 없었다. 입원 기간 동안 수축기혈압이 높게 유지되었고 이차고혈압과 관련한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없어 본태 고혈압을 진단하였다. 이외에 자가면역항체 검사, 과응고증후군과 관련된 혈액 검사, 소변 검사, 심전도, 가슴X선 및 경흉부 심장초음파는 정상이었다.
환자는 뇌경색의 이차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 100 mg,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 75 mg, 아토르바스타틴(atorvastatin) 20 mg을 시작하였다. 뇌경색 외의 다른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 입원 4일째에 T1 조영증강을 포함한 뇌MRI를 다시 시행하였고 기존 병터가 그대로 확인되었으며 조영증강은 되지 않았다(
Fig. 2-B). 증상 발생 일주일만에 증상의 변화가 없는 상태(
Fig. 1-B)로 퇴원하였고 퇴원 2달 후 외래를 방문하였을 때 양안의 수직주시마비 및 안진, 눈모음장애 모두 호전되었다(
Fig. 1-C).
고 찰
중뇌는 해부학적으로는 작은 구조물이지만 수직 및 회선 안구운동을 담당하는 눈돌림신경핵(oculomotor nucleus) 및 도르래신경핵(trochlear nucleus)이 위치하고 수직 및 회선 안구운동의 핵상 조절에 관여하는 안쪽세로다발입쪽사이질핵(rostral interstitial medial longitudinal fasciculus, riMLF), 카할사이질핵(interstitial nucleus of Cajal), 뒤맞교차(posterior commissure)와 같은 신경학적 구조물들이 밀집되어 있어 작은 크기의 경색이라도 다양한 형태의 신경안과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1-
5].
중뇌의 상부에 위치한 riMLF는 해부학적으로 적핵(red nucleus)의 입쪽(rostral)에서 등안쪽(dorsomedial)에 위치하고 꼬리쪽(caudal)으로 카할사이질핵과 경계를 이룬다. riMLF는 양안의 상직근(superior rectus muscle)과 하사근(inferior oblique muscle)을 움직이는 눈돌림신경아핵(oculomotor subnucleus)과 연결되어 있어 양안의 올림근을 지배하고 한쪽 하직근(inferior rectus muscle)을 움직이는 눈돌림신경아핵과 반대쪽 상사근(superior oblique muscle)을 움직이는 도르래신경핵과 연결되어 있어 한쪽 내림근을 지배한다[
1-
4]. 따라서 한쪽 riMLF에 병변이 생기면 정상인 반대쪽 riMLF에 의해 양쪽 올림근 기능이 보존될 수 있어 주로 하방 주시장애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으며 양쪽 riMLF에 병변이 생기면 상방 및 하방주시장애가 모두 나타날 수 있다[
2-
4].
카할사이질핵은 해부학적으로 눈돌림신경핵의 등가쪽(dorsoateral)에 위치하며 후맞교차를 통해 반대편 카할사이질핵, 눈돌림신경핵 및 도르래신경핵과 연결된다[
1-
4]. 카할사이질핵은 상직근 및 하사근을 움직이는 눈돌림신경아핵과의 연결을 통해 상방 수직 주시에 관여하고 하직근을 움직이는 눈돌림신경아핵과 상사근을 움직이는 도르래신경핵과의 연결을 통해 하방 수직 주시에 관여한다[
1-
4]. 또한 주시 유지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카할사이질핵에 병변이 생기면 VOR, 수직 신속보기(saccade)가 손상되고 주시유발안진 및 눈기울임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1].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 양안의 수직주시마비는 양쪽 중뇌뒤판(tegmentum)에 병변이 있는 경우 나타나며 다수의 증례들이 있다[
6]. 하지만 한쪽 중뇌 병변으로 인해 양안의 수직주시마비가 생긴 경우는 국내에서는 한 차례 보고가 있으나 매우 드물며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모르고 몇 가지 가설로 설명하고 있다[
3-
6]. Yokose 등[
3]은 한쪽 riMLF의 뉴런들이 반대쪽 riMLF로 뻗어 나가기 때문에 한쪽 riMLF 병변이 일시적으로 반대쪽 riMLF에도 영향을 끼쳐 양안의 수직주시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Bogousslavsky 등[
5]은 부검 증례를 통해 양쪽 상방 주시에 대한 흥분성 및 억제성 신호들은 한쪽 riMLF 안에서 부수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나 하방 주시에 대한 흥분성 신호는 한쪽에서만 발생하며 손상받지 않은 한쪽 riMLF에서 손상된 하방 주시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하였다.
저자들은 이 증례의 경우 또한 한쪽 riMLF가 침범되어 양안의 상방 및 하방주시마비가 발생하였고 카할사이질핵을 함께 침범하면서 전정안반사가 소실된 것으로 추정하였다(
Fig. 3). 또한 자발안진, 주시유발안진 모두 나타났다는 점에서 riMLF와 카할사이질핵을 모두 침범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병터 반대측 방향으로의 회선안진이 나타났으며 눈기울임반응이 정상이었기 때문에 카할사이질핵은 부분적으로 침범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눈모음장애는 주로 등쪽 중뇌 병변일 경우 발생하는데 이 증례의 경우 riMLF와 카할사이질핵 근처의 medial longitudinal fasciculus까지 침범하여 눈모음장애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또한 병변 발생 원인으로 혈관염, 과응고증후군과 관련된 혈액 검사에서 특이 소견이 없고 증상 발현 당시 얼굴과 귀 쪽의 통증이나 피부 병변이 관찰되지 않아 감염에 의한 가능성은 낮은 상태였다.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흡연의 기왕력 그리고 뇌MRI 중 DWI에서 확인되는 제한 확산 병변이 환자의 증상을 나타낼 수 있는 해부학적 구조물과 연관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뇌경색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였다.
한쪽 중뇌경색으로 인해 양안의 상방 및 하방주시마비가 모두 발생한 사례는 국내에 한 차례 보고된 적 있으나 본 증례는 자발안진 및 주시유발안진, 전정안반사 소실이 모두 발생하여 중뇌 상부에 위치한 동측 riMLF 전체 및 카할사이질핵 일부분을 침범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례이다. 따라서 해부학적 고찰과 함께 이를 보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