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예방접종 후에 발생한 다발뇌신경병증
Multiple Cranial Neuropathies Following Zoster Vacci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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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감염은 성인 4명 중 한 명에게 일생에 걸쳐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에 지역사회에서는 감염 예방을 위한 예방접종(vaccination)이 널리 이루어지고 있고 그 효과와 위험성에 대한 의학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독성약화백신인 조스타박스(Zostavax®, Merck South Korea, Seoul, Korea)는 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환자, 장기이식이나 항암 치료,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게는 실제 대상포진 감염을 유발할 위험이 있어 접종을 금기하고 있다. 또한 정상 면역을 가진 성인에게서 예방접종 후 대상포진 감염이 보고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예방접종에 저자들은 면역기능이 정상인 사람에서 대상포진 독성약화백신에 의해 다발뇌신경병증이 발생하였고 진단에 영상 및 신경생리 검사가 도움을 준 예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특이 과거력 및 복약력이 없는 60세 여자가 10일 전부터 시작된 왼쪽 얼굴 전체의 찌르는 듯한 통증과 안면마비로 의뢰되었다. 증상 시작 3일 전에 대상포진 독성약화백신(Zostavax®)을 접종받은 것 외에 특이 병력은 없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력은 없었고 당시 국내 코로나 예방접종 시작(2021년 2월 26일)보다 약 9개월 이전에 내원하여 코로나19 예방접종력은 없었다. 환자는 10일 전 왼쪽 뺨과 귀 주위에 작은 수포 군집이 생기면서 얼굴 통증과 두통이 생겼고 타 병원에서 대상포진으로 진단받아 항바이러스 약제를 투약하였다. 투약 중에도 통증과 얼굴의 수포 병변이 악화되어 피부과에 입원해 항바이러스제(acyclovir 750 mg/day)를 일주일간 정맥주사한 후 퇴원하였다. 퇴원 이후에도 찌르고 욱신거리는 통증이 심해지고 방문 이틀 전부터는 왼쪽 얼굴 근육이 마비되어 의뢰되었다.
시진 및 신경계진찰에서 왼쪽 삼차신경의 상악 및 하악 분지 영역에 걸쳐 소포가 있었고, (Fig. A) 왼쪽 말초성 안면신경마비가 있었다(Fig. B). 안구운동, 동공 반사, 삼킴, 구역 반사 등 그 외뇌 신경기능은 정상이었다. 이과 진찰에서 우측과 비교하여 왼쪽 외이도 및 고막의 충혈 변화가 관찰되었으나 수포 병변은 보이지 않았고 언어청력검사에서 양측 청력의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증상 발생 약 2주일이 경과한 후 진행한 혈액검사 결과에서 백혈구 7,560/μL, 적혈구침강속도 32 mm/h, C-반응단백질 0.22 mg/dL였으며, 당화혈색소 6.4%, 저밀도콜레스테롤 169 mg/dL가 확인되어 각각 당뇨병 전단계, 이상지질혈증을 진단하였다. 뇌척수액검사 결과 압력 12 cmH2O, 적혈구 0/mm3, 백혈구 58/mm3 (림프구 94%, 단핵구 6%), 단백질 119.8 mg/dL, 포도당 77 mg/dL (혈청 포도당 211 mg/dL)였다. 항대상포진바이러스 항체와 항단순포진바이러스 항체 지수가 모두 양성이었고(varicella zoster virus immunoglobulin G index>10, VZV immunoglobulin M index 4.1, herpes simplex virus type 1 IgG index 5.18, herpes simplex virus IgM index 1.7)혈중 및 뇌척수액 대상포진바이러스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은 음성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중합효소 연쇄반응은 음성이었다. 그 외 항핵항체검사는 음성이었으며, 류마티스인자는 9 IU/mL였다. 그 외 신체검사 및 혈액검사에서 종양, 혈관염 혹은 면역 저하 등을 시사하는 소견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피부 소포에서 채취한 체액의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 PCR은 양성이었다.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왼쪽 삼차신경과 안면신경을 따라 조영증강되는 병변이 확인되었다(Fig. C, D). 순목반사검사에서 왼쪽 안와위신경을 자극했을 때 동측 R1과 양측 R2 반응이 유발되지 않았고, 오른쪽 안와위신경 자극에서 반대편 R2 반응이 없었다(Fig. E). 대상포진 예방접종 후 발생한 삼차신경과 안면신경을 침범하는 다발 뇌 신경병증으로 진단하였고, 증상이 점차 진행하는 양상을 보여 경구 프레드니솔론 60 mg/일 7일간 투약 후 단계적 감량과 함께 정맥내 아시클로버 600 mg을 하루 3회 10일간 투약하였다. 통증 조절을 위하여 경구 프레가발린 150 mg/일, 카바마제핀 200 mg/일, 아미트립틸린 5 mg/일 투약하였으며 삼차신경차단술을 두 차례 진행하였다. 이후 외래를 통한 추적 관찰에서 얼굴마비와 통증은 호전 추세를 보였다.
고 찰
증례의 환자는 대상포진 독성약화백신예방접종 3일 후에 삼차 신경의 상악 및 하악 분지와 안면신경에 대상포진이 발생하였다. 이전 보고에 의하면 면역저하자나 소아에게서 대상포진 예방접종 후에 감염이 속발, 확인된 사례가 있었으나[1], 정상 면역의 성인에게서 예방접종 후 발생한 감염에 대한 보고는 드물다. 국내에서는 조스타박스 예방접종 후 4일 후 삼차신경의 안신경분지와 상악분지의 대상포진과 수막염이 발생한 보고가 1예 있으나 이전에 갑상샘 암을 앓은 병력이 있었다[2].
환자는 종양, 혈관염 및 특이 약물력과 같은 면역저하를 일으킬 유발원인과 임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내원 당시 당뇨 전단계 및 이상지혈증이 진단되었다. 당뇨병, 이상지혈증은 대상포진의 발생 및 재발의 중요한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으나[3,4], 시간적 선후관계 및 질병 발현의 연관성을 고려하였을 때 이에 의한 대상포진의 감염 및 재발현의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평가하였다. 따라서 병인은 생예방접종 후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의 DNA항원에 대한 국소세포면역 반응이 유발되고 잠복하던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재활성화한 것으로 평가하였다[5]. 또한 증례의 경우 순목반사검사를 통해 무증상의 안신경분지의 대상포진감염을 확인하였으며 뇌 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 삼차신경의 침범을 발견하여 진단에 도움을 주었다.
근래에는 대상포진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및 다양한 감염병에 대하여 면역획득에 관심이 높아지고 예방접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본 사례는 건강한 성인에게서 대상포진 독성약화백신에 의한 감염을 일으킨 사례로 평가되나 국내 및 해외에서 이러한 증례가 거의 보고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여 향후 대상포진 및 다른 병원체에 대한 예방접종 후에 발생할 수 있는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의 감염과 신경계합병증의 병인, 유병률, 예후 등에 대한 후속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예방접종 저자들은 임상에서 예방접종 후 발생할 수 있는 대상포진 증상에 대하여 수주 이상의 관찰과 추적을 권고하며, 감염 의심시 신경학적인 진단 및 평가에 있어 영상검사와 신경생리검사가 도움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