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맥‘혈류빼앗김’현상: 내경동맥박리에 의한 일과성단안실명의 가능한 발생 기전
Ophthalmic Artery ‘Steal’ Phenomenon as a Possible Mechanism of Transient Monocular Blindness in Internal Carotid Artery Dissection
Article information
내경동맥박리(internal carotid artery dissection)에 따른 시각 증상인 일과성단안실명(transient monocular blindness, TMB)은 6-38%의 환자에서 나타날 수 있고[1], 발생 기전으로 색전증(embolism) 또는 관류저하(hypoperfusion)가 알려져 있다[2]. 그러나 체위 변화에 따른 TMB의 발생과 소실 사례는 드물며 그 기전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3]. 저자들은 흔치 않은 부위에서 발생한 내경동맥박리 및 폐색 환자에서 체위 변화에 따라 TMB 증상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또한 두개경유 도플러초음파(transcranial doppler sonography, TCD)검사상 안동맥혈류역전(flow reversal) 현상과 TMB 간의 잠재적 연관성을 근거로 가능한 병태생리 기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증 례
심혈관 위험인자 및 이전 특이 병력이 없던 58세 남자가 내원 당일 기원에서 바둑을 두던 중 10여 분간 왼쪽 상하지 위약감과 바둑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증상이 발생하였다. 외상력은 없었으며 증상 발생 전 후 두통이나 목 통증은 동반되지 않았다.
내원 시 혈압은 132/71 mmHg이었고 신경계진찰상 이상 소견은 없었다. 내원 당시 시행한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ing, DWI)에서 미세한 뇌경색 의심 소견이 있었고(Fig. A), 자기공명혈관조영술(magnetic resonance angiograph, MRA)에서 추체부(petrous) 내경동맥이 불규칙하게 보였지만 유의한 협착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B). 이중 항혈소판제(아스피린 100 mg, 클로피도그렐 75 mg)를 투여하고 관찰하던 중 입원 4일째 갑자기 좌측상하지 위약감이 다시 발생하며 우안 시력저하가 동반되었다. 위약감은 곧바로 회복되었으나 우안 시력저하는 앉거나 일어서면 악화되고 누우면 호전되는 양상으로 체위에 따른 변동이 있었다. 즉시 시행한 DWI상 새로운 뇌경색 병변은 없었지만 MRA상 내경동맥폐색(Fig. C)과 관류영상에서 관류저하가 관찰되었다. 대뇌반구 증상 및 신경학적결손이 없어 중재시술은 시행하지 않고 볼루벤(voluven)을 포함한 수액요법, 앙와위(supine position) 유지, 이중 항혈소판제 유지 등의 보존 치료를 지속하였다. 이후 새로운 신경계증상은 없었고 체위에 따른 시력저하도 점차 소실되었다. 2주 후 시행한 MRA상 우측 내경동맥의 재관류(recanalization)가 확인되었다(Fig. D). 안과검사 상 시력저하는 없었으며 망막중심동맥(central retinal artery) 폐색 소견도 관찰되지 않았다. 최초 TCD검사는 정상이었으나 내경동맥폐색 이후 시행한 검사에서 관류저하로 우측 중대뇌동맥과 전대뇌동맥의 혈류속도가 반대측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하였고 우측 안동맥의 혈류역전 현상이 관찰되었다(Fig. E). 이후 추적검사에서 중대뇌동맥과 전대뇌동맥 부위 속도는 차츰 증가하였으며, 발생 2개월 시점에서 혈류속도는 정상으로 회복되었고 안동맥혈류역전 현상도 사라졌다(Fig. F).
고 찰
내경동맥박리에 의해 발생하는 TMB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으나 본 증례에서처럼 체위에 따른 반복적인 증상의 발생과 소실 사례는 드물며, Kim 등[3]은 유사한 환자에서 경동맥스탠트시술(carotid stenting)로 호전된 사례를 보고하였다. 저자들도 증상 재발 및 내경동맥폐색이 확인된 시점에서 혈관내시술을 고려하였으나, 편마비 등 신경계증상이 없고 새로운 뇌경색 병변도 관찰되지 않아 보존 치료를 시행하였고 추가 증상 없이 재관류에 이르렀다. 내경동맥 박리의 자연 경과를 관찰한 연구에 의하면 46-90%에서 협착이 해소되었고 33-50%에서 완전한 재관류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4]. The cervical artery dissection in stroke study (CADISS) 연구에 의하면 동맥박리 3개월내 뇌경색 재발률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1-2%) [5], 현재까지 항혈소판제와 항응고제의 치료효과에 유의한 차이는 입증되어 있지 않다[6]. 최근 중재시술 사례 보고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향후 약물 및 보존 치료와의 효과에 대해서는 비교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안저검사 소견으로 색전증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있었으며, 체위에 따른 증상 발현은 안동맥으로의 관류저하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TCD 소견상 우측 안동맥의 혈류역전 현상이 폐색 초기부터 나타났는데 이는 전교통동맥, 후교통동맥 등과 함께 내경동맥 폐색 시 동원되는 측부순환(collateral circulation)의 일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주로 식사를 하느라 앉아 있을 때 증상이 발생했는데, 안 증상 외에 대뇌반구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앉은 자세에서 대뇌관류저하를 보상하기 위해 안동맥을 통한 뇌혈류가 증가함으로 망막으로의 혈류는 상대적으로 감소하여 TMB가 유발되었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쇄골하동맥(subclavian artery) 협착 환자에서 상지운동시 척추동맥에서 쇄골하동맥으로 혈류 전환이 발생하면서 어지럼증 등 뇌간 허혈 증상을 유발하는 쇄골하 혈류전환증후군(subclavian steal syndrome)과 유사하다[7]. 본 환자에서는 TCD 추적검사에서 안동맥혈류역전 현상이 소실되면서 TMB도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저자들은 체위에 따른 TMB의 가능한 발생 기전으로 안동맥을 통한 혈류빼앗김(steal) 현상을 제시하는 바이다.
본 증례는 심혈관 위험인자가 뚜렷하지 않지만 일과성뇌허혈 또는 안허혈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MRA상 내경동맥에 미세한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 비록 호발 부위가 아니더라도 동맥박리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또한 TCD를 이용한 추적검사는 내경동맥박리 환자에서 뇌의 관류상태 및 측부 순환을 평가하고 병태생리를 추정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