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Korean Neurol Assoc > Volume 41(4); 2023 > Article
경구 스테로이드 중단 후 발현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신경낭미충증: 면역회피 기전과 치료 전략

Abstract

In a unique case of neurocysticercosis in Korea, a 73-year-old woman previously treated with steroids for rheumatoid arthritis exhibited neurological symptoms following steroid cessation. Magnetic resonance imaging findings confirmed vesicular stage neurocysticercosis, and subsequent antiparasitic treatment led to symptom resolution. The immunopathology of neurocysticercosis involves intricate interactions between the cyst’s immune evasion mechanisms and host inflammatory responses. The parasites’ strategy of inducing Th2-mediated anti-inflammatory responses for survival suggests potential therapeutic options for autoimmune disorders.

신경낭미충증(neurocysticercosis)은 돼지를 중간 숙주로, 인간을 최종 또는 중간 숙주로 삼는 유구조충(Taenia solium)에 의해 매개되며,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중국의 일부 등 유행 지역에서 후천뇌전증의 30%를 차지하는 주요 신경계 질환 중 하나이다[1]. 신경낭미충증은 뇌실질, 지주막하, 척수실질 등 침범 부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나 경련과 뇌압 상승에 의한 두통이 가장 빈번하게 보고되며, 생존 단계에 따라 소포기, 교질소포기, 과립결절기, 결절석회화기로 구분할 수 있다[2].
유구조충은 설익은 돼지고기 섭취로 전파되는 유구조충증(taeniasis)과 조충란을 통한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낭미충증(cysticercosis)을 일으킨다. 낭미충에 감염된 돈육을 설익은 상태로 먹게 되면 소장에 자리 잡는 장내조충증을 일으킨다. 반면에 장내조충을 가진 사람의 대변에서 배출되는 조충란을 섭취하면, 장 내에서 부화 후 혈행 이동으로 인하여 주로 중추신경계나 망막에 자리 잡는 유구낭미충증이 발생한다. 이때 돼지가 조충란을 섭취하게 되면 돈육 내 낭미충으로 자리 잡아 유구조충증의 전파 원인이 된다[2,3].
낭미충증은 타 기생충 감염과는 구분되는 특징적 숙주 면역 조절 기전을 가진다. 중추신경계 내에서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무증상으로 잠복하며, 증상은 면역 조절 기능이 소실되는 퇴화 단계에서 발생한다[2]. 활동성 낭미유충은 분비배설물질(excretory secretory product, ESP)을 생성하여 주변의 CD4+ T림프구를 염증 억제 보조T세포(T helper cell type 2, Th2)로 분화시켜 염증 반응을 억제한다. 낭미충의 자연 퇴화나 구충제 투약 등 외부 요인에 의해 면역 조절 기능이 소실될 경우, 염증 유도 보조T세포(T helper cell type 1, Th1) 분화가 촉진되어 증상이 발현한다[4]. 신경낭미충증의 병태생리에는 동적으로 변화하는 Th1/Th2 면역 균형이 관여하며, 무분별한 구충제 투약은 증상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5,6]. 따라서 병력 청취 및 영상 검사로 낭미충의 감염 단계를 세심하게 파악하고, 스테로이드 등의 면역 치료를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6].
본 증례는 류마티스관절염에 대해 오랜 기간 유지하던 메틸프레드니솔론을 중단한 뒤 증상이 발현된 활동성 신경낭미충증의 사례를 소개한다. 잠복 단계의 낭미충증과 스테로이드 치료는 공통적으로 Th1 억제 및 Th2 주도 반응을 보이며, 기생충 사멸 단계의 유증상 신경낭미충증은 Th1 주도 반응에 의해 매개된다. 본 증례를 통해 낭미충증 진단 후 발생하는 Th1/Th2 면역 균형 변화와 낭미충증의 신경면역학적 의의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증 례

고혈압, 고지혈증, 만성신장병, 골다공증, 류마티스관절염 진단력이 있는 73세 여성이 1개월 전부터 진행하는 좌측 편마비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6년 전 양측 엄지 발가락 통증을 주소로 내원 후 류마티스인자(315 IU/mL)와 항cyclic citrullinated peptide항체(102.2 U/mL)가 양성으로 확인되어 류마티스관절염을 진단받은 바 있다. 오랜 기간 경구 메틸프리드니솔론과 메토트렉세이트 병합 요법을 유지하던 중 전신 피로가 악화되어 6개월 전부터 스테로이드 감량을 시작하였다. 환자는 스테로이드를 완전 중단하였던 내원 1개월 전부터 주관적 좌측 하지 위약감을 호소하였다. 처음에는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정도로 경미하여 지켜보았는데, 내원 10일 전부터는 좌측 상하지 위약감으로 악화되어 본원 응급 실에 내원하였다. 유년기부터 서울에 거주해 왔고, 최근 5년간 국내외 여행력은 부인하였다. 가정주부로 일상생활에 문제없이 지내왔다고 하며, 매주 5회 이상 돼지고기를 먹으며 가끔 덜 익힌 상태로도 먹는다고 하였다.
신경계 진찰상 좌측 상하지에서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4등급의 좌측 상하지 근력 저하 및 좌측의 바뱅스키징후 양성이 확인되었다. 그 외 이상 소견은 없었고, 좌측 대뇌피질섬유 병변에 대한 평가를 위해 뇌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을 계획하였다.
뇌 MRI상 우측 전운동피질(premotor cortex), 우측 일차운동피질(primary motor cortex) 및 우측 반난형중심(centrum semiovale)에서 세 개의 고리조영증강 병변이 관찰되었다. 병변 내부는 T1 및 T2 강조영상에서 뇌척수액과 동일한 신호강도를 보였으며, T2 강조영상에서는 병변 외측을 따른 띠 모양의 저신호강조테(hypointense rim) 및 병변 주위로 고신호강도를 보이는 혈관성 부종(vasogenic edema)이 관찰되었다. 우측 반난형중심 병변에서 포낭 내부로 돌출된 조영증강결절이 확인되었고, 이는 신경낭미충증의 영상 특징인 두절(scolex)에 합당한 소견이었다. 확산강조영상(diffusion-weighted image)에서는 확산 제한 없이 T2 비침 현상(T2 shine-through)을 나타내어, 병변 내 확산 제한을 특징으로 하는 농양을 배제할 수 있었다. 종합하였을 때, 두절이 관찰되는 소포기(vesicular stage) 및 숙주 면역 반응에 의한 포낭 파괴와 염증 침윤이 시작하는 교질소포기(colloidal vesicular stage)의 신경낭미충증을 시사하였다(Fig. 1). 이외에도 원발 뇌종양, 뇌결핵종, 크립토코쿠스증, 톡소포자충증 및 히스토플라스마증 등 비전형 감염의 감별이 필요하였고, 광범위하게 퍼진 혈관성 부종에 대한 치료를 위해 정맥 내 덱사메타손을 시작한 뒤 입원하였다.
안저 검사상 망막 주변으로 낭미충을 포함한 전이 감염의 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며, MRI상 확인되는 생존 단계의 낭미충 사멸 시 동반될 수 있는 부종 악화 가능성을 고려하여 항기생충제 투약은 연기하기로 하였다. 혈액 검사에서 호산구증 또는 백혈구증가증을 비롯한 이상 소견은 없었으며, 잠복 결핵에 대한 평가를 위해 시행한 결핵균특이항원자극, 가래 항상 균도말, 혈액 내 톡소플라스마항체는 음성이었다. 혈액과 뇌척수액에서 각각 진행한 유구낭미충, 스파르가눔, 폐흡충 효소 결합면역흡착 측정 검사는 모두 음성 결과가 확인되었다. 뇌척수액 검사상 백혈구나 단백질 증가는 없었고, 척수액에서 진행한 세균, 바이러스, 항산균 배양, 크립토코쿠스 항원, 톡소포자충 항체 모두 음성으로 확인되었다. 뇌척수액에서 비정형 세포(atypical cell) 역시 검출되지 않았으며, 숨겨진 림프종이나 기타 전신 원발암을 배제하기 위해 실시한 흉부 및 복부 computed tomography (CT) 검사는 음성이었다.
뇌 MRI상 소포막 내 두절 구조가 확인된 소포기 및 교질소포기의 고리조영증강 병변이 관찰되었다. 따라서 2017년 modified Del Brunetto’s criteria 중 주요 영상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 신경낭미충증으로 진단하였다[3]. 정맥 내 덱사메타손을 2주간 투약 후 MRI 추적 검사에서 병변 주변의 부종이 감소한 것을 확인하였고, 표준 용량에 따라 알벤다졸(15 mg/kg, 12시간 간격)과 프라지콴텔(15 mg/kg, 8시간 간격)을 15일간 투여하기로 결정하였다.
구충 치료를 시작한 뒤 1주 시점 좌측 상하지 근력은 모두 MRC 5등급으로 개선되었다. 구충 치료 3주 뒤 시행한 뇌 MRI에서 우측 일차운동피질 및 우측 반난형중심 병변은 뚜렷한 크기 감소가 확인되었고, 우측 전운동피질 병변의 경우 크기 변화는 없었으나 포낭 내 격벽이 보이는 형태 변화가 관찰되었다(Fig. 2). 구충 치료에 수반하는 영상 소견 호전이 관찰되었기에 신경낭미충증 확진을 내릴 수 있었다[3]. 치료 과정에서 경련은 발생하지 않았고, 치료 시작 전후 시행한 뇌파 검사는 모두 정상이었다.

고 찰

본 증례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가 오랜 기간 유지하던 경구 스테로이드를 중단한 뒤 증상이 발현된 활동성 신경낭미충증에 관한 것이다. 류마티스관절염과 스테로이드 투약은 Th1/Th2 균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낭미충증의 면역억제 기전과 유사성을 보이며, 본 증례의 진단 과정을 검토하여 낭미충증의 면역학 특성 및 신경계 자가면역 질환에서 가질 수 있는 잠재적 의의를 소개하고자 한다.
신경낭미충증의 증상은 대부분 낭미충 자체가 아닌 포낭 사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숙주 면역 반응에 의해 발생하며, 낭미충 생존 단계에 따른 숙주 면역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MRI상 T2 영상의 저신호강조테 및 두절 구조를 보이는 소포기(vesicular stage)의 활동성 낭미충은 두꺼운 소포막을 통해 외부 숙주 면역으로의 노출을 줄이며, 특징적인 ESP를 분비하여 성상세포(dendritic cell)의 항원 제시 활동을 억제한다. 또한 ESP는 대식세포를 대체 활성화(alternatively activated macrophage, M2)하여 interleukin (IL)-10, transforming growth factor (TGF)-β, IL-4 등 면역 조절 사이토카인 분비를 증가시키는데, 이를 통해 CD4+ T세포 중 Th1 분화를 억제하고, Th2 및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 Treg) 분화를 유도한다. Th2 세포는 다시 IL-4, IL-5, IL-10, IL-13 등 면역 조절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Th1 분화 감소 및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결과적으로 낭미충이 신경계 내 장기간 생존할 수 있도록 한다. 교질소포기(colloid vesicular stage)에서 자연 퇴화 또는 구충제에 의해 면역 회피 기전이 소실되면 Th1 세포에 의해 주도되는 염증 반응이 유발된다. 항원 노출 증가에 따라 성상세포의 항원 제시 활동이 촉진되며, IL-12 분비를 통해 CD4+ T세포의 Th1 분화를 유도한다. Th1 세포는 IFN-γ를 분비하여 Th2 분화를 억제하고, 대식세포 활성화(classically activated macrophage, M1)를 통해 tumor necrosis factor (TNF)-α, IL-1α, interferon (IFN)-γ, IL-17, IL-22 등 염증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염증세포 응집, 혈뇌장벽 손상 및 주변의 혈관성 부종을 유발한다. 한편, 반복된 염증 반응으로 인해 포낭이 파괴되어 ESP가 외부로 유출되면 Th1에 의한 염증 반응과 Th2 매개 섬유화 및 치유 과정이 재균형을 이루게 되며, 작은 섬유화된 결절로 퇴화하는 과립결절기(granular nodular) 및 석회화된 흔적으로 관찰되는 결절석회화기(nodular calcification)로 이어진다[4,5].
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대부분의 면역세포 활동과 염증 사이토카인 분비를 억제한다. 또한 BCL-2-interacting mediator of cell death (BIM)를 통해 Th1 림프구를 사멸시키며, IL-12와 IFN-γ 감소로 Th1 분화를 억제하고, Th2 분화를 유도한다. 따라서 류마티스관절염, 크론병, 다발경화증과 같은 Th1 매개 자가면역 질환의 급만성기 치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7]. Th1 반응에 의한 신경낭미충증에서도 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반드시 필요한 치료이며, 병변 개수가 2개를 초과하는 뇌실질 신경낭미충증에서는 7일 동안 덱사메타손 0.3 mg/kg/day를 투약한 후, 경구 스테로이드 유지 치료가 권장된다[3]. 그러나 스테로이드의 항염증 효과는 낭미충의 사멸을 지연시키거나 구충제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알벤다졸과 프라지콴텔을 충분히 투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지속되는 난치성 신경낭미충증이 발생할 수 있다[6]. 본 증례에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메틸프레드니솔론이 지속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이는 우연히 신경낭미충증의 증상 발현을 억제하는 치료적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낭미충의 사멸도 동시에 억제하였을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약제 중단 후 국내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활동성 신경낭미충증이 발현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결과는 신경낭미충증 치료에서 스테로이드 단독 투약의 한계를 시사하며, 항기생충제와의 병합 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스테로이드의 투약은 적절한 용량과 기간 동안 이루어져야 함을 재차 강조한다.
한편, 기생충과 숙주의 면역 시스템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은 자가면역 질환의 발병 및 진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류마티스관절염의 동물 모델인 collagen-induced arthritis 생쥐에서 기생충 분비 단백질인 ES-62를 주입했을 때, IL-10과 IFN-γ 사이토카인 분비 및 관절염지수(arthritis score)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8]. 더욱이 기생충 감염을 가진 다발경화증 환자에서는 구충제 치료가 다발경화증의 임상 및 영상 소견 악화 그리고 IL-12, IFN-γ 증가와 Th2 유도 IL10, TGF-β 감소와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9]. 자가면역 질환에서의 무증상 기생충 질환의 제균 치료 여부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기생충과 숙주 면역 시스템 간의 상호작용 및 기생충 특유의 분비물질에 대한 연구는 신경면역 질환 치료의 새로운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위생 조건의 향상과 국가적인 구충제 보급 노력에 따라 우리나라에서의 신경낭미충증 발생률은 크게 줄었으며, 질환에 대한 관심 역시 많이 감소하였다. 그러나 최근 국가 간 이주민의 증가 추세에 따라 비유행 지역으로 여겨졌던 미국 및 서유럽에서도 신경낭미충증의 보고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잠복기가 긴 특성과 주변 유행 국가의 영향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도 재유행 가능성을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10]. 또한 낭미충증은 단순한 감염 질환이 아닌 면역학 특성을 지니며, 신경낭미충의 면역 회피 기전과 숙주 면역 간의 상호작용은 신경면역질환 치료의 새로운 접근법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 증례를 통해 그 중요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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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Initial brain MRI depicting cystic lesions characteristic of vesicular and colloidal vesicular stages of neurocysticercosis. (A-C) Gadolinium-enhanced axial T1-weighted MRI depicts three ring-enhancing nodules in the right premotor cortex, precentral gyrus, and centrum semiovale (white arrow). (D) Axial T2, (E) T2 FLAIR, and (F) T1-weighted sequences show cystic nodules with intracystic fluid isointense to CSF, and surrounding perilesional edema. (D) A hypointense outer rim is evident in the T2 sequence. (G) Sagittal T1 and (H) its magnified view reveal an intraluminal, contrast-enhancing scolex (yellow arrowhead) within the cyst (white arrow), indicative of the vesicular stage of neurocysticercosis. 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 FLAIR; fluid-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CSF; cerebrospinal flu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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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Follow-up brain MRI 3 weeks post-antiparasitic treatment reveals reduced cyst size and morphological alterations. (A) Gadolinium-enhanced T1 sequence depicts a septated, ring-enhancing nodule in the right premotor cortex (yellow arrow), similar in size to pre-treatment. (B-D) Gadolinium-enhanced T1 sequence reveals markedly diminished ring-enhancing nodules in the right precentral gyrus and right centrum semiovale (arrow). (E, F) T2-weighted sequence indicates a reduction in perilesional edema following combined dexamethasone and antiparasitic therapy. 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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