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테로바이러스71 (enterovirus 71, EV71)은 피코르나바이러스과(Picornaviridae)에 속하는 바이러스로, 사람들은 분변-입 경로를 통해 감염되게 된다. 감염 후 발열과 함께 흔히 손발입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신경계합병증은 무균수막염(aseptic meningitis)이 있고, 이외에도 급성 이완마비(acute flaccid paralysis) 및 뇌간뇌염(brainstem encephalitis) 등이 있으며 이러한 경우 일부 환자에서는 급격한 악화를 보이며 후유증을 남기거나, 사망하는 등 예후가 좋지 않다[
1,
2]. 저자들은 가족 내 전염으로 발생한 EV71뇌염 환자가 면역글로불린 치료 후 좋은 반응을 보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36세 남자가 약 하루 동안 진행하는 우측의 쇠약과 조음장애, 혼돈으로 응급실에 왔다. 기저질환은 없었다. 자녀가 약 1주 전 손발입병으로 진단, 치료받은 기왕력이 있었으며 약 4일 전부터 발생한 손, 발의 수포 및 입안의 궤양과 2일 전부터 있던 열감과 근육통, 구토 등으로 감염내과에서 손발입병 진단을 받고 대증요법 중이었다. 활력징후는 혈압 150/78 mmHg, 맥박 102회/분, 호흡수 20회/분, 체온 38.9℃를 보였다. 신경계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으나 초조, 혼돈증상으로 과행동을 보였다. 뇌신경검사에서는 조음 이상 외 특이 소견이 없었으며, 근력검사에서 우측 상지가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4등급, 우측 하지에서 MRC 4+등급, 좌측은 MRC 5등급을 나타내었다. 깊은힘줄반사는 정상이었고 병적반사는 관찰되지 않았다. 목경축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혈액검사는 정상범위였다.
발열을 동반한 의식장애와 구토, 신경학적 결손 증상을 고려하여 임상적으로 뇌염 또는 뇌농양 등이 의심되었고, 이에 감별진단을 위해 뇌 영상검사 및 뇌척수액검사를 실시하였다. 뇌 자기공명영상에서는 액체감쇠역전회복(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FLAIR)영상에서 양측 외측 측두엽 및 후두엽 피질의 부종이 의심되었고 우측 소뇌 치상핵 부근에서 고신호강도 병터가 관찰되었으며(
Fig. A), 조영증강 T1강조영상에서 전반적인 연수막조영증강을 나타내었다(
Fig. B). 뇌척수액검사에서는 압력 20 cmH
2O, 백혈구 347/mm
3 (중성구 60%, 림프구 34%), 적혈구 9/mm
3, 단백질 134 mg/dL, 포도당 82 mg/dL (혈청 111 mg/dL, 혈당비[cerebrospinal fluid to serum ratio] 0.73), 젖산탈수소효소 34 U/L를 보여 뇌염에 합당한 소견이었다. 정상범위의 포도당 농도 및 단백질의 상승, 림프구 우세 뇌염으로 바이러스뇌염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였으며, 특히 단순헤르페스뇌염 외에도 환자의 최근 감염력과 발현 증상, 진찰 소견 등을 종합하여 손발입병의 합병증에 의한 뇌염이 추정되었다. 함께 시행한 뇌척수액의 단순포진바이러스 I, II형 중합 효소사슬반응 등 바이러스표지자검사와 세균배양검사는 모두 음성이었으나 혈청 EV71 바이러스는 역가 1:16 (참고치 <1:4)으로 양성을 나타내었다. 익일 환자는 의식이 더 저하되어 혼미 상태를 보였고, 400 mg/kg 용량의 면역글로불린을 5일간 투여하였다. 투여 4일차부터 환자는 의식이 다소 호전되어 기면 상태를 보였으며, 간단한 지시에 대한 반응을 보였다. 면역글로불린투여 종료 후에도 호전 추세는 지속되어 퇴원시 경도의 조음장애와 MRC 4+등급의 우측 상지 쇠약을 보였으나, 퇴원 1달 경과 후에는 뚜렷한 신경학적 결손이 관찰되지 않았다.
고 찰
본 증례의 환자는 발열 및 의식저하, 조음장애 및 편측의 쇠약으로 병원에 왔으며 가족내 손발입병 환자가 있던 기왕력 및 신경계 증상 발생 수일 전 손발입병 의심 증상이 있어 이로 인한 뇌염 가능성이 강력히 의심되었고, 면역글로불린투여 후 회복되었다.
대부분의 EV71감염은 소아에서 나타나며 대개 손발입병 이후 자연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EV71감염으로 인한 증상은 손발입병물집목구멍염(1단계), 중추신경계 침범(2단계), 심폐부전(3단계), 회복기(4단계)로 나누어진다[
3]. 이 때 EV71의 중추신경계 침범은 대표적으로 무균수막염이 있으며, 임상적으로는 두통, 발열, 구역 및 구토를 나타내어 다른 바이러스수막염과 구별하기 어렵다. 이 경우 대개 대증요법으로 특별한 합병증 없는 양성 경과를 보인다. 몇몇 보고에서는 EV71에 의한 중추신경계감염의 경우 뇌간뇌염보다 무균수막염이 더 높은 빈도를 보였다. 이외에도 EV71은 뇌간뇌염 및 급성 이완마비 등 다른 엔테로바이러스에 비해 보다 중증의 신경계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EV71에서의 신경계합병증 발생 빈도는 어린이의 경우 대략 0.2-1%로 추정되며[
2], 성인에서의 발생 빈도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이 중 뇌간뇌염이 전체 EV71의 신경계합병증 중 60% 가량을 차지하는데, 약 7%의 환자는 뇌간뇌염과 함께 자율신경계이상을 동반하여 심폐부전이나 폐부종, 폐출혈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2]. 손발입병의 피부병변과 함께 EV71이 환자의 체액 등에서 발견되고, 뇌척수액검사에서 뇌척수액세포증가증과 함께 의식변화 또는 근간대경련, 실조 등의 신경계증상을 나타낼 때 EV71로 인한 중추신경계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
2]. 뇌 영상검사 결과에서는 숨뇌와 다리뇌, 중뇌의 뒤판 및 소뇌의 치상핵 중심으로 FLAIR나 T2강조영상에서 고신호강도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4]. 본 증례의 환자는 근간대경련 및 실조 등은 보이지 않았으나 FLAIR영상에서 소뇌의 치상핵 중심의 병변과 함께 뇌피질의 부종을 시사하는 소견이 관찰되어 이전 보고와 일치하였다.
수막뇌염을 동반한 EV71감염에서는 세포면역반응의 변화가 나타날 뿐만 아니라, EV71가 백혈구와 혈관내피세포 등 세포 내에서 복제되어 면역반응과 관련된 여러 염증매개물질을 분비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발생한 사이토카인과 케모카인 등은 손상된 혈관-뇌장벽을 통과하여 중추신경계로 들어와 염증반응을 촉진하여 질환을 악화시키고, 더 나아가 자율신경계이상 및 혈관 투과성의 증가로 인한 폐부종을 일으킬 수 있다[
5]. 폐부종 및 폐출혈은 드물지만 발생시 사망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EV71의 중추신경계감염에서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는 없지만, 2000년 대만의 EV71 대유행 당시 EV71뇌간뇌염에 동반되는 자율신경계 조절이상 및 폐부종에 대한 치료로 면역글로불린 치료와 밀리논(milrinone)이 권장된 바가 있다[
5]. 밀리논은 승압작용과 혈관확장효과가 함께 있는 고리뉴클레오타이드포스포다 이에스터분해효소억제제3아형(cyclic nucleotide phosphodiesterase inhibitor subtype III)으로, 폐부종이 동반된 EV71뇌염 환자에게서 사망률을 감소시켰다는 보고가 있다. 면역글로불린 치료는 항체를 중화시키고 교감신경계의 활성을 줄이며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감소시킴으로써 보다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는다. 이외에도 고용량 스테로이드정주요법 또한 시도된 바 있으나 80명의 EV71뇌염을 대상으로 시행한 무작위 대조군연구에서 질병 기간의 단축이나 예후의 개선 등의 효과가 없었고 일부에서는 오히려 질환의 악화를 보였다[
6].
실제 뇌척수액에서는 EV71 양성률이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혈청에서 EV71이 양성으로 나오기까지 수일의 소요 기간이 있기 때문에, 환자의 피부병변 또는 최근 환자 및 가족구성원 중 감염의 기왕력 등이 EV71 신경계합병증을 추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뇌염의 경우에는 드물게 뒤따르는 자율신경계의 이상 및 폐부종의 위험성을 고려하면, 적절한 조기진단을 통한 집중 치료와 면역글로불린 투여 등이 좋은 예후를 이끌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