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나이뇌졸중(young age stroke)의 뇌경색은 전통적 위험인자인 큰동맥죽상경화(large artery atherosclerosis)나 소동맥폐색(small artery occlusion)과 같은 위험인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1]. 그중 뇌동맥박리는 젊은나이뇌졸중 환자의 주요 원인으로, 국소신경계증상과 함께 두통을 흔히 동반한다. 전방순환계보다 후방순환계에서 많이 보고되며 가장 흔한 위치는 척추동맥이다. 척추동맥박리는 주로 외상이나 물리적 외력, 신체 과다 활동과 관련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비외상성으로 기저동맥에 국한되어 발생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후방순환계 뇌경색은 소뇌부종, 의식 저하, 감금증후군 등으로 진행되며 임상 경과가 불량할 수 있어 빠른 진단이 필요하다[2].
동맥박리는 혈관 내막을 파열시키며 내막과 중막 사이 동맥벽내혈종을 형성하게 되고, 노출된 내피밑층에서 혈전이 발생하거나 협착 혹은 동맥류를 일으킨다. 진단은 표준검사법인 뇌혈관조영술과 비침습적 검사인 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혈관조영검사, 혈관벽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검사 등이 있다. 이중내강징후(double lumen sign), 내막편(intimal flap), 진주목걸이징후(pearl and string sign), 초승달징후(crescent sign) 등이 뇌동맥박리 진단에 이용되는데, 비조영증강뇌CT에서 기저동맥의 초승달징후가 보고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본 증례에서는 두통과 편마비를 주소로 내원한 젊은 환자에서, 급성기 비조영증 강뇌CT에서 기저동맥박리를 확인하고, 혈관벽 MRI 영상으로 확진한 비외상기저동맥박리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한다.
증 례
29세의 여자가 내원 1주일 전부터 머리가 아파 오다, 2일 전부터 갑자기 깨질 듯한 두통과 우측 편마비로 외래에 왔다. 양측 이마 주변부에 깨질 듯한 통증이 있어 진통제를 복용하였으나 일시적 완화가 있었을 뿐, 두통이 반복되었다. 2일 전 저녁 스트레칭을 하면서 물구나무서기 자세를 반복하는 도중, 두통 악화 및 구음장애가 함께 있어 집 근처 응급실 방문하여 진통제 주사를 처방받은 후 호전되어 퇴원하였다. 내원 전날 다시 두통과 구음장애가 있어 본원 응급실에 방문하였으나 비조영증강뇌CT에서 지주막하출혈 등의 소견은 없었고, 진통제 주사 처방 후 증상이 호전되어 퇴원하였다. 내원 당일 아침 지속되는 두통(시각아날로그척도 3-4), 구음장애와 함께 오른 팔다리의 위약감이 있어 병원에 왔다. 평소 건강했고, 진통제 이외 복용 중인 약물은 없었다. 매일 아침 스트레칭, 가벼운 체조나 물구나무서기를 했으며 외상력은 없었다. 신경계진찰에서 우측 안면마비, 우측 편마비로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척도 상지 4, 하지 4 그리고 구음장애(National Institute of Health [NIH] 뇌졸중 척도 4점)가 확인되었다. 혈관 기인 두통 감별을 위해 경동맥과 두개강내CT혈관조영검사를 시행하였다. 교뇌 앞쪽 기저동맥에서 고음영 초승달 모양의 편심성 협착과 혈관벽 비대가 관찰되었다(Fig.). 급성 뇌졸중에 대한 감별을 위해 뇌 MRI와 혈관벽 MRI를 추가 시행하였다. 확산강조영상에서 좌내측 교뇌에서 고신호강도가 확인되었고(Fig.), 혈관벽 MRI에서는 기저동맥의 협착과 편심성 모양의 혈관벽 내 고신호강도가 관찰되어 동맥박리가 진단되었다(Fig.). 아스피린 100 mg, 클로피도그렐 75 mg 및 로수바스타틴 20 mg 복용을 시작하였고 이후 운동 기능의 호전을 보이며 입원 7일째 수정Rankin 척도 1점으로 퇴원하였다. 8개월 뒤 추적 혈관벽 MRI에서 기저동맥박리로 인한 협착 부위는 호전되었다(Fig.).
고 찰
본 증례는 두통과 두통과 편마비가 있는 환자에서 비조영증강뇌CT의 고음영초승달징후만으로 기저동맥박리를 확인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일반적으로 벼락두통이 있는 경우, 뇌영상 및 혈관촬영검사 등을 이용해 지주막하출혈 등의 감별이 필요하다.3 뇌혈관조영술은 침습적이며, 드물지만 혈관손상이나 뇌졸중과 같은 합병증의 위험이 있다. MRI 혹은 MR혈관조영검사는 요오드화 조영제 사용과 방사선 조사의 부담이 없고 고해상도혈관벽 MRI는 혈관 내피에서의 변화까지 알아볼 수 있으나 검사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4]. 뇌 CT는 비침습적이면서 빠르게 검사를 할 수 있고, CT혈관조영검사를 이용하여 이중내강징후(double lumen sign)나 먼쪽(distal) 협착을 확인함으로써 동맥박리를 진단할 수 있다. 추가로 비조영증강뇌CT의 뇌혈관 단면 고음영초승달징후는 뇌동맥박리 초기 발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기저동맥박리는 뇌졸중 환자 10만명 중 0.25명에서 발생할 정도로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5]. 박리가 기저동맥내막 및 중막까지 침범할 경우 뇌줄기뇌경색이 발생하여 운동 약화나 감각이상, 뇌신경마비, 의식 저하 등 다양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혈관 외막을 침범하는 박리는 동맥류 발생과 파열에 따라 지주막하출혈을 야기해, 갑작스러운 의식 저하 및 급사가 발생하는 경우도 보고된 바 있다[6]. 증례의 환자는 추가적인 증상의 진행 없이 항혈소판제만으로 신경계증상과 영상에서의 호전을 보였다.
국소 신경계징후를 동반하는 두통의 감별 질환으로는 뇌출혈, 뇌혈관기형, 조짐편두통 등이 있으며, 그중 조짐편두통의 하위 유형 중 하나인 반신마비편두통은 1만 명 중 1명 정도로 발생하는 드문 질환이다[7]. 진단기준으로 가역적인 운 동 약화 혹은 국소신경계증상이 반복되어야 하고, 영상으로 이상이 없어야 정의할 수 있다. 증례의 환자는 일주일 전부터 두통이 있어 왔고, 2일 전 심한 두통과 구음장애가 발생한 후 신경계증상이 일시적으로 호전되었다가, 내원 당일 우측 위약감이 발생한 후에는 호전이 없어 반신마비편두통의 배제는 임상적으로 가능한 상태였다.
두통을 동반하는 편마비 환자에서 빠른 진단을 내리는 것은 중요하다. 본 증례는 두통을 동반한 국소신경계징후가 있을 때 비조영증강뇌CT촬영으로 기저동맥박리 진단을 했던 증례로, 뇌동맥박리가 의심되는 환자에서 뇌혈관조영과 함께 고음영CT초승달징후를 이용하면 진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되어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