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량 스테로이드로 호전된 일산화탄소 중독 후 발생한 지연성 뇌병증
Delayed Post-hypoxic Leukoencephalopathy after Carbon Monoxide Intoxication Improved by High-dose Steroid Trea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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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Delayed post-hypoxic leukoencephalopathy (DHPL) is a demyelinating syndrome characterized by acute onset of neuropsychiatric symptoms within days to weeks following apparent recovery from coma after a period of prolonged cerebral hypo-oxygenation. The majority of DPHL cases are associated with carbon monoxide intoxication. There is no specific treatment, and the prognosis is usually poor. However, we present a case of DHPL patient with akinetic mutism, parkinsonism, stool and urine incontinence, and severe cognitive impairment improved after treatment with high-dose steroid therapy.
지연저산소백질뇌병증(delayed post-hypoxic leukoencephalopathy, DPHL)은 저산소증에 의한 초기 뇌손상 이후 수일에서 수주 내에 신경정신 증상이 급격히 발생하는 탈수초질환이다[1]. DHPL의 증상으로는 무운동무언증(akinetic mutism), 대뇌피질의 전반적 기능 감소, 대변 및 소변 실금, 정신 혼동 및 정신병적 행동, 언어장애, 불수의운동장애, 우울증 등이 있다[2]. 보고된 DPHL 사례의 대부분은 일산화탄소(carbon monoxide, CO) 중독과 관련이 있으며 예후는 대개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3]. 이러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DHPL은 그 기전이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4].
저자들은 무운동무언증, 파킨슨증, 대변 및 소변 실금, 심한 인지장애를 보인 DPHL 환자에서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 이후 의미 있는 증상 호전을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38세 남자가 보행장애, 경직, 무운동무언증으로 병원에 왔다. 환자의 직업은 컴퓨터공학자로 교육 연수 18년의 고학력자였으며 약 6주 전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연탄가스로 자살 시도를 하여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응급실 내원 당시 활력징후는 혈압 99/83 mmHg, 심박수 110회/분, 호흡 20회/분, 체온 36℃였다. 환자의 의식은 명료하였고 협조적이었으며 뇌자기공명영상 검사의 액체감쇠역전회복(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FLAIR) 영상에서 고신호강도가 양측 창백핵에서 관찰되어 저산소뇌병증을 의심할 수 있었으나 동맥혈가스 분석을 포함한 혈액 검사상 트로포닌I (troponin I)의 경미한 상승만 관찰되며 수정 Rankin 척도(modified Ranking scale, mRS) 0점으로 고압 산소 치료는 하지 않았고 자살 시도, 우울증 치료를 위해 3주간 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하여 상기 병명에 대한 약물 치료만 받았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퇴원 시에는 혼자 걷고 운전하는 것이 가능하였으나 이튿날부터 걷는 것이 느려지는 등의 보행장애가 발생하였고 자세 불균형이 있었다. 1주일 후에는 대변 및 소변 실금, 진행성 무운동무언증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보행장애 발생 3주 후 본원에 내원하였으며 의식은 명료하였으나 질문에만 단어로 간단히 대답하는 심한 무운동무언증을 보였다. 신체 활력징후는 혈압 124/81 mmHg, 심박수 79회/분, 호흡 18회/분, 체온 37.0℃로 안정적이었고 신경계진찰에서 안정떨림, 동작떨림은 보이지 않았지만 경직 점수는 양측 상하지 모두 4점이었고 서동 점수 또한 4점이었다. 환자는 독립적으로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서 있을 수 없었고 혼자서 식사를 할 수 없었으며 음식을 삼키는 데 매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통증자극 시 명확한 근력 약화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환자의 mRS 점수는 5점으로 지속적 간호와 주의가 필요하고 대소변을 가리기 어려우며 보행이 어려워 침상에서 생활해야 했다. 혈액 검사에서 혈당, 혈색소, 혈청 blood urea nitrogen/creatinine (BUN/Cr) 모두 정상이었으며 간기능 검사에서 aspartate aminotransferase (AST)의 경미한 상승만 확인되었고 심전도, 흉부X선 사진에서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뇌자기공명영상 검사의 FLAIR영상에서 양측 전두엽, 측두엽, 창백핵 부위에서 광범위한 고신호강도가 관찰되었다(Fig.). 입원 기간 중 고용량(1,000 mg) 메틸프레드니솔론 정맥 주사 치료를 5일간 계획하였으며 치료 전 서울신경심리선별종합검사(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 SNSB),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us examination, MMSE), 임상치매평가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 CDR)를 시도하였으나 환자의 협조 부족으로 시행하지 못하였다. 추가로 N-methyl-D-aspartate (NMDA)수용체길항제인 메만틴(memantine), 선택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인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도 투여하였다. 고용량 메틸프레드니솔론 정맥 주사 중이나 주사 후 환자의 혈당 변화나 스테로이드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급성 정신병 등이 있는지 면밀히 관찰하였으나 부작용은 없었다. 입원 치료 후 환자는 보행하지 못하는 상태로 mRS 5점으로 점수의 변화 없이 재활전문병원으로 퇴원하였다.
일산화탄소 중독 9주 후 신경과에 내원하였을 때 무운동무언증은 현저하게 호전되었고 보행, 경직에서 상당한 호전 추세를 보였으며 서동증 점수는 0점, mRS 점수는 2점이었다. 일산화탄소 중독 16주 후 언어 유창성과 이해력, 집중력이 많이 호전되어 거의 모든 일상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었으며 mRS 점수는 1점이었다. 인지기능 검사 시행 시 SNSB에서 전두엽 수행기능의 매우 경미한 장애를 보였으며 MMSE에서 27/30점, CDR에서 0.5점, 박스 총합(sum-box) 1점이었다.
고 찰
일산화탄소 중독 이후 발생하는 DHPL의 발생 빈도는 연구마다 다양하며 병리 기전은 아직 완벽히 밝혀지지 않았지만[4] 주로 탈수초화에 의한 백질 손상이 관련이 있고 바닥핵, 해마(hippocampus), 시상(thalamus)의 손상이 동반되며[5] 소뇌와 뇌줄기는 침범하지 않는다[6]. 백질 탈수초화는 세포사멸, 지질과산화,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효소시스템 억제, 미토콘드리아 산화 스트레스와 관련되어 있다[7].
DHPL은 현재까지 효과적인 치료법이나 예방법이 정립되어 있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스테로이드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는 증례들이 보고되고 있다[8]. 이는 프레드니솔론의 면역억제 효과가 대뇌백질의 탈수초화의 원인인 자가면역반응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설명된다[8]. 또한 스테로이드 치료에 콜린에스터분해 효소억제제 투여를 병용하여 DHPL을 치료한 사례, 아만타딘, 레보도파, 바클로펜 등으로 치료한 사례도 보고되었다[9,10].
고용량 프레드니솔론 치료 후 회복이 시작되었던 본 증례와 이전에 보고된 증례들을 통하여 저자들은 고용량 프레드니솔론이 일산화탄소 중독 후 발생한 DHPL의 치료법 중 하나로 고려될 수 있음을 보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