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담배, 술이 파킨슨병에 미치는 영향
Effect of Coffee, Tobacco, and Alcohol on Parkinson’s Dis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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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Since the neuroprotective effects of coffee and tobacco on Parkinson’s disease have been reported more than 50 years ago, clinical studies using caffeine and nicotine that were presumed as effective components of coffee and tobacco, respectively, are being actively executed. However, most results failed to show significant differences between the tested and control groups, and some studies revealed contradictory results to the neuroprotection. The reason for this might be that the effective components are something other than nicotine or caffeine, and/or differences to design the clinical trials such as patients recruiting, prescribed amount and period, and analyzed criteria etc. The review summarizes recent results for effect of coffee, tobacco as well as alcohol, representatives of indulgent food, on Parkinson’s disease.
서 론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은 흑질치밀부의 도파민 신경세포의 사멸로 인해 나타나는 질병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약 1% 정도에게서 발병되는 이상운동을 보이는 신경퇴행질환이다[1]. 2004년에 시누클레인(synuclein)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파킨슨병의 유전요인으로 발견된 이래, LRRK2, PRKN, PINK1 등 십여 개의 유전자가 파킨슨병의 우성 또는 열성유전자로 보고되었다[2]. 하지만 아직 환자의 90% 정도는 특발(idiopathic)파킨슨병으로 그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 단지 해로운 환경이나 생활습관이 유전요인과 상승 작용을 하여 발병한다는 가설이 있을 뿐이다. 생활습관과 연관된 위험요인으로는 유제품(특히 우유), 철분, 알코올의 과다한 섭취가 보고되어 있다. 흥미롭게도 담배나 커피의 섭취와 파킨슨병 발병 위험(risk)이 반비례적인 관계에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광범위하게 보고되어[3]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그 정확한 기전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이들 기호식품과 파킨슨병의 연관성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는 다른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4]. 인구의 대다수가 섭취하고 있는 주요한 기호식품이 파킨슨병 발병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흥미롭고 중요한 이 주제에 대한 국내의 종설은 많지 않다. 우리는 커피, 담배, 술이 파킨슨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내외 연구 결과를 최근 결과를 중심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본 론
1. 커피, 담배, 술이 파킨슨병에 미치는 영향
1) 커피
카페인이 전임상 동물모델에서 레보도파의 항파킨슨병(anti- parkinsonian) 효과를 촉진시킨다는 결과가 보고된 이래[5], 커피 섭취와 파킨슨병 발병률의 반비례관계는 여러 메타분석(meta analysis)이나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6]. 예를 들어, 한 연구는 하루에 0, 1-4, ≥5컵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경우에 파킨슨병의 상대적 발병률이 각각 1.00, 0.55, 0.41로 점진적으로 감소한다고 보고하였다[7]. 이러한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커피의 주성분인 카페인과 파킨슨병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었다. 실제로 6-hydroxy dopamine이나 1-methyl-4-phenyl-1,2,3,6-tetrahydropyridine (MPTP)을 사용하여 만든 파킨슨병 동물모델에 카페인을 투여한 결과, 도파민 신경세포의 수가 증가하고, 운동증상도 개선되었다[8]. 카페인의 파킨슨병에 대한 보호효과는 남성에서 뚜렷하게 관찰되었으나 여성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는 에스트로겐과 카페인이 그 대사효소로 사이토크롬P450 효소군의 CYP1A2를 동일하게 사용한다는 점에서 에스트로겐에 의한 효과라고 추정된다. 실제로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는 폐경기 여성의 경우, 파킨슨병 발병률이 커피 섭취량의 과다와 연관 있음이 보고되었다[9].
카페인은 도파민수용체(D2R)의 신호를 억제하는 아데노신수용체(A2AR)의 비선택적 길항제(antagonist)로 작용하여서 D2R의 작용을 증진시킨다[10]. 다른 아데노신수용체의 선택길항제도 파킨슨병 환자에서 증상완화효과를 보였다. 실제로 이들 길항제를 대상으로 25건 이상의 파킨슨병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이루어졌으며 2019년엔 일본의 쿄와기린사의 이스트라데필린(Istradefylline; Nourianz)이 파킨슨병의 오프상태의 치료약으로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았다[11].
흥미롭게도 커피의 신경세포 보호효과는 카페인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60명의 환자에게 카페인이나 위약을 6-18개월 처방한 후, 운동증상 지표인 통합파킨슨병 척도(Unified Parkinson’s Disease Rating Scale)를 채점한 결과 두 군 사이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12]. 오히려 카페인보다는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이나 카페익산(caffeic acid: 카페인과 구조적으로 무관한 화합물)에 의한 것이라는 연구도 다수 보고되었다[13-16].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연구로, 디카페인 커피는 신경세포 보호효과가 없다는 보고도 있다[8,17].
이러한 연구들과 별도로, 파킨슨병 발병률의 감소가 커피 섭취량의 과다와 뚜렷한 관련이 없다는 연구도 있다[4,12]. 요산염(urate)은 아데노신의 마지막 대사산물로서 강력한 항산화작용이 있으며 혈액에 고농도로 존재하며 nuclear factor erythroid 2-related factor 2 (Nrf2)/항산화반응회로를 통해 도파민 신경세포에 대한 보호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18]. 실제로 혈장내의 요산염 농도는 파킨슨병 발병 비율과 반비례관계로 보고되었다[19,20]. 하지만 한 연구는 커피 섭취가 요산염의 혈장내 농도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킨다고 보고하여 커피의 보호효과에 의문을 제기하였다[21]. 비교적 최근의 연구는 선조체의 도파민운반체(dopamine active transporter, DAT)의 변화를 단일광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single 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으로 커피 섭취자와 비섭취자에서 조사하였으나, 유의미한 차이를 관찰하지 못하였다[22].
카페인은 파킨슨병 외에도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에서도 보호효과가 보고되었다. 실제로 지속적인 카페인 투여는 노화된 쥐의 기억상실과 증가된 활성산소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킴이 관찰되었다[8,23].
차의 파킨슨병에 대한 보호효과도 연구되었다. 29,335명의 핀란드 사람을 대상으로 12.9년간 조사한 한 연구는 하루 3잔 이상의차를 마시면 상대적 발병률이 0.41로 낮아져서, 차도 커피와 유사한 보호효과를 보인다고 보고하였다[7]. 또한, 녹차의 주요 폴리페놀 성분인 epigallocatechin-3-gallate는 파킨슨병 세포모델로 사용되는 PC12세포에서 시누클레인의 응집을 저해하며, SH-SY5Y세포에서 6-hydrocydopamine이 매개한 신경독성을 감소시키다고 보고되었다[24]. 하지만 싱가포르의 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녹차가 아닌 흑차에서만 보호효과가 관찰되었다[25].
2) 담배
흡연이 파킨슨병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가 약 50년 전에 보고된 이래[26] 다수의 연구가 흡연에 대해 비슷한 보호효과를 보고하였다[27-29]. 예를 들면, 두 개의 코호트를 합친 약 58,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연간 흡연량이 0, 1-9, 10-24, 25-44, ≥45갑인 군을 나이로 보정한 결과, 파킨슨병 상대적 발병 위험률이 각각 1, 0.8, 0.6, 0.5, 0.4로 반비례함이 보고되었다[27]. 비슷한 규모의 다른 연구에서도 유사한 보호효과를 보이므로 흡연에 의한 파킨슨병 발병 보호효과는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27]. 또한 같은 연구에서 여자의 경우, 과거나 현재의 흡연자는 흡연경험이 없는 사람에 비해 상대적 발병률이 0.7, 0.4배였고, 남자의 경우, 과거나 현재의 흡연자는 흡연경험이 없는 사람에 비해 상대적 발병률이 0.5, 0.3배였다. 또한 직접흡연이 아닌 간접흡연의 영향을 조사한 연구도 비슷한 보호효과를 보고하였다. 부모의 흡연과 자녀의 파킨슨병 발병률을 조사한 한 연구는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흡연한 경우의 자녀와 부모 모두 금연한 자녀의 경우를 비교하였을 때, 전자의 상대적 발병률이 0.85로 후자보다 낮다고 보고되었다[30]. 2차 흡연자도 흡연경험이 없는 사람에 비해 상대적 발병률이 64% 낮아지는 결과를 보였으며[31], 저하효과는 노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좋았다[28,31]. 하지만 연기 없는 담배(코담배, 씹는 담배)를 사용한 경우에도 파킨슨병 발병률이 유의미하게 낮아짐을 보고한 연구나[28,32], 간접흡연의 효과를 관찰하지 못한 보고도[33] 있으므로 아직 많은 연구 결과가 필요하다.
니코틴은 담배연기의 주성분으로 도파민 전달을 조절하여, 이러한 파킨슨병 보호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니코틴은 니코틴수용체 활성화를 통해 도파민 방출을 매개하여, 도파민회로의 활동을 촉진시킨다[34]. 실제로 MPTP를 사용한 파킨슨병 동물모델에서 니코틴은 운동증상을 개선시켰다[28]. 이러한 니코틴의 효용설과는 달리, 피부를 통한 니코틴흡수가 파킨슨병에 대한 보호효과를 보이지 않음이 한 임상 연구에서 보고되었다[35]. 실제로 초파리 파킨슨병 모델을 이용한 한 연구는 카페인이 제거된 커피나 니코틴이 제거된 담배도 제거되지 않은 것들과 유사한 파킨슨병 보호 효과를 보이며 이러한 보호효과는 Nrf2를 매개로 일어남을 보고하였다[36]. 이러한 연구 결과는 파킨슨병 보호효과를 가지는 미지의 성분이 커피나 담배에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여성보다는 주로 남성에서만 보호효과를 보이는 카페인, 요산염과는 달리 담배는 양성 모두에서 강한 보호효과를 보이므로 니코틴을 대상으로 하는 파킨슨병 치료제 임상시험이 다수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서로 상반되어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이러한 상반된 결과는 아마도 환자 모집, 니코틴 처방량, 처리 기간 등 임상 설계의 차이 때문에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담배와 파킨슨병 원인단백질 중의 하나인 시누클레인 유전자의 관련성도 연구되었다. 시누클레인의 유전자에서 발견되는, 두 개의 핵산이 반복되는 다형성(dinucleotide repeat polymorphism, REP1)이 흡연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가짐이 보고되었다[37]. 즉 REP1 보유자가 미보유자보다 흡연에 의해 파킨슨병 위험도가 감소하였다. 하지만 그 효과는 강하지 않았고, 후속 연구도 보고되지 않았다.
3) 술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뇌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여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키며 염증반응을 유도한다[3]. 때문에 알코올사용장애(alcohol use disorder)는 다양한 신경퇴행질환과 연관이 있다[38,39]. 만성적인 중증알코올 섭취는 글루탐산에 의한 흥분독성(excitotoxicity)과 산화스트레스(oxidative stress)를 유도하여 영구적인 신경세포의 장애를 초래하는 등 뇌이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맥주에 포함된 다량의 퓨린은 자유라디칼제거제(free radical scavenger) 작용을 하고, 적포도주에 포함된 다량의 플라보노이드는 신경보호기능이 있어서 소량의 음주는 신경보호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40]. 소량의 음주는 보호작용이 있고, 과량의 음주는 위험하다는 통설에도 불구하고 어떤 연구는 이와 다른 결론을 보고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영국의 여성 백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1주에 14잔 이상을 마시는 군과 1-2잔을 마시는 군 사이의 파킨슨병 발병 위험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보고하였다[41]. 설문조사에 기반한 이러한 연구는 모집 대상과 설문, 분석 방법의 다양성 때문에 서로 반대되는 결과가 종종 발표된다[38]. 하지만 동물실험에서 만성적인 알코올 섭취가 도파민과 도파민합성의 주요효소인 타이로신수산화효소(tyrosine hydroxylase) 단백질 양을 감소시킨다는 보고나[38,42] 알코올이 에탄올 산화효소인 사이토크롬P450 2E1 (CYP2E1)의 발현 유도를 통해 도파민 신경세포를 감소시킨다는 보고 등[38,43] 여러 관련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고려할 때 만성적인 알코올 섭취는 도파민 신경독성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추론된다.
유전자와 알코올의 연관성으로는 레비소체의 응집단백질의 주성분인 시누클레인의 유전자의 다형성(polymorphism)과 이 유전자의 특정 mRNA 형태로부터 만들어진 특정 시누클레인의 단백질 발현 정도가 알코올 소비와 연관이 있다는 보고가 있으나[44], 이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2. 국내 연구동향
이 주제에 대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제한적이지만 대체로 흡연, 커피가 파킨슨병 발병률을 낮춘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284명의 새로 진단된 파킨슨병(de novo Parkinson’s disease) 환자를 대상으로 커피 섭취 여부를 기준으로 조사하였을 때 커피 섭취자의 떨림(tremor) 관련 점수가 비섭취자보다 유의미하게 낮게 나왔으며 이는 커피 섭취량에 의존적이었다[45]. 또 다른 연구도 흡연의 파킨슨병 관련 여부를 DAT의 positron emission tomography를 이용하여 조사하였는데, 현재 흡연하는 군(current smoking)이 과거 흡연군(past smoking)에 비해 도파민 신경세포의 퇴화에 대한 보호효과는 있으나, 다른 유익은 없다고 보고하였다[46]. 최근의 한 국내 연구는 체질량 지수(body mass index, BMI) 변화와 흡연, 파킨슨병 발병률을 조사하였다[47]. 이 연구에서는 담배를 끊은 사람(quitter)군이 한 번도 담배를 피지 않은 사람(never smoker)군보다 전체적인 파킨슨병 위험이 낮았다. 흥미롭게도 흡연과 별도로 조사하였을 때에는, BMI 증가군이 BMI 유지군보다 파킨슨병 위험이 증가하였다. 624명의 특발성 파킨슨병 환자와 622명의 연령과 성별을 고려한 대조군을 비교한 최근의 한 연구는 흡연군에서 특발파킨슨병 발병이 감소하며, 이는 흡연량에 반비례한다고 보고하였다[48].
결 론
비록 상반되는 몇몇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과다한 음주가 파킨슨병 위험도를 증가시키고, 커피(카페인) 섭취나 흡연이 그 위험도를 감소시킨다는 가설은 대다수의 국내외 연구에 의해 지지를 받는다. 커피, 담배, 술 이 세 가지를 함께 비교한 한 연구는 커피나 음주의 파킨슨병 보호효과는 미미하지만 흡연의 파킨슨병 위험률 감소는 유의미성이 높다고 보고하였다[49]. 하지만 그 자세한 세포내 작용 기전은 연구가 더 필요하다.
한 흥미로운 가설은 담배나 커피의 성분들이 소화기 내의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미생물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시누클레인을 포함한 레비소체가 파킨슨병 초기에 장신경세포(enteric neurons)에서 관찰된다는 Braak 등[50]의 보고와 Shannon 등[51]의 보고에 기반하여 주장되었다[52]. 하지만 그 이후 이 가설의 후속 연구 결과는 보고되지 않았다.
음주, 커피(카페인) 섭취나 흡연에 의한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률 증감 경향은 두 질병에서 유사하게 관찰된다[8,23,53]. 이는 이들의 발병 관련 기작이 무엇이든 이 두 가지 신경퇴행질환에 공통되는 기작을 조절할 것이라는 가설을 가능하게 한다.
이들 기호식품과 파킨슨병의 연관관계 연구에서 가끔 나타나는 상반된 연구 결과는 설문지 문항, 연구 대상 모집군, 분석 방법의 모호성 내지는 다양성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이들 항목의 표준화가 학계에서 먼저 정리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