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포진뇌염은 두개내압의 상승과 뇌부종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 동물 모델 연구에서 뇌부종이 생기는 경우 정맥동이 압력을 받아 눌리면서 울혈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혈전이 생길 수 있음을 보인 바 있다[2,3]. 뇌정맥동혈전증 발생에 따라 높아진 압력에 의해 동정맥샛길이 형성될 수 있고[4] 상시상정맥동혈전증과 결합된 경우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5]. 최근에는 염증이 뇌정맥 혈전 형성에 관여할 수 있음이 논의되고 있기도 하다[6]. 저자들은 혈전 생성의 위험이 높은 C단백질, S단백질 결핍 환자에서 단순포진뇌염으로 인한 뇌부종이 발생한 뒤 순차적으로 발생한 뇌정맥동혈전증과 동정맥샛길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46세 남자가 38.9℃의 발열과 두통 이후 처음 발생한 경련으로 타 병원 응급실을 내원하였다. 조영증강 액체감쇠역전회복(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자기공명영상에서 단순포진뇌염을 시사하는 해마를 포함한 좌측 내측두엽의 조영증강 및 뇌부종이 확인되어 일 3회 아시클로비어 750 mg 투약을 시작하였다(Fig. 1-A). 이후 뇌척수액 검사에서는 410 mmCSF의 뇌압 상승 소견 및 백혈구 107/μL (단핵구 99.1%), 적혈구 0/μL, 단백 101.4 mg/dL, 포도당 61 mg/dL (말초혈액 포도당, 103)가 확인되어 뇌압 상승에 대해 만니톨 100 mL를 일 3회 투약을 시작하였다. 뇌척수액 검사에서 1형 단순포진바이러스 중합효소사슬반응은 양성이었으며 진균, 세균 배양 및 염색은 음성이었고 젖산, 아데노신 탈아미노효소는 정상 범위였다. 뇌척수액의 바이러스 중합효소사슬반응은 모두 음성이었다. 뇌파는 정상이었으나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병변이 있는 상태로 초회 용량으로 발프로산 300 mg 1회 투여 후 유지 용량으로 일 2회 카바마제핀 200 mg 투약을 시작하였다. 이후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가로정맥동과 정맥굴 합류의 혈전이 보여 본원 응급실로 전원되었다(Fig. 1-B). 병력상 특이 내과적 과거력 및 최근 1년간 투약력은 없었다.
응급실 내원 당시 활력징후는 혈압 117/112 mmHg, 맥박 수 85회/분, 호흡수 22회/분, 체온은 38.2℃였다. 일반 혈액 검사, 요 검사, 일반 화학 검사 및 흉부방사선 검사에서 D이 합체 0.92 외에 특이 소견은 없었다. 재원 중 시행한 검사에서 C단백질과 S단백질은 각각 43.6% (참고치, 80.2-150.0), 32% (참고치, 62-150)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3개월 추적 검사에서도 C단백질은 39.1%, S단백질은 37%로 여전히 낮은 소견을 보였다. 정맥조영 자기공명영상에서는 등측 상시상정맥동, 우측 가로정맥동, 우측 구불정맥동, 우측 경정맥구의 충만결손이 확인되었으며(Fig. 1-C, D) 경한 부피 팽창을 동반하였다. 이에 대해 저분자량 헤파린인 에녹사파린나트륨을 투약 시작하였으며 이후 와파린으로 교체하였다. 내원 15일째, 환자는 증상이 호전되어 와파린 6 mg을 유지하며 퇴원하였다.
2개월 뒤의 정맥조영 자기공명영상에서는 이전에 비해 정맥 혈전이 감소되었으나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가로S상정맥동의 경막동정맥샛길이 발견되었다(Fig. 2-A, B). 1년 뒤 우측 후두개와에 정맥 울혈이 보이고 박동성 이명을 호소하여 시행한 뇌혈관 조영술에서는 가로S상정맥동의 경막동정맥 샛길 및 영양동맥으로 좌측 속목정맥으로 배출되거나 오른쪽 피질로 역류하는 우측 중수막동맥, 우측 얼굴동맥, 좌측 후수막동맥이 확인되었다(Fig. 2-C, D). 상기 소견으로 색전 치료 물질인 Onyx® (Medtronic, Minneapolis, MN, USA)와 N-butyl cyanoacrylate (20%)로 우측 중수막동맥, 우측 후두동맥색전술을 하였으며 환자의 울혈 및 박동성 이명은 호전되었다(Fig. 3).
고 찰
본 환자는 발열, 두통 발생 5일 뒤 발생한 경련으로 타 병원을 경유하여 단순포진뇌염 및 뇌부종 진단 후 정맥동의 혈전이 확인되어 본원으로 전원되었다. 1년에 걸친 경과 관찰 중 박동성 이명과 함께 정맥 울혈, 새로이 생긴 경막동정맥샛길이 확인되어 혈관 조영술 및 색전술을 하였고 이후 증상이 호전되었다. 본 증례는 환자의 C단백질과 S단백질 감소를 고려할 때 혈전 생성에 취약한 환자에서 뇌염 및 정맥 혈전이 생성된 후 혈역학적 변화에 따른 경막동정맥샛길이 발생한 사례이다.
단순포진뇌염은 두개내압의 상승과 함께 심각한 뇌부종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 본 증례의 환자 역시 본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시행한 척수천자에서 압력이 410 mmCSF로 확인되어 뇌압강하제로 뇌압 감소 치료가 필요하였다. 기존의 한 연구에서는 뇌부종으로 인해 정맥동이 압력을 받는 경우 혈전이 생길 수 있고 대뇌의 정맥 배액은 약 50%에서 비대칭성을 가져 약 40%에서 우측 가로동 우세, 약 18%에서 좌측 가로동 우세를 보임을 보고하였다. 또한 우성동의 폐쇄가 비우성동의 폐쇄보다 뇌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였다[3].
두개 내 고혈압 상태에서 두개 내 정맥의 혈역학적 반응을 연구한 이전 동물 모델 연구에서는 두개내압이 상승함에 따라 상시상정맥동의 혈류 속도는 감소하고 관류지수는 상승하는 결과를 얻었으며, 이로부터 유출로의 폐쇄로 두개 내 정맥혈의 배액이 차단되면 정맥혈관층에 울혈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2]. 해당 연구에서는 뇌정맥동과 대뇌피질정맥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뇌연결정맥이 뇌정맥 시스템의 말단에 위치하여 두개 내 정맥혈이 가로동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높은 유출 저항, 혈류 속도 감소, 혈관 직경 팽창, 콜라겐섬유로 구성되어 원주 방향 수축이 불가한 유출부의 커프 구조가 정맥 배액 차단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2].
S단백질 결핍과 관련된 뇌정맥동혈전증 및 경막동정맥샛길은 해외에서 몇 차례 증례 보고된 바 있으며 기존의 연구에서 6명의 환자 중 4명에서는 발병 순서가 불분명했지만 2명에서는 뇌정맥동혈전증이 생긴 이후 경막동정맥샛길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따라서 정맥 배액 부위의 폐쇄에 의해 발생한 높은 압력이 동정맥샛길을 형성하는 원인이 될 것으로 보았다[4]. 쥐를 이용한 한 동물 연구에서는 정맥동 고혈압이 발생한 경우 대뇌관류가 감소되고 허혈이 증가되어 직간접적으로 혈관 신생 활동이 유도됨에 따라 새로운 누공 발생률이 증가하는데 특히 상시상정맥동혈전증과 결합된 경우 이러한 가능성이 올라감을 보여주었다[5].
뇌정맥동혈전증의 위험인자로는 감염, 항응고인자 결핍, 전신 자가면역질환 등이 알려져 있는데 이들 모두 염증 반응과 관련되어 있어 최근에는 염증이 뇌정맥 혈전 형성에 관여할 수 있음이 논의되고 있다. 아직 염증과 뇌정맥동혈전증 간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정맥혈전색전증과 유사하게 염증에 의해 유발된 혈관 내피 손상이 혈소판 응집을 촉진시키고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여 혈전 형성에 관여하는 콜라겐과 조직인자를 노출시킴에 따라 뇌정맥동혈전증이 유발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6]. 본 사례에서도 대상포진뇌염이 선행되었다는 점에서 염증에 의해 뇌정맥동혈전증이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본 증례의 경우 낮은 C단백질과 S단백질 수치로 혈전 발생의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서 단순포진뇌염에 의해 발생한 뇌압 상승 및 뇌부종이 두개 내 정맥의 흐름을 막으며 정맥 혈전이 생겼고, 이로 인해 이차적으로 경막동정맥샛길이 생겼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이미 15개월간 와파린을 복용한 상태에서 C단백질과 S단백질 검사를 시행하게 되어 와파린 사용에 따라 C단백질과 S단백질의 수치가 감소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7]. 저자들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혈전성 질환의 과거력 및 가족력 없이 낮은 C단백질과 S단백질을 보인 환자에서 단순포진뇌염 후 뇌정맥동혈전증이 발생하고 이후 경막동정맥샛길이 순차적으로 발생한 사례를 경험하여 이에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