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뇌(midbrain)의 경색은 손상 부위에 따라 순수운동반신불완전마비(pure motor hemiparesis), 감각운동뇌졸중(sensorimotor stroke), 실조반신불완전마비(ataxic hemiparesis), 조음장애서툰손증후군(dysarthria-clumsy hand syndrome)과 같은 다양한 임상 양상으로 발현된다[1]. 그러나 단일 중뇌 경색에 의한 양측 소뇌실조는 알려진 바가 드물다. 꼬리정중곁중뇌경색증(caudal paramedian midbrain infarction)에 의해 발생하는 베르네킹크교련증후군(Wernekinck commissure syndrome)은 양측 소뇌기능장애, 안구운동장애 및 지연입천장떨림(palatal tremor)을 특징으로 하는 극히 드문 중뇌증후군이다[2]. 이는 매우 드물게 발생하며 다른 중뇌증후군인 Weber증후군(Weber syndrome), Claude증후군(Claude syndrome), Benedikt증후군(Benedikt syndrome)과는 달리 그 임상적 표현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1]. 저자들은 구음장애, 상방주시장애와 양측 소뇌실조로 인한 보행장애를 주소로 내원한 베르네킹크교련증후군의 드문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61세 여자가 2일 전 발생한 구음장애, 복시, 보행장애로 응급실에 왔다. 내원 당시 환자는 혼자서 설 수 없었으며 서려고 할 때 넘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아스피린과 아토바스타틴을 복용 중이였으며 뇌졸중 과거력은 없었다. 초기 혈압은 150/90 mmHg, 맥박 65회/분, 호흡 18회/분, 체온 36.9℃였다. 신경계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고 중등도의 구음장애, 양측 사지에 소뇌실조가 있었으나 반신불완전마비는 없었다. 환자는 고개 기울임이 없었으며 안구운동 검사에서 정면을 주시할 때 양안의 안구 편위는 관찰되지 않았고 교대프리즘가림 검사(alternate prism cover test)에서는 안구정위를 보였다. 우측 눈의 수직 안구운동장애가 관찰되었으며 눈머리반사 중에도 위쪽 돌림의 제한이 관찰되었다. 동공반사는 정상이였고 안검하수 및 동공부등(anhidrosis)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1).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뇌졸중 척도는 4점이었다. 혈액 검사에서 총 콜레스테롤 247 mg/dL, 저밀도지질단백질 190 mg/dL, 중성지방 70 mg/dL, 혈당 96 mg/dL, 당화혈색소 5.5%였고 자가면역항체를 비롯한 다른 혈액 검사는 정상이었다. 뇌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ing)에서 꼬리 중뇌의 정중앙에 고신호강도 병변이 있었고(Fig. 2-A, B) 이 병변은 겉보기확산계수 지도(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map)에서는 저신호강도로 나타났다(Fig. 2-C, D).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images)에서도 고신호강도의 병변이 관찰되었으며(Fig. 2-E), 자기공명혈관조영(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에서 뇌기저동맥 및 후대뇌동맥의 협착은 없었다(Fig. 2-F). 초기 치료로 환자가 복용하던 아스피린 100 mg/day를 유지하고 추가적으로 클로피도그렐 300 mg을 투여하였다. 심전도 및 흉벽경유심초음파 검사, 24시간 심전도 검사에서 유의미한 부정맥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관통분지혈관 폐색으로 인한 경색으로 판단하여 아스피린 100 mg/day, 클로피도그렐 75 mg/day 및 아토바스타틴 40 mg/day를 유지하였다. 환자의 증상은 서서히 회복되어 증상 발생 1달 후 모든 증상이 호전되었으며 이후 추적 관찰 동안에 지연입천장떨림은 나타나지 않았다. 1년 후 추적 뇌자기공명영상에서도 하올리브 변성(inferior olivary degeneration)은 관찰되지 않았다.
고 찰
순수한 중뇌경색에 대한 보고는 매우 드물다. 이는 중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들의 복잡한 분포로 인하여 순수한 중뇌경색의 발병률이 매우 낮기 때문으로 전체 허혈뇌졸중 환자의 0.6%를 차지하고 있다[1]. 베르네킹크교련증후군은 Weber 증후군, Claude증후군, Benedikt증후군과는 다르게 1958년 Lhermitte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으나 이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2].
일반적으로 베르네킹크교련증후군은 양측 소뇌실조, 안구운동장애, 지연입천장떨림을 특징으로 하며 다양한 형태의 안구운동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3,4].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안구운동장애의 형태는 핵간안근마비(internuclear ophthalmoplegia)로 안구운동장애 중 대략 67%에서 나타났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본 증례와 같은 수직 안구운동장애는 보고된 바가 드물다[4].
중뇌에서 다양한 안구운동장애가 나타나는 이유는 수직 및 회선 안구운동을 담당하는 눈돌림신경핵 및 도르래신경핵이 위치하고 수직 및 회선 안구운동의 핵상 조절에 관여하는 안쪽세로다발입쪽사이질핵(rostral interstitial nucleus of medial longitudinal fasciculus), Cajal사이질핵 및 동공 반사 등에 관여하는 신경섬유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5]. 그리고 기저동맥의 끝에서 기원하는 관통동맥, 상소뇌동맥, 후대뇌동맥의 P1분절에서 기원하는 대뇌다리사이공간관통동맥(interpeduncular fossa perforators) 등의 다양한 혈관들이 복잡하게 얽혀 혈액을 공급받기 때문에 경색 위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6].
이전 보고에 따르면 베르네킹크교련증후군에서 눈돌림신경핵을 침범하여 양측 안검하수, 동공부등, 내직근마비 등을 동반한 상직근마비를 보인 경우는 있으나[3,7] 이번 증례와 같은 단독 상직근마비(isolated superior rectus palsy)를 보인 경우는 보고된 바 드물다. 중뇌경색 환자에서 수직 복시를 유발할 수 있는 안구기울임반응(ocular tilt reaction)을 구별하여야 하는데 본 증례 환자는 고개 기울임이 없었으며 눈머리반사 중에도 위쪽 돌림이 제한되어 안구기울임반응을 배제하였다. 또한 수직 복시와 오른쪽 눈의 위쪽 돌림이 제한되었으나 안검하수 및 동공부등은 관찰되지 않아 우측 단독 상직근마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중뇌에서 눈돌림신경핵(oculomotor nucleus)은 윗둔덕(superior colliculus) 단계에서 대뇌수도관(cerebral aqueduct)의 배쪽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데 반대쪽 상직근을 보조하는 교차신경섬유는 주로 핵의 꼬리쪽 1/3-1/2의 배쪽 영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Fig. 2-G) [8]. 따라서 본 증례에서는 눈돌림신경핵의 꼬리쪽 1/3-1/2에 국한된 병변이 반대쪽 상직근을 향한 교차섬유를 선택적으로 침범하여 병변의 반대쪽에 국한된 상직근마비를 일으켰다고 추정하였다[8].
양측 소뇌실조는 베르네킹크교련증후군에서 가장 흔한 증상으로 이는 베르네킹크교련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한다[9]. 베르네킹크교련이란 상소뇌각(superior cerebellar peduncle)이 피개(tegmentum)의 적색핵(red nucleus)으로 들어가기 전에 교차하는 것을 말하며 양쪽 섬유는 배쪽 꼬리중뇌(ventral caudal midbrain)의 정중앙 영역에서 교차한다[9]. 이는 소뇌를 시상 및 적색핵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베르네킹크교련이 선택적으로 손상되면 양측 소뇌실조가 나타나게 된다. 본 증례에서도 자기공명영상에서 꼬리중뇌의 정중측 병변이 있었고 이러한 결과는 베르네킹크교련증후군과 일치한다.
지연입천장떨림은 베르네킹크교련증후군 환자 중 대략 30%에서 나타났으며 하올리브 변성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4,9]. 하올리브 변성은 치아핵-적색핵-올리브핵삼각로(dentato-rubro-olivary pathway)가 손상된 결과로 나타난다. 치아핵-적색핵-올리브핵삼각로는 중뇌와 뇌간에 위치하는 적색핵, 치아핵, 하올리브체를 잇는 삼각형 모양의 경로를 말한다. 본 증례의 경우에는 지연입천장떨림이 나타나지 않았고 하올리브 변성 역시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하올리브 변성과 지연입천장떨림이 연관되어 발생한다는 가설을 지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9].
베르네킹크교련증후군을 포함한 순수 중뇌 뇌졸중은 일반적으로 컴퓨터단층촬영이나 뇌자기공명영상과 같은 영상 검사를 통해 진단이 이루어지며 초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본 증례의 경우 병력 및 동반된 위험인자, 뇌자기공명영상 등을 종합하여 관통분지혈관 폐색에 의한 중뇌경색을 원인으로 결론 짓고 항혈소판제를 사용하였고 증상이 호전되었다. 그러나 중뇌경색 이외에도 중뇌출혈, 하시모토뇌병증, 시신경척수염 등도 베르네킹크교련증후군과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어[10] 필요시 감별 진단을 위하여 뇌척수 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중뇌는 여러 안구운동과 연관된 핵 및 다발을 포함하고 있어 다양한 안구운동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며 관련된 임상 증상과 근본적인 해부학 구조의 연관성을 이해하면 환자를 보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더 나은 치료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베르네킹크교련증후군은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순수 중뇌경색 환자에서 이에 대한 인지가 어려울 수 있어 안구운동장애를 동반한 양측 소뇌실조가 있는 경우 베르네킹크교련증후군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저자들은 순수 중뇌경색에 의해 양측 소뇌실조 및 단독 상직근마비로 나타난 베르네킹크교련증후군의 드문 사례를 관찰하여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