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화질소 남용 후에 발생한 아급성연합변성 및 운동신경병
Subacute Combined Degeneration with Motor Neuropathy Following Nitrous Oxide Ab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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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e neurotoxicity of nitrous oxide (N2O) is known to be mainly occurred by interference with action of vitamin B12. A 38-year-old male presented with progressive gait instability after recreational inhalational use of N2O for 2 months. Although spine magnetic resonance image showed typical subacute combined degeneration, nerve conduction study showed motor neuropathy that is atypical findings of vitamin B12 deficiency. This case suggests N2O-induced neuropathy can develop separately from a vitamin B12 deficiency.
아산화질소(nitrous oxide) 남용에 의한 신경계이상은 아산화질소가 비타민 B12의 기능을 방해하여 발생하기 때문에 아급성연합변성(subacute combined degeneration) 및 말초신경병이 주된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척수 뒤기둥과 감각신경이 손상되어 손과 발의 감각이상과 보행장애가 발생하며, 뇌나 시신경 등이 침범되기도 한다[1,2]. 국내에서도 드물게 아산화질소 남용에 의한 아급성 연합변성 증례가 보고된 바 있으나[3] 저자들은 비타민 B12의 결핍에 의한 전형적인 감각신경병이 아닌 운동신경병과 동반된 아급성 연합변성 1예를 경험하여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38세 남자가 진행하는 보행장애로 병원에 왔다. 한달 전부터 양측 손과 발이 저리기 시작하였고 3주 전부터는 바늘로 찌르는 듯한 양상의 통증도 발생하였다. 발열이나 오한은 동반되지 않았다. 양측 다리의 근력도 감소하였고 보행이 점차 어려워졌다. 고개를 숙이면 등을 따라 전기가 통하는 듯이 아프다고 호소하였다. 환자는 베트남에서 지내고 있었고, 증상이 발생하기 전 두 달간 유흥 목적으로 아산화질소 흡입을 주 1-2회 하였다.
신경계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고 뇌신경기능은 정상이었다. 근력은 양측 하지에서 발목굽힘과 발목폄이 Medical Research Council 4등급이었고, 근위부의 하지와 상지 근력은 정상이었다. 감각은 양측 하지에서 위치감각이 저하되어 있었다. 양하지 깊은 힘줄반사(deep tendon reflex)는 1+로 저하되어 있었고, 상지는 정상이었다. 보행은 가능하였으나 롬베르크징후(Romberg sign) 양성과 레르미트징후(Lhermitte sign) 양성 소견을 보였다.
비타민 B12 수치는 622 pg/mL (참고치: 197-771 pg/mL)로 정상이었으나 혈청 호모시스테인(homocysteine) 수치는 24.7 umol/L (참고치: <15.0 umol/L)로 증가되었다. 소변의 메틸말론산(methylmalonic acid) 수치는 4.34 mg/24시간(참고치: 0-10 mg/24시간)으로 정상이었다. 전체혈구계산, 혈액생화학, 갑상선기능검사, 적혈구침강속도, 매독혈청검사, 간염검사 및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검사는 모두 정상이었다. 뇌척수액검사도 정상이었다.
신경전도검사에서 양쪽 종아리신경과 정강신경에서 복합근활동 전위 진폭이 뚜렷하게 감소하였고 신경전도속도가 경미하게 저하되었다(Table). 감각신경검사는 정상이었다. T2강조 척추 자기공명영상에서 경부 척수 전반에 걸쳐 척수 뒤기둥(posterior column)에 고신호강도 및 부종이 보이고(Fig. A), 가로단면에서 뒤집힌 V 징후(inverted V sign)가 관찰되었다(Fig. B). 요추 자기공명영상에서 하지의 운동신경기능이상을 야기할 만한 소견은 없었다.
반복적인 아산화질소 흡입으로 인한 아급성연합변성 및 말초신경병으로 판단하고 고용량 스테로이드(500 mg)를 3일간 주사하고, 비타민 B12 (cobamamide) 1 mg을 주사하였다. 일주일 후 하지의 근력은 호전되었고, 3주 후 레르미트징후도 호전되었다. 5개월 후에 발목 아래쪽으로 둔한 감각 외에는 모든 증상이 호전되었다. 추적검사한 신경전도검사에서 양쪽 종아리신경과 정강신경에서 복합근활동전위 진폭의 감소와 신경전도속도의 저하가 보였으나 처음보다는 호전된 소견을 보였고, 정중신경과 자신경의 신경전도속도는 정상으로 호전되었다(Table).
고 찰
아산화질소는 수술이나 치과시술 과정에서 흡입용 마취제로 사용되는 무색 무취의 가스이다. 의료목적 외에도 휘핑크림 제조, 자동차 정비 등에도 사용되어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근래에는 아산화질소를 주입한 풍선이 ‘해피벌룬’이라는 이름으로 유흥 목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남용하였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아산화질소 남용에 의해 발생하는 신경계증상은 비타민 B12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산화질소는 비타민 B12의 코발트기를 비가역적으로 산화시켜 비타민 B12의 기능을 방해한다[1]. 비타민 B12는 메틸말로닐보조효소A (methylmalonyl coenzyme A)를 석시닐보조효소A (succinyl coenzyme A)로 전환하는 대사와 호모시스테인(homocysteine)을 메싸이오닌(methionine)으로 전환하는 대사의 보조인자(enzyme cofactor)로 작용한다. 이 대사과정에서 만들어진 석시닐보조효소A와 메싸이오닌은 신경세포 수초단백질의 안정화에 중요하기 때문에 비타민 B12가 부족한 경우 중추신경계 또는 말초신경계의 탈수초화를 초래한다.
혈청 비타민 B12는 보통 감소 소견을 보이나 일부에서는 정상 범위이다[4]. 이는 아산화질소가 비타민 B12의 농도자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 결핍을 유도해서 정상수준의 비타민 B12의 농도라도 결핍에 준하는 증상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모시스테인과 메틸말론산의 증가를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본 증례에서도 환자의 혈청 비타민 B12 수치는 정상이었으나 호모시스테인은 증가한 소견을 보였다.
비타민 B12 부족과 관련된 대표적인 신경계이상은 아급성연합변성이며 말초신경병이 동반되기도 한다[2]. 본 증례에서도 척수자기공명영상에서 특징적인 뒤집힌 V징후를 보이는 아급성연합변성이 관찰되었다. 구리 결핍, 비타민 E 결핍, 척수매독, 뒤척수동맥경색, 경막내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주사가 척수뒤기둥을 주로 침범하므로 감별해야 한다. 비타민 B12 부족에 의한 말초신경병은 감각신경병 또는 감각운동신경병의 형태로 발생하고, 감각운동신경병도 운동신경에 비하여 감각신경의 손상이 심하다[5,6]. 아산화질소에 의한 신경계독성은 아급성연합변성이 가장 흔하게 보고되었고, 말초신경병의 특징에 대한 연구는 드물다. 아산화질소에 의한 말초신경병의 신경전도검사 결과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주로 감각운동신경병의 형태로 발생하며 감각신경에 비해 운동신경에서 더 심한 활동전위 진폭의 감소를 보였다[7]. 아산화질소 남용 후에 운동신경병이 발생한 사례는 1예가 있었다[8]. 운동신경병 또는 운동신경손상이 더 심한 감각운동신경병의 발생은 비타민 B12 결핍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타민 B12의 기능적 결핍에 의한 신경독성 이외에 다른 기전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아산화질소의 다른 신경독성 기전으로는 N-methyl-D-aspartate 수용체에 대한 억제작용, 도파민 신경세포 자극, 하행성 노르아드레날린 신경경로 자극, 알파 1 아드레날린 자극 등이 제시되고 있으나 비타민 B12와는 달리 말초신경 손상기전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9].
증례에서 보인 운동신경병은 비타민 B12의 기능적 결핍과는 별개의 아산화질소 신경독성으로 인한 말초신경병 가능성을 시사하며 발생기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