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두통과 혼동 그리고 점차 진행하는 인지기능장애로 발현한 신경세포핵내봉입체병
Neuronal Intranuclear Inclusion Disease Presenting with Recurrent Headache, Confusion and Progressive Cognitive Dec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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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세포핵내봉입체병(neuronal intranuclear inclusion disease, NIID)은 신경세포와 체세포 내 호산성 유리질 핵포함체(eosinophilic hyaline intranuclear inclusions)가 침착되는 질병으로, 서서히 진행하는 퇴행성 신경계 질환이다[1]. NIID은 뇌에서 특징적인 병리 소견으로 진단하는데, 2019년까지 NIID로 확진된 환자수는 전 세계적으로 140명 정도로 매우 드물다[2]. 서서히 진행하는 인지기능장애가 NIID의 가장 흔한 증상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외 매우 다양한 증상이 보고되고 있어 임상 증상만으로 NIID를 의심하기는 어렵다. 최근 뇌 자기공명영상검사(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 특징적인 소견과 피부생검을 통해 진단율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보고가 없다. 이에, 본 연구진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반복되는 두통 및 혼동과 점차 진행하는 인지기능장애를 주소로 내원하여 NIID로 진단한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3세 여자 환자가 극심한 두통과 혼동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고통스러워 하였고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하며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였다. 이러한 증상은 10년 전부터 수개월에 한 번씩 발생하였고, 증상은 1-3일간 지속되다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와 관련하여 타 병원에서 뇌전증으로 진단받은 후 levetiracetam 2,000 mg/일을 복용 중이었다. 과거력 및 가족력상 특이 소견은 없었다. 신경계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으나 시간, 장소 및 사람에 대한 지남력장애가 있었고 지시사항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하였다. 뇌신경검사, 운동검사 및 뇌수막자극징후는 정상이었다. 내원 당시 혈압 및 체온은 정상이었다.
본 의료진은 두통과 혼동을 주소로 내원하였고, 신경계진찰에서 편측화징후 없이 지남력의 장애를 보여 뇌염 및 발작후혼동을 의심하였다. 뇌 MRI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e, DWI)에서 피질수질 접합부(corticomedullary junction)를 따라 선형의 고신호강도가 관찰되었다(Fig. A). T2액체감쇠역전회복(fluid-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FLAIR)영상에서는 피질수질 접합부에 선형의 고신호강도와 더불어 백질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백질병증이 관찰되었다(Fig. B). 뇌척수액검사에서는 단백질 수치가 경미하게 증가되어 있었다(65.6 mg/dL). 뇌척수액에서 바이러스 표지자 검사는 모두 음성이었으며, 14-3-3 단백질도 검출되지 않았다. 뇌파검사에서는 양측 전두엽에서 삼상파(triphasic waves)가 관찰되었으며 뇌전증모양방전은 보이지 않았다. 본 의료진은 자가면역뇌염의 가능성을 생각하고 고용량 스테로이드(methyprednisolone 1 g/일)를 5일간 투여하였다. 환자의 두통과 혼동 증상은 일주일 이내 호전되었으나, 스테로이드 치료에 따른 호전인지 혹은 이전 병력에서 보였던 경과에 따라 자연적으로 호전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3개월 뒤, 다시 극심한 두통과 혼동 증상이 발생하였고, 이외에도 점차 진행하는 인지기능저하가 동반되었다. 뇌 MRI를 시행하였고, DWI와 FLAIR에서 피질수질 접합부의 고신호강도는 여전히 관찰되었다. 한국판간이정신상태검사(Korean-Mini Mental Status Examination, K-MMSE)는 27점,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는 1점이었다. 서울신경심리검사2판(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second edition)에서 집중력, 계산력, 시공간 능력, 전두엽 기능의 저하를 보여 피질하치매에 합당한 소견을 보였다. 뇌척수액검사를 재시행하였으며 여전히 단백질의 경미한 상승(67.2 mg/dL)만이 관찰되었다.
첫 진료 7개월 뒤, 뇌 MRI에서는 이전과 동일한 소견이 관찰되었고 환자의 인지기능은 점차 저하되는 경과를 보였다(K-MMSE: 22점). 서서히 진행하는 인지장애와 반복적으로 두통과 혼동을 보이고 뇌 MRI상 피질수질 접합부 고신호강도가 지속되는 소견을 종합하여 NIID를 의심하였다. NIID 진단을 위해 복부에서 피부생검을 진행하였다. 헤마톡실린-에오신염색에서 지방세포에서 호산성핵내봉입체(eosinophilic intranuclear inclusion)를 확인하여(Fig. C) 환자는 NIID로 진단하였다. 취약X관련떨림실조증후군(fragile X-associated tremor/ataxia syndrome, FXTAS) 감별 위해 시행한 fragile X mental retardation 1 (FMR1) 유전자검사는 음성이었다. 이후로도 환자는 인지기능저하가 점차 진행하는 경과를 보이고 있다.
고 찰
본 증례는 극심한 두통과 혼동이 수년에 걸쳐 간헐적으로 반복되었고, 서서히 진행하는 인지기능저하를 보였던 NIID 증례이다. 2019년까지 NIID로 확진된 증례가 대략 140명 정도로 매우 드물며, 아직 국내에서는 보고된 바가 없다[2]. 현재까지 알려진 산발성 NIID의 임상 증상으로는 치매가 가장 흔하며(94.7%) 이외에도 자율신경부전, 실조, 의식저하, 뇌염 증상, 발작, 감각 이상 등 다양한 증상이 보고되고 있다[1,3]. 특히 본 증례처럼 증상이 삽화성으로 반복되는 경우도 매우 드물지만 보고된 바가 있다. 보고된 증례들을 보면, 반복적인 뇌염유사 증상(의식저하, 두통, 구토, 인지기능장애)과 자율신경부전(구토와 혈압조절장애)이 수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증상들은 대개 7-10일 이내 호전되는 경과를 보였다. NIID의 임상 증상에서 가장 흔한 것은 진행하는 인지기능저하이지만, 그 외에도 매우 다양한 임상 증상이 보고되고 있어 임상 증상만으로 NIID를 의심하기란 쉽지 않다[4,5].
NIID 확진은 특징적인 병리 소견을 통하여 확인하게 되는데, 전통적으로는 사후 뇌 부검에서 호산성핵내봉입체를 통해 진단하였다. 진단의 편의를 위하여 이후 장이나 신경생검을 통해 핵내봉입체를 확인하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장천공 및 신경손상과 같은 검체 채취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때문에 유용하게 사용되지는 못 하였다. 2011년 이후 피부생검을 통해 NIID의 병리 소견을 확인하면서, 진단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6].
임상에서는 DWI에서 보이는 특징적인 피질수질 접합부의 고신호강도와 백질병증이 진단적 단서가 되고 있다. 38명의 산발성 NIID 환자들의 영상을 분석하였을 때 모든 환자에서 DWI에서 피질수질 접합부의 고신호강도가 확인되었으며, 약 97%에서는 백질병증이 동반되어 있었다[1]. 10년간 영상을 추적한 증례에서도 DWI에서 보이는 피질수질 접합부의 고신호강도는 시간이 갈수록 뚜렷해지며, 백질병증도 진행하는 양상을 보였다[7]. 따라서 뇌영상검사에서 특징적인 DWI 소견과 광범위한 백질병증을 보이는 경우 NIID를 강력히 의심해야 한다. 진행다초점백질뇌병(progressive multifocal leukoencephalopathy), 독성백질뇌병(toxic leukoencephalopathy),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FXTAS 등을 감별해야 하며, 다른 원인의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면 피부생검을 통하여 핵내봉입체를 확인하여 NIID를 진단할 수 있다. FXTAS와 임상 증상과 병리 소견이 유사하기 때문에 근위약, 실조 및 지능저하의 가족력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며 FMR1 유전자검사도 감별진단에 도움이 된다.
진행하는 인지기능저하가 NIID의 가장 흔한 증상으로 알려져 있으나, 본 증례처럼 인지기능저하와 더불어 수년에 걸쳐 반복되는 두통과 혼동이 있을 경우 NIID를 의심해야 한다. 특히, DWI에서 피질수질 접합부에 선형의 고신호강도를 보이면서 다른 뇌병증의 원인이 배제된다면 NIID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단을 위해 피부생검을 고려해 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