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데나필 복용 후 발생한 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
Subarachnoid Hemorrhage Caused by Aneurysm Rupture after Ingestion of Sildenaf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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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류는 혈관벽의 약한 부위가 혈압에 의해서 밖으로 팽창되어서 형성되며, 동맥류 파열은 지주막하출혈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동맥류 파열은 대부분 자연적으로 일어나지만 기침, 심한 운동, 성행위, 코카인 복용 등 갑자기 혈압이 상승하는 경우에도 발생한다[1].
실데나필(Sildenafil [Viagra])은 음경해면체의 혈관확장을 일으켜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약물이다[2]. Sildenafil의 부작용은 두통, 어지러움, 홍조, 저혈압 등이 있으며 드물게 심근경색, 뇌경색, 뇌출혈 등 심뇌혈관질환이 보고되었다[2]. 그러나 sildenafil 복용과 연관되어서 발생한 뇌동맥류 파열과 이로 인한 지주막하출혈은 아직까지 국내에 보고된 바 없다. 저자는 sildenafil 복용 후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한 환자 1예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65세 남자가 전일 sildenafil을 복용 후 발생한 두통과 의식저하로 왔다. 환자는 이전에도 sildenafil을 복용한 적이 있었지만 특이증상이 없었으나, 내원 전일 저녁에 sildenafil 50 mg을 복용한 후 20여 분 정도 경과하였을 때 갑자기 심한 두통과 함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발생하였으며 성행위는 하지 않았다. 다음날에도 두통이 지속되고 의식도 점차 저하되어 응급실로 방문하였다. 환자는 과거력상 고혈압과 당뇨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고 흡연력은 없었다. 음주는 1달에 1-2회 소주 1병 정도 하였으며 최근 1주 동안은 음주하지 않았다.
내원 당시의 혈압은 150/90 mmHg였고 체온은 36.6°C였다. 신경진찰상 의식은 혼미하였고 글래스고혼수척도는 E3M5V2였다. 뇌신경검사상 빛반사와 각막반사는 정상이었고 안구운동의 제한 이나 얼굴마비는 관찰되지 않았으나 구음장애가 있었다. 통증자극에 대한 사지의 운동반응은 활동적이었고 양측에서 차이가 없었다. 심부건반사는 정상이었고 바뱅스키징후도 나타나지 않았으나 목강직이 있었다.
내원 당일 시행한 computed tomography상 뇌바닥수조(basal cistern)와 대뇌고랑을 따라서 지주막하출혈 소견이 관찰되었고(Fig. A), 혈관조영검사에서는 우측 중대뇌동맥 부위에 약 6×5 mm 크기의 소낭성 동맥류가 발견되었다(Fig. B). 혈관조영검사 후에 바로 동맥류에 코일색전술을 시행하였다(Fig. C). 이후 약물 치료 및 재활 치료로 환자 상태는 점차 호전되어 각성은 회복되었으나 지남력 및 인지기능저하, 전반적인 근력저하, 구음장애, 연하곤란이 남은 상태로 3개월 후 퇴원하였다.
고 찰
혈압을 상승시키는 약물인 코카인, 암페타민 등이나 혈액응고를 저하시키는 와파린, 아스피린 등이 뇌출혈이나 지주막하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나 sildenafil과 지주막하출혈의 연관성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Sildenafil은 고리일인산구아노신(cyclic guanosine monophosphate)을 분해하는 효소인 포스포다이에스터분해효소-5 (phospho-diesterase-5, PDE-5)의 작용을 억제하여 선택적으로 음경해면체의 혈관을 확장시켜서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약제이다[2]. 이 약제의 부작용으로는 두통, 어지러움, 홍조 등이 흔하며 드물게 심혈관계 부작용인 협심증, 심근경색, 뇌경색, 뇌출혈 등이 2% 이내에서 발생하나, 대부분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환자에서 발생하여 이 약제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명확하지 않았다[2].
Sildenafil은 선택적으로 음경해면체의 혈관을 확장시키는 약물이지만 뇌혈관에 주는 영향은 아직 잘 모른다. 그러나 이 약제의 흔한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두통, 안면 홍조 등의 증상은 뇌혈관에도 영향을 주는 것을 시사한다. 이 약제는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떨어뜨리고 혈류량을 재분포시켜서 관류압을 낮춘다. 이러한 심혈관계 효과는 심근경색이나 뇌경색과 같은 허혈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약제는 또한 출혈성 부작용도 일으킬 수 있다. PDE-5 억제제와 연관되어 발생한 뇌출혈이 보고된 바 있고, 동정맥기형이 출혈된 예도 있었다[3].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한 경우도 몇 예 보고되었다[4,5]. 그러나 그 증례들에서는 대부분 혈관조영검사에서 동맥류가 발견되지 않아서 동맥류성 지주막하출혈인 이번 증례와는 차이가 있었다. 일부 증례에서만 동맥류가 발견되었는데 본 증례와 다른 점은 지주막하출혈이 약물 복용 후 성행위 도중 발생하였다는 점이다[6]. 본 증례는 성행위 없이 약물 복용만으로 발생한 증례여서 sildenafil과 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과의 인과관계를 좀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동맥류성 지주막하출혈의 위험인자로는 흡연, 고혈압 등이 있다. 흡연은 동맥류의 형성과 파열에 영향을 준다. 고혈압이 동맥류의 형성과 파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지만 갑작스런 혈압 상승은 동맥류 파열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요인에 해당하는 인자로 기침, 성행위, 심한 운동, 코카인 복용 등이 보고되고 있다[1].
PDE-5 억제제와 뇌출혈 또는 지주막하출혈과의 연관성은 아직 증례 보고 수준이고 그 기전도 밝혀지지 않았다. 체외조직 실험에서는 sildenafil이 음경해면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PDE-5뿐만 아니라 뇌혈관에 영향을 주는 PDE-1과 PDE-2에도 작용하였다[7]. 이로 인한 뇌혈류의 혈역학적 변화는 출혈을 일으키는 데 관여할 것이다. 이 환자에서 sildenafil과 지주막하출혈이 연관되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sildenafil 복용 직후에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한 점과 흡연, 심한 운동, 성행위 등의 다른 유발요인은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고혈압 병력은 있었지만 규칙적인 약물 복용으로 혈압을 잘 조절해 왔으며, sildenafil도 혈관확장에 의해서 혈압을 저하시키는 약제이므로 혈압 상승에 의한 동맥류 파열의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생각되며, sildenfil에 의한 뇌혈관 확장과 이로 인한 뇌혈류 증가가 동맥류 파열의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는 sildenafil 복용 후 20여 분 정도 지나서 증상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sildenafil의 혈중 최고농도가 30-120분 안에 도달하여 신속한 효과를 보이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다른 환자들에서도 sildenafil에 의한 뇌혈관계 부작용은 대부분 약물 복용 직후에 나타났다[2].
결론적으로 sildenafil은 발기부전의 치료제로 흔히 쓰이는 약제이지만 혈관계 부작용을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특히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거나 동맥류를 가진 환자에서는 약물 복용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며, 약물 복용 후 심한 두통이 발생하거나 신경계증상이 생기면 뇌혈관계 부작용을 의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