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후 발생하는 발작은 성인에서 뇌전증의 가장 흔한 원인 중의 하나이며 실제 임상에서도 흔하게 관찰할 수 있다[1]. 일반적으로 뇌졸중 이후 1주 이내에 발작이 발생하는 경우를 초기발작(early onset seizures)이라고 하며, 이 중 50-90%에서 국소발작(focal onset seizure)을 보인다. 뇌졸중 초기에 발생하는 발작의 경우 증상이 경미하거나 뇌졸중의 증상과 혼동할 수 있기 때문에 많게는 63%에서 진단이 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1].
후두엽 발작은 처음 진단받은 발작 중 1.2-2.6%를 차지하는 등 상대적으로 드물게 보고되는데, 전두엽이나 측두엽의 뇌전증과는 달리 편두통이나 뇌졸중 등의 질환과 감별이 어렵고 증상 발현이 특징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보고된 것보다 실제 유병률이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2-4]. 후두엽 발작에서 발생하는 특징적인 증상인 시각 증상은 양성 시각 증상과 음성 시각 증상으로 나눌 수 있는데[3], 반맹이나 시각 상실로 나타나는 음성 시각 증상은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4].
저자들은 완전 동측반맹을 호소하는 환자에서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e, DWI)으로 좌측 후대뇌동맥 경색을 진단하였지만 뇌파검사에서 발견된 좌측 후두엽 발작에 대해 항뇌전증 약물을 투약한 후 반맹이 소실되었던 사례를 경험하여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48세 여자 환자가 5일 전부터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비회전성 어지러움과 시야가 어둡고 흐릿한 느낌을 호소하며 병원에 왔다. 2일 전부터는 보호자가 보기에 우측으로 머리와 눈동자가 돌아가며 10여 초 가량 불러도 반응이 없는 증상도 하루에 서너 차례 이상 반복되었는데, 환자는 이러한 증상에 대해서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였다. 시야 증상과 다른 증상들의 시간적 연관성은 뚜렷하지 않았다.
환자는 과거력으로 당뇨가 있어 경구 혈당강하제로 조절하고 있었고, 내원 당시 혈압 140/80, 맥박 74회, 호흡수 16회, 체온 37.4도였으며, 신경계진찰에서 우측의 완전 동측반맹을 보이고 있었다. 심전도 및 흉부 방사선사진은 정상이었고 혈액검사에서 공복혈당이 183 mg/dL, 총 콜레스테롤 260 mg/dL로 상승해 있었다.
뇌 자기공명확산강조영상(brain magnetic resonance imaging DWI)에서 좌측 후대뇌동맥(posterior cerebral artery) 영역에 급성 뇌경색이 관찰되고(Fig. A) 척추기저동맥의 죽경화성 협착이 경미하게 관찰되어 죽경화에 의한 뇌경색으로 판단하여, 아스피린 300 mg으로 항혈소판제 치료를 시작하였다. 같은 날 시행한 뇌파검사에서 왼쪽 중심-두정엽 부위에 뇌전증모양파가 관찰되어(Fig. B) 카바마제핀 800 mg을 부하용량으로 투여하였고, 이후 200 mg을 하루 두 번씩 투약하였다. 약물 투여 6시간 후 진찰시, 환자는 가끔씩 멍하게 보이면서 머리나 눈동자가 돌아가던 증상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고 시야의 어두운 느낌이 호전되었다고 하였으며 신경계진찰에서도 우측의 동측 반맹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시행한 뇌파검사 결과도 정상이었다(Fig. C). 이후로는 간헐적인 두통 이외의 별다른 국소신경계 증상이 없는 상태로 3개월째 외래에서 추적 관찰 중이다.
고 찰
뇌졸중 후 발작은 발생 시기에 따라 초기발작(early onset seizures)군과 후기발작(late onset seizures)군으로 나눌 수 있고, 이는 병태생리의 차이에 근거한다. 급성 허혈 상태가 되면 세포 밖의 glutamate 농도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신경세포의 이차손상이 나타나며, 허혈성 뇌 조직은 전기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므로 발작 활동의 초점이 될 수 있다. 특히 겉질부위 뇌경색은 뇌졸중 후 발작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초기발생 발작의 발생률을 높인다는 보고들이 있었고 발작의 형태로는 국소발작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
시각 증상은 모든 후두엽 뇌전증에서 발생하지는 않지만 매우 특징적인 증상이다. 증상은 암점, 반맹, 실명 등 시야 일부의 소실을 보이는 음성 시각 증상과 눈섬광, 광시증, 환시, 반복시, 반복성 환시 등의 양성 시각 증상을 보이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후두엽 뇌전증에서는 음성 시각 증상이 양성 시각 이상보다 자주 나타난다[3]. 음성 시각 이상 중에서도 동측 반맹은 전맹(whole anopsia) 보다 더 드문데, 이는 후두엽에서 발생하는 발작은 반대쪽 후두부로 빠르게 퍼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4,5]. 우리 환자의 경우는 반대쪽 후두엽으로 퍼지지 않아 동측 반맹이 나타났다 할 수 있다.
본 증례는 좌측 후뇌동맥 영역의 급성 뇌경색으로 후두엽 피질에 병변이 있었기 때문에 뇌졸중 후 발작의 위험이 높았던 경우이다. 환자의 시각 증상 및 신경계진찰에서 보였던 우측의 동측 반맹에 대해서는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뇌병변이 뇌영상검사에서 관찰되었으므로, 뇌경색에 의한 증상을 먼저 생각하였다. 그러나 시야 증상과 동반된 짧은 시간 동안의 반응저하 및 두부 편위 증상 그리고 항뇌전증 약물 치료로 호전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환자가 보인 동측 반맹은 후두엽 발작에 의한 음성 시각 증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우측 반맹의 경우 뇌졸중으로 인한 부종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한 감별을 위하여 시각유발전위검사나 뇌 단일광자단층촬영 등을 촬영하여 감별하는 것이 필요하나, 뇌파상 발작파가 뚜렷이 관찰되고 항경련제 사용 후 증상 및 뇌파의 뚜렷한 호전이 관찰되어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국소 신경계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동반된 발작의 진단이 어려운데, 특히 뇌 영상검사에 의해 합당한 부위의 병변이 보이는 경우 더욱 어렵다. 겉질부위 뇌경색의 경우 뇌졸중 후 발작이 함께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발작을 뇌졸중 증상으로 오해하여 발작 치료를 간과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본 증례에서도 병원에 왔을 때에는 발작의 증상으로는 매우 드문 동측 반맹만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뇌졸중과 동반된 발작의 진단이 어려웠다. 뇌졸중 후 발작에서 나타나는 시야장애의 경우 뇌파검사가 진단에 도움이 되고, 발작의 치료 시 시야장애의 호전을 보이므로 뇌졸중에 의한 시야장애와 감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