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메르스 거점병원을 경험한 신경과 의사의 소회
Impression of a Neurologist Who Experienced Hub-Hospital for Coronavirus Disease 2019 and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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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is a new type of epidemic infectious disease that threatens the world after it first broke out in Wuhan, China, in December 2019. By early March, Korea had the second largest number of confirmed cases of COVID-19 in the world after China, among which about 90% of patients reported in Daegu and Gyeongsangbuk-do province. As a neurologist, the author experienced various neurological diseases while working at hub-hospitals for COVID-19 in Daegu. I would like to describe the role of a neurologist in the emerging outbreak of infectious diseases, along with my experience working at the hub-hospital for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 in 2015.
서 론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플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거쳐 코로나19까지 전 세계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감염병으로 인해,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후 전 세계를 위협하는 새로운 유형의 유행성 감염질환이다[1]. 2020년 3월 초까지 대한민국은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였으며 그중 대구, 경북지역에서 약 90%의 환자가 발생하였다(Fig. 1, 2)[2].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운데, 저자는 신경과 의사로서 코로나19에 대한 대구, 경북의 거점병원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신경계질환을 경험하였다. 2015년 메르스 거점병원에서 근무했던 경험과 함께 새롭게 창궐하는 감염병 상황에서 신경과 의사로서 느꼈던 소회를 자유롭게 밝히고자 한다.
본 론
2019년 12월 30일, 우한시 중심병원 안과 의사 리원량은 2003년 사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 7명의 보고서를 보았다.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우려하여, 중국 소셜미디어(위챗)의 의대 동급생 그룹에 ‘우한 화난수산물도매시장에서 7건의 사스 증상이 확인되었다’라고 올렸다[3]. 그가 올린 글은 이름이 드러난 채로 인터넷에 노출되었다. 의사로서 2003년 중국에서 유행했던 사스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기에 빠르게 대처하여 실패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첫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2020년 1월 3일, 공안에서 유언비어 살포로 경고를 받았고 바이러스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지 말라는 명령서에 지장까지 찍은 후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3].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 세계적 유행(pandemic)을 선포한 코로나19의 시작이었다[4].
리원량은 2020년 1월 8일,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보다가 본인이 감염되었다. 1월 12일, 중환자실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진단 키트가 없었기 때문에 감염에 대한 확진은 2월 1일에서야 이루어졌다. 2월 6일 중국 언론은 리원량이 34세의 나이로 본인이 근무하던 우한시 장안구의 우한시 중심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하였다[5]. 전 세계 의사들의 가슴이 먹먹했던 날이다.
초동 대처가 미흡했던 중국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그 때까지 저자는 새로운 감염병 상황을 관망하면서 안타까워하고 있는 전 세계 의사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대한민국, 대구에서 종교단체와 관련된 31번째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급변하였다. 2020년 2월 17일, 30명 선으로 유지되던 환자는 3월 2일, 약 보름 동안 4,212명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2020년 3월 초까지 대구, 경북지역에서 전체 환자의 90%가 발생하였다(Fig. 1, 2)[2].
대구의 4개 대학병원(경북대, 계명대, 영남대, 대구가톨릭대) 외래와 응급실이 확진 환자로 인해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공공병원만으로는 증가하는 환자 수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은 사립병원으로서는 최초로 모든 병실을 비우고 코로나 거점병원으로 지정받았다. 처음부터 리원량처럼 의사로서의 뜨거운 사명감으로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시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 대책반이 꾸려졌고 의사들이 대거 필요했으며 소속된 의사로서 당연한 책임감이 들었다.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가 중심이 되는 가운데, 여러 과의 전문의가 주치의로 환자를 맡았다. 코로나19 감염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항바이러스제와 항말라리아제를 처방하고 동반된 폐렴에는 항생제를 병용투여하였다. 그렇게 2020년 4월 25일까지 838명의 환자가 입원하였고 695명의 환자가 퇴원하였다. 현재도 144명의 환자가 입원하여 치료받고 있다(Fig. 3).
‘전문의가 된 후 지금처럼 신경과 환자를 간절히 보고 싶을 때가 있었을까?’하고 생각할 무렵, 중환자실에 입실해 있던 82세 여자환자가 약 30초 동안 전신강직간대발작을 하였다. 신경과로 협진 의뢰되었고 로라제팜(lorazepam) 2 mg을 근주한 뒤 경련은 멈추었다. 뇌 컴퓨터단층촬영(brain computed tomography)을 계획하고 이동식 뇌파(portable electroencephalography [EEG])를 준비하고 있을 때 환자는 다발장기부전으로 사망하였다. 고령에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으로 소생이 어려웠지만, 신경과적 평가조차 시행하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경증 확진자 병동에서 수일 전부터 발생한 복시와 보행장애를 호소하는 52세 여자 환자가 의뢰되었다. 진찰에서 외안근운동(external ocular movement)은 정상 소견이었으며 깊은힘줄반사는 유지되고 있었다. 보행장애도 뚜렷하지 않았고 근쇠약은 없었으며 삼킴곤란이나 호흡곤란을 호소하지는 않았다. 신경전도검사(nerve conduction study), 근전도검사(electromyography), 뇌척수액검사(cerebrospinal fluid study), 혈청검사(serum test) 및 뇌 자기공명영상(brain magnetic resonance imaging+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을 계획하였다. 그러나 환자는 코로나19 중합효소연쇄 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에서 이틀 연속 음성 소견으로 다음날 퇴원 예정이었다. 3주 이상 격리되었던 상황에서 검사를 거부하고 익일 퇴원하였다. 진단을 위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소견서를 써주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계명대학교 성서 동산병원에서 급성 뇌경색으로 입원 중이던 84세 남자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후, 거점병원인 본원으로 전원되었다. 같은 계열로, 응급실을 운영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시 거점병원으로 전원하였다. 환자는 하루 동안의 혼미한 의식과 좌측 쇠약으로 응급실로 왔으며 뇌졸중 프로토콜에 따라 뇌 컴퓨터단층촬영과 뇌 자기공명영상을 시행하였다. 영상으로 우측 중대뇌동맥폐색에 의한 급성 뇌경색을 진단하고 뇌졸중 집중치료실 입원을 계획하였다. 그런데 응급실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19 PCR에서 양성이 보고되었다. 환자는 거점병원으로 전원되었지만, 진찰하였던 1, 4년차 전공의 두 명은 밀접접촉자(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로 2주간 격리되었다. 환자 동선을 비롯하여 촬영장비는 소독을 마친 후에야 정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앞에서 열거한 환자들을 보면서 신경과 의사라면 ‘뭐가 문제지?’ 또는 ‘왜 저렇게 처치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거점병원은 코호트 격리와 감염병 치료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감염병과 동반될 수 있는 신경계질환에 대한 프로토콜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뇌영상검사, 뇌파검사를 비롯해서 각종 초음파검사까지 일반적인 준비로는 시행할 수 없다. 감염 환자의 동선을 고려하고 사용한 후 소독 여부까지 생각해야 한다. 의료진은 레벨 D 방호복을 착용하고 2시간 이상 대면진료를 하기가 어렵고 시야 확보가 용이하지 않아 정확한 진찰이 힘들다. 기존보다 두꺼운 장갑을 3중으로 착용하기 때문에 익숙하던 술기도 마치 처음 하는 것처럼 서툴게 된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신경과 의사로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감염 환자 전용 뇌파캡 전극(EEG CAP electrode)을 사용하면 어떨까?’, ‘일반적인 뇌졸중 프로토콜에 따라 영상검사를 하고 시간 내에 정맥내 혈전용해제를 투여할 수 있을까?’, ‘동맥내 혈전제거술을 빠르게 준비하고 시행할 수 있을까?’ 또는 ‘레벨 D 방호복을 착용하고 뇌척수액검사와 근전도검사를 정확하게 해낼 수 있을까?’ 아직 정립된 것은 없다.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준비하고 시행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검사, 진단 및 치료는 의사의 몫이다.
2015년 5월 20일, 시간은 다르지만 상황은 변함이 없다. 메르스가 창궐하였고, 한국에 첫 감염자가 발생하였다. 이후 12월 23일, 메르스 종식선언까지 총 186명의 환자가 발생하였고 이 중 38명이 사망한 바 있다[6]. 감염자는 적었지만 치명률이 높은 감염질환이다.
국방부에서는 의무사령부 산하에 있는 국군수도병원과 국군대전병원을 메르스 거점병원으로 지정하였다. 당시 저자가 근무하던 국군대전병원은 음압 시설을 갖추기 전으로, 밀접접촉자가 입원하였다. 확진자는 아니지만 감염의 가능성이 있고 치명률이 높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의료진도 바이러스 잠복기가 끝날 때까지 병원 내에서 함께 코호트 격리되었다.
2015년 6월, 병원을 비우고 60여 명의 밀접접촉자를 1차로 입원시켰다. 확진자와 요양병원 내에서 접촉한 환자, 보호자, 간병인과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역시, 감염내과가 중심이 되는 가운데 요양병원 환자 관리를 위해 신경과 군의관인 저자도 병원 내 격리명령을 받았다. 대부분 치매와 뇌졸중 환자로, 복용하던 약물을 확인하고 처방하였으며 아침, 저녁 하루 두 번 레벨 D 방호복을 착용하고 대면진료를 시행하였다. 변화를 관찰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14일 동안 특별한 증상 없이 잠복기를 잘 넘기면 검사 후 퇴원 조치되었다.
그런데 첫 번째 환자들이 퇴원하기 이틀 전, 평소 비교적 의식이 명료하던 80대 남자 환자가 의식변화로 보고되었다. 최대한 신속하게 레벨 D 방호복을 착용하고 병동으로 뛰어갔다. 활력징후는 정상이었으나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자극에 대해서만 반응하였다. 증상 발생시간이 명확하지 않았지만, 오전 회진 당시에 명료하였던 것으로 비추어 3시간 이내로 예상하였다. 뇌졸중 프로토콜에 따라 뇌컴퓨터단층촬영을 위해 환자를 병실 밖으로 이동시켰다. ‘아차!’ 그때서야 병동에서 촬영실까지 동선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랴부랴 국군병원 보고체계에 따라 대령급 군무원인 원장님에게 보고 후 동선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소속 의무병들이 최단거리를 확보하고 직원들의 접근을 막았다. 다행히 확보하는 시간 동안 환자는 의식을 회복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2시간만에 뇌 컴퓨터단층촬영과 뇌자기공명영상을 시행할 수 있었다. 뇌졸중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뇌연화증이 양측 반구에서 다수 관찰되었다. 수액을 공급하면서 아스피린을 추가하였고 기존에 복용 중이던 항뇌전증제를 증량하였다. 환자 의식은 유지되었고 이틀 뒤, 메르스 음성 소견 하에 정상적으로 퇴원하였다. 환자 동선과 뇌영상검사 촬영장비는 소독을 한 후에야 다시 운영할 수 있었다. 응급상황에서 보고체계를 따르고 현장에서 직접 동선을 통제해야 하는 등 대처가 어려웠다. 당시에는 더더욱 코호트 격리병원에서 발생하는 신경계질환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에 기존 프로토콜을 정상적으로 지키기 힘들었다.
응급질환이 많은 신경과 특성상 새로운 감염병 유행 시기에 기존의 프로토콜을 지키고 운영하기 힘들다. 이러한 경우 응급실에서부터 환자를 증상에 따라 구획화하고, 신경계 응급 환자를 위한 영상촬영 프로토콜을 영상의학과와 함께 구축하면서 감염관리센터의 통제를 받을 필요가 있다. 입원 후 감염이 확인된 환자는 검사 후 장비 소독을 위해 일시적으로 폐쇄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검사를 진행하기 어렵다. 하지만 감염 거점병원은 입원한 모든 환자들이 코호트 격리된 상태로 운영되어 검사시행 후 매번 장비를 소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는 감염병을 위해 최적화되어 있지만 적절한 신경계질환 검사장비와 프로토콜을 갖춘다면,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한 감염 환자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거점병원으로 전원을 고려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를 위한 의료행위가 감염확산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기본적인 보호구 규정을 지키면서 항상 감염에 대비해야 한다.
결 론
저자는 신경과 의사로서 2015년 메르스와 2020년 코로나19 거점병원을 경험하였다. 코호트 격리병원에서 다양한 신경계질환이 발생하였으며, 기저에 신경계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확진자 또는 접촉자로 입원하였다. 그만큼 신경과 의사가 주역이 되어야 하는 순간들이 많다. 하지만 거점병원은 코호트 격리병원으로서 감염병 치료에 역량이 집중되어 있다. 그로 인해 뇌영상검사, 뇌파검사 등 기본적인 신경과 검사를 진행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또한, 레벨 D 방호복을 착용하고 2시간 이상 확진자 또는 접촉자를 대면진료할 수 없어 응급한 상황에서 신속한 접근이 어렵다. 응급질환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쉽게 진단과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도 판단이 힘들다. 5년 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다.
최근 대한뇌졸중학회에서 코로나19 유행 시기의 병원 내 및 지역사회 급성 뇌졸중 환자 대응과 진료에 관한 의학적 권고사항을 발표하였다. 의료진의 개인 보호장비 착용, 환자의 마스크 착용과 환자이동 최소화 같은 기본적인 사항부터 신경계진찰을 위한 접촉 최소화, 정맥 내 및 동맥 내 혈관재개통 치료 프로토콜과 음압병상, 격리시설 확보에 관한 사항 등을 설명하고 있다[7]. 주기적으로 창궐하는 감염병 상황에서, 급성 뇌졸중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신경계질환의 진단과 치료 프로토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