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척수병(compressive myelopathy)은 다양한 신경계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매우 드물게 근긴장이상[1], 근간대경련[2] 등의 이상운동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압박척수병에서 병소의 근육분절(myotome)에 해당하는 부위의 국소 근긴장이상[1] 혹은 척수고유근간대경련[2]의 보고는 있었으나 동시에 두 가지의 이상운동증상이 발생한 경우는 없었다. 저자들은 경부 추간판탈출증에 의한 압박척수병에서 경부 근긴장이상과 몸통의 근간대경련이 동시에 나타난 증례를 경험하였고,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61세 남자가 약 1년 전부터 시작된 목과 몸통의 비자발적인 움직임으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몸통이 갑자기 오른쪽으로 굽혀지며 기울어지는 증상이 순간적이며 반복적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Fig. A, B). 목은 왼쪽으로 회전하거나 앞으로 굽혀지는데 이는 몸통과는 달리 갑자기 나타나지 않고 수분 정도 유지되며 통증은 동반되지 않았다(Fig. C). 두 증상은 비슷한 시기부터 나타났으며 둘 다 점차 심해지는 경과였다. 증상 발생 초기에는 하루 중 수회 정도 간헐적으로, 주로 보행 시 증상이 나타나다가 진찰 당시에는 훨씬 빈번해졌고 특히 보행 중에는 거의 지속적으로 발생하였다. 신경계진찰에서 목빗근 및 등세모근의 근력을 포함하여 뇌신경 검사와 양측 상하지의 근력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근비대와 근위축, 근섬유다발수축(fasciculation)은 없었다. 감각기능 검사에서 감각 수준(sensory level)과 감각 해리(sensory dissociation) 등의 뚜렷한 이상은 없었다. 깊은 힘줄반사는 양측 상하지에서 모두 항진되어 있었으나 호프만(Hoffman), 바뱅스키 징후(Babinski sign)는 없었다. 소뇌기능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보행 시 상체의 가쪽 굽힘(lateral flexion)의 근간대경련이 반복적으로 나타났고, 오른쪽 목빗근의 돌출을 동반한 목의 앞쪽 굽힘과 왼쪽 회전 양상의 기운목(torticollis)이 수초간 지속되다가 없어지는 양상이 반복되었다. 이러한 몸통의 근간대경련과 목의 근긴장이상은 보행뿐만 아니라 다른 항목의 신경계진찰 중에도 나타났다. 두 증상은 입원한 동안 수면 중에도 수차례 관찰되었다. 과거력에서 폐결핵, 양성 전립샘비대로 약물 치료 중이었고 발달장애, 뇌전증, 인지기능 저하는 없었다. 척수 자기공명영상 검사 결과 2-4번 경부 척추의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이 있었고 척수 내 T2 고강도 신호를 동반하였다(Fig. D). 뇌 자기공명 영상 검사에서 증상과 관련된 병터는 없었고 뇌파 검사는 정상이었다. 윌슨병을 감별하기 위한 24시간 소변 구리 농도 검사와 일반혈액 검사에서 이상은 없었다. 증상 경감을 위해 클로나제팜(clonazepam)을 투약하였고, 몸통의 근간대경련과 목의 근긴장이상 모두 뚜렷하게 호전되었다.
고 찰
본 증례에서 흥미로운 점은 척수 내 특정 분절에 국한된 병터가 두 가지 형태의 이상운동증상을 유발하였다는 것과 몸통의 근간대경련이 영상 검사에서 확인된 병터로부터 멀리 떨어진 부위의 근육분절에서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척수 자기공명영상에서 2-4번 경부 척수의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이 있고 이로 인한 압박척수병이 있었다. 환자의 증상 중 기운 목은 그와 관련된 목빗근의 운동신경세포가 1-6번 경부 척수에 분포하므로, 영상 검사에서 발견된 병터와 직접 관련되는 이차 근긴장이상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상체의 가쪽 굽힘과 관련된 근육들은 배속빗근(internal oblique abdominal muscle), 배바깥빗근(external oblique abdominal muscle), 허리네모근(quadratus lumborum)으로 이들의 운동신경세포는 6-12번 흉부 척수분절에 위치하며, 척수 자기공명영상 검사상 이 부위에서는 병터가 없었다. 병력에서 목의 근긴장이상과 몸통의 근간대경련이 거의 동일한 시기에 시작하였고 두 증상 모두 점차 악화 경과를 보인다는 점에서 서로 독립된 두 가지 이상의 원인으로 인한 증상이라기보다는 동일 병터에 의한 두 가지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다.
척수근간대경련(spinal myoclonus)은 병태생리학적으로 볼 때 척수분절근간대경련(spinal segmental myoclonus)과 척수고유근간대경련(propriospinal myoclonus)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척수사이신경세포(spinal interneuron)의 탈억제에 의한 앞뿔세포(anterior horn cell)의 과흥분으로 병터가 위치한 분절에 해당하는 근육에서 근간대경련이 발생하고, 후자는 척수고유경로(propriospinal pathway)를 통하여 신경축(neuraxis)을 따라 척수 내 다른 부위로 전파되어 전자와는 달리 여러 분절에서 근간대경련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3,4]. 본 증례에서는 구조 병터가 있는 경부 척수분절 부위에서는 근긴장이상이 발생하고, 이 척수분절에서 척수고유경로를 통하여 신경축 아래 방향으로 전파되어 흉부 척수분절에서 척수고유근간대경련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본 증례의 제한점은 전기신경생리학 검사(polymyography)를 시행하지 못하여 척수고유근간대경련에서 나타나는 확산 양상 특징을 확인하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Electroencephalography-electromyography (EEG-EMG) back averaging, 다발근전도(polymyography) 등의 전기신경생리학 검사 없이 심인성 원인을 배제하기 어렵지만[5], 입원 기간 중 수면 시에도 몸통의 근간대경련이 관찰된 점에서 정신성 원인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압박척수병에 대한 수술 치료 후 증상의 경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
한 환자에서 두 가지 형태의 척수 근간대경련이 함께 발생한 증례는 있으나[6] 척수 특정 부위 병터가 서로 다른 부위의 근육에서 근긴장이상과 척수고유근간대경련을 동시에 유발한 증례는 없었기에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