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코로나19) 또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Coronavirus-2)은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후에 전 세계적인 유행성을 보인 감염질환이다. 현재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백신주사 접종 이후 발생하는 이상 반응으로는 두통, 근육통, 어지럼 등의 전신 반응과 혈소판감소자반병, 급성중증과민반응, 심근염, 심낭염, 골염 또는 골수염 등이 보고되고 있다[1]. 신경계이상 반응으로는 뇌졸중, 기얭-바레증후군, 뇌염, 벨마비 등이 보고되고 있다[2]. 저자들은 Pfizer-BioNTech (BNT162b2)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발생하였으며, 긴 악화 기간이라는 비정형 임상 경과를 보인 기얭-바레증후군 환자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83세 남자가 8주 전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심해지는 양하지의 근력저하로 병원에 왔다. 당뇨병, 고혈압, 협심증과 척추관협착증으로 수술을 받았던 과거력이 있었으며, 15년 전 뇌경색으로 좌측 편마비가 있어 편측 지팡이 보조 하에 보행 가능한 상태였다. 양쪽 하지 근력저하가 점점 악화되어 발병 2주 후부터는 더이상 보행기를 잡고도 걷기 어려워졌다고 하였다. 당시 타과로 입원하여 척수병 의심 하에 척추 자기공명영상검사를 하였으나 이상이 없었고, 입원 기간 중에는 증상의 악화 없이 유지되어 환자는 추가검사 거절 후 자의 퇴원하였다. 퇴원 이후에 근력저하가 더 악화되었고 첫 증상 발생 8주 후 악화 정점에 도달하여 혼자서 자리에서 거의 일어나지 못했고, 삼킴곤란으로 인해 식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으며, 호흡곤란이 지속되어 병원에 다시 입원하였다. 다시 입원하는 당시에는 급성신부전이 의심되어 신장내과로 입원하였고 양하지의 근력저하로 신경과로 진료의뢰가 되었다.
환자의 마비는 양하지에서 시작하여 상행성으로 진행하는 양상이었다. 복시, 배변장애는 없었으나 조음장애와 삼킴곤란 등 숨뇌마비가 심하였고, 호흡곤란을 보이고 있었다. 신경계진찰 결과 의식은 명료하였고 안구운동장애, 얼굴근육마비를 포함한 뇌 신경기능이상은 없었으나 이완사지마비(flaccid tetraplegia)와 이완조음장애(flaccid dysarthria)를 보이고 있었으며, 깊은힘줄반사는 양측 상하지에서 소실되었다. 또한 감각기능 진찰 결과 양쪽 손과 발에서 진동감각이 저하되었다.
첫 증상 발생 전 1개월 이내에는 발열, 설사,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은 없었으나 1주일 전 BNT162b2 코로나19 백신 1차 주사를 접종받았고, 첫 증상이 발생하고나서 26일 후에 2차 주사를 접종을 받았다. 발열, 호흡곤란에 대한 원인 확인을 위해 검사한 코로나19 polymerase chain reaction (PCR)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뇌 자기공명영상과 자기공명혈관영상검사는 이상이 없었고, 뇌척수액검사 결과 백혈구 0/mm3 (참고치, 0-5/mm3), 단백질 48.4 mg/dL(참고치, 8-32 mg/dL)의 알부민세포해리를 보였다. 첫 증상 발생 8주 후 시행한 신경전도검사에서는 양측 상하지에서 복합근육활동전위와 감각신경활동전위의 진폭이 크게 감소하였고, 말단잠복기가 약간 연장되고, 전도속도가 약간 감소한 축삭손상형의 다발신경병의 결과를 보였다(Table 1). 환자는 약 1달 뒤에 사망하여 추적 신경전도검사는 시행하지 못했다. 눈깜박반사검사 결과 양쪽 R1 잠복기의 연장을 보였고, 안면신경전도검사 결과 오른쪽이 더 심한 양측의 잠복기연장이 관찰되었다. 항강글리오사이드(ganglioside) M1 immunoglobulin G, immunoglobulin M항체, 항myelin associated gangliosides항체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혈청 면역고정전기영동(immunofixation electrophoresis)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혈장교환은 총 5차례 시행한 후 중단하였다. 혈장교환 후 양측 상하지의 근력은 Medical Research Council 1등급에서 2등급으로 좋아졌다. 삼킴곤란은 뚜렷한 호전이 없었으나 환자는 코위관을 통한 장관 영양공급을 거부하고 경구로 식사를 지속하였고 반복적인 흡인으로 인해 입원 16일째 흡인폐렴이 발생하였다. 금식 상태에서 비경구영양을 공급하면서 항생제 치료를 지속하였으나 폐렴이 계속 악화되고 급성담낭염까지 동반되어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
고 찰
본 증례는 코로나19 백신주사 접종주사를 받은 환자에서 발생하여 8주 가까이 진행양상을 보인 기얭-바레증후군의 드문 사례이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신경계통의 부작용은 백신 종류마다 조금씩 다르게 보고되고 있는데 mRNA에 기반한 BNT162b2 백신의 신경계통 이상작용으로는 벨마비, 기얭-바레증후군, 대상포진이 보고되었다.
기얭-바레증후군은 심한 급성마비를 동반하는 다발신경병 중 하나이다. 기얭-바레증후군 중 2/3 정도는 1-3주 이내의 소화기계 또는 호흡기계 감염과 관련되어 발생하고 그 외에는 인플루엔자백신, 공수병백신(rabies vaccine), 경구 폴리오백신, 파상풍백신 접종과 관련되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3]. 기얭-바레증후군의 예후와 관련된 인자로는 나이, 선행된 소화기계 감염 여부, 장애 정도, 전기생리학적검사 상에서의 축삭병(axonopathy)을 시사하는 이상 여부, 진단과 치료까지 소요된 시간 그리고 호흡기계 합병증 발생 여부가 알려져 있다[4].
기얭-바레증후군의 환자들은 보통 2주 이내에 증상의 악화정점에 도달한다. Hughes 등[4]이 1998년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첫 1주 이내에 악화정점에 도달한 환자는 전체 환자의 73%였고, 4주 이내에 도달한 환자는 98%였다[4]. 첫 증상 발생 후 최대 6주에 도달하는 경우가 보고된 바는 있으나 무척 드물다[5]. 악화정점에 도달하는 시간은 기얭-바레증후군과 만성염증말이집탈락다발신경병(chronic inflammatory demyelinating polyneuropathy, CIDP)과의 감별에 중요한 사항이다. 이 증례와 같이 급성으로 발생하였으나 일반적인 기얭-바레증후군보다 악화 정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긴 경과를 보이는 경우 만성염증말이집탈락다발신경병의 급성발병과 기얭-바레증후군 사이의 감별이 중요하다. 두 질환은 일반징후가 비슷하지만 기얭-바레증후군은 보통 2주 내에 악화정점에 도달하고, CIDP는 8주 이상의 경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소수의 만성 염증 수초탈락 여러 신경병증 환자들은 8주 이내에 악화정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6]. 기존 연구에 의하면, 두 질환을 감별할 수 있는 몇가지 임상특징들이 있다. 그중 하나로 기얭-바레증후군은 독립보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한 장애가 남거나 기계환기가 필요한 정도의 호흡근의 쇠약이 동반되지만, 이는 만성염증말이집탈락다발신경병에서는 매우 드물다[6]. 본 환자는 치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하여 장기적인 재발 경과를 관찰하지는 못해 감별 진단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급성기에 2회의 증상의 악화가 있었고, 총 8주에 걸쳐 근력저하가 악화정점에 도달하였다. 오랜 기간에 걸쳐 악화되는 경과를 보였으나 호흡곤란과 잦은 흡인이 동반되었다는 점과 혈장교환 치료를 받았음에도 독립보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한 장애를 발생시켰다는 점에서 만성염증말이집탈락다발신경병의 급성발병보다는 기얭-바레증후군에 합당할 것으로 생각한다.
코로나백신 접종 이후에 기얭-바레증후군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 바이러스 매개체(viral vector) 백신인 Janssen 코로나19 백신은 기얭-바레증후군의 발병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전령 RNA 백신인 Pfizer-BioNTech 백신과 Moderna mRNA-1273 백신은 그 위험성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7]. 단 본 증례의 경우, 선행 감염 또는 다른 백신 접종력 등 기얭-바레증후군의 위험인자가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였고, 코로나 전령 RNA 백신 접종과 발병 간의 분명한 시간적 선후관계를 보였다. 이에 향후 전령 RNA 백신 접종과 기얭-바레증후군 발생 간의 연관성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바이다.
또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양하지 쇠약이 발생한다면 기얭-바레증후군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진단 검사와 조기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가능한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은 예후와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