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센느근디스트로피(Duchenne muscular dystrophy)는 디스트로핀(dystrophin)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성염색체 열성 유전형질의 근육질환이다[1,2]. 뒤센느근디스트로피는 출생 남아 3,500명 중의 1명에서 관찰되며, 환자는 30대에 호흡부전이나 심부전으로 사망하게 된다[2].
디스트로핀 유전자 변이는 결손(deletion)이 60%, 중복(duplication)이 10%, 이외 점돌연변이(point mutation), 미세결손(microdeletion), 미세삽입(microinsertion)이 나머지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복합결찰의존탐색자증폭법(multiplex ligation-dependent probe amplification)이 대중화되면서, 근생검과 같은 침습적 진단 방법 이전에 자주 시행된다. 뒤센느근디스트로피는 성염색체 열성 유전을 따르기 때문에 남성에서 주로 증상이 관찰되며, 약 80%의 여성보인자는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 뒤센느근디스트로피 여성보인자 중에서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가 보고되고 있다. 저자들은 근력저하가 심하지 않으면서, 크레아틴인산화효소(creatine kinase)가 증가되어 있는 뒤센느근디스트로피 여성 보인자를 경험하여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29세 여자가 근력저하를 주관적으로는 호소하지 않으나, 아스파트산아미노기전달효소 55 U/L (aspartate aminotransferase; 정상범위 <32 U/L) 및 알라닌아미노기전달효소 65 U/L (alanine aminotransferase; 정상범위 <33 U/L)의 경미한 증가로 추적 관찰 중, 크레 아틴인산화효소가 1,455 U/L (정상범위 26-192 U/L)로 증가되어 소화기내과에서 전과되었다. 출생 및 성장 과정에서 특이 사항은 관찰되지 않았다. 가족력에서도 근력저하를 보인 구성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신경과 외래 방문시, 시행한 신경계진찰에서 환자는 근력저하를 호소하지 않았지만, 우측 상지의 어깨 굽힘, 어깨 폄, 팔꿈치 굽힘, 팔꿈치 폄의 근력이 Medical Research Council 등급 5-로 확인되었으며, 그 밖의 사지에서는 모두 5등급으로 확인되었다. 감각 저하는 없었으며, 심부건반사도 정상이었다. 혈액검사에서 아스파트산아미노기전달효소 39 U/L, 알라닌아미노기전달효소 33 U/L, 크레아틴인산화효소 2,482 U/L, 근색소(myoglobin) 1,068 ng/mL (정상 범위 14-106 ng/mL)로 증가되었다. 신경전도/근전도검사는 근육병 소견을 보였다. T1강조 근육 자기공명영상에서 우측의 위팔두갈래근(biceps brachii), 넓은등근(latissimus dorsi), 척추곁근(paraspinal muscle), 큰볼기근(gluteus maximus) 및 넓적다리두갈래근(biceps femoris)을 좌측과 비교하였을 때 심한 지방침윤이 확인되었다(Fig. A). 3D-딕슨(3D-dixon)의 물신호만을 얻은 이미지(water-only image)에서 근염을 시사하는 부종은 관찰되지 않았다. 상기 소견을 바탕으로, 근육병 의심하에 우측 위팔두갈래근에서 시행한 조직생검의 결과로, 헤마톡실린-에오신(hematoxylin-eosin)염색에서 근섬유 크기 변화 증가, 괴사섬유, 재생섬유, 근육내막증식이 관찰되었다(Fig. B). 특히, 면역조직화학에서 디스트로핀 C-말단부위에 결합하는 항체(PA5-16734, 1:200 dilution; Thermo Fisher Scientific, Rockford, IL, USA)를 이용하여 관찰한 결과, 막이 염색되지 않는 근섬유 다수가 흩어진 모자이크 형태였다(Fig. C). 동시에 시행한 복합결찰의존탐색자증폭에서 이형접합 엑손(exon) 44의 결손이 확인되었다. 전체엑솜염기서열분석(whole exome sequencing)에서 엑손44에 점돌연변이, 미세결손, 미세삽입 모두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전체엑솜염기서열분석에서 디스트로핀 각 엑손의 최대 깊이(depth)를 조사한 결과, 엑손 44는 19로 확인이 되었으며, 그 밖의 엑손은 23-146의 범위(68.3±24.1)로, 엑손 44의 깊이가 낮았다. 추가로 무증상인 어머니는 복합결찰의존탐색자증폭에서 특이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고 찰
본 증례는 환자의 주관적 증상 없이 증가된 혈청 크레아틴인산화효소 수치를 바탕으로 신경계진찰과, 유전자 및 병리검사를 통해 유증상 뒤센느근디스트로피 보인자로 진단할 수 있었다. 이 증례는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으나, 신경계진찰에서 아주 경미한 근력저하를 확인하여 임상적 의심을 통해 진단할 수 있었으며, 유증상 뒤센느근디스트로피 보인자의 임상양상 범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판단한다.
본 증례의 환자는 근력저하가 경미하여, 신경계진찰에서 우측 상지에서만 근력저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근육 자기공명영상에서 양측 넓적다리두갈래근의 T1신호가 증가되어 있었으며 우측이 반대측에 비해 심한 상태였다(Fig. A). 다시 시행한 신경계진찰에서도 우측 무릎굽힘근력의 저하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근육 자기공명영상이 신경계진찰보다 근손상을 더 예민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근력저하 부위를 예측할 수 있는 근거도 되겠다. 또한, 위팔두갈래근도 우측이 좌측에 비해 T1신호가 증가되어 있는데, 이는 비대칭 사지근력 침범의 근거자료가 될 수 있다(Fig. A). 위팔두갈래근의 T1신호가 넓적다리두갈래근의 T1신호보다 약하였지만, 오히려 증상은 위팔두갈래근에서 있었다. 이는 팔꿈치굽힘이 위팔두갈래근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반면, 무릎 굽힘은 넓적다리두갈래근 이외에도 반힘줄근(semitendinosus), 반막근(semimembranosus)이 주로 담당하며, 두덩정강근(gracilis), 넓적다리빗근(sartorius)이 일부 담당하고 있으므로 이 근육들이 보상하는 것으로 저자들은 판단하였다.
유증상 뒤센느근디스트로피 보인자들의 근육 자기공명영상을 분석한 결과 상대적으로 안쪽장딴지근(medial gastrocnemius), 큰모음근(adductor magnus), 넓적다리두갈래근, 가쪽넓은근, 중간넓은근(vastus intermedius), 안쪽넓은근(vastus medialis)의 경우 상대적으로 근침범이 심하나 뒤정강근(tibialis posterior), 넓적다리곧은근(rectus femoris), 반힘줄근, 두덩정강근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보존된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3]. 이외, 비대칭적인 위팔두갈래근, 위팔세갈래근(triceps), 넓은등근, 가쪽넓은근 및 넓적다리빗근을 침범한 유증상 뒤센느근디스트로피 보인자도 보고된 적이 있다[1].
유증상 뒤센느근디스트로피 보인자의 특징적인 임상양상 중 하나가 비대칭 사지 근력저하이다[4]. 상당수의 근육병은 대칭적이며, 근위부 사지 근력저하를 호소한다. 그래서 사지근력의 부위에 따른 근육병의 감별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일부 근육병은 비대칭 사지 근력저하를 보이는데 이를 확인함으로써 감별진단의 범위를 좁힐 수 있다. 유증상 뒤센느근디스트로피 보인자 외에, 얼굴근육근력저하가 동반되는 얼굴어깨위팔근디스트로피(facioscapulohumeral muscular dystrophy), ANO5 유전자 관련 근육병, 봉입소체근염(inclusion body myositis) 등이 비대칭 사지 근력저하를 보일 수 있으므로, 감별에 주의가 필요하다[1,5].
본 증례는 전체엑솜염기서열분석과 복합결찰의존탐색자증폭으로 엑손 44의 이형접합 결실을 진단할 수 있었다. 이 두 검사 방법은 뒤센느근디스트로피의 진단에 있어서 서로 보완적이다. 복합결찰의존탐색자증폭법은 엑손의 결손과 중복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어서 병적 변이의 약 80%가 엑손의 결손 또는 중복으로 알려진 뒤센느근디스트로피의 진단에서 매우 유용하다[1,6]. 그러나 엑손 하나의 결손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해당 엑손의 염기서열 확인이 필요할 수 있다. 우연하게, 점돌연변이, 미세결손, 혹은 미세삽입과 같은 유전자이상이 탐색자와 결합하는 위치에 존재하면, 이로 인해 해당 엑손 탐색자가 증폭되지 않아 엑손결손으로 오인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1]. 반대로, 전체엑솜염기서열분석은 점돌연변이, 미세결손, 혹은 미세삽입과 같은 변이를 정확히 진단하지만, 이형접합 엑손 결실의 경우는 검사 깊이가 충분하지 않다면 진단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유증상 뒤센느근디스트로피 보인자의 진단은 중요하다. 증상의 범위가 넓고, 성염색체 열성유전에 따른 무증상 보인자가 많기 때문에, 쉽게 간과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보인자는 자손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여성에서 비대칭 사지 근력저하를 보이는 경우, 유증상 뒤센느근디스트로피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