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형 척수소뇌실조(spinocerebellar ataxia type 6, SCA6)는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신경퇴행질환으로 서서히 진행하는 소뇌실조증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19번 염색체 단완(19p13)의 P/Q형 전압 의존 칼슘통로의 alpha 1A subunit gene (CACNL1A4)의 CAG 반복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여 발생한다[1]. CAG 반복에 의해 만들어지는 폴리글루타민 가지(polyglutamine stretch)는 칼슘통로의 기능을 변화시키게 되고 이것이 세포사멸 및 소뇌 위축을 유발하여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2].
SCA6를 포함한 일부 SCA와 헌팅턴병(Huntington disease, HD) 등이 해당하는 CAG 삼핵산 반복 서열 증가 질환에서는 증폭된 CAG 반복 수가 부모 세대에서 자녀 세대로 전달될 때 감수분열 불안정성(meiotic instability)에 의해 비교적 빈번하고 다양하게 변화한다[2]. 그러나 정상 범위의 반복 수를 가지는 대립유전자의 경우 다음 세대에서 증폭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다음 세대에서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특히 SCA6에서는 상대적으로 CAG 반복 증가 개수가 다른 SCA에서보다 적기 때문에 정상 범위뿐만 아니라 증가된 반복 서열 개수를 가지는 경우에도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대 간 전달에서 일반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알려져 있다[3].
저자들은 가족력이 없고 정상 범위의 CAG 반복 수를 가지고 있었던 부모의 한 대립유전자가 다음 세대에서 병적 수준의 CAG 반복 수로 증폭되어 발병하게 된 드문 산발 SCA6 환자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41세 여자 환자가 40세부터 시작된 발음의 어눌함과 이후 나타난 걸을 때 중심이 잘 잡히지 않는 증상으로 내원하였다. 처음에는 술을 마실 때만 경미하게 발음이 어눌하였으나 점차 일상생활 중에도 계속 나타났으며 균형장애 때문에 굽이 높은 구두를 신으면 휘청거림을 느꼈다. 갑상선염 이외의 특이 과거력은 없었고 환자의 아버지(68세), 어머니(69세), 오빠(46세)는 유사한 증상이 없었다(Fig. A).
신체 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으며 신경계진찰상 의식은 명료하였고 고위피질기능 검사도 정상이었다. 매우 경미한 구음장애 이외에 안구진탕을 포함한 기타 다른 뇌신경장애는 관찰되지 않았고 근력 및 감각 이상이나 경직(rigidity)은 없었다. 손가락-코 검사(finger-to-nose test)에서 양 상지의 매우 경미한 실조증이 관찰되었으며 보행 시 자세, 보폭, 속도는 정상이었고 휘청거림은 없었지만 약간 다리를 넓게 벌리고 걸었다. 또한 일자 보행(tandem gait)을 정확히 수행할 수 없었다.
일반 혈액 검사, 화학 검사, 단순 흉부촬영, 심전도 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으며 비타민B1, 비타민B12는 정상 수치였고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 항중성구세포질항체(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항카디오리핀항체(anti-cardiolipin antibody), 신생물딸림항체(paraneoplastic antibody) 등의 자가면역질환 표지자는 모두 음성이었다. 갑상샘호르몬 검사에서 갑상샘자극호르몬만 5.79 mcIU/mL로 약간 상승한 소견 외에 T3, 자유T4는 정상이었고 항갑상샘자극호르수용체항체는 음성이었다.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대뇌와 뇌간 부위에는 이상이 없었으나 중등도의 소뇌 위축이 관찰되었다(Fig. B). 가족력은 없었지만 유전 소뇌실조증의 감별 진단을 위해 시행한 1, 2, 3, 7, 8, 17형 척수소뇌실조증과 치아적핵창백핵루이체위축증(dentatorubropallidoluysian atrophy, DRPLA)에 대한 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에서 모두 정상 소견을 보였으나 SCA6에 대한 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에서는 13개의 정상적인 CAG 반복 수를 보이는 대립유전자(allele)와 함께 23개로 증가된 CAG 반복 수를 보이는 병적 대립유전자가 확인되었다. 환자의 부모님 역시 SCA6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였고 환자의 아버지는 CAG 반복 수가 14/18개, 어머니는 11/13개로 모두 정상 범위였다. 그러나 환자와 부모의 CAG 반복 수를 고려했을 때 환자 아버지의 정상 범위 반복 수를 보이는 대립유전자 중에 하나가 세대를 거치면서 확장되어 환자에서 병적 CAG 반복 수를 보이는 대립유전자로 유전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이후 환자를 2.5년 동안 추적 관찰하였으며 경미한 구음장애와 보행장애는 큰 변화 없이 지속되었다.
고 찰
SCA6는 SCA1, SCA2, SCA3, SCA7, SCA12, DRPLA, HD 그리고 척수숨뇌근위축증(spinobulbar muscular atrophy)과 함께 CAG 삼핵산 반복 서열 증가 질환에 속한다. SCA6에서는 대부분의 문헌에서 18개 이하를 정상 범위, 19개를 중간 범위, 20개 이상을 병원성 CAG 반복 서열 개수로 정의하고 있다[4]. 19개의 CAG 반복 서열을 가지는 경우 임상적 의미가 불분명하며 반복 서열의 개수가 많을수록 발병 연령은 더 빨라진다[4].
삼핵산 반복 서열 증가 질환의 공통적인 특징으로는 기대 효과(anticipation), 각인(imprinting), 모자이크 현상(mosaicism)이 있다. 기대 효과는 유전 질환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중증도가 올라가고 발병 연령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각인은 모계 유전과 부계 유전의 표현형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고 모자이크 현상은 한 개체 내의 세포들 이 서로 다른 유전형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5]. 기대 효과와 각인이 나타나게 되는 원인은 감수분열 불안정성에서 기인한다. 삼핵산 반복 서열이 감수분열 시에 불안정해서 반복 서열의 개수가 증폭되는데 특히 난자 발생 시보다 정자 발생 시에 더 불안정성이 심하여 반복 서열 개수의 증폭이 더 크게 일어나게 되므로 다음 세대에서는 CAG 반복 서열의 개수가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부계 유전의 경우 발병 연령이 더 낮아지고 증상의 중증도는 올라가게 된다. 모자이크 현상은 각각의 세포마다 서로 다른 CAG 반복 서열을 가지기 때문에 보통 병원성 대립유전자의 CAG 반복 서열의 개수는 개체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반복 서열 개수를 대표 반복 서열 개수로 한다. 그러므로 병원성 대립유전자가 다음 세대에 전달될 때에는 대표 반복 수보다 더 많은 수의 CAG 반복이 전달될 수 있다. 거기에 감수분열 불안정성으로 더 증가한다면 다음 세대에서는 CAG 반복 서열 개수가 더 크게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중간 범위의 CAG 반복 수를 가지는 경우 부모 세대에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자녀 세대에서는 증폭된 병원성 CAG 반복 수를 가지게 되어 발병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런 경우 자녀 세대에서 산발성으로 SCA6가 발병할 수도 있다[6]. 그러나 정상 범위의 CAG 반복 수를 가지는 대립유전자의 경우에는 다음 세대에서 증폭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다음 세대에서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드물게 다음 세대에서 증폭된 병원성 CAG 반복 수가 나타나 질병을 일으킨 예가 있는데 지금까지 SCA7과 HD 등에서 이런 경우가 보고되었다[7,8].
SCA6의 경우는 다른 삼핵산 반복 서열 증가 질환에 비해 반복 서열 증가 개수가 적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해 감수분열 불안정성이 더욱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3]. 하지만 SCA6에서도 이와 같이 정상 범위의 CAG 반복 서열을 가지는 부모로부터 증폭된 병원성 CAG 반복 수를 가진 자녀가 보고된 1예가 있었다[9]. 해당 증례는 일본에서 보고되었는데 아버지와 어머니의 CAG 반복 서열이 각각 13/13개, 14/17개로 정상 범위였지만 환자는 13/26개였다. 이는 모계 유전을 통하여 증폭이 일어난 예를 보여준 SCA6에서의 첫 증례였다. 이외에 산발성 SCA6 환자에 대해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으나 이는 병력 청취상에서 증상의 유무로 가족력이 없는 것을 확인한 것이었고 부모 세대의 유전형을 확인한 경우는 없었으며 확인되었더라도 무증상의 중간 범위 혹은 병적 수준의 CAG 반복 수가 더 증폭된 병원성 대립유전자가 되면서 증상이 나타난 경우였다.
저자들은 부모 세대에서는 정상 범위에 속하는 CAG 반복 수를 보였지만 부친의 중간 범위에 가까운 CAG 서열 반복을 보이는 대립유전자가 세대를 거치면서 증폭되어 환자 세대에서 병원성 대립유전자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드문 경우의 SCA6 환자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