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스(mitochondrial encephalomyopathy, lactic acidosis, and stroke-like episodes, MELAS)증후군은 사립체 DNA 변이로 인하여 뇌졸중 유사 증상, 경련, 편두통, 구토, 청력 저하, 저신장, 근위약 등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1]. 뇌졸중 유사 증상 발생 시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병변은 혈관 분포를 따르지 않는 양상이며 확산강조영상(diffusion-weighted image, DWI)의 확산 제한, 액체감쇠반전회복영상(fluid-attenuated inversion recovery)에서 고신호강도로 나타난다. 뇌 자기공명혈관조영(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 MRA)에서 뇌혈관의 국소 혈관 협착뿐만 아니라[
2] 확장을 보이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는데[
3], 혈관 확장의 기전은 사립체나 세포대사 이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혈관 확장은 가역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뇌졸중 유사 증상 발생 초기 과관류에 의한 뇌부종으로 악화될 수 있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MELAS증후군의 원인에 대한 치료는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대증 치료를 시행하고 있는데[
4], 초기 스테로이드 투여 후 뇌부종이 호전된 증례가 있어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25세 남성이 갑작스러운 시야장애 및 혼돈이 발생하여 타원 응급실을 방문하였다. 환자는 혈관 위험인자를 포함한 과거 병력이나 약물 복용력이 없었다. 신경계 진찰에서 우측 반맹이 확인되어 뇌 MRI를 시행하였고 좌측 두정엽 및 후두엽에서 DWI 병변이 있어 이중 항혈소판제(아스피린 100 mg 하루 1회, 클로피도그렐 75 mg 하루 1회)를 시작하였다(
Fig. 1-A). 입원 2일째에 혼합성 실어증이 발생하였고, 추가적으로 시행한 뇌 MRI에서 좌측 측두엽 병변이 증가된 것을 확인하였다(
Fig. 1-B). 퇴원 1주 후 전신강직간대발작이 하루 8차례 이상 지속되었으며 추적 뇌 MRI에서 좌측 뇌섬엽까지 병변이 증가되었다(
Fig. 1-C). 당시 타원에서 레비티라세탐 1,000 mg 하루 2회 투약 시작하였으며 뇌파 검사에서 뇌전증모양방전은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는 3일간 타원에서 입원 치료 후 본원으로 전원되었고, 혈관 확장이나 협착은 관찰되지 않았다(
Fig. 1-D).
환자는 신장 156 cm, 몸무게 45 kg으로 왜소한 체형이었고 동맥혈기체 검사에서 젖산 3.3 mmol/L (정상, 0.36-0.75)로 상승되어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청력장애가 있었고, 모친도 45세부터 청력장애가 있었다. 사립체 DNA 검사에서 MT-TL1 A3243G 돌연변이가 확인되어 항혈소판제는 중단하였으며 아르기닌(arginine), 데카키논(decaquinon) 투약 후 퇴원하였다. 퇴원 3개월 후 두통 및 혼돈으로 응급실을 재방문하였다. 신경계 진찰에서 시간지남력장애 및 보속증, 편측 무시가 확인되었고, 지속적인 두통을 호소하였다. 뇌 MRI에서 우측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에서 혈관성부종(vasogenic edema)에 의한 정중선 이동(midline shift)이 관찰되었고(
Fig. 2-A, D-F), 우측 중뇌동맥의 혈관 확장(
Fig. 2-B) 및 대뇌혈류(cerebral blood flow, CBF)영상에서 우측 측두엽, 두정엽에서의 국소적인 피질의 과관류(hyperperfusion in focal cortical lesion)가 관찰되었다(
Fig. 2-C). L-아르기닌, L-카르니틴(carnitine) 투약을 시작하였고, 뇌압 상승 소견에 대해 만니톨을 투여하였으며, 투약 4일 후 뇌 컴퓨터단층촬영 추적 검사에서 정중선 이동이 더 악화되어(
Fig. 2-G) 혈관성 부종에 대해 스테로이드(메틸프레드니솔론) 1 g을 3일간, 500 mg를 2일간 정맥 투여하였다. 이후 두통은 호전되어 퇴원하였고 3개월 후 뇌 MRI 추적 검사에서 우측 대뇌반구에 보이던 혈관성부종 병변들과 우측 중뇌동맥의 혈관 확장 소견이 대부분 호전된 것을 확인하였다(
Fig. 2-H, I).
고 찰
본 증례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혼돈, 실어증, 편측 무시 등 뇌졸중 유사 증상을 보이는 25세 남성으로, 청력 저하의 가족력 및 왜소한 체형, 젖산의 상승을 토대로 MELAS증후군을 의심하여 시행한 사립체 DNA 검사 결과 MT-TL1 A3243G 돌연변이가 확인된 예이다. 특히, 뇌 MRI 및 뇌 MRA에서 대뇌의 혈관성부종 병변, 혈관 확장 소견이 보였으며, 스테로이드 치료 후 호전된 것을 확인하였다.
MELAS증후군 환자에서 발생하는 뇌졸중 유사 증상의 발생 기전에 대해서는 몇 가지 가설이 제기된 바 있다. 첫 번째는 사립체 기능 이상으로 인한 아데노신삼인산(adenosine triphosphatase, ATP) 생성장애 및 활성산소의 발생으로 세포자멸사가 유도되어 조직기능장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가설은 사립체 생산이 촉진되어 혈관의 평활근 및 내피세포에 침착되는데, 사립체 기능 이상이 L-아르기닌, 시트룰린(citrulline) 생성을 저해하여 혈관 평활근세포의 이완에 관여하는 일산화질소(nitric oxide) 감소에 영향을 미쳐 미세혈관 구조의 관류 저하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5]. 이러한 기전은 국소적인 신경계장애나 국소 뇌혈관 수축을 설명하기에 타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전은 본 증례의 경우처럼 CBF 증가나 혈관 확장을 설명하기 어렵다. 가설에 따르면 ATP의 상대적 결핍으로 인해서 에너지 요구량이 충족되지 못하면 이에 의한 혐기성 해당과정이 촉진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젖산증이 야기되고, 혈관 평활근 세포 pH를 감소시켜 혈관 확장이 유발될 수 있다[
6]. 또한 에너지 요구량이 충족되지 못하여 신경세포 손상이 발생하고, 이에 의해 CBF가 증가하면 과관류 및 세포외부종이 더욱 유발될 수 있다(
Fig. 3) [
7]. 대뇌혈관 확장은 급성기에 더욱 자주 관찰되며, 뇌졸중 유사 증상 발생 3-5개월 이전에 관찰되기도 한다[
8]. 이러한 혈관 확장 및 과관류는 혈관성부종으로 이어진다.
혈관성부종은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의 장애를 시사한다. 혈액뇌장벽은 모세혈관 내피, 틈새이음(gap junction), 별아교세포, 기저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뇌모세혈관 내피에는 많은 사립체(mitochondria)가 있다[
8]. 특히 MELAS증후군 환자의 뇌모세혈관 내피는 비정상 사립체가 많아, 사립체 장애가 발생하면 세포막 불안정과 체외 전해질 항상성의 변화를 일으켜 신경세포의 과흥분이 발생할 수 있다[
7]. 국소적인 신경세포의 과흥분은 국소뇌전증파로 주변 신경세포를 흥분시켜 인접한 피질로 확산되어 모세혈관의 투과성을 증가시키고 혈관성부종을 야기할 수 있다[
6].
MELAS증후군의 초기 단계에서 제한된 확산 영역이 많이 관찰되며, 이는 세포독성부종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초기 단계에서 겉보기확산계수(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증가 역시 보고된 바 있다. 이 경우는 혈액뇌장벽의 파괴로 인한 혈관성부종으로 인해 발생한 뇌졸중 유사 병변으로, 급성 혈관성뇌졸중과 차이가 있고 과관류 상태도 급성 뇌경색 병변에서 나타나는 저관류 상태와는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7]. 본 증례의 두 번째 뇌졸중 유사 증상 당시 뇌 MRI에서 관찰된 우측 중뇌동맥에서의 혈관 확장 및 CBF 증가는 최근 여러 논문에서도 보고된 바 있으며[
7], 위의 제시된 기전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본 증례의 환자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후 혈관성 부종과 혈관 확장 소견이 호전된 경과를 보였다. 스테로이드는 프로스타글란딘의 분비를 억제하고 혈액뇌장벽을 안정화시키며 모세혈관의 투과성을 감소시켜 혈관성부종을 줄일 수 있고[
9], 혈관 수축제(vasoconstrictor)의 작용을 강화하거나 혈관 평활근세포에 작용하여 혈관 수축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 또한 활성산소에 의한 손상을 줄이고 항세포자멸사 경로를 활성화시킬 수 있어, 뇌졸중 유사 증상 발생의 원인으로 앞서 제시된 바 있는 산화 스트레스 및 세포자멸사 기전에 대해서도 이론적으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MELAS 증후군의 뇌졸중 유사 증상에서 혈관성부종 및 과관류가 세포독성부종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는데[
7], 해당 시기에 스테로이드 투약을 통해 혈관성부종을 줄이고 혈관 수축 작용을 일으켜 세포독성부종으로의 진행을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본 증례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뇌졸중 유사 증상을 보인 25세 MELAS증후군 환자로, 뇌 MRI에서 혈관 확장 및 혈관성부종이 확인되었으며 스테로이드 투약 후 증상 및 영상 소견에서 호전이 확인되었다. MELAS증후군의 뇌졸중 유사 증상은 시간 경과에 따라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경과로 임상 및 영상 소견이 호전되는 경우가 있어 스테로이드 투약에 따른 치료 효과로 보기에는 제한적일 수 있다. 또한 만니톨 투약 역시 경과 호전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MELAS증후군 환자에서 스테로이드 치료 후에 혈관성부종과 더불어 혈관 확장 소견까지 모두 호전된 사례가 보고된 바 없으며, 혈관성부종을 호전시키고 세포독성부종으로의 진행을 막는 잠재적인 치료 방법에 대한 제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본 환자의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