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의식장애란 생리적 졸음을 제외한 주의력이나 각성 수준의 변화나 악화를 일컫는다[
1,
2]. 의식장애는 응급실을 방문하는 흔한 증상 중의 하나로서, 전체 응급실 방문 환자에서 적게는 2%에서 많게는 15%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의 연구에서는 약 17%로 보고하였다[
1-
3]. 의식 장애를 일컫는 말은 altered mental status(의식 상태 변화) [
1,
4], impaired consciousness(의식 손상) [
3], altered level of consciousness(의식 수준의 변화) [
2] 등이 사용된 바 있다. 의식장애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접근이 필요하며, 다양한 의학적 상태에 대한 확인과 검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의식장애 환자는 전통적으로 위급한 환자로 분류되어 왔으며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여 진료한다.
응급실의 의식장애 환자에 대한 여러 연구에서 의식장애의 원인에 대한 평가를 시도하였다. 이전의 연구에서는 응급실에 방문하는 의식장애의 흔한 원인은 신경계 원인과 중독, 외상 등으로 보고한 바 있으며[
1],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의식장애의 원인 중에서 신경계 원인은 약 71%로 보고되기도 하였다[
5]. 응급실에 방문하는 의식장애 환자 중에서 약 1/4이 뇌혈관질환이었으며, 그 외에 감염과 뇌전증발작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였는데[
3], 최근의 우리나라 연구에서는 응급실에 방문하는 의식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은 감염으로서 약 30%, 그 다음으로는 대사질환이 21%를 차지하였고 뇌졸중은 약 18%, 뇌전증발작은 약 7%에 그쳤다[
2].
우리나라는 비교적 응급실 이용에 대한 문턱이 낮은 나라로서, 가벼운 상처부터 심정지와 같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응급실을 방문하여 진료받을 수 있다. 지난 2019년에 발생하여 여전히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coronavirus disease-19, COVID-19)는 우리 모두의 개인적 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와 경제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의 공공위생 증진을 위한 방침뿐만 아니라 사회적 모임이나 이동을 지양하는 단계별 방역지침을 발표하고 이에 기반한 공식적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어 외출이 감소하였으며, 심리적으로 위축된 환자들은 병원 이용 자체를 꺼리거나 조심스러워하는 사회 현상이 있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적, 의학적 그리고 심리적 영향들은 환자들의 응급실 방문 행태의 변화를 주었을 것이며, 최근에 발표된 미국의 연구에서는 COVID-19 이전과 비교하여 이후에 응급실 방문이 72% 감소한 것이 보고된 바가 있고[
6], 유럽에서는 5.7-13%의 감소를 보고하였다[
7]. 고병원성 감염균이 창궐한 시기에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숫자에도 변화가 있으므로 응급실에서 이루어지는 실제적인 진료 행태 또한 변화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응급실 방문에서 COVID-19의 노출 위험성에 대한 추가적인 사항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의식장애는 응급실에서 집중적으로 의료 자원이 투입되는 주요 증상 중의 하나로서, 의료 현장에서의 유연한 대처를 위해서는 COVID-19 이전과 이후에 변화하는 의식장애의 병인과 분포의 변화를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에 저자들은 지역의 3차 의료기관에서 의식장애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들을 분석하여 COVID-19 발생 이전과 이후의 의식장애의 병인과 퇴원 형태의 변화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대상과 방법
본 연구는 후향연구로서, 지역의 한 대학병원의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지역에서 첫 번째 COVID-19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2월 18일을 기준으로, COVID-19 이전(before COVID-19, BC) 기간은 2019년 2월 1일부터 2020년 2월 17일까지로 정하였고, 2020년 2월 18일부터 지역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2차 유행이 시작되기 전인 11월 30일까지를 COVID-19 이후(after COVID-19, AC)로 정하여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의 의무 기록을 분석하였다. 소아를 제외하기 위하여 18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응급실 도착 후에 진료를 받던 중 발생한 의식장애, 심정지 그리고 응급실 도착시 사망 상태(death on arrival, DOA)는 제외하였다. 뇌졸중, 정신질환, 심한 치매 등으로 인하여 이미 의식장애 상태였던 환자들을 제외하기 위하여 다른 병원에서 입원 중에 이송되어 응급실을 방문한 경우는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응급실에서 퇴실한 후 24시간 이전에 다시 응급실을 방문한 경우에는 최초의 방문을 기준으로 한 번의 응급실 방문으로 간주하였다. 본 의료기관에서는 응급실에 방문 시에 모든 환자의 글래스고 혼수척도(Glasgow coma scale, GCS)를 기록하는데, 여기서 15점이 아닌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의무기록에 근거하여 후향적으로 평가하였다. 환자의 나이, 성별, 병력, 응급실에서의 추정 진단, 응급실에서의 진료 내역, 응급실에서의 퇴실 배치, 퇴원 상태를 조사하였고, 응급실에서의 활력징후, 진찰 소견, 신경학적 진찰, 심전도, X-ray, 혈액검사, 뇌 컴퓨터단층촬영, 뇌 자기공명영상, 뇌척수액검사, 뇌파 등의 검사 기록을 검토하였다. 각각의 모든 환자에서 저자들의 충분한 토론을 통해 의식장애의 원인 진단을 결정하였다. 이 때, 의식장애의 원인 판단은 응급실 퇴실 시점을 기준으로 하였다.
본 연구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진행되었으며(IRB No. 2020-10-041), 후향연구 설계로 서면 동의는 면제되었다. BC와 AC를 비교하기 위하여 t-test 또는 chi square test를 시행하였으며, 양측 유의수준 5% 미만일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SPSS version 22.0 (IBM Corp., Armonk, NY, USA)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고 찰
실제 응급실에서는 혼돈, 혼미, 지남력장애, 환시, 환청, 망상 등의 다양한 증상과 기면에서 완전한 혼수까지 다양한 단계의 환자들이 방문한다. 수없이 많은 원인이 존재하며, 광범위한 병력청취와 빠른 접근, 그러면서도 적절한 처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응급실에서는 각 병원의 여건과 인력, 장비 등을 고려하여 진료 체계를 구성하여 환자들을 분류하고 진료한다. 응급실의 의식장애 연구는 그 원인을 분류가 어려운 점과 실제 환자의 의식장애 원인이 모호하거나 특정하기 어려워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전의 연구에서는 의식장애의 정도를 의사가 평가하지 않거나[
3], 원인 분석에서 응급의학과 또는 신경과 등의 특정 임상과의 의사만 분석에 참여하였다[
1,
4,
8,
9]. 다양한 의식장애 상태라기보다는 섬망이나 완전한 혼수만 분석한 경우도 있었으며[
9,
10], 의식장애를 판단하는 데에 객관적 진찰보다는 주증상으로 분류한 연구도 있었다[
3,
8,
11]. 연구 기간이 4개월 정도로 짧은 연구도 있었으며[
4], 한 연구에서는 14일의 연구 기간 동안에서 연구원이 근무할 때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만 분석하였다[
10]. 전체 의식장애 환자들에 대한 분석보다는 65세 또는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를 분석 대상을 설정하거나[
10,
11], 외상 환자만 분석한 연구들도 있었다[
9]. 연구들 사이에서 의식장애의 원인 분류가 일정하지 않았는데[
3,
5,
8-
11], 신경계, 외상, 내분비/대사성, 심/폐기능, 감염, 산부인과, 독성 등으로 나누는 시도가 있었고[
5],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 감염, 뇌전증 발작, 정신질환, 대사성, 독성 그리고 일과성전체기억상실로 나누기도 하였다[
3]. 다른 연구에서는 대사성, 뇌출혈, 악성 종양, 뇌경색 등으로 나누었는데, 대사성에 간성뇌병, 알코올 관련 질환, 요독뇌병, 당이나 전해질 문제 등으로 나누기도 하였다[
8]. 이렇듯 이전 연구의 의식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은 일정하지 않고, 응급실에 방문하는 의식장애 환자에 대한 대표성을 가지기 힘들었다.
저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들 중에서 GCS가 15점인 환자를 제외한 모든 환자를 분석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의식장애의 원인을 분류하기 위하여 응급의학과, 내과, 신경과 전문의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자세한 기록 분석과 충분한 토론을 거쳤다. 또한, 본 연구는 응급실에 방문한 의식장애 환자에 대해서 COVID-19 이전과 이후의 원인 비교를 시행한 첫 번째 연구로서, COVID-19 이후에 응급실에 방문하는 의식장애의 원인에서 패러다임 변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의 연구에 의하면[
1,
3-
5,
9-
11], 응급실에 방문한 의식장애의 흔한 원인은 뇌졸중, 중추신경계감염, 경련 등의 신경계 문제로서 그 비율은 약 28%에서 38%로 다양하게 보고된 바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응급실에 방문한 의식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이 전신감염이었으며, 대사성, 심장성, 독성질환, 정신성 등의 중추신경계 이외의 원인은 전체 기간에서 모두 1,206명(65.1%)으로, BC에서 720명(67.4%), AC에서는 481명(62.1%)이었다. 이것은 최근 우리나라 연구에서 응급실에 방문한 의식장애 환자 중에서 전신감염과 대사성을 합하면 약 52%에 해당한다는 보고와 궤를 같이 한다[
2]. 게다가, 본 연구에서는 COVID-19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여 의식장애의 원인 분포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전신감염과 심인성 원인이 감소하고, 독성질환과 외상에 의한 의식장애가 증가하였다. 전신감염은 BC에서 하루 중 절반 이상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였으나, AC에서는 전신감염의 감소와 더불어 뇌졸중의 빈도가 증가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것은 최근 COVID-19로 시행하는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정책과 지침에 의해 감염을 예방하는 데 힘쓴 결과로 사료된다. BC에서 세 번째로 흔한 원인이었던 뇌졸중이 AC에서 두 번째로 올라선 것 또한 뇌졸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전신감염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좀 더 합리적 설명일 것이다. 심장성 의식장애의 감소는 COVID-19로 인한 생활습관 개선의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 COVID-19 이후에 주요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입원이 줄어들었음을 보고하였는데,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COVID-19로 인한 지침으로 생활습관 개선이 이루어져서 오히려 감염, 술, 과도한 신체 활동 등의 위험요인에 노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추정하였다[
12]. 본 연구에서는 BC에서는 전신감염이 낮 시간의 모든 시간대에서 전신감염이 의식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이었으나, AC에서는 시간대별로 가장 흔한 원인이 다양하게 나타났는데, 의식장애의 원인으로서 전신감염의 상대적 감소와 발열에 대한 방역지침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한편, 독성질환과 외상의 증가는 COVID-19 자체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의료전달 체계의 변화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성질환은 다른 원인을 배제하는 것이 주된 접근 방법이며 뇌외상은 수술을 포함한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한 영역으로서, COVID-19 거점 병원에서 근무한 저자들의 경험에 비춰볼 때, COVID-19에 대응하기 위한 인적 또는 물적 자원이 미비하거나 프로토콜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일선의 병원에서 쉽게 다루지 못하는 환자로 분류되어 상급병원으로 전원이 늘어난 것으로 사료된다. 즉, 환자의 기저질환과 함께 뇌졸중, 발작 등의 급성신경계질환을 감별해야 하며, 의식장애를 동반한 두부 외상은 응급 수술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선의 병원에서 COVID-19 대응지침 아래에서 정상적인 진료에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BC에 비하여 AC에서 더 높은 비율로 상급병원으로의 빠른 이송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사료되며, 이러한 현상은 응급실에서 퇴실 배치의 변화로 이어진다. BC에서는 의식장애로 응급실을 방문한 한자의 약 19%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었으나 AC에서는 약 12%로 감소한 것은 COVID-19 관련 지침 하에서 조기에 전원이 어렵게 되어 발생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중추신경계 관련 질환인 뇌졸중이나 발작은 주요한 의식장애의 원인으로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원인이다. BC에서 중추신경계 관련 원인인 뇌졸중, 발작, 뇌외상, 중추신경계감염은 전체의 약 1/4을 차지하며, AC에서는 약 1/3을 차지하였다. 전신감염의 감소와 뇌외상의 증가와 함께 뇌졸중의 비율 증가 때문에 AC에서 중추신경계 원인의 의식장애가 늘어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고 사료된다. 한편, 본 연구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응급실에서 1-2일 동안의 적극적인 검사에도 불구하고 의식장애의 원인을 특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BC와 AC를 합쳐서 101명으로 약 5.1%에 달하는 것이다. 실제 임상에서, 응급실에서의 진단명은 확진이 아닌 추정진단에서 머무르는 경우가 많고, 두 가지 이상의 원인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입원 진료에서 결론에 이르게 되는 일이 흔하다. 예를 들어, 뇌전증으로 발프로산을 투약 중인 환자가 혼돈 상태로 응급실을 방문하였는데 뇌전증 발작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에서 간경화증을 처음 진단받았으며, 동시에 고암모니아혈증이 확인된 경우에는 의식장애의 원인을 특정할 수 없었다. 또한 중추신경계감염으로 추정하여 입원한 후에 추가검사 결과에 따라 시신경척수염으로 진단명이 바뀌었더라도 응급실 퇴실 시점에서는 진단명이 중추신경계감염이다. 이러한 예시의 존재와 더불어, 전체 기간에서 원인불명 환자가 5% 이상 존재한다는 것은 응급실에서의 의식장애에게 보다 더 신속하면서도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응급실 진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서 입원을 포함한 추가적인 의학적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는 몇 가지 제한점이 있다. 첫째, 단일기관의 후향연구로서 선택편향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본 연구의 진단은 응급실에서 퇴실하는 시점의 추정진단으로서, 최종진단과 다를 수 있다. 전술하였듯이, 이것은 의식장애가 도전적인 영역이라는 방증이라 하겠으며, 본 향후에도 응급실에서의 의식장애에 관한 꾸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다. 셋째는 AC에 해당하는 기간은 9개월로 BC에 비하여 3개월이 짧아서 비교 기간이 비대칭적인 것이다. 하지만 COVID-19라는 질병 자체가 인류에게는 처음 겪는 커다란 도전이며, 이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COVID-19의 위협 속에서 응급실에서 의식장애에 대한 진료 방침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본 연구는 응급실에 방문한 의식장애 환자에 대해서 COVID-19 이전과 이후의 원인 비교를 시행한 첫 번째 연구이다. 이 연구를 통하여, 응급실을 방문하는 의식장애 환자에서 중추신경계 이외의 원인으로서 전신감염과 대사성이 과반수라는 점을 확인하였으며, BC와 AC에서 의식장애의 원인질환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데에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