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임상양상으로 발현한 신경매독
Neurosyphilis Presented with Multiple Clinical Manifest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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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독균(treponema palidum)의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인 매독은 페니실린으로 치료를 시작한 이래로 유병률이 크게 감소하였다[1]. 그러나 중추신경계 침범 시 뇌수막염, 다발성 뇌신경마비, 뇌졸중, 치매, 척수매독 등의 다양한 양상을 보이게 되며, 이런 다양한 양상 때문에 신경매독의 진단에는 어려움이 따른다[2]. 저자들은 장기간에 걸쳐 복수의 중추신경계 임상양상을 나타낸 환자의 신경매독을 진단하였고 약물 치료 후 호전된 증례를 보고한다.
증 례
47세 남성이 20일 전부터 발생하여 진행하는 수평양안복시, 구음장애, 삼킴장애로 왔다. 양안복시가 먼저 나타나고, 1주 뒤 구음장애와 삼킴장애가 발생하였다. 그 외에 위약감, 감각이상, 보행장애, 인지저하, 배뇨 증상 등은 없었다.
신경계진찰에서 동공은 우측 3 mm, 좌측 4 mm 크기로 비대칭이 관찰되었으나 동공반사는 정상이었다. 좌측 안검하수가 관찰되었으며 양안 모두 전 방향에 대해 외안근 운동의 제한이 있었다(Fig.). 구음장애와 삼킴장애가 확인되었으나 얼굴운동, 얼굴감각의 장애, 청력저하 및 혀와 목젖의 편위는 없었다. 사지의 위약 및 감각장애 또한 없었으며, 보행은 정상이었다.
환자는 8년 전 우측 반난형백질중심부(centrum semiovale)와 좌측 교뇌의 뇌경색이 동시에 발생한 과거력이 있으며 당시 시행한 24시간 심전도검사에서 심방세동 및 심방조동은 확인되지 않았고 경식도 심초음파에서 우좌단락 및 좌심방의 자발에코영상 또는 혈전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류마티스인자(rheumatoid factor), 항이중 나선DNA항체(anti-ds-DNA antibody),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 항호중구세포질항체(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항-SS-A/B항체, 및 루프스항응고인자(lupus anticoagulant)는 음성으로 확인되어 기전 불명이었다. 우측 편마비와 구음장애가 발생하였으나 이후 재내원까지 완전히 호전한 상태였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및 심장질환의 과거력은 없었다. 과거 자기공명혈관조영술상 우측 내경동맥의 폐색이 있으나 우측 중대뇌동맥은 전, 후교통동맥을 통해 혈류가 유지되는 상태였다. 아스피린은 3년 전 자의로 중단하였고 흡연과 음주는 지속하였다. 성병 전파 위험이 있는 성관계가 9년 전에 있었으나 동성 간 성관계는 부인하였다.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우측 소뇌의 뒤 아래 소뇌동맥 영역의 아급성 경색과 우측 소뇌반구, 좌측 후두엽, 좌측 전두엽, 좌측 시상의 만성 경색 병변이 2016년 영상에 비하여 새로 확인되었다. 자기공명혈관조영술에서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환자의 현재 증상을 설명하기 어려워 뇌신경자기공명영상을 시행하였다. 뇌신경자기공명영상에서 양측 III, V, VI번 뇌신경에서 신경의 비후와 T1조영증강을 보였다(Fig.).
혈액검사상 매독 신속혈장리아진검사(rapid plasma regain, RPR)가 양성(4+, 1:8)이었고 G면역글로불린 형광매독항체흡수검사(fluorescent treponemal antibody-absorption immunoglobulin G)에서 매독균 항체는 양성이었다. 뇌척수액검사상 림프구 증가(60 cell/mm3)와 단백질 농도 상승(0.58 g/L) 그리고 매독혈청검사(venereal disease research laboratory test, VDRL)는 양성(1:4)이었으며 세균배양검사, 항산균도말검사(acid-fast bacillus smear, AFB)는 음성이었으며, 단순포진 바이러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거대세포 바이러스 및 엔테로 바이러스 중합효소 연쇄반응검사(polymerase chain reaction, PCR)는 음성이었다. 과거 뇌경색으로 입원하였을 당시에도 혈액 RPR은 양성이었으나, 당시 신경매독에 대한 검사는 추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발생한 기전 불명의 다발뇌경색으로, 이 당시 신경매독의 뇌혈관 침범의 임상발현에 의한 것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었다.
임상 소견과 영상 소견에서 확인된 다발성 뇌신경마비 및 과거의 다발뇌경색을 뇌척수액검사 소견을 바탕으로 신경매독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여 경험적으로 세프트리악손 2 g씩 매일 14일간 투약하였으며, 14일 이후 좌안의 외전이 일부 호전되었다. 치료 후 시행한 뇌신경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 양측 VII, VIII번 뇌신경의 T2 신호증강이 뚜렷하게 관찰되었다. 뇌척수액 검사에서는 림프구가 일부 감소(15 cell/mm3)하였으며, 단백질 농도는 비슷한 수준(0.588 g/L)으로 관찰되었다. 그러나 이후로 충분히 호전되지 않아, 페니실린G를 매일 2,400만 단위(매 4시간 마다 투약)로 추가 치료를 하였으며, 이후 외안근 운동 및 삼킴장애가 호전되었다(Fig.). 치료 이후 추적검사에서 뇌척수액 VDRL이 양성(1:4), 혈액 RPR이 양성(5+, 1:16)으로 확인되었다.
고 찰
신경매독은 주로 무증상이나 수막염, 수막혈관신경매독, 실질신경매독, 고무종매독의 형태로 나타나며, 뇌수막염의 침범 부위 중 바닥 뇌수막염(basilar syphilitic meningitis)에서 다발성 뇌신경마비를 보이는 경우가 나타난다[3]. 주로 VII, VIII번 뇌신경을 침범하는 경우가 관찰되나[4], 본 증례에서는 주로 외안근 운동마비로 나타났다. 치료하지 않은 매독은 신경매독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신경매독의 진단에는 이와 같은 어려움이 따른다[5]. 특히 본 증례에서는 RPR의 양성과 함께 원인불명의 다발뇌경색이 선행하였는데, 원인 불명의 뇌경색이 있을 시 신경매독 또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6]. 세프트리악손은 신경매독과 잠복매독 환자에서 치료 실패율이 23%로 알려져 있으며[7], 본 증례에서도 충분한 치료효과를 보이지 못하였다. 세프트리악손에 반응이 좋지 않는 경우 페니실린G로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