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병(Moyamoya disease, MMD)은 양측 내경동맥 원위부나 중대뇌동맥의 진행성 폐색 및 곁순환이 발달하는 뇌혈관질환이다[1-3]. 모야모야증후군(Moyamoya syndrome, MMS)은 혈관염, 섬유근형성이상(fibromuscular dysphasia), 낫적혈구병(sickle cell disease) 같은 질환과 관련된 모야모야혈관에 적용되는 용어다[3,4]. MMS와 전신홍반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 SLE)의 연관성에 대해 보고한 증례들이 있다[1-6]. 발열, 피부 발진, 관절통 등 SLE 활성기 이후 신경계증상이 발생하여 MMS가 확인되는 것이 대부분이나, 본 증례는 급성뇌경색 발생 이후 SLE 활성기 증상이 나타난 환자를 경험하여 보고한다.
증 례
50세 여자 환자가 내원 10일 전부터 좌측 상지와 하지의 위약이 발생하여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내과질환력과 가족력은 없었다. 활력징후는 정상이었고 신체검사에서 양손 마디의 압통과 30분간 지속되는 아침강직이 확인되었다. 2회의 임신 초기 자연 유산력과 1년 전부터 원인미상의 탈모가 있었으나 SLE를 시사하는 다른 증상은 없었다. 신경계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고 Medical Research Council 등급 IV의 좌측 상하지 근력저하가 확인되었으며 다른 소견은 없었다.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3,000/µL (참고치 4,000-18,000/µL), 혈색소 10.6 g/dL (참고치 12-16 g/dL), 혈소판 92,000/dL (참고치 130,000-400,000/dL)로 감소되었으며 적혈구침강속도는 65 mm/hr (참고치 0-20 mm/hr)로 상승되었으나 C반응단백질은 0.2 mg/dL로 정상범위였다. 소변검사에서 단백뇨는 없었다. 당화혈색소는 5.5% (참고치 5.0-6.0%)로 정상이었고 심전도는 1도 방실차단이 확인되었으나 동반되는 증상은 없었다. 요추천자검사에서 뇌척수액은 투명하였고, 개방압력, 뇌척수액내 백혈구, 단백질 및 포도당 수치는 정상범위였다.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우측 전두엽에서 측두엽에 걸쳐 급성기 뇌경색 병변이 확인되었고(Fig. A, B) 뇌 자기공명혈관조영술에서는 양측 중대뇌동맥 M1 폐색이 있었으며 협착부위에서 비정상혈관망과 곁순환하는 혈관이 확인되었다(Fig. C, D). 대퇴동맥경유뇌혈관조영술에서 우측 중대뇌동맥의 협착과 폐색에 동반되는 곁순환, 원위부 분지의 재구성과 우측 앞대뇌동맥에서 연수막 곁순환이 있었고 좌측 중대뇌동맥의 폐색과 이에 따른 비정상 혈관망이 확인되었다(Fig. E, F). 좌측 척추동맥 조영에서 중대뇌동맥 영역으로 확장되는 곁순환도 확인되었다(Fig. G, H). 이러한 검사 소견에 따라 MMD로 판단하고 항혈소판제 아스피린 100 mg/일 복용을 시작하였다.
자가면역항체검사에서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와 루푸스항응고인자(lupus anticoagulant) 및 항카디오리핀항체(anti-cardiolipin antibody) immunoglobulin (Ig) G 25.4 phospholipids U/mL (참고치 <12.0 GPL U/mL), 항에스엠항체(anti-Smith antibody) 8.0 AI (참고치 <1.0 AI), 항사구체기저막항체(anti-glomerular basement membrane antibody) 1.7 AI (참고치 <1.0 antibody index)로 양성이었다. 항이중가닥DNA (anti-double stranded DNA)항체, 항카디오리핀항체(anti-cardiolipin antibody) IgM, 항호중구세포질항체(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와 항Ro & La (SSA & SSB)항체는 음성이었고 C3 54 mg/dL (참고치 90-180 mg/dL), C4 6 mg/dL (참고치 10-40 mg/dL), CH50 <10.0 U/mL (참고치 41.25-94.39 U/mL)로 감소되어 있었다.
증상 발생 14일 경과 시에 38℃ 고열이 발생하였으나 특정 발열원이 없었고 세균배양검사에서 배양된 균은 없었다. 재시행한 혈액검사상 백혈구 1,700/µL로 감소하였으며 소변검사는 정상이었고 C반응단백질이 13.4 mg/dL로 상승되었다. 원인미상의 탈모, 관절통증, 백혈구와 혈소판 감소, 항핵항체와 루푸스항응고인자 양성, 항카디오리핀항체 IgG, 보체C3, C4, CH50 감소 소견은 Systemic Lupus International Collaborating Clinics classification에서 제안한 진단기준[7] 17가지 항목 중 8항목이 충족되어 SLE 진단 하에 정맥내 스테로이드 치료와 시클로포스파미드(cyclophosphamide) 투여를 진행한 이후 C3 93 mg/dL, C4 13 mg/dL, CH50 45.38 U/mL로 SLE의 활성도가 저하되고 좌측 상하지의 근력도 정상에 가깝게 호전되었다. 이후 전신의 혈전증을 배제할 수 없는 좌측 상지의 정맥 혈전이 확인되어 아스피린에서 와파린으로 약제를 변경하였고 하이드록시클로로퀸 400 mg/일 복용을 추가하였다. RNF213유전자 및 뇌관류전산화단층촬영은 환자의 거부로 진행하지 못하였고 10년째 증상 재발 없이 추적 관찰 중이다.
고 찰
MMD는 3, 6, 8, 12, 17번 염색체의 유전자 이상과 관련되며 가족력은 7-12%, 발병률은 0.07%로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1]. SLE 발병률은 0.02-0.07%로 확인된다[7]. SLE를 포함한 자가면역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MMS의 기전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항핵항체, 항이중가닥DNA항체, 항Ro항체, 루푸스항응고인자, 항카디오리핀항체가 확인되는 환자들에서 면역글로불린의 내경동맥 내막 침착과 내피밑층의 T세포 침착으로 두개내 뇌동맥 내막의 비후가 유발되어 허혈 병변을 야기하는 것을 보아 일종의 면역 기전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2,5].
SLE에서 뇌혈관사고 발생률은 15%이며, 대부분은 진단 5년 내에 발생하나 50%에서는 질병의 비활성기에 발생할 수 있다[4,6]. 많은 증례에서 SLE로 인한 발열, 피부 홍반 등 전신 증상 선행 후 MMS의 신경계증상이 발생하는 시간 순서를 보였다. 반대로 SLE 진단 이후 활성도가 심하지 않은 상태에서 MMS 증상이 발생하기도 하였다[4]. 본 증례의 경우 신경계증상이 있어 MMS가 의심된 후 SLE의 활성기 증상이 확인된 사례다.
본 증례보고에 대한 한계는 RNF213유전자, 뇌관류전산화단층촬영, 고해상도 뇌 자기공명영상을 진행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퇴동맥경유혈관조영술에서 양측 중대뇌동맥의 협착과 그에 동반된 비정상 혈관망 및 곁순환 소견이 있어 모야모야혈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보고된 증례들과 본 증례의 경과를 비교하면 SLE 또는 MMS 중 특정질환의 임상 증상이 선행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SLE 선행 이후 확인되는 MMS 증례들뿐만 아니라 일부 SLE의 비활성화 상태에서의 MMS 진단, 두 질환이 동시에 확인된 다양한 증례를 고려할 시 모야모야혈관이 확인된 환자 중 혈관염을 시사하는 임상 양상이 관찰된다면 SLE를 포함한 자가면역질환의 동반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