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질뇌경색으로 발생한 단독 혀마비
Isolated Complete Tongue Paralysis as a Manifestation of Focal Cortical Infar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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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Although isolated contralateral tongue deviation following unilateral cortical infarction was occasionally reported, the unilateral lesion usually produces no significant deficit of tongue motility considering bilateral supranuclear innervation of the hypoglossal nerve. We observed a patient with obvious tongue paralysis, including intrinsic muscles, caused by ischemic stroke involving the motor area of the tongue in the primary motor cortex.
대뇌의 중심앞이랑(precentral gyrus)부터 혀밑신경핵까지 피질연수로(corticobulbar tract)를 침범하는 병변은 혀마비를 유발할 수 있으며, 혀마비로 인한 연하장애와 구음장애는 급성 뇌경색 환자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연수병변이 없는 뇌경색의 약 29%에서 병변 반대 방향으로 혀편위가 발생하고, 혀편위가 발생한 모든 환자에서 얼굴마비나 팔마비가 동반된다고 하였다[1]. 저자들은 급성 뇌경색으로 얼굴마비, 사지마비를 포함하여 다른 신경학적 이상 소견 없이 단독으로 혀마비만을 보인 증례를 경험하였다. 특히, 편위뿐만 아니라 모든 방향으로의 운동이 제한되는 혀의 완전마비를 보인 뇌경색 증례는 드물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63세 여자가 내원 3시간 전 갑자기 발생한 연하장애와 구음장애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2년 전 우측 이마엽, 마루-관자엽과 기저핵 부위의 뇌경색이 6개월 간격으로 두 차례 발생하여 항혈소판제 복용을 시작하였으나, 신경학적 증상이 완전히 호전된 이후 자의로 중단한 상태였다. 고혈압, 당뇨, 심방세동의 과거력은 없었다. 내원 당시 환자는 연하 곤란으로 계속 침을 흘리고 있었고, 스스로 말하거나 소리 내어 글을 읽도록 하였을 때 전혀 발음하지 못하고 “아” 소리만을 반복하였다. 듣거나 읽어서 이해하는 것과 쓰기는 보존되어 있어 명령 수행이 가능하였고, 글로 써서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였다. 환자의 증상은 언어 중추의 기능장애보다는 구음장애로 인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신경계진찰에서 혀 운동을 관찰하였을 때, 혀 내밀기가 제한적이었고 혀를 내밀었을 때 우측으로 편위가 관찰되었다. 내밀기를 제외한 상하, 좌우 방향으로의 혀 운동은 전혀 할 수 없어 혀를 움직이도록 지시하였을 때 턱을 움직이는 경향을 보였고, 말을 할 때에는 혀의 모양이 적절히 변하지 못하여 발음할 수 없었다(Fig. 1). 목젖의 편위는 없었으며 연구개 운동도 양측이 동일하였다. 구역반사(gag reflex)는 정상이었고, 얼굴마비를 포함한 추가적인 뇌신경 손상의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팔다리의 위약이나 감각이상, 보행이상은 없었다.
후두경검사에서 성대의 움직임과 기도는 정상이었다. 비디오투시술(video fluoroscopic swallowing study)에서 혀 움직임의 심한 장애와 그로 인해 음식물이 구강기에서 인두기로 이행하지 못하고 구강에 머물러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인두기 이후의 연하 운동은 보존되어 있었다. 응급실에서 시행한 뇌 magnetic resonance imaging에서 좌측 중심앞이랑 가쪽 피질에 급성 뇌경색이 관찰되었다(Fig. 2). 환자는 비위관을 통해 경장 영양을 하며 항혈소판제를 복용하였고, 혀 운동, 조음 훈련과 턱 당기기 운동(chin tuck maneuver) 등 연하재활 치료를 시작하였다. 연하장애와 구음장애는 서서히 회복되어 한 달 정도 경과하였을 때 부드러운 음식을 삼키며 받침이 없는 단어들을 발음할 수 있었고, 퇴원 3개월 후 외래를 방문하였을 때는 혀마비가 모두 호전되어 음식 섭취와 발음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였다.
고 찰
혀의 움직임은 내재근육과 외재근육의 조화로운 작용을 통해 이뤄진다. 대뇌의 일차운동피질(primary motor cortex)에서 기시하여 하부 연수의 혀밑신경핵까지 연결되는 신경다발이 혀의 수의적 운동 조절을 담당한다. 외재근 중 혀를 앞으로 내미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턱끝혀근(genioglossus muscle)은 핵상신경로(supranuclear tract)가 주로 반대쪽 피질에서 기원하여 교뇌-연수 이행부에서 교차하므로, 교차 전 병변은 반대쪽 절반의 마비를 유발하여 혀가 반대쪽으로 편위된다. 그러나 턱끝혀근을 제외한 나머지 외재근과 내재근들은 양쪽 피질에서 핵상 지배를 받으므로, 한쪽 핵상병변에 의해서 심각한 혀 운동의 장애가 일어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2,3].
뇌경색 이후 혀의 완전마비를 보인 기존 보고는 매우 드물다. 내경동맥 박리로 인해 전두엽의 중추성 병변과 뇌간의 말초성 혀밑 신경병변이 동시에 발생한 증례가 있으나 얼굴의 감각저하, 연구개마비, 호너증후군 등 동반된 신경학적 손상이 존재하였다[4]. 양쪽 혀밑신경핵을 동시에 침범한 내측연수경색으로 인한 단독적인 완전혀마비 증례가 보고되었고, 피질뇌경색에 의한 부분적인 혀마비 증례가 있었다[5,6]. 하지만 본 증례처럼 피질뇌경색에 의해 단독적인 혀의 완전마비가 발생한 증례는 없었다. 한쪽 피질병변만으로 혀의 내재근까지 완전히 마비되는 심각한 장애가 초래된 것은 환자의 과거 뇌경색으로 인한 반대쪽 반구의 광범위한 뇌손상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쪽 대뇌반구의 뇌경색으로 혀편위가 발생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혀편위가 완전히 회복된 이후에도 병측 운동 피질에 경두개자기자극(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을 시행하였을 때 혀근육의 복합근활동전위(compound muscle action potential)가 형성되지 않는 채로 남아있다는 것을 통해 혀의 기능 회복에는 건측 반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입증된 바 있다[7].
다발경화증, 운동신경원질환, 뇌경색 등 양쪽 피질연수로를 동시에 침범할 수 있는 질환에서 양측 안면마비, 연하곤란, 구음장애, 발성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가성인두마비(pseudobulbar palsy)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본 증례의 경우 일반적인 가성인두마비와 달리 혀 근육을 제외하고 연구개 운동, 성대 움직임, 구역반사 등 다른 뇌신경 기능은 손상되지 않고 모두 보존되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는 병변이 축소인간(homunculus)에서 혀 영역을 선택적으로 침범하였음을 의미한다. 중심앞이랑의 손매듭(hand knob) 가쪽에 발생한 뇌경색으로 혀의 부분적인 마비를 보였던 증례가 축면영상과 함께 보고된 바 있다[6]. 이에 반해, 본 증례는 축면 및 관상영상을 통해 축소인간 혀 영역의 뇌경색병변을 명확히 가시화하였다. 단독적인 혀의 완전마비를 보인 중심앞이랑 뇌경색의 드문 증례를 영상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