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은 그 원인이 다양하며, 현대 사회에서 전체 인구의 20-30% 정도가 불면증을 가지고 있다고 조사된 바 있을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1]. 불면증 치료제 중 졸피뎀은 감마아미노뷰티르산(γ-aminobutyric acid, GABA)의 억제 작용을 강화하는 이미다조피리딘(imidazopyridine) 계열의 약물이다[2]. 졸피뎀은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약제에 비해 금단 위험과 의존에 의한 남용 가능성이 낮아 불면증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3]. 현재까지 졸피뎀 남용에 의한 부작용 사례들이 다수 보고된 바 있으나, 갑작스러운 복용 중단에 의해 발생한 이상 증상의 사례는 적은 수만 보고되었으며, 복용 중단 이후 48시간 이내 발생한 경련발작 사례들만 있다. 저자들은 졸피뎀 의존 환자에서 복용 중단 이후 4일째에 발생한 경련발작의 사례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며, 해당 약물의 처방에 있어 주의점을 상기해 보고자 한다.
증 례
경련발작의 병력이 없는 41세 여자가 내원 당일 전신강직간대발작(generalized tonic-clonic seizure)이 있어 내원하였다. 발작의 지속 시간은 각각 1-3분 사이였으며, 목격자의 진술에 따르면 환자가 갑자기 쓰러져 전신이 뻣뻣해졌고, 얼굴에 청색증이 동반되면서 고함을 질렀다고 하였다. 각 경련발작은 약 2시간 동안 총 3회 반복되었고, 발작 사이에는 의식을 회복하였다.
본원 응급실 내원 당시 활력징후는 혈압 125/84 mmHg, 맥박 107회/분, 체온 36.6℃로 특이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신경계진찰에서도 근력, 감각, 심부건반사, 소뇌기능 검사 및 기타 뇌신경 검사상 이상 소견이 보이지 않았다. 당시 환자의 의식 상태는 명료하였으며, 경련발작 당시의 상황만 기억하지 못하였다. 신체 검사상 좌측 눈 주위 전체로 멍과 찰과상이 있었으며, 이는 경련발작 시 넘어진 이후에 발생하였다고 환자가 진술하였다. 병력 청취에서 뇌전증의 과거력, 두부 외상, 열성 경련은 없었으며, 과거력상 주요 우울장애 및 불면증을 진단받은 적은 있었으나 최근 감염력은 없었고, 음주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보고하였다. 혈액 검사에서도 저명한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내원 당시 시행한 뇌 컴퓨터단층촬영 및 뇌 자기공명영상에서도 저명한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며(Fig. 1), 뇌파 검사도 정상 소견을 보였다(Fig. 2).
이는 환자가 처음 경험한 경련발작이었지만,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입원하여 두 차례의 뇌파 검사를 시행하였으나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뇌파 모니터링을 하는 도중 암시를 주면서 시행한 식염수 유도 검사에서도 발작파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고 다시 시행한 문진에서 환자는 타 병원에서 5년 이상 항우울제를 처방받아 투약하고 있으며, 동반된 불면증에 대해서 졸피뎀을 처방받았다는 사실을 진술하였다.
우울증으로 유지 중인 약물은 쿠에티아핀(quetiapine) 25 mg과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 20 mg으로 1년 이상 용량 및 용법에 대한 변화는 없었다. 다만 3년 전부터 졸피뎀을 복용하기 시작하였고, 내원 7개월 전부터 정신과 약을 처방받은 병원과 상의 없이 스스로 천천히 복용량을 늘렸다고 보고하였다. 이후 여러 병원을 방문하여 졸피뎀을 처방받아 복용량을 늘린 뒤부터 낮에도 잦은 졸음을 겪었다고 하였고, 이 때문에 의사와 상의 없이 스스로 본원 내원 4일 전부터 갑작스럽게 졸피뎀을 전부 중단하였던 상황이었다. 환자는 졸피뎀을 하루에 한 번 10 mg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스스로 하루에 졸피뎀 90-187.5 mg을 시간을 정하지 않고 2-3번에 걸쳐 분할하여 복용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상기 정황을 고려하였을 때 환자의 경련발작을 졸피뎀 금단 발작(zolpidem withdrawal seizure)으로 진단한 뒤, 입원 기간 동안 항경련제 도입 없이 졸피뎀을 제외한 다른 약물(쿠에티아핀, 에스시탈로프람)은 기존 용량을 유지하였고, 불면증에 대해서는 단기 작용하는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약물인 로라제팜(lorazepam)을 처방하였다. 환자는 재원 중 입면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았고, 진전과 불안을 포함한 졸피뎀 금단 증상 또한 보이지 않았다. 심전도에서 분당 100회 이상의 빈맥이 측정되었지만, 이와 관련하여 환자가 호소한 주관적인 증상은 없었다. 환자는 퇴원 후 2개월이 지난 시점에 방문한 외래에서도 경련발작의 재발은 보고하지 않았으며, 최종적으로 항경련제 없이 본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추적 관찰 중이다.
고 찰
졸피뎀은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약물에 비해 근이완, 항경련 및 항불안 효과는 적고, 남용 또는 의존 가능성이 낮다고 알려져 널리 사용되고 있다[4]. 졸피뎀이 작용하는 GABA-A 수용체는 α1, α2, α3, α4, α5의 소단위수용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 중 α1 소단위는 수면에 관여하고, α2 소단위는 항불안 작용에 관여한다. 졸피뎀은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약제에 비해 선택적으로 α1 소단위에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
졸피뎀 복용 중단에 따른 경련발작의 원인은 장기간 고용량 졸피뎀을 복용하는 경우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α1 소단위 이외에도 졸피뎀이 낮은 친화도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진 α2, α3, α5 소단위도 포화된다는 것에 기인하여 가설을 세울 수 있다[6]. 이로 인해 고용량 졸피뎀을 갑자기 중단하면 불안, 심계항진, 경련발작 등의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약제의 금단 현상에서 보일 수 있는 증상들이 동일하게 나타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졸피뎀 복용 중단 이후 금단 현상 발생과 관련된 중요한 위험인자는 용량과 복용 기간이며, 동일한 복용량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높은 혈청 졸피뎀 농도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7]. 본 증례의 환자는 이들 위험인자를 모두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졸피뎀을 대사하는 사이토크롬(cytochrome) P450 3A4 동종 효소의 억제제인 에스시탈로프람을 같이 복용하였기 때문에 복용량에 비해 실제 졸피뎀 혈장 농도가 더욱 오를 수 있어 졸피뎀 복용 중단 시 주의가 필요하였다[8]. 다른 졸피뎀 금단 발작 증례들은 중단 이후 48시간 이내 나타난 것으로 보고되었으나 본 증례에서는 중단 4일 이후 경련발작이 나타났던 이유 또한 에스시탈로프람에 의해 대사가 억제되어 약동학적으로 졸피뎀이 체내에 오래 남아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저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현재 진료 지침에서 졸피뎀은 4주 이내의 불면증 단기 치료에는 효과적이지만, 4주 이상의 장기 사용 시에는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어 권고되지 않는다[9]. 하지만 졸피뎀의 장기 처방을 막기 위해 처방 기간을 제한하거나, 중복 처방에 대한 알림을 표시하는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국내 진료 현장에서는 졸피뎀을 장기간 또는 고용량 복용하는 환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이루어진 역학 조사에 따르면, 국내 졸피뎀 처방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불면증을 가지고 있는 환자군에서 졸피뎀은 가장 많이 처방된 수면제이다[10]. 이로 인해 국내에서 졸피뎀의 오남용 및 부작용과 관련된 사회적인 문제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수면 전문가들의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