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지속상태로 발현한 신경매독
Neurosyphilis Presenting with Status Epilepti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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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매독은 매독균(Treponema pallidum)의 신경계 침범을 통해 발생하는 질환이며, 초기 매독 환자의 약 1.8%에서 발생한다[1]. 최근 광범위한 항생제의 보급으로 인하여 매독의 진행 단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신경매독의 임상 발현 양상도 변화하였다. 신경매독의 전형적인 발현 양상인 아가일로버트슨동공(Argyll-Robertson pupil), 뇌신경마비 및 척수신경매독 증상은 감소하고 정신병증과 인지 기능저하가 가장 흔한 증상으로 보고되었다[2]. 신경매독 환자의 약 14-60%가 발작을 일으켰으나, 대부분은 야리슈-헤르크스하이머반응(Jarisch-Herxheimer reaction, JHR)과 연관되어 있으며, 초기 임상 양상으로 뇌전증지속상태가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3]. 저자들은 뇌전증지속상태로 발현되어 신경매독으로 진단된 환자를 경험하여 보고한다.
증 례
30분 동안 의식 회복 없이 4차례 반복된 강직간대발작 증상으로 53세 남자가 본원에 내원하였다. 내원시 활력징후는 혈압 112/62 mmHg, 맥박수 52회/분, 체온 37.1℃였고, 고혈압과 만성 알코올 중독 병력이 있었다. 5년 전 공격적인 행동, 환청과 망상에 대해 타 병원 입원 치료 이후 현재까지 금주하고 있으며, 다른 약물도 복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1년 전부터 빛과 소리에 대해 예민해지며 공격적인 행동 양상을 다시 보였으며, 한 달 전부터 시공간인지능장애, 도벽, 식탐을 보였다.
뇌 computed tomography에서 정상 소견을 보였으며, 혈액검사에서 경한 백혈구 증가증(백혈구 10,930/µL) 외에 비정상 결과는 없었으며, 면역혈청검사에서 C-반응단백질의 경한 증가(13.8 mg/L)가 있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백혈구 60/µL (다형핵구 95%, 단핵구 5%), 적혈구 0/µL, 단백질 98.7 mg/dL, 포도당 53 mg/dL (혈청포도당 86 mg/dL)였다. 혈액에서 검사한 매독신속혈장리아진검사(syphilis reagin test; rapid plasma regain [RPR])가 양성(16.32), 매독균혈구응집검사(treponema pallidum hemagglutination) 양성(1:1,280 이상) 그리고 형광매독항체흡수검사(fluorescent treponemal antibody absorbed test) immunoglobulin G도 양성이었으며, 뇌척수액에서 매독혈청검사(venereal disease research laboratory test, VDRL) 양성(1:512)이었다. 그 외 혈액 및 뇌척수액에서 바이러스, 세균, 결핵, 진균 감염에 대한 배양검사는 모두 음성이었으며,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 항마이크로좀항체(anti thyroid microsomal antibody) 및 신생물딸림항체(paraneoplastic antibody) 모두 음성이었다.
내원 3일 후 뇌파검사에서 뇌전증모양방전(epileptiform discharge)은 관찰되지 않았다. 뇌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의 조영증강된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FLAIR) (Fig.)에서 양측 소뇌와 우측 전두엽에서 연수막 조영증강이 보였다.
뇌전증지속상태에 대하여 로라제팜(lorazepam) 4 mg 및 항뇌전증제 정맥 투여 후 경련 발작이 조절되었으며, 이후 라코사미드(lacosamide) 복용을 유지하였다. 뇌척수액 VDRL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경험적으로 세프트리악손 2 g씩 12시간 간격으로 투여하였고, 항결핵제로 이소니아지드, 리팜피신, 피라진아미드와 에탐부톨 복합제 그리고 아시클로버(acyclovir)를 투여하였다. 뇌척수액 VDRL 양성 소견의 확인 이후 항결핵제와 아시클로버 투여는 중단하였으며, 세프트리악손을 총 5주간 투여하였다. 항뇌전증제와 항생제를 시작한 이후 환자의 의식수준이 명료한 상태로 되었으나 혼돈과 공격적인 행동을 보여 쿠에티아핀(quetiapine)과 할로페리돌로 증상을 조절하였다.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고 4주 뒤 시행한 뇌척수액검사에서 백혈구 12/µL (다형핵구 8%, 단핵구 92%), 적혈구 0/µL, 단백질 87.6 mg/dL, 포도당 47 mg/dL (혈청포도당 92 mg/dL)였으며, 혈액에서 검사한 RPR 6.1, 뇌척수액 VDRL 역가는 1:16으로 감소되었다. 퇴원시 혼돈과 공격적인 행동은 호전되었으나 시공간 지남력 및 기억력의 저하를 보였으며, 양측 감각신경난청이 확인되었다. 퇴원한 달 후 외래에서 검사한 한국판간이정신상태검사(Korean-Mini Mental Status Examination)에서 24/30점, 서울신경심리선별종합검사(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Dementia Version)에서 전인지기능 점수가 109/300점으로 치매수준의 인지저하가 있었다. 환자는 내원 후 2개월 동안 항뇌전증제로 라코사마이드 100 mg씩 하루 2회를 복용하면서 발작의 재발은 없었다.
고 찰
본 증례는 수개월 전부터 정신병증, 인지기능저하와 같은 진행마비(general paresis) 증상이 있었으나 갑작스러운 뇌전증지속상태가 발생하여 비로소 뇌척수액과 혈청검사에서 신경매독으로 진단받은 증례이다.
신경매독에 의한 발작은 대부분은 JHR과 연관되어 있다[3]. JHR은 항생제 투여 직후 면역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전신 및 신경계증상이다. 본 증례에서는 환자가 일상생활을 하다가 처음 발현된 뇌전증지속상태의 발작이며, 항생제 투약 이후 발작 증상 및 뇌파상에서 비경련뇌전증의 증거가 없었던 점으로 보아 JHR에 의한 발작은 아니다.
신경매독은 “the great imitator”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신경매독에 의한 발작은 다양한 발작 양상을 보였으며, 특정 뇌파 소견을 보이지 않으며, 뇌 MRI에서도 다양한 영상 소견을 보인다[4,5]. 신경매독에 의한 발작은 초기 무증상 신경매독, 수막혈관성 신경매독, 척수매독 그리고 진행마비에 이르는 신경매독의 다양한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6]. 진행마비는 후기 신경매독 단계에서 보이는 증상으로 뇌 피질부위 실질의 손상 결과로 발생한다[7]. 본 증례에서 환자는 정신병증과 인지기능저하와 같은 진행마비 증상을 보였으며, 조영증강된 뇌 MRI FLAIR에서 양측 소뇌와 우측 전두엽에서 연수막 조영증강이 보였다. 따라서 신경매독에 의해 연수막염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하여 발작을 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진행마비의 진단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으나 뇌척수액검사에서 treponema pallidum haemagglutination (TPHA) test 양성을 보이면서 정신병증, 우울증, 인격 변화, 진행하는 건망증과 망상을 보일 경우 진단할 수 있다[7]. 본 증례에서 금주 이후에도 정신병증과 인지기능저하가 지속되었으며, 항생제 치료 이후 정신병증이 호전된 점을 고려하였을 때 신경매독에 의한 진행마비였을 것으로 보인다.
신경매독은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항생제 투여가 이뤄진다면 치명적인 신경계의 후유증 없이 치료를 할 수 있으나 페니실린의 효과적인 사용 이후 발현 양상이 다양해지며 진단이 어려워졌다. 본 증례에서 정신병증, 인지기능저하와 같은 진행마비 증상이 있었으나 뇌전증지속상태가 발생한 이후 진단되며 치료가 지연되었다. 이로 인하여 항생제 및 항뇌전증제 치료 이후 발작의 재발이 없으며, 정신병증의 호전을 보이고, 추적 뇌척수액검사에서 매독이 호전되었음에도 신경심리검사에서 치매수준의 인지저하를 보였다. 본 증례는 정신병증과 인지기능저하를 보이다 뇌전증지속상태가 발생한 신경매독으로 매우 드문 보고이다. 그러므로 처음 발현한 뇌전증지속상태의 원인 감별에서 신경매독도 고려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