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으로 진행하는 보행장애로 내원한 자발두개내압 저하
Spontaneous Intracranial Hypotension Presenting as Progressive Gait Impair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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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Orthostatic headache is a hallmark symptom of spontaneous intracranial hypotension (SIH). However, SIH can manifest without headache, which can lead to a significant delay in treatment initiation. We hereby report a 70-year-old male with progressive gait disturbance and superficial siderosis. Magnetic resonance myelography showed an extensive extradural cerebrospinal fluid collection in the cervicothoracic spine. After a series of targeted epidural blood patch, the patient’s symptoms significantly improved. SIH should be considered as a potential cause of otherwise unexplained superficial siderosis to prompt an early diagnosis and treatment.
자발두개내압 저하(spontaneous intracranial hypotension, SIH)는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CSF) 유출 또는 용적 저하로 인해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기립두통이 SIH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이나, 두통 외에도 구역, 구토, 어지럼, 이명 및 다른 신경학적 증상으로도 발현될 수 있다. 두통이 없는 SIH 환자들은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본 증례의 환자는 보행장애와 기립 어지럼을 주소로 온 70세 남성으로 증상 시작부터 SIH로 진단하기까지 총 3년이 걸렸다.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 소뇌 표면에 표재철침착증(superficial siderosis) 소견 및 자기공명척수조영상(magnetic resonance [MR] myelogram)에서 경추 7번에서 흉추 12번 전방 경막 외 공간에서 다량의 경막 외 뇌척수액 저류가 확인되었다. 본 환자는 경막외혈액첩포술을 통해 증상이 크게 호전되었다. 원인 미상의 천막하표재철침착증의 경우,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해 SIH를 반드시 원인 질환으로 고려해야 한다.
증 례
69세 남자가 보행장애로 내원하였다. 심근경색, 간세포암, 당뇨, 외상성 상완신경총증의 병력이 있었던 환자로, 3년 전 66세 당시 순환기내과 입원 중 자세 변경 시 발생하는 비회전성 어지럼으로 처음 신경과 진료를 보았다. 당시에 우측 귀 이명과 함께 길을 걸으면 오른쪽으로 쏠리는 느낌으로 비디오안구 검사, 뇌파 검사, 자율신경계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고, 뇌 MRI에서 양측 측두엽, 후두엽 및 양측 소뇌 표면에서 표재철 침착증(superficial siderosis) 소견이 확인된 바 있으나(Fig. 1), 전정장애(vestibulopathy) 또는 기립불내성(orthostatic intolerance)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퇴원하였다.
1년 후 외래 내원하여 보행하였을 때 오른쪽으로 쏠리는 증상이 잦아졌다고 하였다. 뇌 MRI 추적 검사상 이전과 동일한 정도의 표재철침착증이 확인되었다. 68세에 외래 내원하여 평가하였을 때보다 걸음걸이가 악화되고 팔 떨림이 동반되었으며 마도파 투약 후 일시적으로 보행이 다소 호전되어 파킨슨증을 의심하였다. 이후 도파민 제제를 복용하였음에도 증상이 점차 악화되어 1년 후부터는 우측으로 쏠리는 주관적 느낌 및 양하지 경직을 호소하며 직선으로 보행이 불가능하였다. 이외에 기립 시 간헐적으로 눈 앞이 캄캄해지며 실신도 경험하였다.
내원 당시 외래에서는 자가보행이 불안정하여 보호자 1인 도움하에 지팡이를 짚고 내원하였다. 표재철침착증의 원인 조사를 위해 시행한 MR척수조영상(Fig. 2)에서는 경추 7번에서 흉추 12번 전방 경막 외 공간에서 다량의 경막 외 뇌척수액 저류가 확인되어 SIH 진단하에 입원하였다. 입원하여 시행한 신경학적 검진상 침상에 누운 자세에서는 양하지의 위약, 경축(rigidity), 실조는 없었고 보행 검사에서 파킨슨 양상의 걸음 걸이는 관찰되지 않았으나 다리가 흔들리며 우측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였고, 기립 상태로 시간이 경과하면 어지럼 및 보행 불안, 하지 위약감을 호소하며 보행을 지속하지 못해 침상에서 화장실까지의 짧은 거리 보행만 가능하였다. 이에 경막외혈액첩포술을 요추 1-2번 2차례, 경추 5-6번 1차례, 흉추 5-6번 1차례 시술 후 보행 시 기우는 느낌이 호전되고, 보행 거리 증가가 확인되었다.
1개월 후 외래 내원 시 환자에 따르면 걸음걸이가 현저히 호전되어 평지 2 km는 문제없이 걸을 수 있고, 어지럼과 다리의 경축도 호전되었다고 하였다. 증상이 호전되어 기존에 복용하던 도파민 약물도 자의 중단한 상태였다. 경막외혈액첩포술 시행 약 10개월 후 외래 내원 시 증상은 여전히 호전된 상태이며, 걸음걸이는 완전히 정상화되었다. 치료 이후 현재까지 다리 경축이나 실신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고 찰
SIH는 대부분 자발적인 뇌척수액 누출로 인한 뇌척수액 부족으로 발생한다. 국제두통질환분류 제3판에 따르면, SIH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뇌영상에서 SIH를 시사하는 전형적인 소견, 척추영상에서 증명된 뇌척수액 유출, 또는 요추천자에서 측정한 개방압 저하(<60 mmCSF) 중 1가지가 필요하다[1]. 그러나 각 검사의 민감도가 높지 않아 진단이 지연되거나 오진되는 경우가 흔하다.
SIH 환자들의 경우 가장 흔한 증상은 기립두통(92%), 구역감(54%), 목 불편감(43%)이다. 그러나 약 3%의 환자들에게서는 두통 증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고되었다[2]. SIH에서는 뇌척수액 누출로 인해 보상적으로 뇌내 정맥 혈류가 증가하여 경막의 조영증강과 뇌하수체 및 뇌정맥이 확장되고 경막 외 척수액 축적 및 맥락막 팽창 역시 뇌척수액 용량 손실에 대한 보상으로 일어난다[3]. 그 결과 뇌 MRI에서 특징적인 이상 소견이 보이게 된다. 최근에 시행된 메타분석에 따르면, 뇌 MRI에서 광범위한 경막조영증강(pachymeningeal enhancement)은 73%, 경막하수액집적(subdural fluid collection)은 35%, 뇌의 하강(sagging of the brain)은 43%, 대뇌정맥의 확장(venous engorgement)은 57%, 뇌하수체비대(pituitary gland enlargement)는 38% 환자에서 해당 소견이 확인되었다. 19%의 환자에서는 뇌 MRI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되지 않았다. 척추영상에서는 환자의 48-76%에서 경막 외 뇌척수액이 확인되었다[2]. 이렇듯 영상 검사에서 진단민감도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기립두통 없이 비전형적으로 발현한 경우 SIH 진단이 조기에 이루어지기 어려워 적절한 치료가 시작되는데 길게는 13년까지 지연된다는 보고가 있다[4]. 특히 임상 양상이 비전형적인 경우 그리고 뇌영상, 척추 영상, 또는 요추천자 개방압 등의 검사 결과가 정상인 경우 이 병이 배제되었다고 오인하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5,6].
본 증례의 경우 기립 어지럼 및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보행 장애를 주요 증상으로 내원하였다. 보행장애 및 표재철침착증은 SIH의 임상 양상으로 보고된 바 있다[5-7].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들의 직접적인 원인은 소뇌의 표재철침착증일 것으로 생각하였고, 비록 표재철침착증의 원인인 SIH를 치료하더라도 증상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경막외혈액첩포술 후 보행과 어지럼이 대폭 호전되어, 표재철침착증이 있는 경우에도 증상이 가역적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Wilson 등[8]은 65명의 표재철침착증 환자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65명 중 17명은 명확한 뇌내 출혈이 있었던 자발성, 외상성 또는 수술로 인한 경우로 분류되었고, 48명은 명확한 뇌내 출혈이 없었던 경우로 분류되었다. 명확한 출혈 이력이 없는 48명 중 40명(83%)에서 경막 파열(dural tear) 등의 경막 이상 소견이 관찰되었다. 급성 출혈 병력이 없는 천막하표재철침착증은 경막 파열 부위의 미세혈관이나 정맥에서 만성적으로 낮은 압력과 느린 속도로 지주막하공간(subarachnoid space)으로 출혈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생기는 것으로 추측된다[8,9].
본 증례의 환자의 경우 기립두통이 아닌 어지럼, 보행장애 증상으로 증상 발생 후 표재철침착증이 확인되어 SIH로 진단받고 치료하기까지 약 3년이 소요되었다. 따라서 전형적인 기립두통 증상이 아닌 비전형적인 SIH에서도 다양한 임상 양상을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원인 미상의 천막하표재철침착증 환자에서 빠른 진단과 치료를 위하여 경막 파열에 의한 SIH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