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발작사지통증으로 발현한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
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 Presenting Acute Paroxysmal Neuropathic Pain in Four Extrem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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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병통증(neuropathic pain)은 중추와 말초를 모두 포함한 몸감각신경계의 손상이나 질병에 의해 유발되며 저절로 발생하는 자발통증(spontaneous pain)이나 자극에 의해 발생하는 유발통증(evoked pain) 양상을 보인다[1]. 중주신경병통증은 척수손상, 뇌졸중, 다발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 같은 질환의 아급성, 만성후유증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간혹 시신경척수염, 말이집희소돌기아교세포당단백질연관척수염(myelin oligodendrocyte glycoprotein (MOG)-associated myelitis)의 급성재발 시에 보일 수도 있다[2]. 저자들은 전형적인 척수염 증상 없이 사지의 급성발작신경병통증을 보인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 NMOSD) 증례를 경험하여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협심증 외에 특이 병력이 없던 67세 여자가 1개월 전 갑자기 시작된 사지의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왔다. 처음에는 좌측 팔다리에서 통증이 시작되었고 1-2일 후 우측 팔다리와 우측 가슴까지 퍼지는 양상이었다. 환자의 표현에 의하면 좌측은 저리면서 당기고 꼬이듯이 아프고 우측은 화끈거리면서 고추가루를 뿌린 듯, 타는 듯 아프다고 하였다. 신경병통증 양상이 사지에 처음 발생한 이후에는 매일 반복되었는데, 통증은 예측 불가능하게 발작적으로 시작하였고 양쪽 다리에서 순식간에 양쪽 팔과 우측 유방 근처로 상행하여 1분 정도 지속되다가 저절로 사라지기를 하루 10-20회 이상 반복하였다. 통증이 있는 동안에는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는 근육쇠약이나 근긴장이상은 없고 통증이 없을 때는 근력과 감각을 포함하여 모두 정상이라고 하였다. 대소변기능장애도 없었다. 통증 강도는 수치통증척도(numerical rating scale)로 9점 이상으로 환자는 울면서 점차 심해지는 통증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상황이었다. 신경계진찰에서 뇌신경기능과 상하지 근력이 정상이었고 바뱅스키징후(Babinski sign), 발목간대경련(ankle clonus), 감각수준(sensory level) 변화는 없었다. 호프만(Hoffmann)징후가 양쪽 손에서 관찰되었다. 깊은힘줄반사는 상지에서 대칭으로 약간 항진되어 보였으나 병적수준이 아니었고 하지는 정상이었다. 사지 온도통각과 고유감각(proprioception) 및 보행은 정상이었다. 레르미트징후(Lhermitte sign)는 없었다. 환자는 타 병원에서 1개월 전 척추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을 검사하였고, 저자들이 확인한 결과 T2강조 영상에서 2-3번 경부 척수에 경미한 고신호강도가 의심되었으나(Fig. 1),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은 검사여서 재촬영을 하였다. 검사 결과 동일 척수 부위의 주로 좌측에 위치한 T2고신호강도가 뚜렷하게 보였고 가돌리늄(gadolinium) 조영증강은 보이지 않았다(Fig. 2). 뇌척수액검사는 백혈구 2/mm3, 단백질 31.2 mg/dL였으며 면역글로 불린G지수 0.5, 올리고클론띠 음성이었다. 혈청 항핵항체양성(1:160)이었으나 항이중가닥 DNA 항체, 항Ro항체, 항La항체와 신생물딸림항체를 포함한 다른 자가항체는 모두 음성이었고 신경근전도검사와 몸감각유발전위검사는 정상이었다. 혈청 항아쿠아포린4항체는 양성이 확인되었고(positive [1+] in 1:10 by cell-based indirect immunofluorescence assay; EUROIMMUN, Lübeck, Germany), 항MOG항체검사는 당시 본 기관에서 불가능하여 확인하지 못하였다. 환자에게 프레가발린(300 mg/day)과 카마바제핀(200 mg/day)을 먼저 경구투여하면서 통증에서 일부 호전을 보였으나 경감 정도가 50% 미만으로 충분하지 않았고 여전히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하였다. 약제로 인한 부작용도 호소하여 추가 증량은 어려웠다. 저자들은 환자의 첫 증상 발현과 진행 속도가 매우 빨랐고 본 기관 입원시 증상 발생 1개월을 경과하는 시점이어서 만성화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비록 재촬영한 MRI에서 척수부종이나 조영 증강은 없었지만 추가로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메틸프레드니솔론[methylprednisolone] 1 g/day)을 3일간 시도해보았다. 이후 빠르게 감량하였고 환자는 치료 후 3개월인 현재 발작통증의 범위, 빈도, 강도가 모두 호전되어 주로 양하지에 국한하여 하루 1-2회의 약한 저림만 남아있고 화끈거리고 타는 듯한 통증 양상은 완전히 소실된 상태이다.
고 찰
만성통증은 NMOSD에서 흔히 동반되는 증상이다. 특히 항아쿠아포린4항체양성척수염 환자의 86%에서 통증이 있으며 이 중 4분의 1은 중증도의 통증을 호소하며 척수 병터의 개수나 확장장애상태척도(Extended Disability Status Scale)와 관계없이 MS척수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통증 강도, 낮은 약물효과 및 낮은 삶의 질이 보고되어 있다[3,4]. 만성통증 중에서도 신경병통증이 가장 흔하며 그 양상은 레르미트징후, 복부와 몸통의 이상감각과 통증(girdle sensation 또는 myelitis ‘hug’), 통증강직연축(painful tonic spasm), 사지 불쾌감각(dysesthesia) 등으로 다양하나[2-4] 급성기에서 회복된 이후에 신경병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NMOSD에서의 급성통증은 대개 시신경염의 안구통이나 3차신경통, 후두신경통 같은 두경부통증 양상이며 척수염에 의한 급성사지통증은 드물고 발작보다 지속통증 형태를 보인다[2,5]. 이런 점에서 마치 3차 신경통같은 발작사지통증이 급성으로 나타났던 본 증례는 예외적이다. 환자는 통증 발생시 비자발근긴장이상자세(dystonic posture)를 호소하지 않았고 입원 중 의료진에 의해서도 목격된 적이 없었으며 신경근전도검사에서도 발견되지 않아 통증강직연축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또한 환자는 본인의 통증에 대해 ‘타는 듯, 화끈거리는, 날카로운, 당기고 뒤틀리는, 저릿저릿한’ 같은 단어를 사용하여 구체적으로 묘사하였는데 이는 여러 신경병통증 설문에 포함되어 있는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NMOSD척수염은 척추 3분절 이상으로 길고 척수단면적을 넓게 침범하는 긴광범위횡단척수염(longitudinally extensive transverse myelitis, LETM)이 특징적이며 MS척수염과의 감별진단에 중요한 소견이다. 본 환자의 척수 병터는 3분절 미만 길이이며 단면에서도 비대칭으로 치우쳐 있어 오히려 MS척수염에 가까운 형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한 후향 분석 연구에서 NMO 환자의 7.3%가 첫 발병시 3분절 미만 병터 길이를 보였고 그들 중 일부가 항아쿠아포린4항체양성이 확인되었으며 이후 추적 기간 동안 반복 MRI 촬영 결과 LETM이 확인된 바가 있어 길이가 짧은 척수염이라도 조기에 항아쿠아포린4항체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과 평가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하였다[6]. 또한 비정형 척추 MRI 결과와 임상 증상(짧은 병터 길이, 경미한 증상, 고령 발병)을 보였으나 항아쿠아포린4항체양성으로 NMO 진단이 가능했던 증례보고[7]도 있어 특발척수염과 구별하고 재발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관련 항체검사들을 조기에 시행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본 환자의 MRI에서 관찰되는 척수 병터는 주로 좌측에 위치한데 반해 증상이 두드러지게 양측으로 나타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척수내 여러 신경전달로가 사이신경세포(interneuron)를 통해 양측으로 소통하거나 여러 연접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편측 척수 병터에 의해서도 해당 병터 수준과 그 이하에서 양측 감각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8]. MS척수염을 포함한 다른 원인에 의한 척수염보다 NMOSD척수염에서 더 높은 빈도와 강도의 신경병통증이 발생하는 이유로 몇 가지 가설이 제시되었다[2,9].
첫 번째, 통각수용기신경섬유(nociceptive nerve fiber)가 척수뒤뿔회색질(posterior horn gray matter)내 I과 II 판신경세포에서 연접을 이루는데 아쿠아포린4가 주로 중심관(central canal) 및 이와 인접한 앞뒤뿔회색질에 발현하기 때문에 아쿠아포린4항체에 의해 발생하는 NMOSD척수염의 호발 병터 위치나 병터 크기를 고려할 때 통각수용기신경섬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아쿠아포린4항체에 의한 아쿠아포린4 소실은 세포외 글루탐산을 축적시켜 척수 감각신경세포의 신경염증과 조절장애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억제신경전달물질인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mma aminobutyric acid, GABA)와 흥분신경전달물질인 alpha-amino-3-hydroxy-5-methyl-4-isoxazolepropionic acid (AMPA)신경세포 간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별아교세포(astrocyte)는 GABA의 통증억제 기능을 강화시키는 endocannabinoid 2-arachidonoylglycerol (2-AG) 분비를 촉진하는 데 아쿠아포린4항체에 의한 별아교세포 소실로 인해 GABA 기능저하 등이 언급된다.
NMOSD의 신경병통증 치료와 조절은 삼환계항우울제,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재흡수억제제, 항경련제, 아편유사제(opioid)의 단독 또는 병합 투여를 통해 이루어진다. 2제 이상 병용이 필요한 경우가 65%에 달하고 지속적인 투약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증없음(pain free) 상태에 도달한 경우는 MS에 비해 훨씬 낮았다[3]. 환자는 스테로이드 치료와 항경련제 투여에 의해 신경병통증의 강도가 매우 호전되었지만 좀 더 장기적인 경과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 증례는 척수염이 사지의 급성신경병통증 단독 형태로 발현할 수 있으며 척수염에서 전형적인 MRI 소견, 즉 LETM이 없더라도 항아쿠아포린4항체검사를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