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질뇌병증을 동반한 성인 페닐케톤뇨증
Adult Phenylketonuria with Leukoencephalopa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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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닐케톤뇨증(phenylketonuria)은 PAH 유전자 돌연변이로 페닐알라닌(phenylalanine) 수산화효소가 결핍되어 페닐알라닌이 체내에 축적되는 보통염색체열성유전대사질환이다[1]. 조기에 페닐알라닌 제한식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지기능저하, 경련, 운동장애, 모발 및 피부의 색소결핍 등이 나타날 수 있다[1]. 최근에는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한 조기진단과 식이제한요법으로 전형적인 발달장애를 보이는 환자의 발생률은 많이 감소하였다. 하지만 페닐케톤뇨증 환자가 식이요법을 도중에 중단할 경우 성인이 되어 신경계증상을 보일 수 있다. 신생아선별검사를 받지 못하였던 성인에서 페닐케톤뇨증이 새로이 진단되는 예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저자들은 운동장애와 백질뇌병증이 동반된 페닐케톤뇨증 성인 환자 1예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46세 여자가 손떨림으로 신경과 외래에 왔다. 떨림은 40대 초반에 시작하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악화하여 수저질이 힘들 정도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부터 보행장애가 시작되었다. 환자의 주산기와 유·소아기 병력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기는 어려웠으나 인지기능저하로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였고 이에 반해 운동 발달은 또래와 비슷한 정도였다고 하였다. 가족 중 유사한 증상을 보인 이는 없었으며, 고혈압, 당뇨병 등 동반질환은 없었다. 약물 복용력이나 독성 물질 노출력, 두부외상 병력은 없었다.
의식은 명료하였으며, 피부는 창백하고 머리카락은 담갈색이었다. 양팔을 앞으로 뻗은 자세에서 양손에 4-6 Hz 정도의 불규칙한 떨림이 있었고 특히 왼손에서 더 큰 진폭을 보였다. 고개가 우측으로 기울면서 우측 손목이 내전되는 모습이 있어 가벼운 근긴장이상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의도떨림은 있었으나 소뇌장애를 의심할 만한 겨냥이상은 없었다. 파킨슨증을 시사하는 서동은 관찰되지 않았다. 걸을 때 양다리가 뻣뻣하고 무릎의 굽힘운동이 제한되었으며 보폭이 좁았다. 기저면(base)은 정상이었고 일자 보행시 양쪽으로 흔들려 중심을 잃었다. 양 하지에 강직과 바뱅스키징후가 있었고, 깊은힘줄반사가 항진되어 있었다. 간이정신상태검사(Korean-Mini Mental State Exam)는 8점(만점 30점)이었다. 그 외 신경계진찰에서 시력저하나 안구운동이상, 근력저하, 감각이상은 없었다.
T2강조영상과 액체감쇠역전회복(fluid-attenuated inversion recovery)영상에서 주로 양측 두정엽과 후두엽 백질부위에 광범위한 고음영이 관찰되었다(Fig.). 환자의 병력과 뇌 자기공명영상 소견을 고려하였을 때 혈관성 및 염증성 원인에 의한 백질뇌병증의 가능성은 낮았다. 성인에서 특히 두정-후두엽의 광범위 백질뇌병증을 유발하는 유전대사질환들을 우선 감별하고자 황산아릴분해요소(arylsulfatase) A, 매우긴사슬지방산(very long chain fatty acid), 유기산검사를 시행하였고 결과는 정상이었다. 아미노산 대사이상검사에서 혈청 페닐알라닌이 1,414.3 nmol/mL로 증가해 있었고(정상범위, 35-85 nmol/mL), 혈청 타이로신(tyrosine)이 30.1 nmol/mL (정상범위, 34-112 nmol/mL)로 약간 감소해 있었다. PAH 유전자검사(표적엑솜염기서열검사[targeted exome sequencing])에서 복합이형접합(compound heterozygous) 돌연변이(c.1197A>T, c.728G>A)가 발견되었다. 두 변이는 모두 American College of Medical Genetics and Genomics 기준에 따라 병원성 변이(pathogenic variant)로 확인되었다.
진단 후 페닐알라닌 제한식사를 시작하였고, 떨림과 강직의 증상 개선을 위해 클로나제팜 0.5 mg, 프로프라놀롤 40 mg, 트리헥신 1 mg을 하루 2회 처방하였다. 2년의 추적 관찰 동안 떨림은 일부 호전되었고, 이전에 불가능하던 계단 오르내리기가 가능해졌다. 혈중 페닐알라닌은 732.4 nmol/mL로 감소하였다. 그러나 간이 정신상태검사 점수는 치료 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고 찰
이 환자는 신생아선별검사가 도입되기 이전에 출생하였다. 학동기부터 지적장애는 있었지만 다른 신경계증상이 없다가 성인이 되어 떨림과 보행장애가 나타나면서 페닐케톤뇨증 진단이 지연되었다. 성인기에 페닐케톤뇨증으로 진단된 환자들은 평균 발병 연령이 45.8세였고, 이 증례와 마찬가지로 지적장애, 떨림, 강직 등을 보였으며 유·소아기에 페닐케톤뇨증의 전형적인 증상인 소두증, 경련 등이 동반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2]. 떨림은 조기에 페닐알라닌 제한식사를 시작한 환자들보다 치료 시기를 놓친 성인 페닐케톤뇨증 환자들에서 더 흔한 증상이었다[3]. 본 증례처럼 자세나 운동떨림인 경우가 많았고, 파킨슨증과 동반된 안정떨림도 보고되었다[4].
환자의 뇌 자기공명영상검사 소견은 페닐케톤뇨증에 부합한다. 일반적으로 백질병터의 위치는 백질뇌병증 혹은 백질형성장애(leukodystrophy)의 감별진단에 유용하며, 크게 여섯 가지 양상(두정-후두, 전두, 피질하, 뇌실 주위, 뇌간 침범, 소뇌 침범)으로 나눌 수 있다[5]. 페닐케톤뇨증의 백질 변성은 좌우 대칭적이고 두정-후두엽부위에서 가장 뚜렷하며 심한 경우 전두엽이나 측두엽까지 침범되기도 한다[6]. 뇌간 및 소뇌를 침범하는 경우는 드물다. 병리학적으로, 이들 백질 변성은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에서는 탈수초화를, 조기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에서는 수초간부종을 반영한다고 알려져 있다[7]. 그 범위와 정도는 혈중 페닐알라닌 농도와 관련이 있으며 엄격한 식이제한 치료를 하였을 때 신경계증상뿐 아니라 영상 소견도 일부 호전을 보였다[6]. 따라서 인지기능저하, 다양한 추체로 및 추체외로 증상을 보이는 성인 환자에서 두정-후두엽부위에 백질뇌병증이 동반된 경우 페닐케톤뇨증을 감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