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발찌름두통에서 인도메타신 단기 치료 후 발생한 중증 고칼륨혈증
Severe Hyperkalemia Caused by Short-term Indomethacin Therapy in a Patient with Primary Stabbing Heada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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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테로이드소염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 NSAID)인 인도메타신(indomethacin)은 두통 영역에서 특히 중요한 약물로 여겨지는데 돌발반두통(paroxysmal hemicrania), 지속반두통(hemicranias continua), 원발기침두통, 원발운동두통, 원발찌름두통 등 인도메타신에 잘 반응하는 특징적인 두통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1]. 원발찌름두통은 비교적 흔한 일차두통질환으로 인도메타신 반응 두통으로 여겨지고 있다[2]. 인도메타신을 처방할 때 흔히 발생하는 위장관 부작용은 미리 설명을 하는 경우가 많으나 전해질 이상의 발생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각한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에게 단기적으로만 인도메타신을 처방할 때 이러한 심각한 부작용을 염려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원발찌름두통 환자에게 인도메타신을 단기적으로 투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고칼륨혈증이 발생한 사례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76세 여자가 3-4일 전부터 시작된 두통으로 병원에 왔다. 시각아날로그척도(visual analogue scale, VAS) 6-7점가량의 예리하고 찌르는 듯한 통증이 깜짝 놀랄 정도로 돌발적으로 발생했다가 수 초가량만 지속되고 금방 사라진다고 하였다. 이런 통증이 하루에 6-8회 정도 있었고 주로 왼쪽 두정부 두피에서 발생하였으나 간혹 오른쪽 두정부로 옮겨가기도 하였다. 자율신경계 증상을 포함한 동반 증상은 뚜렷하지 않았고 피부 병변도 보이지 않았다. 방문 당시 신경계진찰은 정상이었고 방문 하루 전 타 병원에서 시행한 뇌컴퓨터단층촬영에서 이차두통을 유발할 만한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따라서 일차찌름두통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인도메타신(1회 25 mg, 1일 3회)을 처방한 후 1주일 뒤에 경과를 보기로 하였다.
그러나 인도메타신 복용을 시작한 후 4일째 환자는 심한 전신 쇠약감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방문하였다. 방문 당시 혈압 112/63 mmHg, 호흡수 18회/분, 체온은 36.3℃로 정상이었으나 심박수가 40회/분으로 감소되어 있었으며 심전도상에서 QRS파의 확장(widening) 소견이 보였다. 응급실에서 시행한 혈액 검사에서 칼륨 수치가 8.4 mEq/L로 매우 증가되어 있었고 크레아티닌(creatinine, Cr)이 1.57 mg/dL로 상승을 보였으며 추정 사구체여과율(estimated glomerular filtration rate, eGFR)은 32 mL/min/1.73 m2로 떨어져 있었다. 환자가 약 2개월 전에 본원에서 받은 건겅 검진 결과에서는 Cr 0.84 mg/dL, eGFR 66 mL/min/1.73 m2였기 때문에 급성으로 신기능 저하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심전도 변화를 동반한 심한 고칼륨혈증이 발생한 응급 상황으로 칼슘 글루코네이트, 포도당과 인슐린 투여를 포함한 처치와 함께 응급 혈액 투석을 시행하였으며 임시 심박동기를 적용하였다. 응급 처치 후 내과로 입원하였고 고칼륨혈증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복용 중인 약물을 확인한 결과 고혈압에 대해 칼슘채널차단제인 암로디핀(amlodipine)을 복용하던 것 이외에 다른 약물 복용력은 없어 최근 처방받았던 인도메타신이 고칼륨혈증을 유발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다. 입원 후 인도메타신 투여는 중단하였고 환자는 혈액 수치 및 임상 증상이 호전되어 입원 1주일 뒤 안정적인 상태로 퇴원하였다.
고 찰
인도메타신 반응 두통군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도메타신은 두통 영역에서 매우 중요하고 대체하기 어려운 약물이다. 인도메타신에 의한 고칼륨혈증 발병률에 대한 대규모 연구는 없으나 이전의 한 보고에서는 인도메타신을 투여한 환자의 약 26%에서 1.0 mmol/L를 초과하는 칼륨 수치의 상승을 보였고 이들의 칼륨 수치는 모두 5.0 mmol/L 이상이었다[3]. 본 증례처럼 단기간만 투여했음에도 중증의 고칼륨혈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나 임상에서 자주 처방하는 약제이기 때문에 드문 부작용이라도 숙지할 필요가 있다.
NSAID는 아라키돈산(arachidonic acid)을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으로 전환시키는 고리산소화효소(cyclooxygenase, COX)를 억제하며 주로 COX-2 억제를 통해 진통 및 소염 효과를 나타낸다. NSAID는 COX-1과 COX-2를 모두 억제하는 비선택적 NSAID와 COX-2만 억제하는 COX-2 선택적 NSAID로 분류되는데 인도메타신은 비선택적 NSAID에 속한다[4]. 신장에서 COX-1은 신장의 혈류 및 사구체여과율을 조절하며 COX-2는 수분 및 염분의 배출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인도메타신이 고칼륨혈증을 유발하는 기전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인도메타신에 의해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이 억제되면 신장에서 레닌(renin)의 분비가 억제되고 순차적으로 부신피질에서의 알도스테론(aldosterone) 분비도 억제되어 칼륨의 분비가 이뤄지지 않아 고칼륨혈증이 유발될 수 있다(Fig.) [5]. 둘째,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 억제로 인해 신장으로 가는 혈류가 줄면서 신손상이 일어나고 사구체여과율이 줄어들어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고칼륨혈증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도메타신 처방 전에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다른 약물들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NSAID처럼 레닌의 분비를 억제하는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이나 타크로리무스(tacrolimus) 외에도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스피로노락톤(spironolactone)을 포함한 칼륨보존성 이뇨제 등의 약제가 고칼륨혈증을 잘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약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인도메타신 처방에 특히 주의를 요한다. 또한 기존에 신장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에게 인도메타신을 처방할 경우 급격한 신장기능 악화와 더불어 고칼륨혈증의 위험성도 높아지므로 기저 신장병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본 증례의 환자는 상기 약물 복용력이나 뚜렷한 신장병이 없었음에도 고칼륨혈증이 유발된 드문 경우이나 76세의 비교적 고령으로 기저 신장병이 없어도 노화에 따라 사구체여과율은 저하되기 때문에 고령이었던 점이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6]. 이전 연구들에서도 고령은 인도메타신 투여와 관련된 고칼륨혈증의 위험인자로 보고된 바 있다[3,7].
저자들의 증례는 인도메타신 반응 두통인 원발찌름두통 환자에서 단기적인 인도메타신 투여만으로 중증의 고칼륨혈증이 발생한 경우로 단기적 인도메타신 투여라고 하더라도 위험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따라서 인도메타신을 처방할 때에는 고칼륨혈증의 부작용을 늘 염두하고 환자의 동반질환 및 약물 복용력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겠고 고령에서도 주의를 요한다. 또한 인도메타신을 포함한 NSAID의 잠재적인 부작용들은 용량 및 사용 기간에 영향을 받으므로 저용량으로 시작하여 단기 처방하는 것이 좋겠으며 처방 기간이 길어질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수행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