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인 신속보기가 사이간격(intersaccadic interval) 없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신속보기진동(saccadic oscillation)이라고 한다. 신속보기진동이 상하, 좌우, 회전 운동을 포함하는 여러 방향으로 나타나면 눈간대경련(opsoclonus)이라고 하며 수평 방향에 국한되어 나타나면 눈된떨림(ocular flutter)이라고 한다[1]. 이러한 안구 증상은 신속보기의 생성 및 조절과 관련된 범정지 신경세포(omnipause neuron) 또는 돌발파 신경세포(burst neuron)의 기능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원인은 신생물딸림증후군(paraneoplastic syndrome), 감염, 독성-대사 상태, 약물, 혈관성 질환 등에 의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 기전이 명확하지 않으며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2].
고삼투질고혈당 상태(hyperosmolar hyperglycemic state)는 인슐린의 효과가 감소한 상태에서 고혈당에 의한 세포외액 감소와 이에 따른 고삼투질증과 전해질 이상이 특징인 당뇨의 합병증이다[3]. 가장 흔한 선행인자는 폐렴이나 요로감염과 같은 감염증이며 인슐린이나 당뇨병약을 적절히 사용하지 않았거나 뇌혈관질환, 신부전, 심근경색증, 외상 등의 질환이 있을 때도 유발될 수 있다[4]. 고삼투질고혈당 상태에서 눈간대경련으로 나타난 신속보기진동에 대해 지금까지 몇 개의 케이스가 보고되었지만[5,6] 눈된떨림으로 보고된 예는 현재까지 없다. 저자들은 악성 뇌부종 환자의 치료 중 고삼투질고혈당 상태에서 눈된떨림이 발생한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이에 대해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83세 여자가 기상시 발견된 오른쪽 상하지 마비 및 실어증으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마지막 정상 확인 시간은 전일 오후 8시였고 아침기상 시간은 오전 7시였다. 내원시 혈압은 130/90 mmHg, 심박동수 67회/분, 호흡수 20회/분, 체온 36.5도였으며 심전도에서 심방세동이 관찰되었다. 신경계진찰에서 의식은 혼미하였고, 동공은 크기 및 빛 반사에서 양측에 대칭적인 반응이 관찰되었지만 좌측으로 양안의 안구 편위, 우측 중추안면신경마비, 전실어증, 구음장애가 동반되었고 우측편마비는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1등급, 미국 국립보건원뇌졸중척도(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Stroke Scale, NIHSS)는 23점이었다.
대퇴부골절로 요양원에서 지내던 환자였고 외상, 독성물질에 대한 노출, 유전성 질환의 과거력은 없었으며 평소 심방세동과 심부전, 고혈압, 당뇨에 대하여 rivaroxaban 20 mg, bisoprolol 5 mg, losartan 50 mg, spironolactone 25 mg, furosemide 40 mg, glimepiride 2 mg을 복용 중이었다. 조영제를 사용한 뇌 전산화단층(computed tomography, CT)혈관촬영에서 왼쪽 원위부 내경동맥의 완전 폐색이 관찰되었으며, 초기 Alberta Stroke Program Early CT Score (ASPECTS)는 1점을 보였다(Fig. A). 정맥내 혈전용해제 사용 및 응급 혈관내 개통 치료의 적응증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여 약물 치료 및 감압적 두개절제술을 고려하였다.
하지만 환자의 보호자와 면담하였을 때 감압적 두개절제술뿐 아니라 목표체온 유지 치료도 동의하지 않았기에 중환자실에서 활력 징후 및 신경학적 변화를 관찰하면서 뇌부종에 대한 치료를 시작하였다. 삼투질요법으로 만니톨(mannitol)을 중심정맥관을 이용하여 0.5 g/kg으로 투여한 뒤 kg당 0.25 g씩 6차례 0.15 g/kg/hr의 속도로 투여하였다. 만니톨의 사용에 따른 소변량의 증가만큼 생리식염수로 주입하였다. 2일째 소변검체에서 그람혐기성균이 의심되어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를 시작하였고 삼투질요법을 시행한 지 3일째 무뇨(anuria)가 발생하였다. 크레아티닌수치가 1.64 mg/dL에서 2.50 mg/dL로 상승하였고 삼투질차(osmolar gap)는 60으로 확인되어 만니톨을 하루 2차례로 감량 투여하였다. 그 후 6시간 뒤 환자의 좌측 동공의 산대가 관찰되었고 추적 CT검사에서 이전 보다 악화된 뇌부종(enhanced detection of edema in malignant anterior circulation stroke [EDEMA] score [7] : 7점)이 관찰되었다(Fig. B). 만니톨 감량으로 인한 반동성 뇌부종으로 생각하여 삼투질요법의 재시작과 함께 급성 신부전에 대한 치료로써 지속적신대체요법(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y, CRRT)을 병행하였고 다음날 산대되어 있던 동공은 정상크기로 돌아왔다. 생체징후가 안정화되고 소변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크레아티닌수치는 1.52 mg/dL로 호전되었다. 신장내과와 상담 후 CRRT를 중단하였고 만니톨은 지속 투여하였다. 입원 7일째 무뇨가 다시 발생하였고 혈액 검사에서 혈청 삼투질 농도 390 mOsm/kg으로 증가되었다. 혈장 포도당 716 mg/dL, pH 7.43, 음이온차(anion gap) 16.2, 삼투질차이는 65였고 의식은 혼수상태로 고삼투질고혈당 상태의 진단기준[7]에 합당하였다(Table). 신체진찰에서 불수의적인 수평 방향의 진동시가 양안에서 관찰되었다. 신속보기 사이 간격 없이 수평 방향의 불규칙한 안진이었고 눈된떨림(ocular flutter)으로 보였다(Video 1).
뇌 영상검사에서 뇌간이나 소뇌에 뚜렷한 이상은 확인되지 않았고(Fig. C, D), 뇌파검사에서도 뇌전증모양파나 국소적 서파는 관찰되지 않았다. 뇌척수액검사에서 단백질 42 mg/dL, 포도당 361 mg/dL, 세포수는 정상이었다. 수액보충, 전해질교정, 인슐린으로 고삼투질고혈당 상태에 대한 치료를 시행하였고 만니톨을 점진적으로 감량 투여하였다. 이후 신생물딸림증후군의 감별을 위하여 anti-Yo, anti-Hu, anti-Ri, anti-CV2 (CRMP-5), anti-Ma-2, antiamphiphysin antibody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였고 모두 음성이었다. 흉부 및 복부의 전산화단층촬영에서도 폐암, 유방암, 난소암 등의 종양은 관찰되지 않았다. 대사성 이상 대한 치료 후 3일째에 눈된떨림은 호전되었다(Video 2). 1주일 후 뇌부종도 호전되어 일반병동으로 전동하였고 입원 1달째에는 침상생활은 불가피하였으나 의식이 명료하게 돌아왔고 불수의적 안구운동이상은 더이상 관찰되지 않았다(Video 2).
고 찰
눈된떨림의 원인은 가장 흔하게 신생물딸림증후군, 감염후뇌염(postinfectious encephalitis), 기저 병인이 자가면역이거나 교차면역 기전으로 생각되는 탈수초성질환에 의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으나[8] 본 증례에서 원인 감별을 위해 시행한 다양한 검사에서 모두 음성 결과를 보였다. 현재까지 고삼투질고혈당 상태에 의해 유발된 근간대경련에 대한 적은 수의 보고는 있지만[5,6] 눈된떨림에 대해 보고된 증례는 없다. 하지만 눈된떨림과 근간대경련은 신속보기진동이라는 기전적 병태생리를 같이 묶어서 설명한다는 것과[2,8] 본 증례에서 눈된떨림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들이 뚜렷하지 않았고 증상의 발현 시점이 고삼투질고혈당 시기와 일치하는 점을 고려하면 환자의 증상은 고삼투질고혈당 상태에 의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신속보기진동의 해부학적, 병태생리적 기전은 소뇌 가설과 뇌간 가설로 설명되고 있다. 소뇌 가설은 소뇌의 심부핵(deep nucliei) 중 하나인 꼭지핵(fastigial nuclei)의 미측(caudal) 안구운동영역(fastigial oculomotor region)을 억제하는 뒷꼭지벌레부(dorsal vermis)의 푸르킨예세포(Purkinje cell)의 기능이상의 결과 신속보기진동이 나타난다고 한다[9]. 뇌간 가설은 돌발파 신경세포의 막(membrane) 특성의 변화로 흥분성이 증가하여 범정지신경세포의 억제가 풀릴 때의 반동(postinhibitory rebound, PIR)이 과도해지는 것과 교뇌 피개(pontine tegmentum)에 있는 범정지 신경세포의 글리신 수용체(glycine receptor)의 기능 이상 또는 불충분한 외부 억제(external inhibition)의 결과로 신속 보기진동이 나타난다고 한다. 돌발파 신경세포의 막 특성의 변화는 막 이온채널(ion channel)의 전도도(conductance)의 변화로 설명되고 있는데, 이 변화가 돌발파 신경세포의 흥분성 및 PIR의 진폭에 영향을 준다. 이 이온 채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코카인(coccain), 과암모니아혈증과 요독 상태, pH 변화가 제시되고 있으며 고삼투질 상태도 막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제시하였다[10].
본 증례에서 각각의 신속보기진동의 배경에는 느리며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동향 안구운동이 동반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Video 1). 이는 순회눈운동(roving eye movement)으로 보이며 가장 흔한 원인은 독성대사뇌병증으로 알려져 있다. 본 증례에서는 대사성 원인이 존재하는 상황이 돌발파 신경세포의 막 이온 특성의 변화와 흥분성 증가를 일으킬 수 있고, 상대적으로 감소된 외부 억제로 인한 되먹임회로(feedback circuit)의 불균형으로 야기된 눈된떨림이 순회눈운동이 나타나는 상태에서 중첩되어 나타났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눈된떨림의 치료는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같은 면역요법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8] 돌발파신경세포를 포함한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에 영향을 주는 기저 병인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우선적이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 증례에서는 고삼투질성 상태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흔한 원인이 자가면역이나 교차면역 기전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뚜렷한 기저 병인이 발견되지 못하였을 때는 면역요법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증례에서 고삼투질성 고혈당 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선행요인은 충분히 많았다. 환자의 기저 당뇨병, 뇌졸중, 싸이아자이드이뇨제 사용, 지속적 만니톨 사용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정된 요로감염과 급성 신부전이 고삼투 상태를 유발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요로감염에 대한 카바페넴계 항생제, 조영제 사용이 신장의 기능을 저하시켰을 뿐 아니라 증가된 삼투질차를 고려할 때 만니톨 사용으로 인한 급성 신부전으로 환자의 대사적 이상을 악화시켰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악성 뇌경색으로 입원하여 뇌부종의 치료 중 고삼투질고혈당 상태에서 발생한 눈된떨림이 고삼투질에 대한 치료로 호전되었던 증례를 환자, 보호자 동의 하에 보고하는 바이다. 눈된떨림 환자의 원인을 진단하는 데 있어 신생물딸림증후군에서 보이는 자가항체뿐 아니라 대사이상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고삼투질 상태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는 것도 감별진단에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