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화질소 노출 후 발생한 척수 앞쪽, 가쪽, 뒤쪽 기둥 동시침범 아급성 연합변성
Subacute Combined Degeneration with Involvement of Concurrent Anterior, Lateral, Posterior Column after Nitrous Oxide Expo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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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화질소(nitrous oxide)는 의학적으로 마취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환각유발효과로 인해 유흥목적으로 ‘해피벌룬’이라는 이름으로 성행하고 있다. 이에 따른 여러 가지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아급성 연합변성이 있다. 아급성 연합변성을 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 척수 뒤쪽 기둥의 T2신호증가 소견이 특징적이나, 본 증례에서는 뒤쪽 기둥뿐만 아니라 앞쪽 기둥, 가쪽 기둥까지 모두 침범한 사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특별한 기저질환을 모르고 지내는 35세 여성이 양측 하지 위약감 및 감각저하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내원하기 일주일 전부터 양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피부감각(cutaneous sensation)에 대한 감각저하가 있었고, 하지 위약감으로 보행이 점차 어려워졌으며, 요실금 증상이 있었다.
신체진찰 결과 양측 상지 근력 및 고관절의 굽힘과 폄 근력은 정상이었으나 무릎굽힘 근력은 Medical Research Council grade 3, 무릎폄 근력 grade 4, 발등굽힘 grade 2 발등폄 근력은 grade 4로 떨어져있었다. L3 피부분절 이하로 통각, 진동감각 및 고유감각의 소실이 확인되었다. 무릎 심부건반사는 저하되어 있었고 양측에서 바빈스키징후가 보였다.
혈액검사 결과 혈색소의 감소(11.0 g/dL; 정상 12-16 g/dL), 평균 적혈구용적의 증가(107.1 fL; 정상 79-95 fL), 엽산수치의 감소(2.3 ng/mL; 정상 4.2-19.8 ng/mL)가 보였다. 비타민 B12 수치는 정상범위(222.1 pg/mL; 정상 197-771 pg/mL)에 속하였고, 말초혈액도 말검사에서 대구성 정상색소성 빈혈이 보였다. 혈청 D-이합체(1.10 mg/L; 정상 0-0.24 mg/L), 혈청 호모시스테인(76.4 μmol/L; 정상 5-15 μmol/L)이 각각 증가되어 있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백혈구 0, 단백질 정상(40 mg/dL; 정상 15-45 mg/dL), 당수치 정상(50 mg/dL; 정상 40-70 mg/dL), 혈당 96 mg/dL, 올리고클론띠 음성으로 특이 사항은 없었다. 또한, 안지오텐신전환효소(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정상(25.05 unit; 정상 18-55 unit)이었고,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 항호중구세포질항체(anti-n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항아쿠아포린4 항체, 매독검사,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검사 모두 음성이었다. 흉부 computed tomography 대동맥조영술(aortography)에서 보이는 대동맥이나 앞척수동맥(anterior spinal artery), 갈비사이동맥(intercostal artery)에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척수 자기공명영상검사(magnetic resonance imaging)에서 C7수준에서부터 척수원주까지 이르는 광범위한 부위에 병변이 보였는데, 앞쪽, 뒤쪽, 가쪽 척수 기둥 모두에서 T2신호증가가 보였다(Fig.).
이후 환자는 내원하기 3개월 전까지 유흥목적으로 ‘해피벌룬’을 흡입한 경험이 있었음을 의료진에게 뒤늦게 알렸다. 다만, 정확한 양을 기억하지는 못하였고, 자세히 말하기를 꺼려하였다. 이에 반복적인 아산화질소의 흡입의 결과로 비타민 B12와 엽산의 기능적 결함에 의한 아급성 연합변성으로 진단하여 경구 비타민 B12(mecobalamin 1,500 μg/day)와 엽산 공급(0.5 mg/day)을 시작하였다. 아울러 아산화질소를 흡입하였던 시점과 증상 발생 시점에 시간적인 차이가 있어, 다른 급성 척수병증(acute myelopathy)의 가능성을 생각하여 메틸프레드니솔론 펄스요법을 5일간 하고 경구 프레드니소론 제제로 교체하여 2주간 복용하였다. 입원 한 달 후 환자의 감각이상 및 요실금 증상은 호전되었고, 하지 근력저하는 기구를 잡고 보행 가능한 정도로 일부 호전을 보여서 퇴원하였다.
고 찰
비타민 B12는 메틸말론산(methylmalonyl)-CoA의 숙신산(succinyl)-CoA로의 전환에서 보조인자로서 작용한다. 아산화질소는 비타민 B12의 코발트기를 비가역적으로 산화시켜 위 과정을 억제하게 되고, 이에 따라 메틸말론산-CoA의 농도가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신경세포 수초의 합성을 방해하게 된다[1]. 또한, 비타민 B12는 DNA의 합성에 관여하는데, 아산화질소에 의해 비타민 B12가 비활성화되고, 희소돌기아교세포 및 슈반세포의 성장이 저해되어 결과적으로 미엘린수초의 형성이 방해된다. 이렇듯 아산화질소의 남용은 신경세포의 탈수초화 과정을 통해 아급성 연합변성을 유발시키며, 국내외에서 많은 케이스가 보고되고 있다[1-3]. 이외에도 고호모시스테인혈증을 유발하여 혈전증을 유도할 수 있는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고 보고되고 있다[2]. 아산화질소 유발 아급성 연합변성의 대다수는 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 척수 뒤쪽 기둥 T2신호증가로 인해 보이는 “Inverted V-sign”가 보였으며[4], 드물게 가쪽 기둥이나 앞쪽 기둥의 T2신호증가를 보이는 몇몇 케이스가 보고된 적은 있다[5]. 그러나 본 증례에서는 이전까지의 보고와는 달리 앞쪽, 가쪽, 뒤쪽 기둥 모두에서 동시에 T2신호증가를 보였다. 이 자기공명영상검사 소견은 이전에 보고된 바가 없는 새로운 영상 소견으로 생각된다. 본지의 저자들은 위 증례의 자기영상공명검사 소견을 아급성 연합변성의 비전형적인 영상의학적 소견으로 제시하며, 환자마다 자기공명영상검사 소견에 차이가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