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마비(periodic paralysis)는 혈액의 칼륨농도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근쇠약을 특징으로 하는 드문 신경근육질환이다. 혈액 칼륨농도에 따라 저칼륨, 정상칼륨, 고칼륨 주기마비로 분류하며, 그 중 저칼륨주기바미의 유병률이 가장 높다[
1]. 원인에 따라 다시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나눌 수 있다. 일차저칼륨주기마비는 칼슘, 나트륨, 칼륨통로의 유전자 결함에 의해 발병하며, 보통염색체우성으로 유전된다[
1,
2]. 이차저칼륨주기마비는 콩팥이나 위장관에서 칼륨 소실과 같은 칼륨대사이상을 유발하는 기저질환에 의해 발병하게 되며, 갑상선중독증에서 발생하는 갑상선독성주기마비가 가장 대표적인 이차저칼륨주기마비이다[
1].
요붕증(diabetes insipidus, DI)은 다뇨(polyuria) 및 다음증(polydipsia) 증상이 특징적인 질환이다.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의 이상으로 항이뇨호르몬(antidiuretic hormone)의 분비가 잘 안되어 발생하는 신경성 요붕증(neurogenic DI)과 항이뇨호르몬이 콩팥에서 작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신장기원 요붕증(nephrogenic DI)으로 분류할 수 있다[
3]. 요붕증은 체내 수분의 불균형 및 전해질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다.
본 저자들은 신경성 요붕증 환자에서 저칼륨주기마비가 발생한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특이 병력이 없는 28세 남자가 1일 전부터 발생한 양측 하지 쇠약으로 응급실에 왔다. 환자는 특별히 복용하는 약물은 없었으며, 어머니가 제2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가족력 이외에 다른 가족력은 없었다. 환자는 1일 전 아침부터 양측 하지의 근육통이 발생하였고, 점심식사 후 낮잠을 자고 일어나자 양측 하지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였다. 병원 방문 당일 새벽부터는 양측 하지 근력저하가 더 악화되었으며, 혼자서 걷기 힘든 상태로 진행하여 응급실로 왔다. 병력청취 결과, 환자는 최근 감기나 장염 등 감염의 과거력은 없었다. 최근에는 실외에서 일을 하고, 과로를 하였으며, 식사를 잘 챙겨 먹지 못해 최근 한 달간 약 10 kg의 체중 감소가 있었다고 하였다. 환자는 20대 초반부터 입마름, 다음다갈증, 다뇨 증상으로 인해 하루 약 3 L의 물을 섭취한다고 하였다. 상기 증상에 대해 다른 병원에서 반복적으로 당뇨병검사를 받았으나 이상은 없었다고 하였다.
신경계진찰 결과, 양측 상지의 근력저하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양측 하지에서 근위부는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3등급(grade III)이고, 원위부는 MRC 4등급(grade IV)으로 근력저하가 관찰되었다. 뇌신경검사 및 감각신경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심부건반사는 양측 사지에서 모두 정상이었으며, 병적반사는 관찰되지 않았다. 검사실검사 결과, 혈액 칼륨 수치는 2.5 mmol/L로 감소되었으며, 혈액 오스몰농도는 306 mOsmol/kg으로 증가되었다. 소변 오스몰농도는 48 mOsmol/kg, 소변 나트륨 13.9 mmol/L, 소변 칼륨 1.1 mmol/L로 감소된 소견이 확인되었다. 환자의 혈액 칼륨/크레아티닌비는 2.04이며, 세관경유칼륨경사(transtubular potassium gradient, TTKG)는 2.8이었다. 혈액 나트륨, 크레아티닌, 간효소, 갑상샘자극호르몬 및 유리티록신 수치는 정상이었다. 신경전도검사 및 근전도검사 결과, 이상은 보이지 않았으며, 반복신경자극검사 및 장기운동유발검사(prolonged exercise test)에서도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저칼륨주기마비 진단 하에 수액요법 및 경구 칼륨 보충을 하였다. 12시간 후, 환자의 칼륨 수치는 4.5 mmol/L (정상 범위, 3.5-5.1 mmol/L)로 회복되었으며, 환자의 하지 근력은 근위부는 MRC 4등급(grade IV), 원위부는 MRC 5등급(grade V)으로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환자의 다음다갈증과 다뇨 증상에 대해서 감별진단을 위해 24시간 소변검사를 하였으며, 24시간 소변량은 11.9 L로 확인되었다. 요붕증의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 수분제한검사를 하였고, 검사 결과, 신경성 요붕증을 시사하는 소견이 관찰되었다(
Table 1). 감별 진단을 위해 뇌 자기공명영상검사를 하였으며,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Fig.). 또한, 뇌하수체호르몬검사를 하였고, 모두 정상 범위 이내로 측정되었다(
Table 2). 이에 특발 신경성 요붕증 진단 하에 항이뇨제 스프레이를 처방하였으며, 이후 증상 재발 없이 외래에서 경과 관찰 중이다.
고 찰
젊은 성인에서 갑자기 발생한 근력저하 및 혈액 칼륨농도의 이상이 보이는 경우 주기마비를 감별해야 한다. 주기마비는 일시적 혹은 간헐적으로 축 늘어지는(flaccid) 근쇠약이 특징이며, 근쇠약의 정도는 경도에서부터 중등도까지 다양하며, 지속시간도 수분에서 수일까지 다양하게 관찰될 수 있다. 골격근 수축의 이상이 원인이기 때문에 감각이상은 보통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이나 생활요인에 따른 혈액 전해질 농도이상이 흔한 유발요인에 해당한다. 혈액 칼륨농도에 따라 저칼륨, 정상칼륨, 고칼륨 주기마비로 분류되며, 그중 저칼륨주기마비의 발병 빈도가 가장 높으며, 추정 발병률은 10만 명당 1명이다. 흔히 26-35세의 젊은 남성에서 가장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저칼륨주기마비의 발병기전은 완전히 알려져 있지는 않다. 이온통로병증(channelopathy) 중 하나이며, 이로 인해 근육세포에서 칼륨 이동의 이상이 발생하여 혈액의 칼륨농도가 감소하게 되면서 근육이 전기적으로 활성도 높아져서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1].
주기마비는 발병 원인에 따라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일차주기마비의 경우는 보통염색체우성으로 유전되는 칼슘, 나트륨, 칼륨통로의 유전자 결함이 원인이 된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고칼륨주기마비, 저칼륨주기마비, 앤더슨-타윌증후군이 있다[
2]. 고칼륨주기마비는 나트륨통로 유전자인 SCN4A의 염색체 17q23의 점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저칼륨주기마비는 칼슘통로유전자인 CACNA1S (60%)와 나트륨통로유전자인 SCA4A (20%)의 점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
2]. 앤더슨-타윌증후군은 칼륨통로유전자인 KCNJ2의 돌연변이가 원인이 되며, 심실부정맥, 특징적인 이상 골격과 얼굴 형태 및 주기마비라는 전형적인 세 가지 징후를 보여 다른 질환들과 감별이 된다[
2]. 이차저칼륨주기마비는 칼륨대사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기저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이다. 갑상선독성주기마비는 아직 기전은 명확하지 않으나 갑상샘항진증에서 이차적으로 저칼륨혈증이 발생하여 주기마비를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5]. 주로 젊은 아시아 남성에서 발병하며, 일본과 중국에서 각각 8.7%와 13%의 발병률이 보고되었다[
5]. 다른 주기마비의 임상 증상들과 동일한 양상이지만, 체중 감소, 심박수 증가와 같은 갑상샘중독증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 또 다른 이차원인은 크게 신장 소실과 비신장 소실로 나눌 수 있는데, 신장 소실로는 신장병 중 신세관산증과 신증후군 등이 포함되며, 비신장 소실로는 내분비질환 중 일차고알도스테론증(Conn disease), 복강병이나 열대스프루와 같이 위장관계로 칼륨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알려져 있다[
4]. 또한, 감초 복용이나 바륨 중독과 같은 의인요인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보고되었다[
6]. 이러한 이차주기마비의 경우에는 기저질환의 교정이 치료이기 때문에 원인질환의 진단이 중요하다.
요붕증은 다뇨 및 다음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으로 항이뇨호르몬 분비가 결핍된 신경성 요붕증과 항이뇨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어도 신장에 작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신장기원 요붕증으로 나눈다. 임상적으로 환자는 보통 하루 3 L 이상의 소변을 배출하며, 소변량과 동일한 정도의 수분 섭취를 하게 된다. 진단은 단계적으로 수분제한 검사, 고장생리식염수주입검사 및 desmopressin (DDAVP) 투여검사를 통해 이루어지게 되는데, 수분제한탈수검사에서 환자가 탈수의 기준을 맞출 때까지(혈액 오스몰농도 295 mOsm/kg, 혈장 나트륨농도 143 Eq/L) 요농축이 되지 않으면 DDAVP 투여검사를, 소변이 농축되면 고장생리식염수주입검사를 진행한다. 고장생리식염수주 입검사 상에서 혈장의 항이뇨호르몬농도가 혈액 오스몰 및 나트륨농도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면 신경성 요붕증으로 진단한다. DDAVP 투여검사를 진행할 경우, 12시간마다 DDAVP를 투약하여 임상 증상이 소실되고 저나트륨혈증이 생기지 않는다면 신경성 요붕증을, 소변량과 소변의 오스몰농도가 변하지 않으면 신장기원 요붕증으로 진단한다. 신경성 요붕증이 진단되면, 원인 확인을 위해 뇌 자기공명 영상을 확인해볼 수 있다. 치료는 바소프레신의 유사체인 데스모프레신을 경구 혹은 스프레이로 투약하게 된다[
3]. 요붕증 환자에서 저칼륨주기마비가 발생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주로 신장기원 요붕증에서 발생한 경우가 많았으나[
7-
9], 본 증례와 같이 신경성 요붕증 환자에서 발생한 경우도 보고되었다[
10].
본 증례는 갑자기 발생한 양측 하지 근력저하와 함께 낮은 혈액 칼륨농도를 보이고 있어 저칼륨주기마비를 의심하였고, 감별진단을 위한 검사를 진행하였다. 저칼륨혈증의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 혈액 칼륨/크레아티닌비와 TTKG를 계산하였고, 각각 2.04와 2.81로 확인되어 신기능이상에 의한 칼륨 소실은 배제할 수 있었다. 또한, 갑상샘검사 결과 모두 정상이었으므로, 갑상샘독성주기마비도 배제할 수 있었다. 저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 복용력도 없었다. 유전자검사는 하지 않아 일차저칼륨주기마비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주기마비에 대한 가족력이 없었으며, 탄수화물섭취, 운동 등 일차저칼륨주기마비의 유발요인은 없었다. 환자는 20대 초반부터 다음다갈증과 다뇨 증상이 있었으며, 수분제한검사를 통해 신경성 요붕증으로 진단되었다. 본 증례에서 저칼륨혈증이 발생한 원인은 명확하게 알기는 어려우나, 최근 실외에서 과도한 근무를 하고 수분 섭취와 식사량이 감소한 상태에서 신경성 요붕증에 의한 다뇨 증상에 의해 저칼륨혈증이 발생하였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주기마비를 보이는 저칼륨혈증 환자가 병원에 온 경우 환자 문진 시 동반질환이나 호소하는 증상에 주목하여 저칼륨혈증의 이차 원인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겠다. 또한 이미 알려진 많은 이차주기마비의 원인과 더불어 신경성 요붕증도 감별해야 할 원인질환 중 하나로 포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