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심내막염(infective endocarditis)의 신경계 합병증 중 가장 흔한 것은 뇌경색이다[
1]. 뇌경색 후 갑자기 발생한 기억력 저하는 대표적으로 전략뇌경색치매(strategic infarction dementia)가 있는데, 이는 한 번의 뇌경색으로 급격한 인지기능의 저하를 보인다. 저자들은 급격한 인지 저하를 주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에서 다초점 뇌경색을 확인하였고, 그 원인으로 감염심내막염이 진단된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82세 여자가 2일 전에 갑자기 발생한 인지기능 저하로 응급실에 왔다. 환자는 음주, 흡연력이 없었고 인지기능 저하를 진단받은 적도 없었다. 문진상 환자는 옷의 앞뒤를 구분하지 못하고 혼자 옷을 갈아입지 못하는 옷입기실행증(dressing apraxia)을 보이고 있었다. 위생 관리에 철저했던 평소와 달리 화장실에서 용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였으며, 세면 등의 개인 위생 관리도 하지 않았다. 또한 방향 감각 상실로 인해 길을 헤매는 등의 시공간기능장애를 보였다.
신경계진찰은 지남력이 저하된 것을 제외하고는 정상이었다. 내원 당일 시행한 한국판 간이 정신상태 검사(The Korean version of mini-mental status exam)에서는 시간지남력, 주의 집중과 계산, 기억 회상, 일부 언어 능력에서 오류를 보여 30점 만점에 17점으로 저하되어 있었다.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e, MRI)에서 양쪽 대뇌반구, 양쪽 소뇌, 뇌간을 포함한 뇌 전반에서 다초점 급성 뇌경색이 확인되었다(
Fig.). 입원 당시 체온은 37.9℃로 측정되었고, 혈액 검사에서 적혈구침강속도(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는 55 mm/h, C-반응단백질(C-reactive protein)은 59.67 mg/L로 상승되어 있었으며, 두 번의 혈액 배양에서 그람양성구균(gram positive cocci)이 확인되었다. 갑상선호르몬, 간기능, 매독혈청 검사 그리고 비타민을 포함한 혈액 검사상 이상 소견은 없었다. 이후 경흉부심초음파(transthoracic echocardiography) 결과 후승모판엽(posterior mitral valve leaflet)에서 진동하고 있는 증식(vegetation)이 확인되어 감염심내막염을 진단하였다.
환자는 특별한 출혈 경향을 보이지 않아 급성 뇌경색에 대한 예방 치료로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로 이중 항혈소판 요법(dual antiplatelet therapy)을 시행하였다. 원인균이 확인되기 전까지 경정맥 세프트리악손(ceftriaxone)과 반코마이신(vancomycin)을 경험적으로 투약하였다. 투약 5일째 앞선 2차례 혈액 배양에서 세프트리악손에 감수성을 보이는 연쇄상구균(Streptococcus mitis/Streptococcus oralis)이 동정되어 세프트리악손을 단독으로 총 4주간 투약하였다. 이후 환자의 인지기능은 회복되었고, 배양 검사를 포함한 추적 혈액 검사에서 이상 소견은 나타나지 않았다.
고 찰
감염심내막염은 심장내벽(endocardium), 심장내막(inner lining of the heart) 그리고 4개의 심장판막에 발생하는 감염 질환이다. 평균 발병 연령은 67세로 2000년까지는 매년 100,000명당 5-7명의 빈도로 발생하였으나 최근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2,
3]. 감염심내막염의 위험인자로는 정맥 내 약물 투여, 퇴행판막 질환, 인공판막, 유치 카테터 및 이식된 심장 내 장치(implanted cardiac devices), 당뇨, 면역 저하, 울혈심부전이 있다[
4]. 환자는 이전에 중증의 퇴행대동맥판막협착증(severe degenerative aortic valve stenosis)으로 진단받았고, 내원 2년 전에 도관경유대동맥판막 이식(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을 받아 인공판막을 가지고 있었다. 감염심내막염의 원인균은 다양하나 가장 흔한 원인균은 황색포도알균(
Staphylococcus aureus)으로 약 31%를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흔한 원인균은 본 증례에서 동정된 비리단스사슬알균군(Viridans Streptococci group)으로 약 17%에 이른다[
4].
감염심내막염에 이환된 환자들 중 20-40%에서 신경계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환자의 나쁜 예후와 관련되어 있다[
1]. 신경계 합병증은 매우 다양한데, 두통, 경련, 뇌병증과 같은 비특이적 증상부터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뇌경색을 포함하여 뇌출혈, 감염된 두개 내 동맥류(infected intracranial aneurysm), 수막염, 뇌농양, 척수경막 외 농양 등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있다[
1]. 이와 반대로 완전히 무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며 영상 평가에 의해 감염심내막염 환자의 30%에서 임상적으로 분명하지 않은 신경계 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 그러나 증례처럼 인지기능 저하만 단독으로 나타난 경우는 없었다. 신경계 합병증의 주요 위험 요소로는 3 cm 이상 크기의 우종, 원인균이 황색포도상구균인 경우 그리고 승모판을 침범한 경우이다. 또한 항응고제(anticoagulant) 사용은 특히 뇌출혈 발생과 연관성이 높다[
1]. 치료는 동정된 균에 따라 4주 이상의 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고, 특정한 합병증 여부에 따라 수술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6]. 보조 치료 요법으로는 대표적으로 항혈전제가 있다. 항응고제의 사용은 출혈 위험성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감염심내막염의 우종 안에는 혈소판이 많이 들어 있어 항혈소판제(antiplatelet agent) 사용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었으나, 후속 연구들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따라서 최근 진료지침에서는 출혈 위험이 낮은 환자에서 장기간(long-term) 항혈소판제를 사용하는 것은 합리적이나, 모든 환자에게 투약하면 안 된다고 명시했다. 그 외에도 스타틴(statin)을 보조 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4].
감염심내막염의 신경계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본 환자의 뇌 MRI에는 모이랑(angular gyrus), 기저핵(basal ganglia), 속섬유막(internal capsule) 그리고 해마(hippocampus)를 포함한 뇌 전반에 산재된 다초점 뇌경색이 확인되었다. 다초점 뇌경색 병터의 인지 저하와 관련된 부위 침범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감염심내막염에서 다른 신경계 증상 없이 전략뇌경색치매와 같이 인지 저하가 단독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갑작스러운 인지기능 저하를 주소로 하는 경우에는 치료 가능한 질환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며, 빠른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지면 환자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본 증례를 통해 갑작스러운 인지기능 저하를 유일한 증상으로 호소한 환자에서 뇌영상 검사, 심장 검사 및 관련 혈액 검사를 조기에 시행하여 감염심내막염을 진단하였고, 적절한 치료적 접근으로 증상의 호전을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