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편두통은 신경계질환 중 2번째로 흔하며, 삽화두통과 동반증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뇌질환이다. 편두통은 조퇴, 결석, 결근 등 다양한 형태로 학업, 직장 및 가사의 업무 능력을 감소시키고, 직간접적으로 개인이나 사회의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킨다[1,2]. 그러나 편두통을 단순히 참을 수 있는 통증으로 생각하거나 동반증상과 관련된 다른 병으로 오진하는 경우가 흔하다.
편두통의 약물 치료는 두통이 발생하였을 때 복용하는 급성기 치료와 두통의 강도와 빈도를 줄이기 위한 예방 치료가 있다. 다수의 편두통 환자는 치료를 받지 않거나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증상을 조절한다.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는 반수를 넘지 않고, 편두통 치료를 시작한 후에도 자가 중단하는 비율이 높아서, 급성기 약제인 트립탄 약물의 중단율은 30%로 보고된다[3]. 예방 치료의 비율은 더 낮아서, 삽화편두통 환자들은 28.3%에서, 만성 편두통 환자들은 44.8%에서 예방약물을 복용하였다[4]. 따라서 편두통의 치료 실태 개선을 위한 환자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편두통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하여 두통영향(headache impact), 다양한 동반증상(accompanying symptoms), 삶의 질 등 두통 상태 및 치료 효과를 총괄적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편두통의 치료 방침의 선택은 두통일수와 심각도에 의하여 결정되며, 두통일기나 진료시 문진을 통하여 확인되어야 하나, 실제 진료실에서 매번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 이는 환자의 참여 부족 외에도 편두통을 평가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하거나 이에 대한 의료보험수가가 없는 점에 일부 기인한다. 또한 두통 진료에 필수적인 평가항목에 대한 기준도 부족한 실정이다.
편두통 상태 및 치료 효과에 대한 평가와 교육은 인지행동 요법의 기초평가나 구성성분으로 포함되기도 하지만, 평가나 교육 자체가 편두통을 개선시킬 수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인지행동 요법은 약물 치료와 병행하여 혹은 단독으로 편두통 발생의 빈도를 감소시키고, 두통 관련 장애, 삶의 질과 정신적인 동반질환의 영향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되며, 두통교육은 인지행동 요법의 연장선에서 편두통을 개선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5,6]. 청소년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두통교육의 예방 효과는 인지행동 요법과 비교하여 미흡하였다[7]. 최근 성인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예약 대기 기간 동안, 두통교육을 표준적인 두통 치료와 함께 실시하였을 때 증상 개선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8-10]. 또한 편두통 치료제 연구에서 비교적 높은 위약 효과(약 1/3)는 환자의 믿음이나 행동이 치료 효과에 끼치는 영향이거나, 동시에 반복적인 두통평가를 통한 환자의 참여나 간접적인 교육의 역할도 고려된다[11].
따라서 두통진료에서 효과적인 두통교육의 내용과 두통평가 방법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12]. 본 종설에서는 인지행동 요법을 포함한 기존의 비약물 치료를 검토하고, 두통교육의 내용과 연구 결과, 두통평가의 도구에 대해서 검토하겠다.
본 론
1. 인지행동 요법을 포함한 기존의 비약물 치료
1) 인지행동 요법(cognitive-behavioral therapy), 생체되먹임, 이완 치료
편두통 환자를 위한 인지행동 요법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두통을 악화시키는 부정적인 생각들과 통증을 유발하거나 증가시키는 행동을 확인하고 변화시킴으로써 환자가 통증과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것을 가르치는 치료이다[13,14]. 편두통과 자주 동반되는 불안, 강박증, 우울증, 불면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15-18].
생체되먹임은 통증 치료에 흔히 사용되며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신체의 다른 기능들의 미세한 변화를 측정하고 피드백을 형성한다. 환자는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알게 되고 건강과 수행능력을 개선하기 위한 행동양식의 변화를 배우게 된다. 생체되먹임 후 편두통의 빈도가 감소하고 환자가 스스로 두통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인식된 자기 효능(perceived self-efficacy)이 보고되었다[19]. 37명의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주 3회 6개월간의 생체되먹임 치료를 받았고, 70%의 환자에서 반 이상의 개선이 치료 종료 평균 14.5개월까지 지속되었다고 하였다[20].
점진적인 근육 이완은 생체되먹임, 인지행동 요법과 함께 주로 시행되고 환자들은 고통스러운 신체증상을 방지하거나 감소시키기 위해 깊은 호흡, 점진적인 근육 이완, 형상화 등을 배운다. 깊은 호흡 혹은 횡격막 복부 호흡은 일반적으로 분당 6회 이하로 천천히 호흡하면서 부교감신경계를 항진시키는 효과가 기대되며, 점진적인 근육 이완은 다양한 근육을 차례로 수축과 이완을 하면서 근육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배운다[21]. 형상화는 환자가 평화롭고 조용한 장면을 생각하도록 지시하며 이완을 유도한다. 이완전략은 인지행동 요법과 생체되먹임과 같이 효과가 평가된 연구가 대부분이다[6]. 그리고 인지행동 요법의 소규모 혹은 개별 치료가 필요하고, 처방준수(adherence)가 쉽지 않아 두통진료에서 적용하려면 검사시간, 지속성, 보험 수가가 필요하다[22].
3) 생활습관 교정과 유발요인 피하기(life style modification and trigger avoidance)
비록 제한된 연구 결과들이 있지만, 생활습관 교정과 유발요인을 피하는 것은 편두통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26]. 생활의 변동과 변화가 편두통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편두통 환자들은 같은 시간에 잠을 자고, 규칙적으로 음식을 먹고 운동하는 등 안정되고 규칙적인 일상을 유지하여야 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유산소 운동이 두통 빈도와 심각도를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시킨다고 하였고 중등도의 강도로 일주일에 150분 동안 3-5번으로 나누어 하는 것이 권장된다[27-29]. 규칙적인 신체 활동이나 즐거운 활동이 정서를 개선시키고 피로도를 감소시키거나, 유발요인에 대한 민감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
편두통의 빈도, 치료 양상, 유발요인 등에 관한 두통일기를 쓰는 것도 중요하다. 편두통의 만성화에 대한 위험인자로 비만, 수면장애, 과도한 카페인, 정신질환, 높은 두통 빈도의 기준치, 편두통 약제의 빈번한 복용, 여성, 낮은 사회경제적 상태, 동반된 공황장애, 주요한 삶의 사건들, 무해자극 통증들이 있다[30,31]. 고강도의 스트레스나 스트레스의 급격한 감소, 기후 변화, 성호르몬의 변화, 굶는 것, 술, 수면 방해, 냄새, 빛, 연기, 열, 특정 음식, 카페인 과용과 카페인 중단 등이 유발인자로 알려져 있다. 비만이 과체중 환자에서 체중 감량은 편두통의 빈도, 강도, 부담을 감소시킨다[32].
2. 두통교육
두통교육은 인지행동 요법에 비하여 대규모, 단기로 시행되거나, 외래 예약 대기 기간에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본 종설에서는 캐나다에서 시행된 Headache Education Active-Waiting Directive (HEAD), 영국에서 시행된 Chronic Headache Education and Self-management Study (CHESS), 미국에서 보고된 The Integrative Toolbox for Headache Management를 자세히 검토하고자 한다(Table 1)[8-10].
HEAD 프로그램은 두통 초진 대기시간이 평균 15개월이므로 그동안 전체 대기 환자들의 지식을 넓히고 자가 치료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발하였다. 1회성 프로그램으로 4회에 걸쳐 총 152명이 참여하였고, 교육 전후에 편두통 장애 정도(Migraine Disability Assessment, MIDAS), 응급실 방문 횟수, 생활습관, 교육 만족도에 대해 조사하였다. 교육 프로그램은 전문 간호사가 90분 동안 진행하였고 두통의 타입, 유발요인, 정신의학적 동반질환, 치료 종류 선택, 생활습관 개선 그리고 적절한 목표 세우기 등의 내용이 담긴 90분 분량의 문서 자료가 제공되었다. HEAD 프로그램은 특히 만성 편두통과 약물과용두통 환자에서 조기 개입의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교육 전에 비하여 대기 기간 동안 MIDAS (32일 vs. 27.5일, p=0.047), 1회 이상의 응급실 방문(33% vs. 17%, p=0.001), 약물과용(53% vs. 39%, p=0.002)이 감소하였고, 두통일(34일 vs. 30일, p=0.071)과 두통강도(6.7 vs. 6.5, p=0.030)도 개선되었다. 프로그램에 대해 시행한 만족도 조사에서 86% 환자들이 도움이 되었다고 하였고, 42%에서는 매우 만족한다, 44%는 약간 만족한다고 답하였다[8].
CHESS 프로그램은 만성 두통 환자들의 통증을 치료하고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임상의사, 교수들, 환자들과 자선단체 동료 등 여러 전문가로 이루어진 팀과 협동하여 만들어졌다. 4개의 그룹으로 총 18명이 연구에 참여하였고 중재는 2일 동안 4시간씩 이루어졌다. 첫째 날에는 만성 두통 환자의 삶, 만성 두통의 이해 및 대처, 둘째 날에는 만성 두통을 지닌 인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제어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었다. 요약본, DVD를 제공하였고, 두통일기로 스스로 감시하고, 이완을 실행하는 것은 격려하였다. 전반적으로 참여자들은 유용하고 재미있다고 하였고 그룹에서 토의한 전략으로 자기 관리를 시도하게 되었다는 결과를 보였다[9].
The Integrative Toolbox for Headache Management 프로그램은 편두통 환자들의 교육과 자기 효능감을 증가시키고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그룹들은 격주로 1.5시간씩 세 번만났고, 총 23그룹으로 각각 10명의 환자가 워크숍에 참여하였다. 참가자들은 워크숍 전후 설문지를 작성하였고 편한 옷을 입고 요가나 명상의 활동에도 참여하였다. 커리큘럼은 항상성 유지와 편두통 환자의 뇌에 적용하기 위한 신경해부학, 편두통과 통증의 생리학, 약물과 과학적 기반, 편두통에 기여하는 생활습관 요소, 이완, 명상, 요가 등 인지 재구성, 근막통증증후군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10].
3. 두통의 상태, 장애, 동반질환 평가
한정된 진료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치료 효과를 평가하고, 치료방법을 선택하기 위하여 두통평가가 중요하다. 약물임상연구에서는 중등도 혹은 심한 두통일, 진통제 사용일을 포함하여 평가하고, 비약물 치료 및 연구에서는 Migraine Disability Assessment Scale(MIDAS), 두통영향검사, 두통빈도가 두통평가를 위한 적절한 방법으로 권고된다(Table 2)[12,33].
두통의 상태 및 장애 평가 자체가 치료 효과를 지닌 것은 아니지만, 평가에 근거한 선택은 치료의 효용을 증가시키고, 의료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두통질환의 특성상 생물표지자를 활용한 두통 치료의 효과평가가 불가능한 점을 고려할 때 두통평가 행위에 대한 적절한 수가책정이 필요하다. 또한 두통 환자의 치료를 계획할 때 삶의 질, 두통으로 인한 장애와 영향, 두통의 기능적 손상, 동반질환을 평가하기 위한 여러 평가도구들이 있으며,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두통 치료 계획 수립이 이루어져야 한다[34].
두통에 대한 평가방법은 다양하며, 진료나 연구의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1) 두통일기
두통일기는 두통에 대해 환자가 기록하여 의사와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두통을 명확히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매우 중요하다. 두통의 진단과 동반 증상들, 빈도, 두통 시작 시기와 치료방법, 두통 발생 전, 후의 증상들 그리고 스트레스, 음식, 수면 등 두통 유발인자에 대한 정보 등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작성할 수 있다. 환자가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기록하여 참여하므로, 환자의 참여도가 떨어지면 활용하기 어렵다. 종이에 기록하는 두통 일기는 휴대가 불편하고, 분실의 위험이 있어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두통일기의 활용이 증가하리라 기대된다[35].
2) MIDAS
MIDAS는 최근 3개월 동안 편두통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장애정도를 평가하는 도구이다. 직장일 또는 학업, 가사일, 여가활동 등 세 가지 영역의 장애 정도를 평가하는 것으로 총합이 높을수록 장애 정도가 심한 것을 의미하게 된다. 0-5점까지가 1등급(little or no disability), 6-10까지는 2등급(mild disability), 11-20점까지는 3등급(moderate disability), 21점 이상을 4등급(severe disability)으로 분류할 수 있다[36]. MIDAS는 신뢰도와 타당도가 좋은 도구로 임상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으나, 두통 병력이 3개월 미만이거나 변화가 많을 때는 최근 1달간의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고 회상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37,38].
5) 동반질환 평가
편두통 환자는 우울, 불안, 불면 등 다양한 질환이 동반되고, 두통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편두통 환자에서 타당도와 신뢰도가 확인된 평가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Patients Health Questionnaire-9 (PHQ-9)는 주요우울장애를 선별하기 위한 도구로 9가지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총점은 0-27점까지 분포할 수 있고, 편두통 환자에서는 총점에 8점 이상이면 주요우울장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PHQ-9 중에서 처음 2문항을 이용한 PHQ-2의 총점이 2점 이상으로 선별할 수 있다[43,44].
Generalized Anxiety Disorder-7 (GAD-7)은 범불안장애를 선별하기 위한 도구로 7가지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점은 0-21점까지 분포할 수 있으며 편두통 환자에서 총점이 6점 이상이면 범불안장애의 가능성이 높다[45]. 또한 GAD-7 중 처음 2문항을 이용한 GAD-2의 총점이 2점 이상이면 범불안장애를 선별할 수 있다[46].
편두통 및 군발두통과 같은 주요 두통질환에서 수면장애의 동반이 흔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두통 환자의 수면 상태 평가를 위하여 the Epworth Sleepiness Scale, the Insomnia Severity Index 등을 시행할 수 있다.
결 론
편두통 환자를 위한 두통교육과 두통평가를 위한 도구는 실제진료 중에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않다. 편두통 환자들은 일상생활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급성기 치료와 예방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흔하다. 인지행동 요법을 포함한 비약물적 치료는 단독 혹은 약물 치료의 보조적인 방법으로 적용된다면 편두통 환자들의 치료 선택 폭을 넓히고, 삶의 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두통교육은 환자의 이해를 높이고, 치료 과정에 환자의 참여를 격려할 수 있다. 두통일, 두통강도와 함께, 환자의 삶의 질과 두통으로 인한 장애 정도를 평가하여 치료에 반영한다면, 편두통에 의한 개인적, 사회적 부담을 보다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