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추론: 불면증으로 내원한 26세 남자 환자
Clinical Reasoning: A 26-Year-Old Man Presenting with Insom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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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 례
26세 남자가 잠들기 어렵다고 병원에 왔다. 환자는 3개월 전 회사에 취업 후 불면증이 발생했다고 한다. 잠자리에서 잠들려 애써도 잠들기 어렵고 기상시간에 맞춰 일어나기도 힘들다고 하였다. 2개월 전부터 불면증을 진단받고 지역병원에서 졸피뎀(zolpidem) 10 mg을 복용하였으나, 효과도 없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만 더 힘들어져 복용을 중단했고, 최근 클로나제팜(clonazepam)과 독세핀(doxepin) 등을 복용해 보았지만, 효과는 없었다고 하였다. 출근길에는 지하철에서 잠들어 회사에 늦거나, 업무시간 중에도 자주 졸고 일에 지장을 주어 1주일 전 퇴사했다고 하였다.
환자가 회사 근무 당시 수면 습관은 주중에는 평일 저녁 22-23시 30분에 잠자리에 들고, 6시에 일어났으며 잠드는 데 3-4시간이 걸리며, 총 수면 시간은 3-4시간으로 추정하였다. 잠을 자려고 노력해도 잠은 오지 않고 오히려 정신이 맑아진다고 하였다. 잠이 들면 도중에 깨는 일은 없다고 하였으며, 코골이, 수면 중 무호흡이나 하지 불편감은 호소하지 않았다. 주말에는 새벽 3-4시에 잠자리에 들고, 11-12시에 일어났으며, 5분 이내 잠이 들고, 총 수면시간은 7-9시간으로 추정하였다. 고등학생 때부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있었으며, 저녁시간이 되면 활기차고, 일도 잘되는 느낌이라고 하였다. 환자는 분리된 침실에서 혼자 수면을 취하였고, 침실 조명은 다 끄고 취침을 취하나 잠이 안 오면 침대에 누운 상태로 핸드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동영상을 찾아보는 습관이 있다고 하였다.
불안증이나 우울증 등의 정신계질환을 포함한 동반질환은 없었으며, 키는 173 cm, 몸무게는 63 kg, 체질량지수는 21.03 kg/m2이었다. 신경계진찰은 정상이었다. 불면증심각도척도(insomnia severity scale) 16점으로 중등도의 불면증을 보였으며, 웹워스 졸림 척도(Epworth sleepiness scale)는 14점으로 중등도의 주간졸림증을 보였다. 출근하지 않는 상태에서 자유롭게 12일간 활동기록기(actigraphy)를 측정하였다(Fig. 1).
질문 1. 이 환자의 감별 진단은?
불면증은 국제수면 장애분류 3판(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sleep disorders-3, ICSD-3)에 따르면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는 상황임에도 지속해서 수면개시가 어렵거나, 수면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원하는 시간보다 일찍 깨어나거나, 적절한 시간에 취침하는 것에 대한 저항과 함께 주간기능장애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불면증 때문에 생기는 주간 증상에는 피로나 권태, 주의집중저하 또는 기억장애, 사회생활장애, 직업 또는 학업수행장애, 기분장애, 주간졸림 등이 있으며, 정신 및 심혈관계질환뿐 아니라, 근 긴장 증가, 두근거림, 두통, 교통사고 또는 직장 내 안전사고 위험을 증가시킨다.
불면증은 불면의 양상에 따라 잠들기 어려운 수면개시불면(sleep onset insomnia), 수면 중 자주 깨는 수면유지불면(sleep maintenance insomnia), 새벽에 일찍 깨는 후기불면(late insomnia)으로 나눌 수 있으며, 한 환자가 동시에 여러 형태를 함께 보일 수 있다. 불면증을 아형으로 분류하는 것은 불면증의 원인과 치료에 좀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수면 무호흡은 수면유지 불면을 흔히 일으키고, 하루 주기 율동수면장애(circadian rhythm sleep-wake phase disorder) 중 수면위상지연장애(delayed sleep-wake phase disorder)나 하지불안증은 수면개시불면을, 수면위상전진장애(advanced sleep-wake phase disorder)는 수면후기불면을 잘 일으킨다(Table).
불면증의 지속시간에 따라 만성 불면증과 단기 불면증으로 나눌 수 있다. ICSD-3의 따르면 만성 불면증, 단기 불면증 모두 야간 불면증 증상과 그로 인한 피로나 권태, 주의집중저하 또는 기억장애 등의 주간 증상이 있어야 진단할 수 있다. 지속 기간이 3개월이 넘으면 만성으로 분류한다. 또한 만성 불면증은 1주일에 3일 이상 불면증이 나타나야 하지만, 단기 불면증에는 빈도 기준이 없다. 단기 불면증은 적응불면증(adjustment insomnia)이라고도 부르며, 불면증이 감정적인 상황, 경제적인 어려움, 심리적인 요인, 다른 사람과의 다툼, 환경, 신체 건강의 문제와 같은 뚜렷한 스트레스에 의해 갑자기 생기는 것으로 대개 3개월 이상 지속하지 않는다.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없어지는 불면증이다. 환자는 3개월 이내 새로 생긴 급성 불면증으로, 잠드는 것이 어려운 수면개시불면에 해당하며, 다음날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는 늦은 시간 잠들어 늦은 오전에 일어나는 특징이 있어 수면위상지연장애 대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ICSD-3에 따르면 수면위상지연장애는 취침-기상시간이 원하는 시간보다 상당히 지연되어 있어, 원하는 시간에 잠들기 어렵거나 깨기 어려운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할 때 진단할 수 있다. 환자가 임의로 취침-기상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면, 수면의 질과 지속시간은 개선되지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지연된 상태의 수면-각성행태는 유지된다.
수면위상지연장애는 내인성 하루 주기 리듬이 원하는 수면 일정에 비해 늦어져 있기 때문에 수면의 시작이 환자가 원하는 것보다 일관되게 늦다. 내인성 하루 주기 리듬보다 일찍 또는 시기에서 벗어난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선택하면 수면 시작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수면시간은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수면위상지연장애 환자가 지연된 상태의 내인성 하루 주기 리듬에 맞추어 늦은 시간에 잠을 잘 때는 잠들기가 수월하고 정상적인 수면시간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에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원하는 취침시간에 졸림을 느낄 수 있지만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에 상관없이 잠들기가 어렵고, 잠이 든 이후에도 자주 깨어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과 젊은 성인에게 수면개시불면증이 있는 경우 수면위상지연장애로 인해 발생한 불면증인지 또는 동반된 경우인지 고려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국제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10, ICD-10)는 아직도 기질성 불면증(organic insomnia)과 비기질성 불면증(non-organic insomnia)을 구분하고 있다. 비기질성 불면증은 증상의 핵심에 확인되는 특정 신체질환이 없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은 더 이상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 기질성 불면증에서 불면증을 유발한 원인질환을 치료하면 불면증 증상이 완화된다는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3년 개정된 5차 정신질환진단 통계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5)과 2014년 ICSD-3에서는 기존의 구분을 삭제하고 불면장애(insomnia disorder)의 개념으로 통합하였다. 따라서 불면증 기준 외 다른 동반질환이 존재하여 불면증 증상에 영향을 주더라도 불면증의 원인이 온전히 동반질환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불면증을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수면장애가 불면증 증상을 유발한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러한 흐름은 ICD-11에서도 일관되게 적용 예정이다.
질문 2. 진단에 필요한 병력 청취와 검사는?
불면을 호소하는 환자의 진단을 위해서는 평소 수면습관에 대한 자세한 병력 청취가 중요하다. 수면습관에는 취침 시간, 기상 시간, 잠드는데 걸리는 시간, 자다가 깬 횟수, 잠이 들었다가 깨서 자지 못한 시간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주중 외에도 주말이나 휴가 또는 방학 때의 수면 양상을 반드시 함께 확인해야 한다. 수면 장애의 시작 시점, 기간, 빈도와 경과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며, 이전에 복용했던 수면제의 종류, 효과와 부작용에 관해서도 확인해야 한다. 또한 환자의 침실의 환경, 수면 전후의 습관이나 통증 등의 신체 상태도 확인해야 한다. 그 외 복용하고 있는 약물이나, 동반된 내과, 신경계와 정신질환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일부 항뇌전증약(라모트리진, 조니사마이드, 토피라메이트, 레비티라세탐, 가바펜틴)과 기관지 확장제(알부테롤, 레발부테롤 등) 같은 다양한 약이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수면무호흡증후군이나 하지 불안증후군 같은 흔한 수면장애의 증상이 동반되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환자의 수면 양상을 알아보기 위해서 수면 일기를 일주일 이상 작성해오도록 한다. 수면 일기에는 잠자리에 누운 시간, 잠드는 데까지 걸린 시간, 수면 중에 깬 횟수와 깨어있던 시간, 기상시간, 낮잠 여부와 낮잠시간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환자가 작성한 수면 일기를 바탕으로 주관적인 입면 잠복기나 수면 효율([총 수면시간 / 잠자리에 누워있던 시간] × 100)을 확인할 수 있으며, 불규칙한 수면시간을 가진 환자의 경우 수면 양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면 관련 설문지도 도움이 된다. 많이 사용되는 설문지로는 불면증과 수면의 질을 평가하는 불면증심각도척도와 피츠버그 수면 질 지표(Pittsburg sleep quality index), 주간졸림증을 평가하는 웹워스 졸림척도와 스탠퍼드 졸림척도(Stanford sleepiness scale), 수면무호흡증을 평가하는 stop-bang설문과 하지불안증을 평가하는 국제하지불안척도(international restless legs scale) 등이 널리 쓰인다. 특히, 표준화된 하루 주기형 설문(morningness-eveningness questionnaire)은 저녁형과 아침형 여부를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
불면증 환자에게 일차적으로 수면다원검사를 권유하지는 않지만, 수면무호흡증후군, 주기 사지운동장애(periodic limb movement disorder), 기면병과 수면 상태 지각착오(sleep state misperception) 등이 의심되는 경우 반드시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하여야 한다[1].
활동기록기는 시계처럼 팔목 등에 착용하고 기계로, 개체의 움직임을 측정하고 이를 정량화하여 객관적인 수면-각성 주기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이다. 장기간 연속된 날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면 위상이나 행동 양상을 분석하는 데 좋다[2]. 수면-각성 주기가 불규칙하거나 하루 주기 율동수면장애가 의심되는 경우 활동기록기의 사용을 권고하나, 수면 지표의 객관적 측정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2].
질문 3. 이 환자에서 의심되는 질환과 적절한 치료는?
환자는 수면위상지연장애에 의한 수면개시불면증 증상이 의심된다. 수면위상지연장애는 하루 주기 율동수면장애 중 가장 흔한 형태로서 청소년기 또는 젊은 성인에서 많이 발생한다. 평소 수면-기상시간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시간에 비해 대게 2시간 이상 지연된 상태로, 보통 새벽 2-6시 이전에는 잠들기가 어렵고 아침 10시 이전에 일어나기가 어렵다. 수면위상지연장애 환자는 매일 아침 일어나기 어렵고, 주간졸림증으로 인해 학교나 사회생활을 잘하기 어렵지만, 새벽 1-2시까지도 잠들지 못하는 불면증을 호소한다. 환자는 이른 아침이나 오전에 과도하게 졸리나 오후가 되면 완화되어, 늦은 저녁에 가장 정신이 맑고 활동적이다. 일찍 잠이 들지 않아 수면개시불면증 증상을 호소할 수 있으나 일단 잠이 들면 잘 잔다. 자유로운 시간을 가진 환경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학교나 직장생활로 자신의 실제 기상시간보다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경우에는 만성적인 수면 박탈을 경험하게 되며, 주말이나 휴가 중에는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자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들은 수면 위상만 지연된 것이 아니라 심부체온과 멜라토닌 리듬도 지연되어 있다[3].
수면위상지연장애의 치료 중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광치료이다. 광치료는 인공적으로 밝은 빛을 쪼여 하루 주기 리듬을 변화시킨다. 일반적으로 2,500 lux부터 10,000 lux 범위에서 30분에서 2시간 정도 시행하고[4], 치료 일정은 환자의 기상시간에서 목표 시간에 도달할 때까지 매일 30분씩 앞당기는 것을 권고한다[5]. 빛 노출에 대한 생체시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위상-반응곡선(phase response curve)이다(Fig. 2). 하루 중 체온이 가장 낮은 시점을 peak time이라고 하는데, 정상 하루 주기 리듬을 가진 사람들은 보통 아침에 일어나기 1-2시간 전에 peak time을 보인다. 이 peak time 직전에 빛을 쪼이면 하루 주기 리듬이 지연되어 늦게 일어나게 되고, peak time 이후에 빛을 쪼이게 되면 하루 주기 리듬이 당겨져서 더 일찍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수면위상지연장애 환자의 광치료는 하루 주기 리듬을 앞당겨 조금 더 이른 시간대로 재조정하기 위해 peak time 직후에 시행한다. 환자의 체온을 측정해서 peak time을 찾아내어 광치료 시간을 정하는 것이 이상적이나, 보통 기상 1-2시간 전에 peak time이 나타나므로 체온 측정 없이 기상 직후 광치료를 한다. 광치료 기간에는 저녁시간대에 밝은 빛을 피하거나, 어두운 선글라스를 착용하여 생체시계가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 광치료는 수면위상지연장애 환자에게 하루 주기 리듬을 위상과 peak time을 함께 전진시킨다[6].
멜라토닌 복용도 생체시계를 재조정할 수 있는데, 멜라토닌을 저녁에 복용하면 하루 주기 리듬을 전진시키고, 아침에 복용하면 하루 주기 리듬을 지연시킨다. 수면위상지연장애 환자에서 수면시간 6-7시간 전에 멜라토닌을 복용하거나[7], 밤 10시경에 6주간 투여한 결과[8] 수면 위상이 전진하는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멜라토닌을 중단할 경우 효과가 유지되지 않았다[8].
시간요법(chronotherapy)은 수면위상지연장애 환자에게 원하는 취침시간에 잠들 수 있을 때까지 매일 2-3시간씩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방법이다. 시간요법 시행 후 하루 주기 리듬의 개선효과를 보였지만, 다른 하루 주기 율동수면장애인 24시간 불일치 수면각성리듬장애(non- 24-hour sleep-wake rhythm disorder)로 전환되는 위험성도 있어 우선하여 적용하는 치료는 아니다[3].
종합하면 수면위상지연장애 환자의 특성을 파악하여 개개인에게 맞는 치료로 접근하여야 하며, 광치료와 저녁 멜라토닌 복용 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면 치료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
토 의
하루 주기 리듬은 모든 생명체에 내재하는 약 24시간의 생물학적 리듬이다. 인간의 하루 주기 리듬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며 일반적으로 24시간보다는 약간 더 긴 24.2-24.9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인간은 빛, 사회활동, 식사 같은 외부 자극의 도움을 받아 24시간보다 긴 생체리듬을 24시간의 하루 주기에 맞추는 동조화(entrainment) 과정이 필요하다.
생체시계의 수면시간과 외부환경의 24시간 활동 사이의 불일치가 생기면 하루 주기 율동수면장애가 생긴다. 내적 생체시계 변화로 인한 수면 장애에는 수면위상지연장애, 수면위상전진장애, 불규칙 수면각성리듬장애(irregular sleep-wake rhythm disorder)와 24시간 불일치 수면각성리듬장애가 있다. 내적 생체시계는 정상 리듬이지만 외부환경의 시간이 변함으로써 발생하는 수면장애에는 교대근무장애(shift work disorder), 시차장애(jet lag disorder)가 있다. 하루 주기 율동수면장애 환자는 적정 수면시간대에서는 불면을 호소하고, 각성이 필요한 시간대에는 과다졸림증을 호소하여 사회활동과 직업활동에 영향을 준다.
수면위상지연장애는 가장 흔한 하루 주기 율동수면장애로 평소 수면-기상시간이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시간에 비해 2시간 이상 지연된다. 수면위상지연장애는 전체 인구의 0.13-0.17%가 겪는다고 알려져 있으나[9], 청소년과 젊은 성인에서는 7-16%로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10]. 수면클리닉을 방문하는 만성 불면증 환자의 5-10%는 수면위상지연장애가 불면의 원인으로 추정된다[11].
수면위상지연장애의 정확한 기전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외인적, 내인적,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수면위상지연장애 환자들은 대부분 저녁형 하루 주기형을 가진다.
많은 청소년은 사춘기부터 20세까지 일어나는 신체 발달 과정 중 호르몬과 멜라토닌 분비의 변동으로 취침시간이 지연되는 생물학적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12]. 위상-반응곡선이 수면위상지연장애 환자에서는 위상을 전진시키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작거나 지연시키는 부분이 크게 관찰된다[13]. 아침에 늦게 일어나 빛에 노출되지 못하므로 하루 주기 리듬을 전진시킬 수가 없고, 오후 늦게까지 깨어 있으면서 저녁시간에 빛에 노출되므로 수면 위상은 더 지연되는 악순환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3].
수면위상지연장애 환자들은 약 40% 정도에서 가족력을 보이며, 가계도 조사에서 상염색체 우성 유전 경향을 보였다[14]. 또한 하루 주기 시계 유전자인 hPer3의 다형성과[15] CRY1의 변이[16] 같은 유전적 요인이 수면위상지연장애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었다.
사회적인 요인(늦은 저녁까지 계속되는 개인, 사회 또는 직업활동) 또한 지연된 수면시간을 유지하거나 악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청소년에게는 학교생활 적응장애를 일으키고, 이로 인한 기분, 인지장애와 가족관계 형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17]. 기분장애, 심한 강박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또는 기타 신경 발달장애와 같은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에서도 수면 위상은 지연될 수 있다[18].
수면위상지연장애 환자는 만성적인 불면증 증상과 과도한 주간 졸음을 호소하여 학교생활이나 직업활동의 문제를 가질 수 있다. 수면위상지연장애 환자 대부분이 병원에 오기 전에 이미 자신이 불면증이라고 생각하고 오기 때문에 자세한 병력 청취를 통해 환자의 현재 수면 상태를 알고 보고 진단을 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면위상지연장애 환자에게 사회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잠을 청하지 못한다고 하여 단순히 수면제를 처방하는 것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으며, 하루 주기 리듬을 조정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KEY POINTS
1. 불면증은 불면의 양상에 따라 잠들기 어려운 수면개시불면, 수면 중 자주 깨는 수면유지불면, 새벽에 일찍 깨는 후기불면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각에 따라 원인과 치료가 다를 수 있다.
2. 수면위상지연장애 환자는 수면개시불면증 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아, 평소 수면습관에 대한 자세한 병력 청취로 감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수면위상지연장애 환자에게 수면제를 처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고, 광치료와 저녁 멜라토닌 복용 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