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뇌혈관박리로 발현한 혈관엘러스-단로스증후군의 예
A Case of Vascular Ehlers-Danlos Syndrome Presenting with Multiple Cerebral Arterial Disse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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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Vascular Ehlers-Danlos syndrome (vEDS) is caused by dysfunctional COL3A1 gene for type III procollagen. It presents with translucent skin, easy bruising, and arterial dissection. It has the worst prognosis among various types of EDS with hollow-organ rupture as the leading cause of death, mounting to the median life expectancy of mid-40s. We report a rare case of vascular Ehlers-Danlos syndrome presenting late in the fifth decade of life with multiple arterial dissections isolated to cerebral arteries.
혈관엘러스-단로스증후군(vascular Ehlers-Danlos syndrome, vEDS)은 아교질의 기능이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질환으로 반투명한 피부, 출혈경향, 내장 또는 혈관파열로 발현하는 질환이다. 대부분 3형 아교질이 암호화되어있는 COL3A1유전자변이에 의해 발생하고, 보통 염색체우성으로 유전되며 가족력이 있어 청년기 이하에서 조기에 진단되는 경우가 흔하다. 대한민국에서의 유병률은 100,000명 중 0.5에서 2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확정적 치료법은 없으나 생활양식 교정과 향후 약물 및 수술적 치료에 있어 주의를 요하기에 빠른 진단이 중요하다[1-4]. 저자들은 두통외 신경계 진찰과 신체검사에서 이상을 동반하지 않고 유발인자가 없는 자발성 다병소성 뇌혈관박리로 발현한 장년층 연령의 환자에게서 vEDS를 진단하여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49세 여자가 내원 3주 전 시작된 두통으로 왔다. 두통은 아침 기상시 갑자기 발생하여 지속되었고, 좌측 측두부에서 후두부로 이어지는 살을 베는 듯한 양상이었으며, 시각아날로그척도 8점 정도였다. 구역, 구토, 빛 공포증, 소리 공포증은 동반되지 않았고 두통을 악화시키거나 완화시키는 요소는 뚜렷하지 않았다. 시각 증상을 포함한 조짐 이외 및 국소신경학적 증상은 동반되지 않았다. 신체검진상 반투명한 피부, 피부 탄력도 감소, 멍든 흔적, 돌출된 안구 등을 포함한 이상은 없었다. 증상 발생 전 외상, 발살바 수기 또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같은 고위험 운동의 병력은 부인하였다. 수마트립탄은 효과가 없었고, 아세트아미노펜, 나프록센, 트라마돌에 두통 강도가 일시적으로 감소되었으나, 다시 악화되는 양상이었다. 이에 타원에서 뇌혈관 자기공명영상검사 후 좌측 척추 동맥 4분절 (the fourth segment of vertebral artery, V4) 부위 3 mm, 우측 척추 동맥 3, 4분절 부위 3.5 mm 크기로 뇌혈관 내강의 확장이 의심되는 소견 및 협착 동반 소견으로 본원에 회송되었다.
내원 당시 혈압은 156/100 mmHg였고 그 외 활력징후는 정상범위였으며, 신경계진찰에서 이상 소견은 없었다. 과거력 상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에 대해 약물 복용 중에 있었다. 이외 남동생이 30대 때 뇌출혈로 사망한 가족력이 있었다. 뇌 CT 혈관조영(computed tomography angiography, CTA)에서 우측 후하소뇌동맥(posterior inferior cerebellar artery)의 확장을 동반한 협착 병변, 좌측 경부내경동맥의 방추형 확장을 동반한 국소협착이 확인되었으나 관류 CT 영상에서는 후방순환계를 포함한 뇌 전야에서 관류저하는 확인되지 않았다.
병변의 성상을 평가하기 위해 시행한 대퇴동맥경유뇌혈관조영술(transfemoral cerebral angiography, TFCA)에서는 우측 후하소뇌동맥의 방추형 확장과 양측 경부, 추체, 및 해면 분절 내경 동맥의 방추형 확장이 확인되었으나 내막 피판, 가강 또는 이중내강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Fig. 1). 두개강 내에 혈관 병변들의 성상을 확인하기 위해 고해상도 혈관벽 자기공명영상(high-resolution vessel wall imaging [HR-VWI] with MRI) 촬영하였고 우측 V4척추동맥에서 벽내 혈종을 동반한 분절성 방추형 확장과 동심성, 편심성 조영증강이 모두 확인되었으나 그 외 혈관 병변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Fig. 2). 따라서 시간적 분포를 보이는 다발뇌동맥박리로 판단하였으나 이를 유발하는 뚜렷한 외적 요인이 없어 결체조직질환을 의심하였고, 타혈관 침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 흉부와 복부 대동맥 및 내장 동맥 CTA에서 이상 소견은 없었다 (Fig. 3). 혈액검사에서 저밀도지단백은 79 mg/dL, 당화혈색소는 6.3%, C-반응성 단백질은 정상 범위였고, 항카디오리핀항체, 항루푸스항체, 항핵항체, 류마티스인자, 항호중수세포질항체 모두 정상이었다. COL3A1유전자에 대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을 시행하였고, G3572A이형접합형변이가 확인되어 vEDS로 진단하였다.
혈압강하제를 지속하고 아스피린과 스타틴제를 복용하며 증상은 서서히 회복되었고, 1년 뒤 시행한 추적 TFCA 및 HR-VWI에서 병변 근위부의 조영증강이 대부분 소실되었고, 분절성 방추형 확장, 벽내 혈종 모두 회복된 것을 확인하였다 (Figs. 1, 2).
고 찰
COL3A1 유전자가 전사, 번역 그리고 번역 후 변형을 거쳐 전구 아교질이 되고, 세 개의 동일한 전구아교질이 왼손 방향 나선구조로 접히고 이황화결합을 이루면서 삼중 초나선구조를 띠는 3형 아교질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런 2차, 3차 구조는 전구아교질이 밀집된 구조를 이루기에 용이한 글리신(glycine, gly)을 포함한 (Gly-X-Y)n 반복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섬유아세포와 평활근세포에 의해 주로 생성되고 혈관 또는 관상 기관의 중간 막 또는 바깥막 세포외기질의 주요 구성 성분이며 조직에 신장 강도를 부여하고 주변 세포와의 상호작용을 위한 지지체로 작용하는 등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5,6]. vEDS 환자에서는 이 유전자의 변이로 인한 아교질 기능저하에 따른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vEDS가 진단된 1,231명을 대상으로 질병의 자연 경과를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과반수 이상에서 (Gly-X-Y)n 반복 단위의 글리신이 다른 아미노산으로 치환되는 변이가 확인되었고, 그 다음으로는 스플라이스 공여 자리 변이가 높은 빈도수를 보였다. 전체 환자의 평균 확진 연령은 28세였고, 전체 중간 생존 기간은 51년으로 확인되었다. 변이별 중간 생존 기간은 글리신 치환 변이의 경우 51년, 스플라이스 공여 자리 변이의 경우 37년으로 확인되었다. 글리신을 대체한 아미노산에 따라서도 중간 생존 기간이 달랐는데 아스파르테이트로 대체된 경우 49년, 세린의 경우 66년, 글루타메이트의 경우 34년 등으로 확인되었다[7]. 저자들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내에서 경동맥 및 척추 동맥의 병변과 관련된 증상으로 발현된 vEDS 사례는 4사례가 있으며 3사례에서는 경동맥해면정맥루가 발견되었고, 대부분에서 타 장기의 혈관 병변이 동반되었다[8,9]. 본 증례는 G3572A이형접합형변이에 의하여 글리신이 아스파르테이트로 치환된 사례이고 49세에 최초로 증상이 발생하여 확진된 사례로, 장년층 이상에서도 이차적 원인 없이 다발뇌혈관박리가 발생할 경우 결체조직질환에 의한 뇌혈관 병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함을 제시한다
임상 양상은 3형 아교질이 주로 분포하는 위장 및 혈관의 증상이 발생한다. 관상 기관의 증상으로는 구불잘록창자의 자발성 천공이 잦고, 대부분 결장 부분 절제술 및 장루수술을 요하며, 소장 또는 위의 천공은 드물다[5]. 임신한 여성의 경우 자궁 조직 취약성으로 인해 고위험 임신으로 분류되고 모성 사망률은 12%에 이른다[5]. 동맥과 관련된 합병증이 vEDS 환자의 가장 큰 사망원인이다. 중간 크기 이상의 동맥은 지속적인 혈역학적 스트레스(hemodynamic stress)와 전단응력(shear stress)에 노출되어 있어 이 질환에서처럼 아교질에 이상이 있을 경우 구조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박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막과 중간막사이가 박리될 경우 내강 협착 또는 폐색이 발생할 수 있고, 중간막과 외막 사이가 박리 될 경우 동맥류확장 및 동맥파열이 발생할 수 있다. 동맥과 관련된 합병증은 주로 흉부 또는 복부의 중간 크기 동맥 파열로 발현하고, 혈관이 쉽게 손상되어서 수술적 봉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머리 또는 목의 혈관을 침범하는 경우도 있어 젊은 환자에서 뇌졸중이 발생한 경우 vEDS에 대한 고려를 요한다. 혈관계 합병증의 빈도수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환자 중 34%에서 복부 혈관, 32%에서 흉부 혈관, 17%에서 두경부 혈관의 병변이 발견되었고 경동맥 또는 척추 동맥의 박리, 동맥류, 파열은 7%에서 발견되었다[7]. 조기 진단을 통하여 고혈압이 있을 경우 혈압 관리를 통해 혈관박리를 예방하고, 혈관박리가 발생할 경우 더욱 철저한 혈압 강하 치료를 통해 혈관박리의 악화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HR-VWI 추적검사가 두개 내에 혈관 병변의 감별에 있어서 유용함은 선행 보고에 의해 제안된 바 있다[10]. 종래의 영상검사 기법은 혈관 내강의 해부학적 구조 이상만을 검출하는 반면 HR-VWI는 비침습적으로 혈관 벽의 병리적 소견을 직접적으로 규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 증례에서도 TFCA를 통해 확인된 뇌혈관 박리 의심 소견을 HR-VWI를 통해 추적검사하여 뇌혈관박리 회복을 비침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장년층 환자에서도 이차적 원인없이 다발뇌혈관박리 소견이 관찰될 경우 신체검진에서 결체조직질환을 의심하는 이상 소견이 없더라도 vEDS와 같은 질환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고, HR-VWI 검사가 진단 및 추적검사로써 유용할 수 있음을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