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접한 피질의 조영증강을 동반한 편두통경색증
Migrainous Infarction with Adjacent Cortical Enhancement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A 26-year old woman developed left homonymous superior quadrantanopia followed by severe pulsating headache with vomiting. Thereafter, she experienced recurrent left hemiparesis and paresthesia with or without headache. Brain magnetic resonance imaging showed diffusion restriction in the territory of the right posterior cerebral artery and contrast enhancement in the right lingual gyrus adjacent to the diffusion-restricted region. This case suggests an occurrence of cerebral infarction and blood-brain barrier disruption associated with migraine with aura.
편두통은 반복적인 박동 양상의 중등도 또는 심도의 두통발작과 이와 동반되는 특정 증상이나 국소 신경학적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흔한 질환이지만 그 발병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편두통을 신경혈관질환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피질확산억제(cortical spreading depression)와 삼차신경혈관이론을 주요 기전 중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1]. 피질확산억제에 의한 뇌혈관수축과 뇌허혈은 편두통의 조짐 증상을 일으키고 드물게는 뇌경색을 일으킬 수 있다[2]. 조짐 후 삼차신경혈관계의 자극으로 분비된 신경펩티드에 의한 혈관확장과 염증 반응은 두통을 일으킨다. 뇌혈관장벽의 투과성 증가도 이 과정에 관여하여 편두통의 발병에 기여한다는 가설이 제기되었으나 아직은 이에 대한 논쟁이 있다[3].
저자들은 조짐편두통 환자에서 두통과 함께 시야장애가 발생하여 검사한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후대뇌동맥 영역의 뇌경색과 함께 뇌경색 부위와 인접한 후두엽피질에 뇌혈관장벽의 투과성 증가를 시사하는 조영증강이 관찰된 예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26세 여자가 5일 전 두통과 함께 발생한 좌측 시야결손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10여 년 전부터 한 달에 두세 차례 발생하는 두통을 가지고 있었다. 두통의 양상은 눈 앞이 번쩍거리는 조짐 증상 이후에 발생하는 양측 전두 부위의 박동성 통증이었으며 오심과 구토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었고 수시간에서 2일 정도 지속되었다. 내원 10일 전부터는 이러한 양상의 두통이 이전보다 심하게 발생하여 3일간 지속되었고 그 이후로도 경미한 두통은 계속 남아 있는 상태였다. 내원 5일 전 여행지에서 음주 후 좌측 시야가 잘 안 보이는 증상이 발생하면서 오심을 동반한 두통이 일상적인 일을 하기가 힘들 정도로 심하게 악화되어 다음날까지 지속되었다. 두통이 호전된 후에도 좌측 시야장애는 계속 남아있었다. 이후에는 좌측 상 하지의 일시적인 마비와 이상감각이 중등도의 두통과 동반되거나 두통과 무관하게 여러 차례 발생하였다. 마비는 5분 정도 지속되었으며 하루에 3-4회 발생하였고, 이상감각의 양상은 좌측 팔, 다리가 찌릿찌릿하게 저린 증상이었으며 심한 경우는 목과 얼굴 부위까지 진행하였다. 환자는 과거력상 특이 병력은 없었고 흡연이나 약물 복용도 하고 있지 않았다. 음주는 한 달에 한 두번 정도 하였다. 가족력상 모친이 비슷한 두통을 가지고 있었다.
내원 당시 환자의 활력징후는 정상이었다. 신경계진찰에서 좌측 상사분맹이 관찰되었으나 그 외 뇌신경진찰은 정상이었다. 운동, 감각, 소뇌기능검사는 정상이었고 심부건반사항진이나 병적반사 등도 관찰되지 않았다. 흉부방사선검사, 심전도, 심장초음파검사에서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고 일반혈액검사, 혈액응고검사, 면역혈청검사(anti-nuclear Ab, 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rheumatoid factor, lupus anticoagulant, anti-cardiolipin Ab, protein-C, protein-S 등)에서도 특이 소견은 없었다. 입원 당일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 우측 후대뇌동맥 분지 영역에 확산저하와 함께 우측 후대뇌동맥의 전반적인 협착이 관찰되었고, T1-강조 영상에서는 확산저하를 보인 부위의 조영증강은 없었으나 확산저하가 없었던 우측 혀이랑(lingual gyrus) 부위에 조영증강이 관찰되었다(Fig.).
환자는 입원 후 acetaminophen 1,300 mg/일, propranolol 80 mg/일, clopidogrel 75 mg/일 등의 약물 치료를 받으면서 두통과 좌측 상하지의 일시적인 마비와 저림 증상의 강도와 빈도는 점차 감소하였다. 입원 5일째에는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두통도 없어서 퇴원하였으나 좌측 시야장애는 2주 후 외래 추적 때까지도 호전되지 않았다.
고 찰
본 증례의 특이점은 조짐편두통과 함께 나타난 뇌경색과 피질의 조영증강 소견이다. 이 두 가지 소견은 편두통 환자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소견으로 편두통에 의해서 나타날 수 있는 합병증 및 조짐과 두통의 병태생리를 암시하는 소견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짐편두통은 뇌경색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고, 특히 45세 이하의 여성에서 흡연,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경우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4]. 편두통 환자에서 뇌경색의 발생률은 10만 명당 1.4-1.8명/년으로 상대위험도는 약 1.7배이며, 이 중 조짐편두통은 2.2배, 45세 이하는 2.7배, 여성은 2.1배, 흡연은 9.0배, 경구피임약은 7.0배이다[4]. 그러나 편두통과 뇌경색 모두 흔한 질환으로 인과관계를 규명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편두통 환자에서 일어나는 뇌혈관장애의 기전도 아직 명확히 확립되지 않았다. 편두통과 뇌경색의 연관성은 크게 세 가지 경우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편두통 환자에서 비발작기에 뇌경색이 발생한 경우, 둘째, 뇌경색 환자에서 동맥박리, 혈전증 등의 뇌혈관질환으로 인해서 편두통과 같은 양상의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 셋째, 편두통 환자에서 편두통 발작기에 뇌경색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편두통경색증의 진단기준은 매우 엄격하여 셋째 경우 중에서도 전형적인 조짐편두통 발작 중에 조짐과 연관된 부위에 뇌경색이 발생한 경우에만 진단이 가능하다. 국제두통학회의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Headache Disorders (ICHD)-III 진단기준에 따르면 편두통경색증은 조짐편두통의 기왕력이 있는 환자에서 이전과 같은 양상의 조짐편두통이 발생하면서 뇌영상에서 이와 연관된 영역에 뇌경색이 관찰되는 경우로 정의하였다. 단 편두통경색증에서는 조짐의 지속시간이 60분을 초과할 수 있다. 본 환자에서도 시각 조짐증상과 조짐 후 60분 이내에 발생하는 두통이 여러 차례 발생하여 ICHD-III 진단기준을 만족하는 조짐편두통의 기왕력이 있었으며, 편두통의 조짐 증상으로 발생한 시야장애가 60분 이상 지속되었고,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후두엽에 급성 뇌경색이 발견되어서 이러한 진단기준에 부합하였다.
편두통경색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시각 증상이며, 그 다음으로 감각 증상이고, 실조증이나 언어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5]. 뇌경색은 대부분(약 71%) 후순환영역에 발생하며 병변 부위는 후두엽이 가장 흔하다[5]. 본 환자에서도 뇌경색의 증상은 시야장애였으며, 병변 부위는 후두엽을 포함하는 후대뇌동맥영역이었다.
편두통경색증의 기전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편두통 조짐기에 발생하는 뇌혈관 수축과 이로 인한 뇌혈류 감소에 의해 뇌경색이 발생한다는 기전이 제기되어 왔으며 실제로 편두통 환자에서 시행한 positron emission tomography나 single 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 등의 연구에서도 조짐기에 뇌혈류가 감소되는 것이 관찰되었다[2]. 최근에는 혈류 감소가 피질확산억제로 인한 신경세포의 대사 감소에 의한 2차적인 변화라는 이론이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혈류 감소는 뇌경색을 일으킬 만큼 심하지는 않아서 편두통경색증의 기전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다른 가설로는 혈액응고계의 활성화와 혈관내벽의 변화로 허혈이 발생한다는 가설이 있다. 편두통 환자에서 혈소판응집이 증가되는 현상이 보고되기도 하였다[6]. 본 환자에서는 혈액응고계의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우측 후대뇌동맥의 협착 소견이 관찰되어서 편두통과 연관된 혈관연축이 의심되었지만 추적검사를 시행하지 못하여 확인할 수는 없었다. 편두통경색증 환자에서 혈관연축이 발견된 예는 드물게 보고되었으며 추적검사를 통하여 가역적인 혈관연축이 확인된 예도 있었다[7]. 혈관연축이 동반된 환자는 대부분 심한 뇌경색에 의해서 예후가 좋지 않았다. 편두통 환자에서도 두통 발작 중 혈관협착이 관찰된 예가 있으나 이 경우는 혈관협착 부위와 증상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았다[8]. 혈관협착은 혈관연축 외에도 두통을 동반한 혈관박리나 다른 혈관질환, ergotamine 약제, 혈관조영술 등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런 경우 혈관협착은 편두통의 원인이 아닌 부수현상일 수 있다[8].
본 증례의 두 번째 특이점인 후두엽피질의 조영증강 소견은 편두통과 연관된 혈액뇌장벽의 투과성 증가를 시사한다. 조영증강의 다른 가능성으로 뇌경색의 아급성기에 나타나는 조영증강을 고려할 수 있으나 뇌경색 부위와 다른 부위에 조영증강이 나타나서 이 가능성은 떨어진다. 그 외에 조영증강을 일으킬만한 종양이나 다른 병터도 발견되지 않았다.
편두통 환자에서 두통 급성기에 혈액뇌장벽의 투과성이 증가하여 염증 반응에 기여한다는 가설이 제기되었으나 아직은 이에 대한 논란이 있다[3]. 동물실험에서는 피질확산억제가 matrix metalloproteinase-9 (MMP-9)을 활성화하며 혈액뇌장벽의 투과성을 증가시킨다고 보고되었으나, 사람에서는 일관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9]. 한 연구에서는 조짐편두통 환자에서 혈액뇌장벽 손상을 시시하는 MMP-9의 증가가 관찰되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조짐편두통 환자의 급성기에 혈액뇌장벽의 투과성의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9]. 이렇게 상충된 결과가 나온 이유는 연구 대상 환자들의 편두통의 종류와 심한 정도, 검사 시기 및 측정 방법의 차이 등에 기인할 것이다[9]. 증례보고로는 주로 가족편마비편두통 환자에서 피질 부위에 조영증강이 나타난 예들이 보고되었는데[10], 이는 편마비를 동반하는 심한 편두통에서 심한 염증 반응과 함께 혈액뇌장벽이 파괴되어 조영증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본 환자에서도 시야장애와 편마비를 동반한 심한 편두통의 양상이어서 혈액뇌장벽의 투과성이 증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본 증례의 또 한 가지 특이점은 뇌경색 부위와 조영증강 부위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는 조짐을 일으키는 부위와 두통을 일으키는 신경염증 부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현상 모두 피질확산억제가 그 원인으로 제기되고있는데 그 결과로 나타난 부위가 다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시간적으로 조짐에서 두통으로 진행하는 동안 피질확산억제가 공간적으로 이동하고, 조직에 따라서 이에 대한 취약성과 반응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본 증례는 조짐편두통의 급성기에 뇌혈류의 감소를 시사하는 뇌경색과 염증 및 혈액뇌장벽파괴를 시사하는 조영증강을 함께 보여주는 드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조짐과 편두통이 심하게 발현되어 그 병태생리를 좀 더 명확하게 보여 준 예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예를 통하여 조짐편두통 환자에서 조짐과 두통의 기전을 이해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