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빌리루빈혈증을 동반한 간성뇌병증 환자에서 삼투성 부하 없이 발생한 중심다리뇌수초용해증
A Case of Central Pontine Myelinolysis Caused by Hyperbilirubinemia in Hepatic Encephalopathy without Significant Osmotic S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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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다리뇌수초용해증(central pontine myelinolysis)은 삼투수초용해증후군(osmotic myelinolysis syndrome)의 일종으로, 만성저나트륨혈증, 알코올중독, 간질환, 영양결핍, 악성종양, 패혈증, 부신기능 부전 등이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1]. 삼투수초용해증후군은 흔히 빠른 저나트륨혈증 교정시 유발되지만 정상 혈청 나트륨 농도라도 급격한 삼투압에 변화를 유발하는 심한 고혈당 등의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1]. 저자들은 뚜렷한 혈청 나트륨 및 삼투압의 변화 없이, 고빌리루빈혈증을 동반한 만성알코올간경화증 환자에게서 중심다리뇌수초용해증이 발생한 예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6세 남성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되어 내원하였다. 과거력으로 알코올간경화증과 당뇨가 있었으며 내원 3일 전부터 전신위약감이 있었으나 대화나 활동은 가능하였는데 내원일 오전 보호자가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내원 당시 활력징후는 혈압 144/81 mmHg, 심박수 138/min, 체온 38.3℃로 발열이 있었으며 혈당은 219 mg/dL였다. 신경계진찰상 자극에 반응이 없는 혼수상태로 다른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혈액검사상 칼륨이 3.0 mEq/L로 낮았지만 나트륨 139 mEq/L, 혈액요소질소 23.8 mg/dL, 크레아티닌 0.58 mg/dL로 정상범위였다. 아스파트산아미노기전달효소(aspartate aminotransferase) 589 U/L, 알라닌아미노기전달효소(alanin aminotransferase) 189 U/L, 암모니아 348 μg/dL, 총빌리루빈 22.88 mg/dL, 직접빌리루빈 16.59 mg/dL로 간기능부전과 고암모니아 및 고빌리루빈혈증이 관찰되었다. 소화기내과로 입원하여 락툴로스 관장을 포함한 보존 치료를 시행하였고, 입원 2일째 혈중 암모니아는 83 μg/dL로 정상화되었으나 의식호전이 없어 신경과로 의뢰되었다. 신경계진찰에서 의식은 계속 혼미하였으나 다른 국소 신경계증상은 보이지 않았고 뇌간반사는 유지되고 있었다. 내원 3일째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의 확산강조영상에서 고신호강도를 보이는 뇌섬엽(insular cortex)과 띠다발이랑(cingulate gyrus)을 포함한 광범위한 대칭적인 피질 부위 병변이 관찰되었으나 다리뇌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A-C). 고암모니아뇌병증 진단 하에 보존 치료를 유지하였다. 치료 기간 중 혈중 나트륨 농도는 139-149 mEq/L였으며 일중 변동은 5 mEq/L 이내였다(Fig. G). 암모니아 수치는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고빌리루빈혈증은 지속되었다(Fig. H). 의식 호전이 없어 입원 20일째 시행한 추적영상검사에서 중심다리뇌수초용해증(central pontine myelinolysis)으로 보이는 새로운 병변이 관찰되었다(Fig. D-F). 이후 환자는 신경계 증상 호전 없이 전원하였다.
고 찰
일반적으로 중심다리뇌수초용해증을 비롯한 삼투수초용해증후군(osmotic demyelination syndrome)은 하루에 12 mEq/L 이상의 빠른 나트륨 교정에 의해 발생하며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의 손상이 주요한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1,2]. 저나트륨혈증의 빠른 교정은 급격한 삼투압경사의 변동을 초래하여 세포 내의 수분이 세포 바깥공간(extracellular space)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혈액뇌장벽을 구성하는 혈관내피세포(vascular endothelial cell)와 아교세포(glial cell)가 손상을 받게 된다. 손상된 혈액뇌장벽을 통해 염증매개체(inflammatory mediator)인 사이토카인(cytokine), 림프구(lymphocyte), 보체(complement), 혈관활성아민(vasoactive amine) 등이 중추신경계로 유입되어 염증성 탈수초화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삼투수초용해증후군이 발생하게 된다[2].
그러나 본 증례의 경우 치료 기간 중 혈중 나트륨의 변동은 하루에 5 mEq/L 이내로 크지 않았다. 흔하지 않지만 나트륨변동 없이 고암모니아혈증이나 고빌리루빈혈증이 있는 경우 삼투수초용해증후군이 발생하기도 한다[2,3]. 암모니아는 분자량이 작아 삼투압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으나 별아교세포(astrocyte)의 아쿠아포린-4 (aquaporin-4)를 상향조절하여 별아교세포의 부종을 유발한다. 갑작스런 암모니아의 교정은 다발경화증 같은 만성 신경염증질환과 유사한 아쿠아포린-4 기능이상을 초래하여 탈수초 병변을 유발할 수 있다[2]. 본 증례의 경우 내원 2일째 빠른 암모니아 교정이 이루어졌으며 자기공명영상에서 뇌섬엽, 띠다발이랑을 포함한 광범위한 피질병변이 관찰되었다. 삼투수초용해증후군에서는 바닥핵, 시상, 소뇌, 피질하백질을 침범하는 병변이 흔히 관찰되며 고암모니아뇌병증에서는 주로 뇌섬엽, 띠다발이랑 및 광범위한 피질병변이 관찰된다[2,4]. 본 증례에서 첫 영상 소견은 고암모니아뇌병증에 좀 더 합당한 소견으로 이후 혈중 암모니아는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추적영상검사에서 중심다리뇌수초용해증을 시사하는 새로운 병변이 발생하였다.
고빌리루빈혈증 또한 삼투수초용해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3]. 고빌리루빈혈증 초기에는 미세혈관내피세포에서 인터루킨(interleukin)이나 혈관내피성장인자(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등의 분비가 억제된다. 그러나 장기간 고빌리루빈혈증이 지속되면 혈관내피세포에서 사이토카인과 산화질소(nitric oxide)의 생성 및 분비가 촉진된다. 결과적으로 고빌리루빈혈증은 혈관내피세포의 손상을 유발함으로 인해 혈액뇌장벽을 약화시키게 된다[5]. 본 증례는 치료 기간 중 지속적인 고빌리루빈혈증이 관찰되었고 추적영상검사에서 처음 보였던 병변은 감소하였으며 이전에 없었던 중심다리뇌수초용해증을 시사하는 새로운 병변이 관찰되었다. 치료 기간 중 나트륨 변동이 크지 않았던 점, 치료 초기 고암모니아뇌병증 소견이 있었으나 이후 혈중 암모니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 점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고빌리루빈혈증으로 인한 중심다리뇌수초용해증을 의심할 수 있었다.
이전에도 간경변이나 간이식 환자에서 삼투수초용해증후군의 보고가 있었지만 고빌리루빈혈증을 동반하지 않았고 면역억제제나 혈중 나트륨 변화를 발생기전으로 제시하였다[6,7]. 본 증례는 심한 고빌리루빈혈증을 동반한 간성뇌병증 환자에게서 저나트륨혈증 없이 중심교뇌수초용해증이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증례를 통하여 간기능부전이 있는 환자에서 혈중나트륨 및 오스몰의 변화가 크지 않더라도 삼투수초용해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고암모니아혈증의 빠른 교정 또는 심한 고빌리루빈혈증이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간기능부전 환자의 치료과정에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