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추론: 반복적 발열 및 두통을 주소로 내원한 29세 여자
Clinical Reasoning: A 29-Year-Old Woman Presenting with Recurrent Headache and F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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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 례
29세 여자 환자가 두통 및 발열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내원 1일 전 오전부터 두통이 발생하기 시작하여 머리 전반으로 심한 두통이 지속되었으며 열감 및 오심이 동반되어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내원 당시 체온 37.8도로 발열이 확인되었다. 의식저하 및 인지기능장애는 동반되지 않았으며, 안면 및 사지의 위약감 및 감각변화, 운동실조 등의 동반증상은 부인하였다. 과거력상 최근 수년간 2차례의 뇌수막염의 병력이 있었으며, 내원 5일 전부터 음부 주변부의 수포성 병변과 함께 심한 통증이 있어 이에 인근 산부인과 병원 방문 후 생식기포진(genital herpes)으로 진단받고 항바이러스제와 좌욕제를 처방받았다고 하였다. 최근 호흡기계 증상 및 설사 등의 다른 감염병, 두부외상 및 침습시술의 병력은 없었으며, 여행력 및 기타 병력은 부인하였다. 검진상 경부강직이 있었으며, 그 외 뇌신경검사, 사지의 근력 및 감각검사, 심부건반사, 바빈스키 징후, 소뇌검진에서 특별한 이상은 확인되지 않았고, 피부검사에서 음부를 제외한 다른 피부 및 구강내 이상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는 9,300/μL (호중구 82.7%), C반응단백질(C-reactive protein)은 1.28 mg/dL, 적혈구침강속도(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는 32 mm/hr로 상승되어 있었고, 나머지는 정상이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압력은 16 cmH2O, 백혈구는 1,026/mm3 (호중구 6%, 림프구 59%, 기타 35%), 적혈구는 19/mm3, 단백질은 236 mg/dL, 포도당은 38 mg/dL (혈청 포도당 92 mg/dL)였다. 뇌 computed tomography 및 뇌 magnetic resonance imaging에서 경미한 연수막 조영증강(leptomeningeal enhancement) 외에 뇌염 또는 기타 기질적 질환을 시사하는 다른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질문 1. 이 환자의 감별진단은?
환자는 병력 및 검진에서 두통, 발열 등 수막염을 시사하는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기타 호흡기계, 비뇨기계 및 위장관계의 감염성 질환을 의심하는 증상이 없으므로 수막염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나 두통 및 발열은 매우 비특이적인 증상이므로 전신 감염에 따른 이차두통, 비감염성 원인에 의한 염증질환 및 종양과 연관된 두통 및 발열 가능성, 예방주사 또는 약물 사용 부작용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주의하고 병력 및 진찰을 통한 감별이 필요하다.
수막염의 경우, 박테리아성, 바이러스, 진균, 결핵 등의 감염성 수막염과 함께 비감염성 수막염을 고려할 수 있다. 비감염성 수막염으로는 약물유발무균수막염, 암종수막염, 신경사르코이드증, 류마티스관절염, 전신홍반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 등의 결체조직질환 및 가와사키병(Kawasaki disease) 등의 혈관염과 연관된 수막염 등이 있다. 무균수막염(aseptic meningitis)은 일반적으로 세균이 배양되지 않는 수막염을 통칭하기 위해 Arvid Wallgren이 처음 만든 용어로 Table 1과 같이 무균수막염을 진단하기 위한 진단 기준을 제시하였다[1]. 무균수막염은 대개 바이러스 수막염으로 가능한 바이러스의 종류들은 Table 2와 같다[2].
본 증례와 같은 반복적 수막염의 원인으로는 세균, 바이러스 및 비감염성 원인이 모두 가능하다. 세균이 원인이 되는 경우는 선천성 및 외상 또는 수술에 따른 후천적 원인에 의한 해부학적 결손으로 피부와 뇌척수강 내 연결 통로가 있는 경우가 많으며, 따라서 두개저 및 중이, 내이를 통한 해부학적 결손 및 신경관 결손 등 선천성 기형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에 두부 외상력 및 수술력 확인과 함께 뇌척수액 비루(rhinorrhea) 및 이루(otorrhea) 여부 확인 및 피부 검진과 함께 영상검사가 필요하다. 오마야저장소(Ommaya reservoir), 뇌실복막강션트(ventriculoperitoneal shunt) 및 인공 와우 등 중추신경계 내의 이식형 의료기기 역시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중이염, 부비동염, 꼭지돌기염(mastoiditis) 등의 감염증 역시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면역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면역치료제, 항암제 및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감염 등) 및 면역결핍질환이 동반된 경우도 반복성 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확인이 필요하다.
본 증례는 반복양성림프구수막염(recurrent benign lymphocytic meningitis)에 해당하며 이는 1944년 프랑스 신경과 의사 Pierre Mollaret에 의해 처음 기술되어 Mollaret수막염(Mollaret’s meningitis)이라고도 한다[3]. Mollaret수막염의 대부분의 원인은 2형 단순포진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type 2, HSV-2)이다[4]. HSV-2는 급성, 만성 및 반복성 수막염을 일으키는 흔한 원인으로 주요 일차 감염 경로는 성매개 감염과 함께 모체에서 태아로의 수직 감염이다. 생식기 병변이 가장 흔한 증상이나 수막염 발병 당시에 생식기 병변을 동반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반복성 수막염시 이와 관련한 병력청취가 필요하다. 수막염은 일차 감염 또는 재활성에 의해 일어날 수 있으며, 면역저하가 동반된 경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HSV-2 연관 Mollaret수막염의 특징은 Table 3과 같다[5,6]. 생식기포진의 경우 대부분 HSV-2에 의해 발생하고 HSV-1은 주로 안면, 입술주변, 구강내 감염증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으나, 최근 연구에서 생식기포진에서 HSV-1의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생식기포진의 병력이 있는 경우 두 가지 바이러스를 모두 고려하여야 한다[7,8].
비감염성 원인으로는 상기 기술한 만성 염증성 또는 자가면역성 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드물게 두개인두종(craniopharyngioma), 표피모양낭종(epidermoid cyst) 등의 낭성병변, 신경교종(glioma) 등에서 편평조직파편(squamous debris) 등의 내용물이 뇌척수액 내로 유출되면서 화학적 수막염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약물에 의해서도 수막염이 일어날 수 있으며 면역글로불린, 비스테로이드소염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trimethoprim-sulfamethoxazole 등의 항생제를 비롯 다양한 종류의 약물이 가능하다(Table 4) [9,10]. 뇌척수액검사시 100-2,000/mm3까지 백혈구 수가 상승할 수 있으며 대부분 림프구로 구성되어 있다. 단백질 상승을 동반하나 포도당 수치는 정상수준이다. 약물유발무균수막염의 경우 대개는 약물 중단 2-3일 내에 호전될 수 있다.
질문 2. 진단에 필요한 검사는?
환자는 병력 및 뇌척수액검사상 수막염에 해당하나 원인 감별을 위한 추가검사가 필요하다. 바이러스수막염의 경우 뇌척수액 내 백혈구의 수는 일반적으로 250/mm3 이하이고 거의 대부분 2,000/mm3을 넘지 않으며[11], 백혈구 중 림프구의 비중이 가장 높다. 초기 호중구의 비중이 더 높을 수 있으나 대개 24시간 후에는 림프구의 비중이 우세해진다[12]. 뇌척수액 내 단백질의 농도는 일반적으로 150 mg/dL 이하이며 220 mg/dL가 넘는 경우 바이러스수막염의 가능성이 떨어진다[11]. 뇌척수액 내 포도당의 농도는 혈청내 농도의 50% 이상이 일반적이나 HSV, 볼거리바이러스(mumps virus), 일부 엔테로바이러스(enterovirus) 및 림프구맥락수막염바이러스(lymphocytic choriomeningitis virus)에서는 종종 더 낮은 값이 관찰되기도 한다. 본 증례의 경우 백혈구 중 림프구의 비중이 가장 높으므로 세균보다는 바이러스에 의한 수막염 가능성이 높으나, 백혈구, 단백질 및 포도당의 수치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높거나 낮았다. 따라서 세균 감염 가능성 및 종양 가능성 등을 배제하기 위해 뇌척수액배양검사, 세포병리검사를 추가로 확인하였다. 세포병리검사상 악성 세포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거대비전형다형단핵구들(large atypical polymorphous mononuclear cells)이 관찰되었다. Mollaret수막염의 세포병리검사에서는 클로버 잎모양, 신장콩 모양, 발자국모양 등 다양하게 움푹 파이거나 휘어진 모양의 핵을 가진 단핵구(Mollaret’s cell)가 관찰되며, 유령세포(ghost cell)라고도 불리는 거대퇴행단핵구들(large degenerated monocytes)이 같이 관찰된다[13,14]. 배양검사는 세균, 진균 및 결핵에 대해 시행하였으며 모두 음성으로 확인되었다. 환자는 바이러스성 원인, 특히 HSV-2에 의한 Mollaret수막염이 의심되므로 수막염을 일으키는 가능한 바이러스들에 대해 핵산증폭검사(polymerase chain reaction, PCR)를 시행하였고 HSV-2에 대해 양성을 확인하였다. 추가적으로 생식기포진에 대해 외부 산부인과병원에서 시행한 검사에서도 HSV-2가 확인되었다.
질문 3. 적절한 치료는?
본 증례의 환자는 HSV-2 핵산증폭검사에서 양성을 보였으며, 생식기포진, 반복적 수막염 병력 등에 미루어 HSV-2에 의한 Mollaret수막염으로 진단하였다. 면역저하가 동반된 경우 HSV에 의한 수막염에 항바이러스 치료가 예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다[15]. 그러나 같은 연구에서 면역저하가 동반되지 않은 경우 항바이러스 치료에 따른 예후에 대한 뚜렷한 효과는 없는 것으로 발표하였는데, 공교롭게도 이들 중 7일 이상 아시클로버(acyclovir) 정맥주사를 유지하였던 환자들에서는 모두 재발을 보이지 않았다. HSV-2에 의한 수막염에서 아시클로버 사용에 대한 근거는 현재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으며, 아시클로버 사용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과 함께, HSV가 잘 재발한다는 특성 및 수막염이 아닌 뇌염으로도 발현 가능하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아직까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본 증례의 경우 수막염 발생 4일 전 생식기포진을 먼저 보였는데 뇌수막염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생식기포진이 나타난 경우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사용을 기존의 생식기포진과 동일하게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이다. 예방과 관련하여 발라시클로버(valaciclovir)를 하루 500 mg에서 1 g 복용하는 것이 생식기포진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있다[16,17]. 그러나 동량 복용이 수막염 재발의 예방에는 도움이 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1년 뒤 발라시클로버 복용 중단 후 오히려 대조군에 비해 재발 빈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보였다[18]. 하지만 연구에서 사용한 생식기포진 예방에 사용하는 용량이 수막염 예방에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있으며, 대상자 수 및 추적 기간이 평가에 충분하지 않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본 환자의 경우 생식기 포진 및 수막염의 치료를 위하여 1주간 아시클로버를 정맥 투여하였다.
토 의
바이러스수막염은 수막염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나 대개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회복이 되고 회복 후 후유증이 세균수막염 또는 바이러스뇌염에 비해 경하기 때문에 큰 관심을 받지 못하여 왔다. 그러나 예방접종으로 인한 세균수막염의 감소로 인해 상대적으로 빈도가 증가하였고, 분자 진단 기법의 발달로 가능한 진단의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이전에 비해 중요성 및 관심이 증가되고 있다. 또한 최근 자가면역뇌염에 대한 관심사가 증가함과 함께 HSV-1 뇌염이 항 N-methyl-D-aspartate (NMDA) 수용체 뇌염의 위험인자가 됨이 밝혀졌고[19], 지카바이러스(Zika viru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2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2, SARS-CoV-2) 등 새로운 바이러스의 등장 및 대유행으로 인하여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바이러스수막염의 증상은 대개 두통, 경부 강직 및 빛공포증으로 증상이 비특이적이며 세균수막염과도 비슷하다. 뇌척수액 소견으로 수막염의 원인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으나 정확한 원인에 대한 감별은 어려우므로 바이러스수막염 의심시 바이러스 각각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 핵산증폭검사가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로 원인 바이러스의 진단을 위해 유용하게 사용되며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 볼거리바이러스 등은 혈청학적 검사로 확인이 가능하다. 세균과 비세균성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 최근 프로칼시토닌(procalcitonin)검사의 활용이 늘어나고 있으며, 수막염의 경우에도 여러 연구에서 세균수막염에서 바이러스수막염에 비해 혈청 및 뇌척수액 내 프로칼시토닌의 수치가 더 높다는 것이 확인되어 있기 때문에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20]. 특히 발열 초기에는 C반응단백질의 상승을 확인하기 어려우나 프로칼시토닌의 경우 세균 감염 후 6-12시간내 상승되기 시작하므로 초기 감별에도 유용하다. 각각의 바이러스에 대해 일일이 핵산증폭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번거롭고, 또한 제한된 수의 바이러스에 대해서만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ext-generation sequencing)을 활용한 메타지놈분석(metagenomic sequencing) [21]이나 파지디스플레이라이브러리(phage display library)를 활용한 전체 바이러스에 대한 혈청검사 방법[22] 등 새로운 시도들이 있지만 아직 연구가 부족하고 임상에 적용할 만큼 상용화되지는 못하였다.
재발성 수막염의 경우 Mollaret수막염이 대표적이긴 하나 다양한 원인에 의한 수막염이 가능하기 때문에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으며, 이러한 경우 꼼꼼한 병력청취, 신체검사 및 신경계진찰, 뇌척수액검사, 혈액검사 및 영상검사를 활용하여 다양한 원인에 대한 감별이 필요하겠다. Mollaret수막염에서 아시클로버를 비롯한 다양한 항바이러스제의 적절할 활용에 대해 아직 확실한 근거가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며, 환자 개개인의 임상적 상황에 따른 판단이 필요하다.
KEY POINTS
1. 재발성 수막염의 감별진단으로는 신경계 구조적 이상, HSV-2 등의 감염성 질환, 만성 염증성 또는 자가면역성 질환, 화학적 수막염 및 약물유발무균수막염 등의 비감염성 수막염이 있다.
2. 반복양성림프구수막염 또는 Mollaret수막염의 대부분의 원인은 HSV-2이다.
3. HSV-2는 생식기포진의 대부분의 원인이었으나 HSV-1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로 감별이 필요하다.
4. 재발성 바이러스수막염에서 항바이러스제 치료의 예후와 관련한 효과 및 예방 치료의 효과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