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혀편위를 보인 대뇌부챗살경색
Isolated Tongue Deviation in Corona Radiata Infar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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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 뇌신경마비는 종양, 총상과 같은 외상, 뇌졸중, 신경증, 다발경화증, 수술 합병증, 길랭-바레증후군, 감염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1]. 국외에서 행해진 연구 결과에서 뇌경색 환자의 12-29%가 혀편위를 보였는데, 그러한 환자들은 얼굴마비, 팔마비, 반신마비를 보였다[2]. 아직까지 대뇌부챗살경색으로 단독혀편위가 발생한 증례는 국내에서 보고된 적이 없다. 이에 저자들은 한쪽 대뇌부챗살에 발생한 급성 열공경색에서 얼굴이나 팔다리의 마비 없이 반대쪽으로 혀편위가 심하게 발생한 환자를 경험하여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72세 남자 환자가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새롭게 발생한 신경계증상으로 내원하였는데, 혀를 앞으로 내밀면 오른쪽으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환자는 나흘 전에 갑자기 발생한 발음장애로 본원에 내원하여 급성 왼쪽 대뇌부챗살경색으로 진단받고 치료받은 후 호전되어 하루 전 퇴원하였다(Fig. A-D). 과거력에서 고혈압으로 투약 중이었으며, 내원 시 수축기 혈압 140 mmHg, 이완기 혈압 90 mmHg으로 정상보다 높았으나 다른 활력징후는 정상이었다. 심전도는 정상 리듬이었으며, 일반 혈액검사에서 경한 빈혈(혈색소 12.4 g/dL) 외에 비정상 결과는 없었다. 환자는 오른손잡이였으며, 신경계 진찰에서 발음장애와 혀편위가 두드러져 보였으나 다른 뇌신경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환자에게 혀를 앞으로 내밀도록 하였을 때 오른쪽으로 심하게 편위되었으며 혀를 좌우로 움직일 때 속도가 전반적으로 둔화되었다. 그 외 혀위축, 혀근섬유다발수축, 목젖편위는 관찰되지 않았으나 말을 할 때 전보다 심한 발음장애를 보였다. Gugging Swallowing Screen에서 삼킴곤란은 없었고, 팔다리의 위약, 감각저하, 실조 등 다른 신경계증상은 없었다. 후 두개와 정밀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e)에서 증상을 일으킬 만한 새롭게 발생한 병인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뇌 MRI의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e)에서 대뇌부챗살경색의 병변이 진행되었다(Fig. E-H). 혀편위 및 발음장애 악화는 대뇌부챗살경색이 진행하여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증상 경과 관찰을 위하여 3주 뒤에 환자가 외래 진찰실에 왔고, 신경계 진찰에서 혀편위와 발음장애는 이전보다 많이 호전되었다(Fig. I,J). 그러나 여전히 혀위축, 혀근섬유다발수축은 관찰되지 않고 있어 혀밑신경 손상으로 볼만한 근거는 없었다. 이에 침습적인 혀 근전도검사는 시행하지 않았다. 결국 대뇌부챗살경색으로 발생한 혀편위로 진단하였다.
고 찰
혀밑신경마비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뇌경색 환자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1,2]. 대부분 얼굴마비, 팔마비, 반신마비를 동반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혀마비 증상을 보인 본 증례는 의의가 있다. 특히, 급성기 대뇌부챗살경색 환자에서 경과가 진행함에 따라 새롭게 혀편위가 발음장애 악화와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혀밑신경핵은 내측 연수에 존재하는데 양쪽 대뇌반구로부터 내려온 신경의 지배를 받음으로써 혀의 수의운동을 조절한다. 혀의 수의운동 조절을 담당하는 운동신경원은 실비우스틈새 근처의 중심앞이랑에 존재하는데, 이로부터 뻗어 나온 신경섬유는 대뇌부챗살, 속섬유막, 대뇌다리, 기저교뇌를 지나서 내려오다가 그중 일부 신경섬유는 교뇌연수이음부에서 반대쪽으로 교차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내려와 양쪽 혀밑신경핵에 도달한다[3]. 그래서 한쪽 대뇌에 존재하는 혀의 수의운동 조절 운동신경원은 양쪽 혀밑신경핵을 지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 핵상 병변으로 혀의 마비가 발생하는 이유는 턱끝혀근의 핵상 조절이 주로 반대쪽 대뇌피질로 부터 지배받기 때문이다[2].
혀마비 원인은 해부학적으로 혀밑신경핵, 핵상, 핵하 병변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3], 본 환자의 경우 진찰 시 혀의 오른쪽 마비는 관찰되었으나 혀밑신경핵 혹은 핵하 병변을 시사하는 혀위축이나 혀근섬유다발수축은 관찰되지 않았고, 뇌 MRI의 확산강조영상에서 왼쪽 대뇌부챗살경색이 관찰되었기 때문에 임상양상과 영상검사 결과가 서로 부합하였다. 또한 대뇌부챗살경색이 진행하면서 혀편위가 새롭게 발생하고 환자의 발음장애가 전보다 악화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본 환자에서 얼굴이나 팔다리의 위약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전에 중심앞이랑 융기의 바깥쪽에 작은 피질경색이 발생하여 혀마비를 보인 증례 1예가 보고되었다[4]. 이론적으로 일차운동피질에는 축소인간으로 일컫는 우리 몸의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이 비교적 넓은 부위에 특화되어 분포하기 때문에 작은 경색이 있는 경우 단독 증상을 기대할 수 있으나 본 환자처럼 여러 부위의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섬유가 밀집되어 있는 대뇌부챗살에 경색이 생긴 경우 얼굴이나 팔다리의 마비 증상 없이 심한 혀편위를 보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반난형백질중심부에 발생한 허혈뇌졸중으로 발음장애와 혀편위가 발생한 증례가 보고되어 있고, 속섬유막에 발생한 급성 뇌경색으로 발음장애, 일측 얼굴 및 팔마비와 함께 일시적으로 핵상 혀마비가 발생한 증례가 보고되어 있으나 국내에서 보고된 적은 없다[5,6]. 이전에 소뇌를 제외한 뇌의 열공경색으로 단독 발음장애가 발생한 환자 6명을 대상으로 경두개 자기자극을 이용하여 피질척수로, 피질연수로, 피질설로를 평가하였을 때, 모든 환자에게서 피질설로 장애가 관찰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저자들은 대뇌에서 혀까지 뻗어 있는 피질설로 장애가 단독 발음장애를 설명하는 중요한 기전임을 설명하였다[7]. 이와 같이 본 환자에서 얼굴이나 팔다리 마비 없이 혀편위와 함께 심한 발음장애가 관찰된 것은 대뇌부챗살경색이 다른 경로의 침범 없이 선택적으로 피질설로만 침범하여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본 증례는 대뇌부챗살경색으로 인한 피질설로의 선택적 병변이 얼굴이나 팔다리 마비 없이 혀편위를 일으킬 수 있음을 알려준다.