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형 경과를 보인 제2형 단순포진바이러스에 의한 Elsberg증후군
Atypical Presentation of Elsberg Syndrome Caused by Herpes Simplex Virus Type 2 Inf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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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Elsberg syndrome is a rare disease of lumbosacral myeloradiculitis, mostly caused by herpes simplex virus type 2 (HSV-2). It frequently has concomitant myelitis, and immunocompromised patients can be fatal with ascending myelitis. Since anti-viral agents might lead to good recovery, clinicians need to be suspicious for conditions of cauda equina syndrome. Detection of viral DNA from cerebrospinal fluid ensures the diagnosis. We report a case of Elsberg syndrome caused by HSV-2 and are to delineate the clinical and radiologic spectrum.
Elsberg증후군은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감염요천추신경뿌리염으로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말총증후군(cauda equina syndrome)이며, 이에 따라 감각 저하, 하지근력 저하, 안장부위무감각(saddle anesthesia) 및 배뇨, 배변장애를 보인다[1,2]. 드물지 않게 하부 흉수의 척수염을 동반하므로 깊은힘 줄반사의 항진이나 병적반사가 나타날 수 있다[2].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 제2형 단순포진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type 2, HSV-2), 거대세포바이러스 (cytomegalovirus), 웨스트나일(West Nile)바이러스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COVID-19 감염에 의해 발생한 증례가 보고된 바 있다[3,4]. 이 중 HSV-2가 비교적 흔한 원인으로 보고된다[2]. HSV-2에 의한 신경계 감염은 생식기의 최초 감염에서 유래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등뿌리신경절(dorsal root ganglion)에 잠복된 감염의 재활성화에 기인한다[2].
Elsberg증후군에서 신경계 증상이 말총증후군에 국한되는 경우 후유증을 남기지 않고 비교적 원활하게 회복되기도 하지만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악성 종양, 장기 이식 등과 같은 기저질환에 의한 면역 저하자의 경우 흉수부, 심한 경우 경수부와 연수까지 수반하는 상행척수염(ascending myelitis)으로 진행하여 치명적인 경과를 보일 수 있다[5]. 뇌척수액을 이용한 중합효소사슬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을 통해 원인 바이러스의 DNA를 검출함으로써 진단할 수 있으며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는 것이 예후를 좋게 한다[6].
저자들은 요천추신경뿌리염과 더불어 흉수부척수염 및 흉추뿌리신경의 침범을 동반한 Elsberg증후군의 증례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6세 남자가 5일 전부터 발생하여 빠르게 악화되는 좌측 하지의 근쇠약과 배뇨장애로 병원에 왔다. 환자는 평지 보행이 불가능한 정도였으며 요의를 전혀 느끼지 못해 자가배뇨가 불가능하였고. 좌측 하복부의 감각 저하도 호소하였다. 처음 시행한 신경계진찰에서 좌측 하지의 근력은 몸 쪽에서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2등급, 먼 쪽에서 MRC 4등급이었으며 이에 비해 우측 하지 근력은 정상이었다. 좌측 하지 전반에 통각과 온도 감각이 경미하게 저하되었고 좌측 T9-T12 피부분절에서도 통각과 온도각에 대한 감각 저하가 확인되었다. 항문 주변 감각마비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통증 또한 호소하지 않았다. 요의는 완전히 소실되었으나 항문긴장도는 유지되었다. 깊은힘줄반사는 양측 하지에서 저하되어 있었고 병적 반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기저질환으로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었다.
혈액 검사에서는 당화혈색소가 8.26%로 증가된 것 외에 다른 이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편측 하지마비, 감각 저하와 더불어 배뇨장애가 동반되고 동측의 하부 흉추 피부분절에 감각 저하가 있는 점에 근거하여 편측의 흉추에서 요천추까지 광범위한 신경뿌리 병터를 예상하고 척추 자기공명영상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척수 경막에 광범위한 조영증강이 관찰되었으며, T10부터 T12까지 척수 내 고신호강도와 더불어 무형의(amorphous) 조영증강 부위가 두드러지고, 특히 L2-L4에 이르는 영역에 신경뿌리를 수반하는 결절 모양의 조영증강이 동반되어 나타났다(Fig.). 뇌척수액 검사에서는 뇌척수액세포증가증(백혈구 221/mm3, 림프구 64.5%)과 함께 511.1 mg/dL로 큰 폭의 단백질 증가가 확인되었다. 신생물질환의 파종에 의한 가능성을 먼저 고려하였으나 흉부 및 복부 컴퓨터단층 촬영에서 이상은 확인되지 않았고 다양한 종양표지자 역시 음성이었다. 결핵 또는 바이러스 감염을 배제하지 못하여 항결핵제와 더불어 아시클로버(acyclovir)를 사용하는 중에 뇌척수액을 이용한 바이러스 패널의 PCR 검사에서 HSV-2의 DNA가 검출되었다. 항결핵제를 중단하고 아시클로버와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을 병용하였으나 증상은 이후로도 수일 간 악화되었다. 정상이었던 우측 하지 근력이 MRC 4등급으로 확인되었고 좌측 하지는 MRC 1등급으로 근력이 더욱 저하되었으며 감각 저하 역시 양측 하지에서 뚜렷하게 확인되었다. 아시클로버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가운데 약 일주일이 경과한 후부터 증상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고 이후 뇌척수액에서 HSV-2가 음성으로 전환될 때까지 약 3주간 아시클로버를 사용하였다. 신경계 결손의 호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재활 치료를 위해 전원하였다. 2개월 경과 후 배뇨기능이 부분적으로 호전되어 자가배뇨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6개월 후에는 지팡이 보행이 가능해졌고, 8개월 후에는 실내에서 독립 보행이 가능한 정도로 회복되었다.
고 찰
본 증례는 요천추신경뿌리를 넘어 흉추신경뿌리를 침범하고 하부 흉수의 척수염을 동반한 Elsberg증후군을 보여준다. 환자는 초기에 배뇨장애와 더불어 편측 하지의 위약감과 감각 저하, 편측 하부 흉추신경에 해당하는 피부분절의 감각 저하를 보였으므로 비정형적으로 편측에 국한된 신경뿌리 침범이 요천추부에서 하부 흉추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였다. 이는 초기 병터 국소화에 어려움을 야기했다. 그러나 척추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통해 병터가 편측에 국한되지 않으며 광범위한 조영증강과 척수염을 시사하는 고신호강도가 동반되어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신경뿌리염과 병발한 척수염을 진단할 수 있었다. 또한, 뇌척수액세포증가증과 단백질 증가 및 추가로 검출된 HSV-2의 DNA로 인해 비교적 빨리 Elsberg증후군을 진단함으로써 적절하게 아시클로버를 사용할 수 있었다.
본 증례와 같이 흉추신경뿌리를 침범한 증상과 운동 및 감각 증상이 편측에 한정된 현상은 일반적이지 않다. 현재까지 보고된 Elsberg증후군의 증례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증상은 요천추신경뿌리에 국한되며, 양측 하지마비에서 일부 비대칭 근력 저하를 보인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대칭적 양측 하지마비로 보고하고 있다[3,4,7,8]. 그러나 이와 같이 말총증후군의 임상 증상 또는 요천추신경뿌리를 침범하는 신경 증상이 있고, 자기공명영상에서 척수염을 동반하는 요천추신경뿌리의 조영증강이 확인되는 경우 Elsberg증후군을 강력하게 의심해야 한다[7]. 신경 증상에 대한 병터의 근거가 자기공명영상에서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경우 전기생리학 검사를 통해 신경뿌리병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자기공명영상 검사와 전기생리학 검사를 반복하여 시행하기도 한다[7,9]. 본 증례에서는 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 신경계 증상에 부합하는 병터가 확인되었으므로 전기생리학 검사는 시행하지 않았다. 감별해야 할 신경계질환으로 신생물질환, 경막동정맥샛길(dural arteriovenous fistula), 사르코이드증 및 다발경화증과 같은 염증 질환 등이 있는데, 이때 뇌척수액에서 PCR 검사를 통한 원인 바이러스의 DNA 검출이 진단에 매우 유용하다[7]. 본 증례에서 감별 진단을 위해 추가적인 검사는 시행하지 않았으나 임상 경과 및 영상 소견을 통해 신생물질환, 기타 척수의 염증질환 및 혈관질환 등을 배제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초기에 시행된 뇌척수액의 PCR 검사가 감별에 도움이 되었다. 중추신경계 감염에서 바이러스의 DNA 검출에 관한 한 보고에서는 이 검사가 매우 특이도가 높지만, 비교적 낮은 민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검사 시기가 중요함을 강조하며 적어도 증상 발생 후 3-14일 이내에 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10]. 뇌척수액에서는 본 증례와 마찬가지로 림프구와 단백질의 증가가 흔히 관찰되며 증가 범위는 환자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6].
Elsberg증후군에서 척수원뿔(conus medullaris)에서 하부 흉수에 이르기까지 척수염이 동반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이는 천추등뿌리신경절(sacral dorsal root ganglion)에서 재활성화된 바이러스가 축삭을 따라 척수로 퍼져 나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2]. 특히 면역 저하자에서는 상행척수염이 경수에 이르기도 하며 이 경우 치명적인 경과를 보일 수 있다. 본 증례에서도 질환의 초기에 시행한 자기공명영상에서 이미 하부 흉수의 척수염이 동반되어 있었으며 이로 인해 아시클로버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수일간 증상이 악화한 것으로 판단된다. 반대로 증상이 경미하여 배뇨장애 외에 다른 신경계 증상이 발현되지 않거나 두드러지지 않는 경우 진단이 지연될 수도 있다. 여러 문헌 고찰을 통해 제시한 Elsberg증후군의 최소한의 진단 기준을 살펴보면 말총증후군을 시사하는 임상 증상이나 자기공명영상 또는 전기생리학 검사를 통해 확인되는 말총증후군의 근거 중 하나를 필수 요건으로 하고 있으며, 뇌척수액에서 원인 바이러스의 DNA 검출 또는 혈청 검사에서 IgM이 뒷받침되는 경우 확진할 수 있다[7]. 바이러스의 근거가 없더라도 급성 또는 아급성의 임상 경과와 더불어 포진 감염의 임상 근거가 있거나 척수염의 임상 또는 영상 근거가 있는 경우 또는 뇌척수액세포증가증이 있는 경우 추정 진단 혹은 가능 진단을 내릴 수 있다[7]. 이 진단 기준에 근거하면 본 증례는 Elsberg증후군으로 확진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진단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Elsberg증후군의 대표적 원인인 HSV-2 감염은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고에 따라 항바이러스제 없이 호전된 경우가 있고 항바이러스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에 이르지 못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으나 조기에 적절하게 치료받은 경우 비교적 양호한 예후를 보였다는 보고가 많다[6,7]. 본 증례 역시 치료 초기에는 신경계 증상이 다소 악화하는 양상을 보이기는 하였으나 장기 예후를 보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빠른 진단과 아시클로버의 조기 사용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보고된 HSV-2에 의한 척수신경뿌리염 2예 역시 Elsberg증후군으로 판단되는데 아시클로버의 치료 시작 시기에 따라 예후에 차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8].
저자들은 본 증례를 통해 Elsberg증후군의 임상적 정의와 비정형 경과의 스펙트럼을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하며, 매우 드문 질환임에도 치료가 가능함을 고려하여 임상에서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인지하여 적절한 진단 및 빠른 치료를 통해 좋은 예후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Acknowledgements
본 연구는 2021년도 부산대학교병원 임상 연구비 지원으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