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의 세계적 유행으로 인해 신속한 백신의 출시가 필요해졌다. 따라서 몇몇 백신들은 환자에게 새로운(de novo) 면역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나 환자의 기저 자가면역 질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충분한 안전성 시험을 하지 못한 채 출시되었다[1].
최근 COVID-19 백신 접종 이후, 도움T세포(helper T cell)들을 활성화하여 항체의 생성을 유도한다는 증거들이 발표되었다. 특히, mRNA 백신은 다른 불활성화 백신들에 비해 유전적으로 취약한 특정 개인에서 전염증성(proinflammatory) 사이토카인의 생성 및 분비를 유발하고, 빠르고 강한 선천면역과 후천면역계를 활성화하여 자가면역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2]. 하지만 이에 대한 인과는 현재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이에 관하여 몇몇 증례 보고들 외에는 제대로 된 연구가 거의 없다.
과거 연구에서 COVID-19 감염 이후, 골수세포과산화효소(myeloperoxidase) 수치가 증가한다고 알려졌다[3]. COVID-19 감염과 mRNA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 반응이 완전히 같지는 않으나, mRNA 백신 접종을 통하여도 골수세포과산화효소 수치의 증가 등을 통한 자가면역 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있다[1,2].
이에 저자들은 과거 자가면역 질환이 없던 환자에서, 이종(heterogenous) COVID-19 백신 추가 접종(booster vaccination) 이후 발생한 중추신경계 골수세포과산화효소관련 혈관염을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한 증례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70세 남자가 1달 전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심해지는 사지의 근력 저하로 응급실에 왔다. 당뇨병 외 다른 과거력은 없었으며, 40갑년의 흡연력이 있었다. 사지의 근력 저하를 처음으로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3일 전, 3차 COVID-19 백신으로 mRNA1273 (Moderna®) 백신을 추가 접종한 이력이 있었다. 1차, 2차 백신으로는 ChAdOx1 nCoV-19 (Oxford Astra-Zeneca®)를 접종하였으며, 당시 특별한 이상 반응은 없었다.
체온은 37.8°C였고, 혈압 124/71 mmHg, 맥박 85회/분, 호흡 20회/분이었다. 신경계 진찰에서 뇌신경 기능 및 감각 기능은 정상이었고, 위운동신경세포징후(upper motor neuron sign)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양측 상지 마비(Medical Research Council [MRC] 3/3)와 양측 하지 마비(MRC 4/4)가 확인되었다. 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10,060/mm3, C-반응단백질 5.1 mg/dL, 적혈구 침강속도 54 mm/h, 혈액요소질소 19 mg/dL, 크레아티닌 1.11 mg/dL였으며, 소변 검사에서 현미경혈뇨가 동반됐다. 진행하는 근력 저하에 대해 중추신경계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척추와 뇌자기공명영상을 촬영했다. 5-7번 경부 척수에 경미한 협착증이 있었고,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왼쪽 부챗살관, 왼쪽 전두엽피질, 오른쪽 시상, 기저핵과 측두엽에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ing, DWI)에서는 고강도 신호가 보였으며 위의 병터는 제한 확산, 겉보기 확산계수(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는 낮은 값을 보여 다발급성뇌경색을 의심할 수 있었다(Fig. A-C). 모든 뇌경색 병터는 단일혈관 분포 영역과 맞지 않았고, 심전도에서 부정맥은 없었으며, 전형적인 심장성색전 허혈뇌졸중의 양상도 아니었다. 그 외 오른쪽 기저핵, 왼쪽 시상, 오른쪽 중뇌, 환자의 증상이 설명되는 양쪽 정중주위다리뇌에서 DWI에서는 신호 변화가 없었으나, T1 조영증강(enhancement)이 동반되는 T2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imaging, FLAIR)의 병터를 발견했다(Fig. D-F). 우선 뇌경색 병터 관련하여 항혈소판 요법을 시작하였고, 추가적으로 아토르바스타틴 40 mg을 투여하였다. 또한, 해당 뇌자기공명영상 소견에 기반하여, 혈관염이나 부기탈수초병(tumefactive demyelinating disease)에 대한 감별을 위해 뇌척수액 검사 및 자가면역 질환과 관련된 검사를 추가로 하였고 이에 더불어 말초신경병 감별을 위해 신경전도 검사 또한 하였다.
전체 혈구 검사에서 백혈구는 10,006/mm3 (참고치, 400-10,000)로 상승되어 있었고, 중성구는 8,004/mm3, 호산구는 230/mm3였다. 항중성구세포질항체(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ANCA) 역가가 30.2 U/mL (참고치, <5)로 올라 있었고 골수세포과산화효소에 대한 항체는 양성이었다.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 또한 1:160으로 양성이었고, 류마티스인자는 28.9 IU/mL (참고치, 0-14), C3는 82.1 mg/dL (참고치, 90-180), C4는 17.0 mg/dL (참고치, 10-40)였다. 뇌척수액 검사에서 백혈구 2/mm3, 적혈구 278/mm3, 단백질 48 mg/dL, 뇌척수액/혈청 포도당 65/122 mg/dL로 약간의 단백질 상승 외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또한, 신경 전도 검사에서는 감각운동다발신경병(sensori-motor polyneuropathy) 외 특이 소견은 없었다.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에서는 양쪽 폐에 초기 사이질 폐질환(interstitial lung disease)이 의심되는 간유리음영(ground glass opacity)이 보였고, 신장 생검에서는 미세다발혈관염(microscopic polyangiitis)에서 동반될 수 있는 초승달사구체신염(crescentic glumerolonephritis) 소견이 확인되었다.
환자는 골수세포과산화효소 양성, 사이질 폐질환, 신장 생검에서 미세다발혈관염 소견을 보여, 중추신경계 및 전신을 침범한 골수세포과산화효소관련혈관염 중 미세다발혈관염으로 진단하였고, 치료를 위해 5일간의 정맥 스테로이드 충격 요법(methylprednisolone, 1,000 mg)을 시작하였다. 양측 사지의 근력 저하가 점차 호전되어 정맥 스테로이드 충격 요법 4일째에는 MRC 5등급으로 완전히 회복되었다. 뇌 자기공명영상 추적 검사 결과, 이전 검사와 비교하여 T2 FLAIR에서 고음영 신호를 보이던 병터의 크기가 줄어들었고 조영증강되는 다발 병터들이 없어졌다(Fig. G-I). 퇴원하면서 환자는 유지 요법으로 경구 프레드니솔론(predinisolone) 60 mg을 받았으며, 싸이오퓨린(thiopurine)계 약물의 대사 산물을 변환하는 효소 활성도 이상을 검사하는 nudix hydroase 15 (NUDT-15) 유전자 검사에서 효소활성도 이상을 초래하는 변이는 발견되지 않아 외래에서 추적하며 아자싸이오프린(azathioprine) 100 mg을 추가 처방하였다.
고 찰
항중성구세포질항체관련혈관염은 작은 크기(small-sized) 혈관을 침범하는 전신 혈관염의 일종으로 혈청에 ANCA가 존재하는 질환이다. 이러한 ANCA들은 면역체계의 표적을 잘못 정하여 자체 중성구단백질을 공격하며, 주요 공격 표적은 골수과산화세포효소와 단백질분해효소3이다[4]. 이 결과로 항골수과산화세포효소항체와 단백질분해효소3항체가 형성된다. 항중성구세포질항체관련혈관염의 아형으로는 미세다발혈관염(microscopic polyangiitis, MPA), 육아종증다발혈관염(granulomatosis with polyangiitis, GPA), 호산구육아종증다발혈관염(eosinophilic GPA)과 발항중성구세포 한다. 질항체관련혈관염(drug-induced ANCA-associated vasculitis)로 분류된다. 그 중 MPA는 전신의 작은 크기의 혈관을 침범한다. 특히 신장의 사구체의 혈관을 주로 침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의 환자에서 항골수세포과산화효소항체 양성 소견을 보인다. 신경계의 침범은 흔치 않다고 되어있으나, 감각신경병, 다발단일신경염과 부기탈수초 병터 및 뇌경색으로도 발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4].
COVID-19 백신 접종과 관련된 골수세포과산화효소관련혈관염의 발병에 대한 몇몇의 보고들이 있었으며, 이러한 혈관염은 첫 번째 접종 이후에 발병한 경우[5,6], 두 번째 추가 접종 이후 발생한 경우, 7 첫 번째 접종 이후 증상이 발병하여 추가 접종에 따라 악화되는 경우 등이 있었다[6].
특히, 백신의 종류와 관련하여 바이러스벡터 백신에 비하여 mRNA 백신이 기전을 볼 때, 혈관염 등의 자가면역 질환의 발생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주로 발표된 COVID-19 백신 접종 관련 혈관염 또한 COVID-19 감염 예방을 위해 처음 사용된 mRNA 백신 접종 이후 증례가 가장 많다[2]. mRNA 백신 접종 이후, 상대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의 기전으로 COVID-19의 돌기단백질(spike protein)의 부호화(coding)을 통하여 면역 반응에 관계하는 지속적인 B세포 반응과 항원특이 제1형 도움T세포 면역을 통해 유발된 더 강력하고 빠른 선천과 후천면역 반응이 제시되고 있다[8,9].
추가적으로, 이종 추가 백신(heterogeneous boosters) 접종의 경우, 동종 추가 백신(homologous boosters) 접종 시보다 면역력이 더 증가된다고 알려져 있다[10]. 이는 본 증례의 경우와 같이 이종 추가 백신 접종 시, 동종 추가 백신 접종보다 더 강한 면역 반응으로 인하여 새로운 자가면역 질환의 발생 또는 기존 자가면역 질환의 악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관한 연구는 부족하며, 향후 정확한 역학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발병 기전이 가능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COVID-19 백신 관련 부작용과 관련하여, 혈관염은 인과성 근거불충분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증례는 자가면역 질환의 과거력이 없는 고령의 환자가 자가면역 질환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진 상태에서 COVID-19의 예방을 위하여 이종 백신, 특히 mRNA 백신 추가 접종을 실시한 이후, 유도된 면역 반응이 항중성구세포질항체혈관염 중 하나인 골수세포과산화효소관련혈관염을 일으킨 경우로 판단하였다.
그러한 판단 근거로는 첫 번째, 시간관련성이다. 현재까지 COVID-19 백신 접종 이후 새로운 자가면역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구간은 백신 접종 후 1달 이내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근거로 볼 때, 기존에 자가면역 질환을 포함한 다른 기저 질환이 없었던 70세 남자에서 COVID-19 백신 3차 접종 이후, 3일만에 증상이 발생한 점은 백신 접종과 혈관염의 관련성을 고려하기에 충분한 시간적 연관성을 보여주었다고 판단하였다. 1 두 번째로는, 다른 혈관염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원인들을 충분히 배제하였다는 점이다. 본 증례 환자의 경우, 혈관염을 유발할 수 있는 기저의 다른 자가면역 질환, 종양 및 감염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혈관염 유발과 관련된 약물 복용력도 없었다.
본 증례에서는 COVID-19 추가 백신 접종 이후 발생한 새로운 중추신경계 골수세포과산화효소관련혈관염을 보고하였다. 본 증례를 통하여 고령 환자 등에서 과거 자가면역 질환의 과거력이 없는데 새로운 자가면역 질환이 발병한 경우, COVID-19 백신과의 관련성에 대하여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정확한 백신 관련 인과성의 규명을 위하여 전 국민의 90%가 1회 이상 백신 접종을 받았으므로, 새로운 자가면역 질환의 발병 및 기존 질병의 악화 증례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이에 관한 관련성의 유무가 명확해지는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