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rault 증후군(Perrault syndrome, PRLTS)은 매우 드문(<10-6) 상염색체 열성유전 질환으로 양측 감각신경난청, 원발난소부전 그리고 신경계장애를 특징으로 한다[1]. 신경계장애는 말초 및 중추신경계에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중추신경계 증상으로는 안진, 외측 눈근육 마비, 편두통, 뇌전증, 정신의학적 증상 그리고 실조증이 보고되었다. 말초신경계 이상으로는 감각-운동다발신경병증, 근육 병증이 해당된다. 관련된 유전자로 HSD17B4, HARS2, CLPP, LARS2, TWNK, ERAL1이 알려져 있으며 각 유전자 변이에 따라 PRLTS1부터 PRLTS6 표현형으로 나누어진다[2]. PRLTS5는 사립체 DNA(mitochondrial DNA)를 안정화하는 Twinkle 단백질을 부호화(encoding)하는 TWNK유전자의 돌연변이를 보이며 국소신경학적 결손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들은 아직 국내 보고가 없는 PRLTS5 표현형 증례에 대해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한다.
증 례
24세 여자 환자가 수년 전부터 서서히 진행하는 보행장애로 병원에 왔다. 출생 시 자연 분만으로 정상적으로 출생하였고, 4세까지 정상적인 발달을 보였으며 인지장애는 의심되지 않았다. 다른 아이에 비해 걸음이 느렸으며 보행이 둔함은 있었지만 큰 지장은 없었다. 어린이집을 다니며 지체장애가 의심된다 하였고 말을 배우는 속도가 느렸다. 발달장애의 호전이 없어 지체장애 학교를 다녔다. 점차 청력이 떨어졌고, 6세에 청각 및 지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성장이 빨랐고 10대 중반에 부모보다 키가 커졌다. 초경을 하지 않았고 10대 후반 산부인과에서 일차무월경증을 진단받았다. 10대 후반부터 걸을 때 휘청거림이 심해졌고, 식사할 때나 글씨를 쓸 때 손 움직임에 지장은 없었다. 20대 초부터 걸을 때 휘청거림이 심해져 부축을 받아야 보행이 가능하였다. 환자는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으나 간혹 화를 내며 난폭해지는 현상이 점점 잦아지며 본원 신경과 외래 진료를 위해 방문하였다.
신경계진찰상 의식은 명료하고 협조적이었으나, 양측 청력장애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안면마비나 안구운동 저하는 없었으나 주시유발안진이 모든 방향에서 관찰되었다. 구음장애는 발성장애로 인해 확인되지 않았다. 상지의 근력 저하는 관찰되지 않았으나 하지의 근위부 근육부터 원위부 근육까지 전반적으로 Medical Research Council 근력 등급 4+ 정도의 근력 저하가 관찰되었다. 특징적으로 양측 발에서 요족(pes cavus) 소견이 관찰되었다(Fig. 1). 심부건반사는 상지에서 보존되어 있었고 무릎반사, 발목반사는 소실되어 있었다. 상하지에서 통각은 보존되어 있었고, 양측 하지에서 진동 감각이 저하되어 있었다. 상지의 빠른교대운동 동작에서 조화운동불능(incoordination)은 뚜렷하지 않았고 손가락-코 시험에서 겨냥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 발꿈치정강이 검사 수행 시 조화운동불능이 뚜렷하였다. 환자는 기립 시 양발의 변형으로 정상적으로 서있는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였으며, 휘청거림으로 부축 없이 걷지 못하였다. 일자보행은 수행할 수 없었다. 신경전도 검사상 감각운동다발신경 병증이 관찰되었고,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초기 뇌 병변은 뚜렷치 않았으나 1년 후 재평가하였을 때 소뇌 위축이 관찰되었다(Fig. 2).
검사실 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다. 크레아틴키나아제, 미오글로빈, 젖산, 피루브산 수치는 정상이었다. 실조성 보행 장애에 대하여 알코올, 독소(toxin), 복용 약물, 비타민 결핍, 갑상샘 기능 이상, 자가면역 질환에 대한 감별을 시도하였고, 특이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유전소뇌실조증 감별을 위해 시행한 척수소뇌실조(spinocerebellar ataxia) 1, 2, 3, 6, 7 유전자의 triple repeats 수는 정상이었다.
청력 장애와 일차난소부전, 진행성 균형감각 저하, 말초신경 장애 및 소뇌 위축에 대하여 PRLTS가 의심되어 관련 유전자에 대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을 진행하였으며 TWNK유전자의 동형접합자 변이가 있음을 밝힐 수 있었다. 추가적으로 Sanger sequencing을 통해 부모로부터 하나씩 유전된 것을 확인하였다.
환자는 무월경에 대하여 산부인과에서 약물 치료 중이었다. 간헐적인 감정조절 장애에 대하여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 투여 시 큰 호전은 없었고,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을 투여한 후 빈도와 강도가 줄었다.
고 찰
PRLTS는 매우 드문 질환으로 서서히 진행하며 신경계장애를 동반하는 경향이 있다. 초기 청력 저하나 지적능력 저하는 외견상으로 드러나지 않고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어 감별이 어려우며, 난소기능부전 또한 성장기를 거치며 나타나므로 초기에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경우 4세까지 정상적인 발달을 보였고 이후 걸음이 느려지는 등 경미한 장애가 진행하여 신경계 이상에 대한 진찰 기회가 없었다. 환자의 경우 요족이 관찰되어 말초신경장애는 상당 기간 동안 진행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존 보고에서 감각운동축삭다발신경 병증은 대부분의 증례에서 관찰되어[3] 이는 PRLTS의 특징적인 신경계 이상이라 할 수 있다. 환자의 경우 초기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뚜렷한 이상이 없었는데 1년 동안 보행장애가 진행하며 소뇌 위축이 관찰되어 중추신경계 이상이 초기에 동반되지 않고 질병 경과상 동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전 보고에 따르면 PRLTS 환자의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소뇌 위축은 드물게 보고되었고, 추적 관찰상 발견되는 경우가 있어 진행 단계에 따라 동반되는 증상으로 생각된다[4]. 따라서 초기 실조증이 관찰되지 않더라도 신경계 이상을 동반하는지 관찰이 필요하다. PRLTS에서 흔히 보이는 전신 증상은 신경계, 내분비계, 근골격계 등에서 나타나며 현재까지 해외 사례[2]에서 관찰된 임상 양상을 Table 1에 정리하였다.
PRLTS는 여러 유전 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그중 TWNK유전자 변이는 대부분 신경계 이상 소견을 동반한다. TWNK유전자의 c.1306G>A, p.Gly436Arg 변이에 대한 보고가 있었는데[5], 이는 본 환자와 다른 뉴클레오티드 변이이나 동일한 아미노산 치환(amino acid substitution)이며 청력 소실이 동반된 실조증, 난소부전, 말초신경 장애 등의 증상이 발현되어 본 증례와 표현형이 유사하였다. 본 증례의 경우 DNA 염기 변이는 다르나 아미노산 변이는 같아 동일한 표현형을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저자들은 현재까지 보고되지 않은 한국인 성인에서 발견된 PRLTS의 뉴클레오티드상 새로운 변이를 보고한다. 또한 기존 아미노산 치환과 동일한 변이에서 발생한 임상 양상을 정리하여 유전자형-표현형 연관성(genotype-phenotype correlation)에 대한 증거를 강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