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과 척추동맥박리에서 발생한 자세두통
Reversible Cerebral Vasoconstriction and Vertebral Artery Dissection Presenting as Positional Heada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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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Positional headache refers to a headache that worsens or improves with changes in posture. It is often secondary in nature, associated with various pathologies that may have serious consequences if left undiagnosed or untreated. The authors report a patient who complained of severe positional headache and was diagnosed with concurrent reversible cerebral vasoconstriction syndrome and vertebral artery dissection, thus highlighting the importance of considering such conditions in a patient with postural headaches.
자세두통(positional headache)은 자세의 변화에 따라 두통의 악화 또는 완화가 발생하는 두통질환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자세두통이 있는 경우 뇌압이 낮거나 높은 상황을 먼저 감별해야 한다. 누울 때 호전되고 일어섰을 때 악화되는 자세두통은 저뇌척수압으로 인한 두통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며 반대로 누울 때 악화되는 자세두통의 경우에는 뇌압 상승을 일으킬 만한 원인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뇌압 이외에도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서 자세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저자들은 누울 때 악화되고 일어날 때 호전되는 자세두통으로 내원한 환자에서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과 척추동맥박리를 진단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39세 여자가 두통으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환자는 2019년 3월에 유관상피내암으로 유방절제술 뒤 약물 치료 없이 추적 관찰 중인 상태였고 내원 7일 전 유도분만을 하던 중 난산으로 척추마취 후 응급 제왕절개술로 남아를 분만하였다. 임신 및 분만 중의 혈압은 정상 범위였다고 하였으며 내원 당시 출산 이후 복용하기 시작한 하루 3회 세파클로르 250 mg 이외에 복용 중인 약물은 없었다.
본원 내원 6일 전인 분만 다음 날부터 양쪽 어깨, 뒷목, 양쪽 견갑골 주위에 통증이 생겼으나 이틀 뒤 소실되었다. 내원 3일 전 저녁에 자가통증조절법으로 투약하던 진통제를 중단하였고 다음날 새벽에 수면 중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심도의 두통이 발생하였다. 심한 두통이 발생할 당시의 혈압은 수축기혈압이 약 180 mmHg로 측정되었으며 이완기혈압은 기억하지 못하였다. 당시는 수면 중이라 벼락두통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경구 약물로 혈압을 조절한 뒤에 두통이 호전되었고 이후 두통의 재발이 없어 내원 2일 전 산부인과에서 퇴원하였으나 당일 저녁부터 다시 벼락두통과 자세두통 양상으로 두통이 발생하여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두통은 양측으로 터질 것 같은 통증이었으며 발생하고 1분 이내로 심도의 강도로 악화되어 수치평가척도(numeric rating scale) 10점에 달하였다. 또한 누울 때마다 같은 양상으로 벼락두통이 발생하였다가 앉으면 호전되었고 눕는 방향과는 관계없이 반복되었다. 구역, 어지럼, 빛과민, 소리과민은 없었으나 두통이 심할 때에는 목강직도 있었다.
내원 당시 활력징후는 혈압 137/92 mmHg, 맥박 101회/분, 체온 36.4℃, 호흡 14회/분이었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국소 신경학적 결손은 없었다. 입원 당일 두통평가를 위해 수행한 뇌척수액 검사에서 개방압력은 140 mmCSF였으며 백혈구 0/μL, 적혈구 1/μL, 포도당 52 mg/dL, 말초혈액포도당 84 mg/dL, 단백질 45.4 mg/dL였다. 혈액 검사는 정상이었다. 뇌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 기저동맥과 양측 척추동맥 여러 곳에서 혈관 수축이 보여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reversible cerebral vasoconstriction syndrome)이 의심되었다(Fig. 1-A).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 치료를 위하여 니모디핀(nimodipine) 60 mg 하루 2회 투약을 시작하였다. 이후 벼락두통의 재발은 없었으나 터질 것 같은 양상의 두통이 약한 강도로 지속되었으며 이는 자세와 상관없이 발생하였다.
입원 다음날 뇌혈관벽자기공명영상 검사를 다시 하였다. 전일 영상 검사와 마찬가지로 척추동맥과 기저동맥 여러 곳에서 혈관 수축이 보였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우측 척추동맥 V2구역(segment)에 혈관벽 내 혈종(intramural hematoma)이 관찰되었으며(Fig. 1-B) V3구역에서는 혈관 직경이 급격하게 감소하다가 이후 다시 정상 직경보다 확장된 소견이 관찰되어 혈관박리가 의심되었다. 입원 7일째에 디지털감산혈관조영술(digital subtraction angiography, DSA)에서는 우측척추동맥 V2, V3, V4구역의 박리와 척추동맥과 기저동맥뿐만 아니라 좌측 중대뇌동맥, 양측 전대뇌동맥, 양측 척추동맥, 기저동맥에서 다발성의 혈관 수축이 관찰되었다(Fig. 1-C).
환자의 자세두통은 니모디핀 60 mg 하루 2회, 나프록센 500 mg 하루 2회, 아세트아미노펜 1,300 mg 하루 2회 투여한 후 점차로 호전되었으며 입원 3일째 니모디핀과 진통제인 나프록센과 아세트아미노펜을 유지한 채로 퇴원하였다. 퇴원 후 3일은 누울 때 경도의 두통이 지속되다가 이후 두통이 소실되었다. 퇴원 1개윌 뒤 시행한 뇌혈관벽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는 척추동맥과 기저동맥의 다발혈관 수축이 일부 호전되었지만 양측 중대뇌동맥과 전대뇌동맥의 직경은 감소되어 있었고(Fig. 2-A) V2구역의 혈관벽 내 혈종도 지속적으로 보였다(Fig. 2-B). 이후 니모디핀은 30 mg 하루 3회로 감량하였고 아스피린을 100 mg/day로 투약하기 시작하였다. 퇴원 1년 뒤 뇌혈관벽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 이전에 보이던 혈관 협착은 모두 소실되었고 V2구역의 혈관벽 내 혈종도 소실되었으며 V3구역에서 혈관 직경이 늘어났던 부위도 직경이 정상으로 회복되었다(Fig. 2-C). 환자는 현재까지 두통의 재발 없이 경과 관찰 중이다.
고 찰
본 증례에서는 과거 두통의 병력이 없던 환자에서 벼락두통과 자세두통이 발생함과 함께 신경영상 검사에서 가역뇌혈관 수축증후군과 척추동맥박리에 합당한 소견이 관찰되었고 이러한 영상 소견이 호전되면서 증상도 호전되었다. 따라서 본 환자의 두통은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과 척추동맥박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국제두통질환분류 제3판에는 경부 경동맥과 척추동맥박리에 기인한 급성 두통, 안면통 또는 목통증(code 6.5.1.1)과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에 기인한 급성 두통(code 6.7.3.1)의 진단 기준이 존재한다[1].
본 환자는 새로운 두통이 척추동맥의 박리와 함께 나타났으며 척추동맥박리의 호전과 함께 두통이 호전되어 3개월 내에 소실되었다. 따라서 경부 경동맥 또는 척추동맥박리에 기인한 급성 두통, 안면통 또는 목통증 진단 기준에 합당하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이 자기공명영상 검사와 DSA에서 진단되었고 벼락두통 양상으로 발현하여 발생 1개월 이후 누울 때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났으며 3개월 이내에 소실되어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에 기인한 두통으로도 진단할 수 있다.
가역혈관수축증후군의 발생은 특발성 이외에도 임신, 외상, 혈관박리, 약물 사용 등과 관련되어 발생하였다는 보고가 있으며 특히 본 환자와 같이 증상 발생 6주 이내에 출산한 과거력이 있는 환자는 전체 가역뇌혈관증후군 환자 중 9%에 달하였다[2]. 이처럼 산욕기에 발생하는 다발혈관 수축은 분만 이후 수일 내지 수 주 후 뇌혈관의 연축과 함께 두통, 구토와 경련 발작 또는 다른 신경학적 증상을 나타내는 산후뇌혈관병증(postpartum cerebral angiopathy)으로도 진단될 수 있다[3]. 임신 중 또는 산욕기에 혈관병증이 발생하는 기전은 여성 생식호르몬과 임신과 관련된 혈액량, 혈압, 혈관의 생리적 변화로 인해 뇌동맥긴장이 변화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4]. 산후기에는 산후뇌혈관병증 또는 산후기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 등의 혈관질환 발생이 가능한 시기이므로 두통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하면 혈관 이상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은 혈관박리와도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5] 둘 사이의 인과관계는 아직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이 교감신경을 과다하게 자극시켜 혈관긴장도를 변화시킴으로써 혈관의 박리를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고[6] 그와 반대로 혈관박리로 인한 혈관벽의 혈전이 교감신경섬유를 자극하여 혈관작용물질들을 분비하게 하고 이 과정이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어서[7] 처음부터 영상 검사에서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과 척추동맥박리가 관찰된 본 환자에서 어느 것이 먼저 발생하였는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내원 7일 전 처음 수면 시에 발생한 심도의 두통은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과 척추혈관박리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 누울 때마다 발생한 자세두통은 기존에 동맥박리에 의한 자세두통이 보고된 바가 있어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보다는 척추혈관박리에 의해 혈관벽이 자극되어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8].
자세두통은 크게 누울 때 호전되는 두통과 누울 때 악화되는 두통으로 구분될 수 있다. 누울 때 호전되는 두통은 대부분 두개내압 저하(intracranial hypotension)에 의한 것으로 생각되며 일부에서 경부인성 두통(cervicogenic headache), 기립빈맥증후군(positional orthostatic tachycardia syndrome), 편두통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누울 때 악화되는 두통은 다른 원인에 의한 이차두통인 경우가 많고 본 증례와 같은 동맥박리 이외에도 특발 두개내압 상승(idiopathic intracranial hypertension), 뇌종양, 수두증 등에서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진단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본 증례처럼 혈관박리로 인한 두통이 의심되는 경우 적극적으로 뇌 영상을 고려해야 한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임상 정보 및 일반 뇌자기공명영상 검사 결과를 이용하였을 때 경동맥박리 진단에 73.3% 민감도를 보였고 고해상도 혈관벽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할 경우 임상 정보 없이도 95.1% 민감도와 97.0% 특이도를 보였다[9]. 또 다른 보고에서도 혈관박리가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뇌혈관벽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하였을 때 42-91%에서 혈관박리의 특징적인 소견인 내막편(intimal flap)이 관찰되어[10] 혈관박리를 진단할 수 있었다. 저자들은 본 증례를 통하여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과 척추동맥박리가 동시에 발생한 자세두통 환자를 보고하는 바이며 자세두통 환자에서 뇌혈관영상 검사가 필요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