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두두정엽 뇌정맥혈전증에서 발생한 청각반복증
Palinacousis after Cerebral Venous Thrombosis in the Temporoparietal L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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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Palinacousis is a rare auditory phenomenon characterized by the persistence of sounds beyond their actual duration. It has been associated with various brain conditions such as stroke, tumor, and seizure in the temporoparietal lobe. We present a case report of a 43-yearold man who developed palinacousis following cerebral venous thrombosis and seizure with lesions including the left auditory cortex. This case highlights the intriguing relationship between cerebral venous infarction, seizure, and the development of palinacousis in specific brain regions.
청각반복증(palinacousis)은 청각 자극의 입력 후 추가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같은 소리가 반복해서 들리는 현상으로, 증상을 촉발하는 최초의 청각 자극 없이는 자발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1]. 청각반복증의 기전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청각회로의 손상이나 자극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2]. 특히 청각피질이 위치한 측두엽의 병변에서 자주 보고되었다. 뇌혈관 질환, 뇌종양, 사고 후 뇌손상 등 다양한 원인이 있으나 뇌정맥혈전증으로 발생한 경우는 외국에서만 한 증례가 보고되었다[2]. 또한 병변으로 유발된 경련이 직접 증상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저자들은 좌측 측두두정엽에 발생한 뇌정맥혈전증 및 경련 이후에 발생한 청각반복증의 사례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국내 최초로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43세 남자가 3시간 전 갑자기 발생한 전신강직간대발작으로 내원하였다. 직장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던 중 특별한 전구 증상이나 조짐 없이 경련을 시작하였고, 15분 동안 지속되다가 자발적으로 멈췄다. 경련 중 양측 안구의 상방편위가 있었으나 편측화징후는 없었다. 경련이 끝난 후 20분간 의식 혼돈을 보였고 응급실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완전히 호전되었다. 음주, 내과 질환력, 신경계감염 병력, 두부외상, 뇌전증 및 과거 경련 및 의식 소실의 기왕력은 부인하였으며, 기타 신경계 질환의 가족력도 없었다. 내원 당시 활력징후는 혈압 134/86 mmHg, 맥박수 80/분, 호흡수 12회/분, 체온 36.5℃였고 신체 검사 및 신경계진찰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다.
내원 당일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T2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imaging, FLAIR)과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ing)에서 좌측 청각피질을 포함한 측두정엽의 고신호강도(high signal intensity)가 관찰되었고, T1 및 T2 FLAIR 조영증강영상에서 해당 병변의 조영증강이 확인되었다(Fig. 1A-D). 좌측 측두정엽과 좌측 트로라드정맥(vein of Trolard)의 충만결손이 T1강조영상과 뇌 자기공명정맥촬영술(magnetic resonance [MR] venography)에서 관찰되었으나. 자기공명혈관조영(MR angiography)에서는 이상 소견이 없었다(Fig. 1-E, F). D-이합체(D-dimer)는 1.68 μg/mL (정상 범위, 0-0.5), 혈액응고 제8인자(coagulation factor VIII)는 233% (정상 범위, 65-125%)로 상승되어 있었다. 일반 혈액 검사, 일반 화학 검사, 결체조직 질환 관련 혈액 검사, 혈장 호모시스테인 수치는 모두 음성 또는 정상 범위였다. 처음 촬영한 뇌파에서 좌측 후측두엽의 반리듬의 세타활동(semirhythmic theta activities)과 간헐적인 극파(spikes)가 확인되었다(Fig. 2-A). 이에 환자를 뇌정맥혈전증으로 인한 좌측 측두정엽의 정맥성경색과 이로 인한 급성 증상성경련으로 진단하고, 에녹사파린(enoxaparin) 1 mg/kg 하루 두 번 및 레비티라세탐(levetiracetam) 1,000 mg/day를 시작하였다.
입원 3일째 아침, 기상 직후 간호사가 했던 이야기가 오른쪽 귀에서 6시간 동안 반복해서 들리고, 귀마개를 해도 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호소하였다. 증상 발생 중에 촬영한 뇌파에서 좌측 후측두엽의 지속되는 세타활동이 관찰되었고(Fig. 2-B), 경련에 의한 증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레비티라세탐을 1,000 mg/day에서 2,000 mg/day로 증량하였다. 입원 5일차에는 직전에 들었던 스마트폰 알람 소리가 3시간 동안 들렸고, 입원 10일차에는 간호사의 목소리를 들은 후 1시간 동안 같은 소리가 반복해서 들렸다고 하였다. 이후에는 증상이 재발하지 않았으며, 입원 20일차에 추적 관찰한 뇌 자기공명정맥조영술에서 좌측 트로라드정맥의 충만결손이 호전되고 뇌파도 리듬델타활동의 소실 및 정상 배경파로 회복된 것을 확인하고 퇴원하였다(Fig. 2-C).
고 찰
청각반복증은 외부에서 입력되는 청각 자극이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자극이 반복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현상이다. 청각반복증은 조현병에서 나타나는 사고 반향(thought echoing)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있는데, 사고 반향의 경우 실제 소리가 들리지 않고 나타나는 증상이다. 따라서 실제로 소리가 들렸는지 확인하는 것이 두 증상의 감별에 있어 중요하다.
청각반복증은 매우 드물어 1965년 Bender와 Diamond에 의해 처음으로 발표된 이후로 적은 수의 증례만이 보고되었다[3]. 1973년 Jacob 등[1]이 7명의 증례 보고를 토대로 청각반복증의 양상을 정리하여 발표했는데, 가장 빈번한 소리의 양상은 목소리였다. 단어 혹은 짧은 문장이 반복해서 들리는 형태가 긴 문장이 반복되는 경우보다 흔했다. 일부의 환자는 사이렌, 초인종,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등 비언어성 자극(non-verbal auditory stimuli)으로 인해 청각반복증이 유발되었다. 청각 자극의 입력 후 증상이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부분 1시간 이내였으나, 드물게 24시간 이후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속 시간은 수초에서 수일까지 다양했다. 증상은 대부분 두 차례에서 일곱 차례까지 발생하였고 한 명의 환자에서만 재발 없이 일회성으로 끝났다. 모든 재발 환자에서 첫 번째 청각 자극과 다른 새로운 청각 자극에 의해 청각반복증이 발생하였다. 병변이 발견되지 않은 한 명을 제외한 모든 환자들은 측두엽의 병변이 확인되었다. 본 증례에서 첫 번째와 세 번째 증상을 유발한 청각 자극은 언어적 자극이었으나 두 번째 증상은 비언어적 자극에 의해 발생하였다. 세 차례 모두 청각 자극이 입력된 직후 증상이 나타났으며 6시간에서 3시간, 1시간으로 지속 시간이 감소하다가 소실되었다.
청각반복증은 측두엽의 청각피질 또는 측두정엽 접합부 등의 병변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3]. 청각피질은 측두엽의 상측 두이랑(superior temporal gyrus)에 위치하며, 일차 청각피질과 이차 청각피질의 두 부분으로 나뉜다. 일차 청각피질은 청각 자극의 진폭 및 진동수 등 기본적인 정보를 처리하고, 이차 청각피질은 음성 및 음악과 같은 보다 복잡한 청각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청각피질은 청신경을 통해 귀로부터 정보를 받고 달팽이관 핵에서 시냅스를 이룬다. 달팽이관 핵은 상올리브복합체(superior olivary nucleus complex), 아래둔덕(inferior colliculus), 시상(thalamus), 내측 무릎체(medial geniculate body), 청각피질의 순서로 정보를 보낸다. 본 증례는 좌측 청각피질을 포함한 측두두정엽의 병변으로 기존 보고들과 일치한다.
현재까지 청각반복증의 명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추감작(central sensitization), 억제결손(inhibition deficits), 경련 등의 가설이 있다[4]. 첫 번째, 중추감작은 중추신경계가 소리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상태로 청각신경세포들이 과도하게 흥분된 상태(hyperexcitability)가 되어 외부 청각 자극이 소실되어도 지속되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과도한 흥분은 특히 청각 시스템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 억제결손은 관련 없는 소리를 걸러내는 억제 기전이 손상되는 것을 뜻한다. 청각 억제의 중추는 특정한 해부학 구조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다양한 영역이 포함된다. 전두피질과 같이 높은 수준의 인지 영역에서 조절하기도 하고, 청각피질 내에서 억제성 사이신경세포들이 흥분성을 조절하여 전반적인 청각 반응을 조정한다. 마지막으로 청각반복증이 경련에 의한 증상인지 경련 후 상태의 증상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 보고 중에는 청각반복증 발생 중에 시행한 뇌파에서 간헐적 극파가 관찰되기도 하였고[4], 반대로 뇌파가 정상인 경우도 보고되었다[5]. 본 증례에서 청각반복증 지속 중에 시행한 뇌파에서 극파는 없었으나 병변 부위인 좌측 후측두엽에서 반리듬의 세타활동이 있었고, 항경련제 치료를 하며 7일만에 청각반복증이 호전되었을 때 뇌파도 함께 정상화되었다. Salzburg consensus criteria에 따르면 0.5 Hz 이상 주파수의 리듬성 세타활동의 경우 항경련제 치료 후 뇌파와 임상 증상의 변화가 있으면 경련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6]. 따라서 본 증례의 청각반복증은 경련에 의한 증상으로 볼 수도 있다.
청각반복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은 뇌내출혈[7], 뇌종양[8],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9] 등으로 다양하다. 본 증례는 뇌정맥 혈전증과 경련 이후에 발생한 사례이며 뇌정맥혈전증에 의한 청각반복증은 아직까지 국내에 발표된 적은 없다. 2011년 외국에서 한 사례가 발표된 바 있는데 이 환자의 경우 측두엽 중 중간측두이랑(middle temporal gyrus)에 병변이 있었고, 기능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을 촬영했을 때 그 부위의 피질 활성도(cortical activation)가 떨어져 있었다[10]. 따라서 피질 활성도의 감소로 억제 기전이 손상되고, 과도한 흥분 상태로 인해 청각반복증이 발생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청각반복증은 매우 드문 증상이다. 원인 역시 다양하며, 기전도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대부분 기저 질환을 치료하던 중 자연 호전되었다. 본 증례는 좌측 청각피질 병변을 포함한 뇌정맥혈전증에서 나타난 청각반복증의 국내 첫 보고라는 점에 있어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