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측직근 마비는 안구의 내전의 제한이 발생하는 눈돌림신경의 부분 마비로 여겨지나, 매우 드문 경우로 허혈성 뇌경색에 의한 핵사이안근마비(internuclear ophthalmoplegia, INO)와 증상이 일치하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1]. 단안의 내전마비의 원인으로 드물게 중증근무력증, 두개내압 상승, 지주막하출혈이 알려져 있으나 허헐뇌경색에 의한 안쪽 세로다발의 손상으로 발생한 INO가 가장 흔하다[
2]. 뇌동맥류에 의해 눈돌림신경을 비롯한 뇌신경마비가 발생할 수 있지만 앞교통동맥동맥류는 눈돌림신경 또는 그 핵과 해부학적 위치가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에 멀기 때문에 내측직근 마비의 우선적 원인으로 제시되기 어렵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동맥류의 파열은 뇌압 상승, 혈관연축을 발생시키고, 이로 인해 다양한 비정형적 신경학적 증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4]. 저자들은 두통, 안구통이 동반된 좌안의 내전장애를 보이는 환자가 허혈뇌경색에 의한 INO로 오인되어 치료하던 중, 신경계진찰과 혈관조영술을 통해 파열이 임박한 양상을 보이는 앞교통동맥동맥류에 대해 혈관 내 치료를 시행 후 신경계증상이 완전히 회복된 경우를 경험하여 보고한다.
증 례
70세 여자가 4일 전부터 갑자기 시작된 두통 및 1일 전부터 시작된 수평복시로 응급실에 왔다. 머리 전반에 걸친 두통은 특히 왼쪽 안구 내측부터 후두부까지 당기는 듯한 양상이었고, 보행 시 물체가 2개로 보이며 어지럽다고 하였다. 신 체 진찰에서 혈압은 159/89 mmHg, 맥박수는 74회/분으로 확인되었으며 안구돌출이나 안구충혈, 안검하수, 안구편위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신경계 진찰에서 좌안의 내전장애 및 우측 주시 시 유발되는 수평복시가 관찰되었다. 해리안진(dissociated nystagmus)이나 단속안구운동(saccade)의 이상 소견은 없었다. 동공 크기와 빛반사를 포함한 뇌신경검사, 사지의 운동, 감각검사 그리고 심부건반사에서도 모두 정상이었다. 환자는 고지혈증에 대해 치료 중이며 혈액검사에서 총 콜레스테롤 208 mg/dL (정상범위 <220 mg/dL), 저밀도 지질단백 137 mg/dL (정상범위 <140 mg/dL)가 상승되어 있었다. 당화혈색소, 갑상선호르몬검사, 요검사, 심전도, 가슴X선에서 다른 혈관 위험인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입원 당일 시행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외안근, 경정맥동, 내경동맥에 이상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고 확산강조영상에서도 급성 허혈병변이 보이지 않았다. 전교통동맥에 작은 동맥류가 확인되었으나 증상과 무관할 것으로 판단하였고, 급성 허혈성 INO에 준하여 항혈소판제(아스피린 100 mg/일, 실로스타졸 100 mg/일) 및 고농도 스타틴(로수바스타틴 20 mg/일) 치료를 시작하였다. 입원 4일 차, 환자는 지속적인 두통, 수평복시 등을 호소하였고 뇌줄기의 허혈성 병변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로 시행한 확산 강조영상 및 T2영상에서 급성 뇌경색을 시사하는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보다 상세한 신경학적 진찰상 내전장애는 전정 안구반사(vestibulo-ocular reflex, VOR)에 의해 극복되지 않았고, 근접반사(near reflex)에서 눈모음(convergence)의 제한이 관찰되어 INO보다 눈돌림신경의 부분 마비에 의한 내측직근 단독 마비로 판단되었다(
Fig. A). 대퇴동맥경유뇌혈관 조영술(transfemoral cerebral angiography)에서 전교통 동맥에 width×height×neck 2.22×1.83×1.27 mm의 작은 동맥류가 관찰되었으나 천장(dome)에서 최근 파열이 강하게 의심되는 모양의 딸낭(daughter sac 또는 bleb)이 관찰되었다(
Fig. C,
D). 입원 5일 차 전신마취하에 코일색전술을 시행하였다. 시술 직후부터 환자의 두통, 안구통은 소실되었고, 좌안 내측직근 마비의 완전한 회복을 보이며 입원 7일 차에 퇴원하였다(
Fig. B).
고 찰
실제 임상 진료에서 단안의 내전마비가 관찰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신경학적 질환은 INO이다. INO는 다양한 안구 운동의 조정에 필수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인 안쪽세로다발(medial longitudinal fasciculus, MLF)의 병변으로 인해 발생한다[
5]. 허혈뇌경색에 의한 INO는 뇌자기공명 확산강조영상에서 대부분 확인된다[
2]. 그러나 병변의 크기가 매우 작고 초급성기에 위음성으로 관찰될 수 있기 때문에 확진을 위한 추적 신경영상검사 필요할 수 있다[
6]. 그러나 본 증례에서는 뚜렷한 신경계 이상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증상 발생 5일째, 9일째에 두 차례 뇌자기공명영상을 시행하였으나 뇌줄기에 INO의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병변이 관찰되지 않았다.
따라서 허혈뇌경색에 의한 INO를 시사하는 신경영상 소견이 관찰되지 않을 때, 눈돌림신경의 부분적 손상으로 나타나는 내전마비와의 구분을 위해 세심한 신경학적 진찰이 요구된다. 임상적으로 INO와 눈돌림신경의 부분 손상에 의한 내전마비는 모두 수평복시가 주 증상이며 VOR에 의해 마비가 극복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INO에서는 내전을 담당하는 아핵(subnucleus)은 보전되기 때문에 눈돌림신경마비와 다르게 눈모음(convergence)이 유지되는 현상(dissociation of convergence)이 관찰될 수 있다[
7]. 따라서 본 증례처럼 눈모음의 제한이 관찰되는 내전장애에서는 INO보다 눈돌림신경의 부분 손상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본 증례는 허혈뇌경색에 의한 INO에서는 관찰되지 않는 지속되는 국소적인 두통, 안구통이 동반되었고, 신경계진찰에서 MLF의 손상으로 인해 관찰될 수 있는 특징적 소견인 스큐편위(skew deviation)를 포함한 안구기울임반응(ocular tilt reaction)과 해리안진(dissociative nystagmus) 등이 관찰되지 않았다.
본 증례에서 환자가 지속적으로 내전마비에 동반된 두통을 호소하였고 동맥류의 폐색 이후 모든 증상들이 즉시 회복된 점을 미루어 보면, 뇌동맥류의 일시적 파열에 의해 본 증례의 증상이 발생했다고 고려해볼 수 있다. 두통과 동반되는 국소신경학적 증상은 대규모 파열이 임박한 동맥류의 선행 증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매우 드물지만 앞교통동맥동맥류의 파열과 눈돌림신경 마비가 증례를 통해 보고된 바 있다[
3,
8]. 과거 보고된 증례에서는 파열에 의한 대규모 지주막하출혈이 동반되었고 완전 눈돌림신경 마비가 관찰되었으나, 이와 다르게 본 증례에서는 눈돌림신경의 부분 마비로 증상이 발현되었다. 본 증례에서 관찰되는 눈돌림신경의 부분 마비는 앞교통동맥의 해부학적 위치가 눈돌림신경핵 또는 신경주행경로와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기계적 압박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본 증례의 발생 기전으로는 대규모 동맥류 파열에 선행되어 미세출혈이 발생하고 이러한 미세출혈이 뇌신경에 분포하는 소동맥들의 혈관연축을 일으켜 증상을 나타낸 것으로 제시해 볼 수 있다[
9,
10]. 실험적으로도 지주막하출혈 이후 산화스트레스(oxidative stress), 혈소판과 호중구에 의한 염증 반응, 혈관내막에서 산화질소에 의한 혈류 조절 실패 등에 의해 미세혈관의 연축 및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10]. 국소 미세출혈에 의한 뇌압 상승도 원인으로 제시될 수 있지만, 환자의 왼쪽 안구내측으로 국한된 두통 양상과 눈돌림신경의 부분 마비를 고려하면 뇌압 상승을 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내원 초기에 뇌압 상승의 증후 역시 관찰되지 않았다.
갑자기 발생한 심한 두통과 수평복시로 내원하여 INO로 오인된 환자에서 신경계진찰을 통해 INO에서 관찰되는 눈모음 해리가 없고, 신경영상에서 파열이 의심되는 뇌동맥류가 발견되어 치료 후 증상이 완전히 회복된 환자를 경험하여 보고한다. 동맥류의 대규모 파열에 앞서 발생하는 미세출혈에 의한 신경학적 증상을 오진하거나 적극적 치료가 미진할 경우 극히 불량한 예후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