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부암에 대한 방사선 치료가 경동맥협착을 유발한다는 것은 이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1]. 일반적인 경동맥협착증에 대해 경동맥내막절제(carotid endarterectomy, CEA)가 일차치료요법으로 권장되나 방사선유발경동맥협착증의 경우 CEA보다는 경동맥스텐트 삽입(carotid artery stenting, CAS)이 대체요법으로 인정받고 있다[2]. 저자들은 방사선 치료로 유발된 양측 경동맥의 중증 협착에 대해 CAS 후 장기간 추적 관찰 중 협착이 다시 진행하여 양측 모두 CAS를 재시행한 증례가 있어서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67세 남자가 아침 기상시 좌측 팔의 힘이 빠졌다가 수시간 후 호전되어 내원하였다. 타 병원에서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우측 전두엽과 두정엽에 걸친 경계구역의 급성뇌경색 및 우측 근위부 내경동맥의 심한 협착이 있어서 본원 신경과로 전원하였다. 환자는 고혈압으로 혈압약을 복용 중이었으나 그 외에 복용 중인 약제는 없었고 40갑년의 흡연력이 있으나 내원 시에는 금연 상태였다. 환자는 9년 전 좌측 경부 전이를 동반한 편도암(편평세포암종, squamous cell carcinoma)으로 수술을 받았고, 항암과 6주간 방사선 치료(55 Gy) 후 완치판정을 받았다. 입원 당시 저밀도콜레스테롤은 98 mg/dL, 당화혈색소 5.4%로 정상이었다. 뇌관류 단일 광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single 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에서 우측 전두-두정엽 경계구역의 관류와 뇌혈관 예비능의 감소가 있었다. 뇌혈관조영에서 우측 내경동맥의 협착은 North American Symptomatic Carotid Endarterectomy Trial (NASCET) 기준 90%로 확인되어 CAS를 시행 후 신경계후유증 없이 퇴원하였다(Fig. A, B).
환자는 우측 CAS 후 아스피린, 실로스타졸(cilostazol), 아토르바스타틴(atorvastatin)을 유지하였다. 시술 6개월 후 시행한 경동맥초음파에서 우측 시술 부위의 혈류는 정상이었으나 이전에는 50%이내이던 좌측 경동맥의 협착이 64%로 악화되었음이 확인되었다. 이후 1-2년마다 경동맥초음파로 추적 관찰해오던 중, 시술 4년 후(방사선 치료 13년 후) 좌측 경동맥의 협착은 71%, 최대수축기혈류속도(peak systolic velocity, PSV)는 556 cm/s로 악화되어 뇌혈관조영을 시행하였다. 뇌혈관조영에서 NASCET 기준 좌측 내경동맥의 88% 협착(Fig. E)이 관찰되었다. 또한 이전에 시술하였던 우측 경동맥스텐트 말단 부위에 NASCET 기준 81% 재협착(Fig. C)이 진행한 것을 확인하였다. 좌측 내경동맥에 먼저 CAS를 시행하고(Fig. F) 1주일 후 우측 내경동맥에 기존에 삽입된 스텐트 위쪽으로 CAS를 재시행하였다(Fig. D). 상기 시술 후에 신경계후유증은 없었다.
좌측 CAS 1년 후 추적 관찰한 경동맥초음파에서 협착의 재발은 없었다. 환자는 아스피린, 실로스타졸, 아토르바스타틴, 에제티미브(ezetimibe)를 사용하면서 저밀도콜레스테롤 70 mg/dL 이하로 유지하였으나, 4년 후 시행한 경동맥초음파에서 좌측 경동맥스텐트 삽입 부위의 내강에 43%의 중등도 협착이 다시 진행한 것을 확인하였고 PSV도 332 cm/s로 증가하였다. 7년 후 추적 관찰한 경동맥초음파에서 좌측 내경동맥의 협착은 65%로 악화되었으며 혈관내막의 궤양이 동반되어 뇌혈관조영을 시행하였고, 좌측 내경동맥은 NASCET 기준 90% 정도의 협착 소견이 관찰되었다(Fig. G). 우측 내경동맥의 협착은 두 차례 CAS 이후 안정적인 상태로 확인되었다. 좌측 내경동맥에 기존에 삽입된 스텐트 안쪽에 스텐트를 추가로 삽입하였고 시술 후 부작용은 없었다(Fig. H). 환자는 현재 3개월째 외래에서 경과 관찰 중으로, 우측과 좌측 내경동맥에 각각 2회씩 도합 4차례의 CAS를 받았으며 시술로 인한 뇌경색이나 뇌출혈과 같은 부작용 없이 수정 Rankin 척도 0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고 찰
상기 환자는 다른 혈관의 침범 없이 방사선 치료 후 발생한 경동맥협착이 CAS 후에도 지속적으로 재발한 방사선유발경동맥협착으로 진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방사선에 의한 경동맥의 손상 기전은 아직 명확하지는 않으나 제시되는 가설 중 하나로 맥관(vasa vasorum)의 폐색에 의한 허혈괴사로 혈관벽의 조직이 소실되며 섬유화로 대체된다는 설명이 있으며, 방사선 치료가 동맥의 죽경화증을 가속화한다는 가설도 있다[3]. 한 연구에서 보고된 바에 따르면 방사선 치료로 인한 경동맥협착의 유병률은 78.9%로 대조군의 21.6% 비해 월등히 높았다[1]. 뇌졸중의 발병률 역시 두경부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5.6배나 높았다[3]. 경동맥협착과 방사선량의 상관관계는 명확하지 않으나, 한 연구에서 방사선이 35 Gy 이상이면 경동맥의 동맥경화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3]. 방사선유발 경동맥협착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 방사선량 평균은 58.9 Gy로 상기 환자의 55 Gy와 비슷하였다[4].
두경부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경동맥을 검사하는 것이 필요하며 일반적으로 비침습적인 경동맥초음파가 권장되나[3], 상기 환자는 방사선 치료 9년 후 뇌경색이 발병하던 때까지 경동맥에 대해서 별도로 평가를 하지 않았다. 경동맥협착에 대한 평가 및 추적 관찰이 언제부터 언제까지 필요한지에 대해 일치된 견해는 없다. 한 연구에서는 방사선 치료 15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중증도의 경동맥협착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5]. 상기 환자 역시 방사선 치료 9년째에 처음 증상경동맥협착이 발견되어 CAS를 시행하였고,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CAS 시술에도 불구하고 재협착이 발생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방사선 치료로부터 15-20년 이후에도 경동맥의 추적 관찰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50% 이상의 증상경동맥협착이나 70% 이상의 심한 협착에서 CEA 또는 CAS 등의 혈관재생술이 필요하다. 방사선은 경동맥 혈관벽에 손상을 일으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부 조직의 해부학 변화를 일으키며, 이는 CEA로 인한 창상회복을 더디게 만들어 여러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어 방사선유발경동맥협착에는 CAS가 일차적 치료로 인정받고 있다[2]. 최근 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CAS 후 재협착의 발생률은 높지 않으나 방사선유발경동맥협착 환자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아 장기 추적 관찰시 38.9%로 나타났으며, 재시술을 시행할 정도로 심한 협착의 발생률은 8.1-10.1% 정도로 나타났다[4,6]. 경동맥초음파시 협착의 정도와 함께 혈류속도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스텐트내 재협착 치료의 가이드라인이 있지는 않으나 PSV가 300-330 cm/s 이상일 때 치료를 고려한다[7]. 상기 환자에서는 CAS 후 1-2년 간격으로 경동맥초음파검사를 시행하였으며, 우측은 4년째, 좌측은 7년째에 재협착이 치료의 적응증에 해당되어 CAS를 재시행하였다.
방사선유발경동맥협착에 대한 CAS 후 재협착의 예방에는 시술 후 항혈소판제와 스타틴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과 같은 위험인자 관리가 필요하다[6]. 본 환자는 상기 위험인자를 잘 관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재시술이 필요할 정도의 재협착이 두 번이나 반복된 드문 경우로 국내에서는 보고된 바가 없다. 결국 경부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는 주기적으로 경동맥초음파를 시행해야 하고, CAS를 받은 경우에도 장기간 추적 관찰을 하여 뇌졸중의 재발 및 경동맥폐색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